여성의 당당한 행복 추구

줌마렐라는 임신·출산·육아 정보를 기반으로, 여성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을 토로하는 여성 전용 커뮤니티다. 회원이 아니면 게시글 열람이 제한되어 있으며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여성이어야 한다. 창원 줌마렐라를 시작으로 김해, 부산, 천안·아산 줌마렐라까지 확장된 상태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통해 남들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상담하기도 하고,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현재 창원 줌마렐라의 회원 수는 15만 명을 넘었다. 김해, 부산, 천안·아산 줌마렐라까지 합치면 30만 명이 넘는다. 아무리 인터넷 공간이라고 해도, 지역을 중심으로 이토록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줌마렐라가 이토록 성장한 데는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지만, 운영진과 대표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임경아(36) 줌마렐라 대표를 만나 줌마렐라의 성장 과정과 현재, 앞으로의 방향을 물어봤다.

임경아 대표가 네이버에 창원 줌마렐라 카페를 개설한 건 2007년이다. 어느덧 11년째다. 12살, 11살 연년생 두 아이를 둔 임 대표. 임 대표에 대한 인적 사항을 물어보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원래 경남이 고향이에요. 함안 출신이죠. 창원에 온 건 20살이 넘어서부터입니다. 일자리를 구하러 왔었죠. 당시는 대학에 가기 위해 돈 모으는 게 목표였어요. 돈을 모아서 대학에 진학하기는 했지만, 며칠 안 돼서 그만뒀습니다. 아이가 생겼었거든요. 속도위반이었죠."

힘든 기억을 억지로 들춰낸 건 아닐까 싶어 조심스러웠지만, 임 대표는 지나간 추억인양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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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아 줌마렐라 대표. / 이종현 기자

"결혼도 전에 아이를 가졌어요. 안 그래도 심각한 문제인데, 주변에 고민을 토로하거나 상담할 곳이 없었어요. 고향이 함안이다 보니 창원에 지인이 적기도 했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출산이나 육아 같은 문제를 알아보곤 했는데,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전국 육아 카페에 지역 모임방 같은 공간도 있고. 거기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또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거기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어요."

이런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한 게 계기가 됐을까, 마산으로 이사한 뒤 임 대표는 주도적으로 사람을 모으기로 했다. 마산에 사는 아이를 가진, 둔 여성들끼리 모으는 것이 줌마렐라의 시작이었다.

"전국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지역 사람들과 소통하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카페를 통해 알게 된 분들에게 '마산에 사는 사람들끼리 따로 모임은 갖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60명 정도가 모였어요. 모여서 서로 인사하고, 정보 공유도 하고, 살아가는 얘기도 하고 했죠. 그러다가 '아예 지역 사람들끼리 카페를 만들어보자'는 말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걸 제게 시키더라고요. 그때 모임에 참여한 사람 중 제가 제일 어리다 보니…. (웃음) 이렇게 탄생한 게 창원 줌마렐라입니다."

2007년에 오픈, 임신·출산·육아 커뮤니티

임 대표는 줌마렐라라는 네이버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인터넷을 잘하시겠네요?"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의외로 그러지는 않단다. 기본적인 인터넷 활용 등이야 가능하지만,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을 쓰지는 못한다고.

"제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든지 하진 않아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서 하는 거죠. 네이버 카페는 초보자도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도록 기능이 많습니다. 이 기능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임 대표가 생각하는 줌마렐라의 주요 기능은 무엇일까.

