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본사 주최 6월 민주항쟁 31주년 행사
초여름 신록, 청명한 하늘, 탁 트인 풍경 가득

경남도민일보와 6월항쟁정신계승 경남사업회가 주최하는 제2회 만날재 걷기대회가 10일 오전 9시부터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만날근린공원에서 열립니다. 만날재를 출발해 쌀재를 지나 바람재까지 다녀오는 코스입니다. 주말 가족과 함께 초여름 신록을 만끽할 좋은 기회지요.

◇6월 항쟁 이야기

6월 민주항쟁 31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행사니 간단하게 6월 항쟁 이야기를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6월 항쟁은 1987년 6월 10일부터 6·29선언이 있기까지 약 스무날 동안 계속된 민주화 시위입니다. 이를 통해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오랜 군사 독재 정치가 형식적으로나마 끝나게 됩니다.

1987년은 민주화 과정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호헌철폐, 박종철, 이한열, 노동자 대투쟁 등 굵직한 역사 사건 한가운데 이 6월 항쟁이 있습니다.

초여름 신록 가득한 만날재 걷기 코스.

6월 항쟁이 시작된 6월 10일. 전국에서 동시에 박종철 고문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민주헌법쟁취 범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마산·창원에서도 서울 못지않은 대규모 시위가 벌어집니다. 3·15의거탑 앞에서 시작한 범국민대회는 경남대 학생이 합류하면서 참석자들이 경찰 봉쇄를 뚫고 마산운동장까지 진출합니다.

당시 제16회 대통령배 축구대회 한국과 이집트의 경기가 있었는데, 경찰이 쏜 최루탄이 운동장 안에까지 퍼지면서 경기가 중단됩니다. 이에 분노한 관중 3만여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도로를 완전히 점거해 버립니다. 여기에 수출자유지역 등에서 퇴근한 노동자까지 가세하면서 시위대가 경찰을 압도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요. 진주에서도 경찰서가 불타는 등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만날재 설화

걷기 대회가 열리는 만날근린공원은 무학산 아래 제법 잘 다듬어진 공원입니다. 만날재라는 고개가 있는 곳이죠. 이 고개는 마산 진동과 내서, 월영동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였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도로가 없고 사람들이 걸어서 왕래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만날재라는 이름으로 된 고개는 지역마다 하나씩은 있는 것 같습니다. 대개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행여나 소식을 아는 이가 있을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고개에 올랐다가 우연히 서로 만나 부둥켜안고 운다는 형식의 이야기들이 전합니다. 그런 일들이 대개 추석 명절 직후에 일어나기에 이 즈음에 상봉제 같은 행사들이 벌어지죠.

만날근린공원에 있는 만날재 설화도 비슷합니다. 고려말 마산포에 살던 이씨 집안 홀어머니와 큰딸, 작은딸, 막내아들 삼 남매 이야기입니다. 고개 너머 감천골(내서)로 시집간 큰딸과 어머니가 서로 보고 싶어 추석 명절이 지난 어느 날 만날고개에 올랐다가 우연히 만나 얼싸안고 정을 나눈다는 이야기입니다. 공원에는 무대가 설치돼 있는데, 무대에서 보면 오른편으로 설화를 주제로 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상봉하는 만날재 설화를 형상화한 조각. 그 뒤로 마산 앞바다가 훤하다.

◇웃으면 복이 온다

자, 본격적으로 걸어 볼까요. 그전에 고갯길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니 옷차림은 가볍게, 신발은 등산화나 운동화 종류로 준비하시고요.

행사장에서 나눠주는 생수도 꼭 챙기세요. 만날재까지만 와도 마산 앞바다가 훤히 보입니다. 그러니 출발 전 경치를 즐기며 몸을 충분히 풀어줍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 길을 쭉 따라가는 코스니 아이들이라도 걷는 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행사장에서 고개를 넘으면 바로 경사가 급한 내리막입니다. 내리막 끝에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옵니다. 하얀 길 안내 표지판을 끼고 오른쪽 오르막을 택합니다. 숲이 제법 웅장해 시원한 기운을 느끼실 겁니다. 초여름 신록이 하늘을 채우고 있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살살 걷는 게 좋습니다. 중간 중간 탁 트인 곳에서 한숨 쉬기도 하고요. 어차피 반환점까지 거의 완만한 경사가 이어집니다. 살짝 숨이 차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돌아올 때는 그만큼 편하다는 거니까요.

길가에 느닷없이 영시농원 간판이 나오면 반환점까지 한 절반 가까이 왔다고 보면 됩니다. 간판을 겸한 장승에 웃으면 복이 온다고 쓰여 있죠. 왜 반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씩 한 번 웃어줍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같은 모양 장승이 또 나옵니다. 이번에는 유목팜 농장 간판입니다. 이 장승에는 건강하게 웃고 살자고 적혔습니다. 이 장승을 지나면 곧 임마농원 입구 사거리입니다. 이곳이 쌀재고개 정상입니다. 아래 땅속으로 쌀재터널이 지나고 있습니다.

쌀재고개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과 마산합포구 현동을 이어주는 고개입니다. 쌀재는 쌀이 쌓였다는 뜻이라는데요. 조선시대 조창이 근처에 있었기도 했고요. 무학산 옛 이름이 두척산인데 '두척(斗尺)'은 조창에 쌀이 쌓인 모습을 표현한 거랍니다.

운이 좋으면 멋진 하늘을 만날 수도 있다.

◇장엄한 풍광을 보며

사유지니 함부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를 정면으로 보고 왼편 오르막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바로 공터가 나오는데요, 여기서부터 반환점까지는 거의 평지라 땀이 좀 식을 겁니다. 흙과 작은 자갈이 섞인 길이라 발도 좀 편합니다. 어느 정도 땀이 식으면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야 합니다. 아직 길이 좀 남았거든요. 가다가 오른편으로 전망이 트이면 내서읍이 보입니다. 운이 좋으면 멋진 하늘을 만날 수도 있고요. '아이고 언제 끝나노' 싶을 즈음 시멘트 길이 나오고 곧 반환점에 도착합니다. 바람재는 아니고 바람재로 가는 길목이라고 해야겠네요. 바람재라는 이름값을 하듯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하나 있습니다. 이곳이 반환점입니다.

늠름한 육각정이 우뚝한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장엄하네요. 왼쪽으로 두산중공업에서 시작해, 귀산 해안도로, 마창대교 그 너머 진해 앞바다까지 아련히 바라다보입니다. 코앞으로 보이는 큰 도로가 내서에서 현동교차로로 이어지는 2번 국도입니다. 반환점에서는 스크래치 복권을 나눠드립니다. 돌아가는 길은 대부분 내리막이니 설렁설렁 휘적휘적 걸으시면 됩니다. 행사장에서 나눠주는 두부김치와 우포의 아침 막걸리 생각을 하다 보면 군침이 도실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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