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력 약해지면 찾는 그 맛
여름철 입맛 없을 때 딱! 새콤달콤 건강 지킴이

장어

몸살이 났다. 며칠 휴식을 취하자 낫는 듯싶더니, 이번에는 콧물과 기침 증세가 나타났다. 일주일을 끙끙 앓다가 잠깐 하루 야외 활동을 했더니 결막염까지 걸렸다. 기력이 없고 무기력한 상태로 여름을 맞아야 하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

아플 때 몸이 찾는 음식이 있다. 그땐 만사 제쳐놓고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어야 만족감이 높다. 언젠가 오가다 봤던 장어덮밥 집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래, 장어를 먹자.

보통 장어라고 하면 뱀장어를 가리킨다. 뱀장어는 민물장어다. '하모'는 갯장어, '아나고'는 붕장어, '곰장어'는 먹장어다. 민물장어가 바닷장어보다 가격이 비싸다.

경남에서는 고성이 갯장어로 잘 알려진 고장이다. 5월이면 서·남쪽 연해로 갯장어가 몰려드는데, 10월까지 활동한다. 낮에는 모래 진흙에 숨어 지내다 밤이면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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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츠마부시'. 나무 그릇에 담긴 장어덮밥을 네 등분하여 세 가지 방식으로 즐긴다./최환석 기자

일본의 장어 사랑은 유별나다. 전 세계 장어 소비 70~80%는 일본 몫이다. 소비는 점차 느는데, 어획량은 줄면서 한때 일본 정부는 한국, 중국, 대만과 어획량을 줄이자며 협의를 제안하기도 했다.

고성 갯장어도 일제 강점기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모두 일본에 수출했다. 한국에서도 점차 장어 소비가 늘면서 고성 갯장어 전체 어획량 대부분은 국내에서 소비된다.

뱀발로, 갯장어를 부르는 다른 말인 '하모'는 일본어로 '물다'라는 뜻의 '하무'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것이나 잘 무는 갯장어 습성에서 유추한 듯하다. 참고로 갯장어 제철은 5월 말부터 9월까지다. 9월과 10월 갯장어가 더 맛있다는 이도 더러 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장어덮밥을 즐길 차례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쓰마부시'다. '히쓰'는 나무로 만든 뚜껑이 있는 그릇을 뜻한다. 나무 그릇에 장어를 올려 먹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히쓰마부시는 다른 장어덮밥과 차이가 있다. 장어를 비교적 잘게 썬다는 점이 시각적인 차이다. 가장 큰 특징은 먹는 방법이다. 세분화해서 세 가지 방법으로 장어덮밥을 즐긴다.

가장 먼저 나무 그릇에 밥을 담아 그 위에 장어를 올려 낸다. 함께 나온 나무 주걱으로 덮밥을 네 등분한다. 그중 한 부분을 빈 그릇에 옮겨 그대로 즐긴다. 장어 본래 맛을 즐기는 방식이다.

한 차례 맛을 즐겼다면 두 번째로 장어덮밥을 덜어 빈 그릇에 옮긴다. 여기에 고추냉이, 잘게 썬 파 등을 넣고 잘 섞는다. 고추냉이 대신 절인 음식을 내는 곳도 있다고. 이렇게 먹으면 고추냉이 매운맛과 파 등의 풍미가 입안에 돌면서 맛을 더한다.

세 번째는 차나 육수를 부어 먹는 방법이다. 녹차 우린 물에 밥을 말아 먹는 '오차즈케'다. 이쯤 배가 살짝 불러오는데, 찻물에 장어덮밥을 말아 먹으면 가볍게 들어간다. 입맛 없을 때 물에 밥을 말아 먹는 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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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나 육수를 부어 먹는 ‘오차즈케’./ 최환석 기자

마지막 남은 장어덮밥은 앞서 즐긴 세 가지 방법의 하나를 선택해서 즐기면 된다. 장어덮밥을 그냥 즐겨도 좋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 즐거움을 더해보자.

주변에 장어덮밥을 내는 식당이 없다면 직접 요리하는 방법도 있다. 온전한 장어를 사서 뼈와 가시를 제거하고 다루는 일은 번거롭다. 기술도 필요하다. 등골뼈와 가시를 손질한 장어를 사서 쓰면 편리하다.

먼저 손질한 장어를 팬이나 냄비에 넣고 청주 1컵(200mL), 맛술 1컵, 물 2컵, 쓰유 2분의 1컵을 넣는다. 중간 불로 조리하다 끓어오르는 시점부터 10분 동안 익힌다. 이 과정은 흙냄새와 비린내를 없앤다.

다른 냄비에는 참치진국 3분의 1컵, 쓰유 2분의 1컵, 물엿 2분의 1컵, 진간장 2분의 1컵, 설탕 2큰술을 넣고 중간 불로 졸이면서 소스를 만든다. 대파와 생강도 약간 넣는다. 반 정도 줄면 불을 끈다.

장어를 구울 때는 가장 먼저 껍질이 바닥에 놓이도록 한다. 중간 불로 굽다가 장어 앞뒤가 노릇해지면 요리용 붓으로 만들어 놓은 소스를 발라가며 굽는다. 완전히 노릇해지면 완성이다.