"네이버 카페의 기본적인 기능은 커뮤니티(Community·공동체, 지역사회)라고 생각해요. 블로그와 카페의 역할에 대해 헷갈리는 분이 많으시던데, 블로그는 1대 다의 소통 창구고, 카페는 다대 다의 소통 창구죠. 줌마렐라에서는 제가 주도해서 어떤 이야기를 한다든지 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자리를 만들어드릴 뿐이고, 회원들이 자유롭게 대화의 주제부터 내용 등을 선택하시는 거예요. 그렇게 회원분들이 얘기를 하시다 보면 특정 분야에 대한 내용이 많을 때는, 아예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그 분야에 대해 더 편히 소통하실 수 있도록 돕는 게 카페 매니저로의 제 역할이에요. 제가 줌마렐라 카페, 회사의 대표라고 해서 제가 줌마렐라 회원 모두를 대표한다든지 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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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줌마렐라 정기모임. / 줌마렐라 제공

창원 줌마렐라 회원 수가 15만 명에 이르렀다. 창원 줌마렐라 외에도 김해, 부산, 천안·아산 카페도 있고, 이를 합한 회원 수는 30만 명을 넘는다. 줌마렐라의 성장 배경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죠. 예를 들어서 말씀을 드린다면 마산에 있는 대형마트가 휴일인지 아닌지 궁금해하는 줌마렐라 회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 회원이 마트가 운영하는지 안 하는지를 알기 위해선 마트에 직접 연락해보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할 거예요. 하지만 줌마렐라 회원분들은 마트에 직접 전화하기보다는, 줌마렐라에 질문함으로써 줌마렐라를 통해 답을 찾죠. 이런 속성이 줌마렐라가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현재 줌마렐라는 몇 명이서 이끌어가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창원 줌마렐라뿐만 아니라 김해, 부산도 있다. 게다가 카페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도 한다. 한두 명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줌마렐라라는 회사의 직원은 10명 정도 돼요. 급여를 받으시는 분들이죠. 카페 운영부터 여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카페 운영에 도움을 주시는 '스탭'은 자원봉사해 주시는 분들이에요. 카페마다 10명 정도 있는데, 모두 전업주부이셔요. 이분들은 일을 하시면 스탭직은 그만두시는 구조고요. 회사에서 일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시다 보면 공정한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회원들이 보기에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요."

오프라인 활동

줌마렐라의 시작 계기는 마산 지역 여성들의 오프라인 모임부터다. 인터넷 커뮤니티임에도 오프라인 모임이 자연스럽고, 또 활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줌마렐라는 카페 개설인 2007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오프라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프라인 활동은 쭉 이어왔어요. 정모가 대표적이에요. 아기가 있든 없든 여자들끼리 모이는 거죠. 다만 초창기에는 매달 하던 걸 지금은 횟수를 좀 줄였어요. 예비맘교실, 줌마켓(프리마켓·안 쓰는 물건의 교환이나 판매를 하는 시장)도 줌마렐라의 오프라인 활동으로 볼 수 있겠네요."

처음부터 모든 행사를 기획한 건 아니다. 특히 예비맘교실과 줌마켓은 줌마렐라를 운영하며 '뭘 하면 좋을까'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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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아 대표가 직접 진행하는 예비맘교실 모습. / 줌마렐라 제공

"예비맘교실은 산모교실이라고도 하는데요. 무료로 강의를 듣고, 레크레이션에 참여하고, 경품을 타가고 하는, 그런 행사예요. 매번 참여하실 수 있는 건 아니고, 임신 기간 2번만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줌마켓은 1개월에 2회~3회 정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게 아이를 둔 어머니들의 심리에 딱 맞아 떨어지는 거 같아요.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기분, 그리고 날 좋을 때 바깥으로 나들이하는 기분. 또 줌마켓을 통해 사회 활동을 하시는 것까지. 지금은 육아에 전념하고 계시지만, 이분들도 언젠가 사회로 나와 활동하실 분들이잖아요. 이런 활동을 통해 사회 감각을 키우시는 것이 참여하시는 분들 스스로에게, 나아가 사회를 위해서도 좋을 거라 생각해요. 또 판매자들이 내어준 경매품으로 줌마켓 경매를 진행하는데, 경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모두 미혼모 센터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줌마렐라의 사업화, 광고대행업

현재 줌마렐라는 단순한 네이버 카페를 벗어나 하나의 회사로 자리 잡았다. 처음부터 사업화를 꾀한 건 아니라고 한다. 어떤 식으로 수익 구조를 만든 것일까.

