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중등부 대상

내 친구들은 딸기를 좋아한다. 딸기를 보면 정신 못 차리고 허겁지겁 먹어댈 정도로 좋아한다. 그런 친구들이 나에게 말했다. "넌 엄마 아빠가 딸기하우스 하셔서 좋겠다."라고. 하지만 난 딸기를 싫어한다. 자주 먹는 딸기에 질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딸기가 엄마 아빠를 힘들게 하는 것 같기 때문에 딸기가 싫다.

엄마 아빠는 딸기하우스를 네 동이나 한다. 다른 집보다 적은지 많은진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많은 것 같다. 여름에는 조금 여유롭다고 할 수 있지만 겨울에 엄마 아빠는 새벽 5시부터 하우스로 가서 밤 8시쯤에 오신다. 내가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도 나보다 30분쯤 늦게 집에 들어오신다. 그런 엄마 아빠가 집에 오면 힘들다는 소리도 많이 하고 앓기도 많이 해서 딸기가 밉다.

지난 겨울방학엔 나도 하우스에 일을 도와주러 자주 갔다. 가서 딸기도 따고 하우스 안 바닥도 쓸고 딸기 잎도 떼는 등 많은 일을 도와드렸다. 꼬박 6시간씩 일을 했는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얼굴이 빨개졌다. 하루만 그렇게 일해도 기운이 쫙 빠지고 움직이기도 싫어지는데 매일 그 일을 하는 엄마 아빠는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엄마는 그렇게 일하고도 집에 와서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널고, 청소기도 미는 등 많은 집안일을 하신다. 하우스에서 그렇게 고된 일을 하고도 집에서도 계속 같은 일을 날마다 반복한다면 나 같으면 미쳐버릴 것이다. 그런데도 엄마는 용케 참아낸다. 그런 모습을 보면 엄마나 아빠나 두 분 다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이런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딸기를 좋아해 줘야 하는데 나는 싫다. 딸기를 먹는다고 알레르기가 일어나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딸기를 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싫다. 그런데도 내 마음이 좀 이상하다. 하우스에 딸기가 주렁주렁 열렸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딸기가 주렁주렁 많이 열리면 그만큼 돈도 많이 벌기 때문이고 엄마 아빠가 고생한 만큼 대가를 받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점에서는 딸기가 고마운 것도 사실이다.

엄마는 항상 딸기 걱정을 하면서 산다. 비가 많이 와도 딸기 걱정, 햇빛이 쨍쨍해도 딸기 걱정뿐이다. 딸기 포장을 할 때에도 조심조심 다루어야 한다. 보관도 잘해야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보관 기관이 짧고 껍질째 먹고 수분이 많은 과일 딸기가 예민하고 까탈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 아빠에게 까탈스럽게 대하는 딸기가 너무 밉고 싫다.

그렇지만 그렇게 까탈스럽게 자란 딸기는 소비자에게 보기 좋고 먹기도 편한 과일이다. 그냥 찬물에 씻어서 꼭지를 딴 뒤 먹으면 된다. 남은 딸기는 냉동실에 넣어놓았다가 여름에 더울 때 우유와 함께 갈아 마셔도 된다. 딸기 잼을 만들어 두었다가 따끈따끈하게 구운 케이크 위에 장식한다면 원래도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가 더 맛있어 보인다.

이런 딸기를 우리 엄마 아빠가 생산한다. 이젠 딸기 철이 끝나가지만 끝나고 나면 새로운 딸기를 품어 낼 모종을 준비한다. 하우스 일은 끝이 없다. 그래서 나는 엄마 아빠에게 예민하고 까탈스럽게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에게는 중2병이 없어야 한다. 있어도 겉으로 드러내면 안 된다. 나까지 딸기 같은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냥 밤이나 호두처럼 단단한 존재가 되어서 엄마 아빠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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