이제 먹기 좋게 썬 장어를 밥에 올리고 즐기면 된다. 김 가루나 잘게 썬 파, 고추냉이가 있다면 히쓰마부시를 먹을 때처럼 즐겨도 좋다. 오차즈케 방식으로 즐기고 싶다면 시중에 파는 녹차 티백을 우린 물을 써도 나쁘지 않다.

기름진 장어는 단백질과 비타민 A가 많다. 꼭 장어덮밥으로 즐길 필요는 없다. 장어 샤부샤부도 있고, 장어구이도 있다. 물론 가격이 만만치 않은 장어지만 기력을 찾고자 한다면 훌륭한 선택지겠다.

매실

더위가 고개를 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계절이 찾아온 듯하다. 지난 2일 경남에는 올해 첫 불볕더위 주의보가 내렸다.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으면 아무래도 입맛이 없다. 식사를 거르자니 기력이 없고, 무얼 먹을까 고민해도 변변한 음식이 떠오르질 않는다.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맛 없을 때 어떤 음식이 생각나세요?"라고 글을 썼다. "얼큰한 짬뽕", "매운 고추 팍팍 넣은 칼국수", "열무김치 넣은 비빔밥" 등 각자 입맛 없을 때 찾는 음식이 등장했다.

가장 도드라지는 음식은 '면'이었다. 밀면, 냉면, 초계국수 등 시원한 국물과 어우러지는 면을 가장 많이 찾았다. 시원한 육수가 일품인 면 요리는 최근 자주 접했기에 다른 것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머리를 스친 것이 비빔국수다. 결국, 입맛을 되돌려줄 음식으로 비빔국수를 낙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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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실 청은 한 번 담으면 오래 두고 쓰인다. 독성이 있는 씨는 제거하고 1대 1 비율로 설탕과 함께 절인다./ 최환석 기자

비빔국수 생명은 뭐니 해도 양념장이다. 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다진 마늘, 그리고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를 다져 넣는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매실 원액'이다. 그냥 설탕을 쓰는 것보다 매실 원액을 쓰는 것이 더욱 풍미를 살린다. 새콤한 맛도 더해 입맛을 사로잡는 데 부족함이 없다.

매실은 이즈음 제철이다. 6월 말께 채취한 매실은 가장 영양이 많다고 알려졌다. 영양 면에서도 매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기질, 비타민 등 영양이 풍부하다. 특히 매실 속 유기산 가운데 시트르산은 피로를 푸는 데 그만이다.

매실 속 미량의 피크르산은 독성물질을 분해한다. 여름철 배탈이나 식중독 등을 매실로 다루는 까닭이다. 잦은 음주로 지친 간을 돕는 데도 매실이 제구실을 한다.

갈증이 심할 때는 매실 원액에 물을 섞어 시원하게 마시면 도움이 된다. 소화가 잘 안 될 때도 자주 찾는다. 칼슘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매실이 좋다. 이래저래 효능이 상당하다.

다시 비빔국수 이야기. 양념장에 매실 원액을 넣고 잘 섞고 나서, 잘 삶은 소면 위에 갖은 고명과 함께 붓고 비빈다. 완성한 비빔국수를 한 젓가락 들자 잃었던 입맛이 돌아온다. 역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매실청은 한번 담그면 오래 두고 쓰인다. 가장 먼저 매실을 잘 씻어 준비한다. 겉에 촘촘하게 난 털은 여러 번 물로 씻으면 제거된다. 잘 씻은 매실은 꼭지를 제거하고 물기를 없앤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씨를 제거하는 것이다. 씨에 독성이 있어서다. 몽둥이로 매실을 치면 쪼개지는데 그때 씨를 빼내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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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실 원액을 쓴 양념장으로 비빔국수를 만들면 잃었던 입맛이 돌아온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를 다져 넣어도 좋다. / 최환석 기자

이렇게 다듬은 매실과 설탕은 1 대 1 비율로 쓰인다. 매실청을 담을 통에 설탕을 깔고 매실을 얹는다. 설탕과 매실을 반복해서 켜켜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설탕은 맨 위에 고루 뿌려주자.

매실청을 담은 통은 뚜껑을 세게 닫으면 안 된다. 발효하면서 압력이 가해질 수 있어서다. 이렇게 담근 매실청은 그대로 먹어도 훌륭한 반찬이다. 절인 매실 과육을 그대로 고추장에 버무려서 먹기도 하고, 간장에 절였다가 고추장에 버무려 먹기도 한다.

원액은 오이무침 등 갖은 음식에 조미로 쓰인다. 원액과 물을 섞어 냉장 보관하면서 갈증이 날 때마다 마셔도 좋다.

매실청을 담글 때는 황매실을 쓰는 것이 좋다고 알려졌다. 황매실은 누렇게 익은 매실이다. 청매실에 비해 신맛은 덜하고 단맛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구연산도 황매실에 많다. 매실도 과일이니 익은 것을 쓰는 게 좋은 셈이다.

시중에서 살구, 개살구 등 매실과 비슷하게 생긴 것을 매실과 섞어 파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열매만으로는 구별이 어렵기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인데, 믿을 만한 판매자에게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제대로 쓰지 않으면 독성이 있어 안 쓰니 못한 것이 매실이지만, 쓰임새와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나면 이만한 과일이 없다. 입맛이 없다면 매실을 이용한 요리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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