"앞서 오프라인 모임을 중심으로 형성된 카페라는 건 말씀드렸죠? 정모로 회원들이 모여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만 하며 시간을 보내긴 지루했어요. 사람들이 모이는데 즐길 거리가 필요했죠. 그때 회원 중 누군가 '사람들이 모이는데 경품 같은 거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좋은 생각이라 생각해서, 주변 업체에 '우리가 이런 모임을 할 텐데, 모임에 쓰일 물품을 지원해주시면 제가 직접 물건 받으러 가고 카페 내 게시판을 통해 홍보도 해 드리겠다'고 했어요. 따로 돈을 받거나 하진 않았고, 경품을 지원받은 거죠.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면서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저희 집이 물질적으로 풍족한 건 아니다 보니 맞벌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연년생인 두 아이를 두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이요. 그러다가 '지금 운영하는 줌마렐라 카페를 아예 일로 만들어버릴까', 싶은 고민이 현실화한 게 지금이죠."

줌마렐라의 수익 모델은 많은 회원 수를 바탕으로 하는 광고대행업이다. 광고를 요청하는 기업 중 적절하다 싶은 기업을 선정해서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선정된 기업은 상반기, 하반기 같은 분기별로 계약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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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임신·출산·육아 관련된 모임이다 보니 돌잔치 업체 같은 곳에서 광고가 들어왔어요. 그러다가 규모가 늘어나면서 점점 업체가 많아지고 다양해졌죠. '이런 업체가 줌마렐라에 광고했을 때 광고 효과가 있을까?' 싶은 곳들도 많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다 필요로 하더라고요. 가정에서 소비를 결정하는 게 여성인 경우가 많잖아요. 본인 것부터 아이들 것, 남편 것, 부모님 것 등. 그러다 보니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의 다양한 업체에서 광고가 들어와요.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5~6년 전까지만 비뇨기과에서 광고를 하고 싶다고 연락 오면 학을 떼곤 했어요. 죄송스럽지만 '그런 걸(?) 왜 여기에!'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이게 필요로 하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광고 업체에 대한 편견은 거의 없어졌어요. 해탈했다고 할까요. (웃음)"

하지만 광고를 하겠다고 하는 모든 업체와 계약하는 건 아니다.

"일단 보험이나 다단계, 부업, 렌탈, 방문 판매, 출장 미용업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에요. 회원들의 컴플레인이 있거나 하는 등의 곳들도 계약을 맺지 않고요.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제가 광고하겠다는 업체들에 만류하곤 해요. 가령 A 업체서 광고를 하고 게시판을 만든다면. 그 업체를 칭찬하는 글 10개가 올라온 뒤엔 나쁜 글 1개가 올라오곤 해요. 그런데 좋은 글 10개보다 나쁜 글 1개의 파급력이 더 클 때가 많거든요. 계약하겠다는 업체 분들께 이런 점까지 설명드리면서 '이래도 계약하시겠어요?'라고 묻습니다. 제 생각에는 정말 조심스러운 부분이거든요."

날이 갈수록 줌마렐라 회원 수는 늘고 있다. 사업화도 성공했다. 당장의 운영에 문제가 없으니 큰 걱정은 없지 않을까 싶었지만, 임 대표는 "적잖은 고민이 있다"고 한다.

"줌마렐라는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는 카페예요. 하지만 이제는 남자들도 육아를 같이하는, 같이 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남자들도 가입할 수 있도록 오픈하자는 얘기도 종종 나왔어요.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많았죠."

