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건강하게 하는 게 체육회가 할 일"

"엘리트 체육회와 생활체육회 통합이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 와서 조직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제는 안상수 시장의 시정 방침인 생활체육 강화,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수의사 출신의 체육회 상임부회장

허영(57) 창원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은 지난 2016년 7월 취임했다. 그전에는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을 지냈다. 안상수 시장이 한나라당 대표를 할 때 대표 특보를 맡은 게 인연이 됐고, 수의사로 마산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기에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크게 무리 없는 자리였다.

하지만 체육회 상임부회장은 자칫 '낙하산'이라는 눈총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가 마산시유도회장을 6년 넘게 한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취임 초부터 '정치인 낙하산 부회장'이라는 걱정을 덜고 오로지 통합한 체육회 안정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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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 창원시체육회 상임부회장. / 김구연 기자

"정치인 부회장 온다고 말은 있었지만, 유도회장을 6년 반 했기에 그런 소음은 일찌감치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저만큼 오래 종목 회장 한 사람이 없어요. 체육인인 데다 평가원장으로 행정 경험도 있으니 시빗거리가 없었던 거죠."

2016년 4월 생활체육회와 엘리트체육회 통합이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창원시도 양대 체육회 통합작업을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마무리 된 것은 2017년 1월이었으니 취임 후 반년 동안은 통합체육회 조직을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체육회 통합,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

특히 체육회 통합은 양대 체육회뿐만 아니라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나뉘어 있는 40개가 넘는 개별 종목도 통합해야 해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랐다.

허 부회장은 "두 체육회가 통합되면서 아무래도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1년 반쯤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몇 개 단체 외에는 다 완결이 됐다"고 말했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갑을 내려놓기"라고 답했다.

"체육회 와서 맨 처음 한 것이 '먼저 본 사람이 인사하기'를 정착시킨 겁니다. 엘리트 체육 관계자는 물론이고 생활체육 동호인까지 체육회에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은 체육회를 관공서라 생각해서 그런지 서먹해 하고 쭈뼛쭈뼛하기에 십상이거든요. 그래서 직원 누구라도 그런 사람을 보면 먼저 인사하게 했습니다.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한 일주일 정도를 제가 입구에 서 있었어요.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어서 오세요' 인사하고 '누구를 찾아오셨나요' 물어서는 그 직원에게 안내까지 해줬죠. 이제는 우리 직원들도 그건 잘해요."

갑을 관계를 바꾸자는 그의 말은 종목 통합에서도 작동했다. 허 부회장이 스스로 모든 종목 회장 부회장을 찾아가 만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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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 창원시체육회 상임부회장. / 김구연 기자

"일단은 제가 다 만났습니다. 직접 만나서 체육회가 을이 되니 다 양보해주더군요. 저도 제 돈 써가며 유도회장을 해봤으니 그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나가고, 한편으로는 누구나 제 방에 들어와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분위기도 만들었죠. 그런 격의 없는 분위기가 되니 종목 회장들도 마음을 열고 양보할 건 하더군요. 물론 체육회나 제가 양보할 게 있으면 양보했고요."

종목 회장을 하면서 실무를 맡은 종목 사무국장들의 노고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의 처우 개선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회장이야 돈 낸다고 하지만 마이크 잡고 얼굴이라도 낼 수 있지만 사무국장은 무슨 죄냐"며 "제가 하다 보니 참 미안하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준비한 게 예산을 확보해 산하단체 사무국장들에게 활동비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사무국장들 어려움을 시장님께 보고하고 처우 개선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직은 전화 요금 낼 정도밖에 안 되지만 점차 처우를 개선해나갈 생각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갑의 지위를 내려놓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부정선수 등 문제가 발생할 때는 엄중히 책임을 묻는 등 일벌백계로 다스리기도 했다. 지원은 최대한 하되 공정하게 하고 잘못이 있으면 책임은 무겁게 묻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체육계도 맑아지는 효과까지 거뒀다.

이와 함께 시민 삶에 깊숙이 들어가 생활체육을 전파하는 생활체육 지도자 확충과 처우 개선에도 힘썼다. 지난해에 4명을 더 채용해 30명으로 정원도 늘렸다.