회사로서 사원 고용에 대한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작은 사업체들이 다 그렇겠지만, 줌마렐라에 입사하면 '이 일만 한다'고 할 수 없어요. 당장 카페 운영을 하면서 포토샵 등의 컴퓨터를 다뤄야 하고, 회원들의 상담을 하기도 해야 하고. 광고 협력을 맺은 업체들 응대도 해야 합니다. 예비맘교실이나 줌마켓 같은 오프라인 행사를 하면 직접 짐 나르고, 줄 긋고 하는 고된 일도 해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직률이 높아요. 줌마렐라는 아줌마만 지원할 수 있다, 하는 편견도 있고요. 제가 직원을 뽑는다기보다는 모셔오는 거죠. 그래도 자리 잡으면 잘하시고, 저희 회사 특성상 임신·출산·육아 관련해서는 복지도 좋고 지원도 좋아요. 관심 있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문 두드려주세요."

줌마렐라 앱 출시

최근 줌마렐라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 중이다. '줌마렐라 앱'이 그 주인공이다. 네이버 카페와는 별개로, 별도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앱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이용할 수 있다.

"우선 줌마렐라 카페는 그대로 운영할 겁니다. 다만 줌마렐라 앱만의 특별한 기능을 더할 거예요. 크게 다섯 가지 기능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푸시알림 기능이에요. 휴대폰 앱에 흔히 있는 기능인데, 조금 차이점을 뒀죠. 예를 들어 가입자가 20만 명이라면, 20만 명 모두에게 알림을 보내는 게 아니라 지역이나 연령, 성별 등을 정해 그 정보가 필요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만 푸시알림을 보내는 기능이에요. 두 번째는 전문가 Q&A에요. 줌마렐라 카페가 활성화 되는데 가장 일조했던 기능도 서로 묻고 답하는 기능이었어요. 이런경험을 살려 앱에서는 각 분야별 전문가를 모셔서 질문에 답변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세 번째로는 '오늘의 줌픽'이라고 하는 쇼핑몰 기능이에요. 앱을 통해 하루에 한 브랜드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있어요. 공동구매 형태로 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사는 거죠. 네 번째로 서로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이에요. 그중 카페에서 '속풀이방'으로 운영되었었던 것을 앱에 '익명방'으로 개설했어요. 이곳에서 글을 쓰면 익명으로 표시되어 속에 있던 고민을 편하게 풀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커뮤니티 기능 중 '오늘의 줌톡'은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질문을 줌마렐라에서 하루에 한 가지씩 올리면 회원들이 그에 대한 생각을 적을 수 있는 곳이에요. 카카오톡 대화창처럼 주제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을 작성하고, 다른 사람들의 글에 공감할 수 있는 곳인데 이 '오늘의 줌톡'에 올라온 글 중 재밌는 스토리는 채택을 통해 줌마렐라 자체 웹툰인 '줌툰'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챗봇 기능이 있어요. 앱 내에 검색부터 고객 서비스까지 채팅하듯이 앱에서 알고 싶은 정보나 질문을 입력하면 그에 해당하는 답변을 해주기 때문에 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앱 출시되면 많이들 이용해주세요!"

'노키즈존'에 반대하기 보다는 '키즈존'을 만들었으면

조심스레 사회의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임경아 대표의 생각도 물었다.

"일단 명확한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입장, 상황에 따라 다른 거죠. 다만 저는 노키즈존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그러면 키즈존이 있으면 되겠네'라고 생각했어요. 가게의 특성상 통제가 어려움 어린아이가 있으면 안 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그런 업체들이 노키즈존을 한다면, 거기에 뭐라 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린아이가 함께 가도 되고, 엄마들이 가는 걸 환영하는 그런 곳은 '키즈존'이라는 걸 만들었으면 해요. 그러면 엄마들도 오지 말라는 곳은 안 가고, 환영해주는 곳에 가면 되지 않을까요."

임 대표는 예비맘교실을 운영하면서 저출산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300명 정도가 지원하던 예비맘교실에 언젠가부터 200명 정도만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결혼이라는 게 필수가 아닌 시대가 됐어요. 동시에 결혼이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는 결혼과 그 이후의 과정이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결혼식에 대한 부담부터 출산과 육아까지. 나 혼자 살면 가능한 일이 둘이 살면 안 되게 하는 구조예요. 결혼의 제도나 틀, 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출산휴가·육아휴직 등의 문제도 심각한 사회 문제다. 정부와 사회에서는 출산을 장려하지만, 아이를 낳는다는 선택은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제도가 잘못됐을까요? 저는 제도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봐요.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 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문제는 제도보다는 상황과 사람의 문제라고 봐요. 저희 같은 소기업만 하더라도, 업무 시간 중 아이가 아파서 가본다고 하면. 그 아이에 대한 걱정도 들지만, 그 사람이 맡은 일에 대한 걱정도 들어요. 한 사람의 공백에 대해 주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런 부분이 문제라고 봐요. 임신·출산·육아 일을 하는 저희도 이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다른 곳은 어떻겠어요."

그렇다면 임 대표가 생각하는 개선법은 어떤 것일까.

"상황이 바뀌어야겠죠. 임신하면 출산휴가를 가는 게 당연하고, 아이를 낳은 뒤 복직하는 게 당연하고, 또 필요할 때 육아휴직을 하는 게 당연하고. 아이를 위한 업무상의 공백이 '특이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면 그 공백을 메꾸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될 테고. 거기서부터 선순환 구조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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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아 줌마렐라 대표. / 이종현 기자

줌마렐라는 여성을 위한 공간

반전이라고 하면 반전일까, 임경아 대표는 줌마렐라가 꼭 임신·출산·육아에 한정된 커뮤니티는 아니라고 한다.

"모임의 계기부터가 임신·출산·육아다 보니 이 문제가 중점인 건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제가 진짜로 바라는 건 '육아'가 아니라, 그 육아를 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회에서 육아를 이야기하면 그 초점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에게 집중되거든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육아 과정에서 엄마는 뒤로 밀려나다 보니, 여성의 지위가 낮아지게 돼요. 가정이라는 곳은 아기, 남편, 엄마 누구 하나만 있어선 안 되잖아요."

임 대표가 구상 중인, 혹은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서도 물었다.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아요. 길이 너무 많다 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죠. 예전의 저는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어했고, 그 어려웠던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또 다른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았으면 해서 줌마렐라라는 카페를 만들었어요. 지금도 그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사업적으로는 줌마렐라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해서 줌마렐라의 이름을 건 상품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굉장히 나중의 일이겠지만요.

이 자리를 빌려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도 했다.

"자랑하는 것 같아 민망하지만… 가끔 쪽지가 와요. 제 연락처를 아는 분들은 문자나 톡으로. '뜬금없이 이사 와서 힘들었는데, 카페를 통해서 도움 많이 받았어요.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어요' 하는 내용이요. 1년에 1~2번씩 오곤 하는데. 이런 게 오면 두고두고 자랑합니다. 평생 자랑거리에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힘든 것만 얘기하게 된 거 같아요. 카페가 커지고 사람이 많아지면서 서로에게 칭찬하는 일이 적어졌어요. '왜 운영진이 힘든 거 안 받아주냐'고 하면, 저는 또 '왜 운영진이 힘든 거 모르냐'고 맞받아치곤 했죠.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한 게 되게 오래된 거 같은데,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필요에 따라서든, 즐기기 위해서든, 그냥 습관적으로 이용하시든, 줌마렐라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줌마렐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임 대표는 '사람의 힘', '사람의 가능성'이라는 언급을 했다. 그가 말한 것은 '줌마렐라의 회원 수와 거기서 나오는 힘, 가능성'일 터지만, <피플파워>라는 잡지와도 묘하게 어울린다. 지금의 줌마렐라가 있기까지의 모든 공이 임 대표에게 있다곤 할 수 없겠지만,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한 명을 꼽자면 틀림없이 그일 것이다. 더 나아갈 앞으로를 기대하며 임경아 대표와 줌마렐라의 '피플파워'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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