"와서 보니 생활체육 지도자들 역할이 무척 중요한데 1년 기간제여서 월급을 올려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옷 하나라도 지도자들을 먼저 챙겨주고 했습니다."

'고위직이 편해지면 하위직은 죽어난다'는 그의 생각을 차곡차곡 체육회 행정에 접목했다. 스스로가 주말이면 조기축구회를 찾아다니고 생활체육 동호회 활동 탐방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 그치지 않고 국장·부장들에게도 그렇게 할 것을 주문했던 것.

"가서 격려도 하고 애로도 들어주고 하니 동호인들이 좋아할 수밖에요.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효과는 더 컸습니다."

그가 취임할 당시 체육회에 등록된 동호인은 4만여 명이었지만 현재는 10만여 명에 이른다. 2.5배로 늘어난 것.

"체육회가 할 일은 시민들 건강하도록 하는 것"

허 부회장이 취임 후 생활체육에만 힘을 쏟은 것은 아니다. 창원시청 소속으로 9개 종목 10개 실업팀이 있다. 지난해 창원시 소속 실업팀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모두 111명이 있는 실업팀은 지난해 81개 대회에서 메달 190개를 따냈다. 특히 양궁이 제30회 인터내셔널 토너먼트대회에서 금2, 은2를 따낸 것을 비롯해 국제대회에서도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씩을 따내는 맹위를 떨쳤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경남은 종합 5위를 차지하며 17년 연속 상위권 성적을 달성했다. 여기에 창원시청 팀들의 활약도 큰 힘이 됐다. 검도가 우승을 차지했으며 남자일반부 축구도 금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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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구하는 허영 창원시체육회 상임부회장. / 허영 상임부회장 제공

특히 축구 금메달은 창원시청팀이 창단한 이래 첫 체전 금메달일 뿐만 아니라, 경남체육회가 출범하고 초창기 해군 축구가 금메달을 따낸 이래 도내 실업팀으로서는 최초로 따낸 금메달이다.

"지금은 베트남의 국민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이 애를 많이 썼어요. 결국 박 감독을 믿고 밀어줘서 첫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습니다. 또 계약 기간 두 달 정도를 남겨둔 상황인데도 박 감독의 앞날을 위해 베트남 국가대표 감독으로 갈 수 있게 놓아준 게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낸 겁니다. 박 감독 인기와 함께 베트남에 창원시를 홍보하는 효과가 얼마겠습니까? 베트남에서 축구 좀 아는 사람은 다들 창원시청 감독하다가 왔다는 얘기를 할 겁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국가대표와 U-23 대표팀 감독을 겸직하며 2018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 준우승을 끌어내며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 감독은 창원시청 감독할 때의 인연을 잊지 않고, 창원시청 축구팀 전원을 베트남에 초청했다. 체재비 전액을 베트남축구협회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초청장이 와있지만 내셔널리그 개막이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아 당장 가기는 어려워 베트남 방문은 시즌 종료 후로 미뤄두고 있다.

허 부회장은 올해 선수 구성에서도 파격을 택했다.

"초중고대학에서 선수 생활 하고 나오면 할 일이 없어요. 다행히 우리 시가 보유한 종목이라면 그들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지요."

그래서 지역 인재 발굴을 올해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전국 순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체육 인재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대규모 물갈이를 한 축구는 6명을 지역 인재로 뽑았다. 여타 종목도 기존에 있는 선수를 제외하곤 선수 영입할 때 지역 인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달라고 각 팀 감독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지역 체육도 연계 육성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학교체육 마치고 생활체육으로 가기 전 선수로 더 활동할 기회를 주고, 그 선수들이 은퇴하면 생활체육 지도자가 돼 시민들 체육 활동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큰 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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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허 부회장의 시선 끝 지점에는 생활체육이 자리하고 있다.

"체육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시민이 건강하게 살게 하는 겁니다. 물론 그 '건강'에는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포함됩니다.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고 체력이 강해지면 정신도 건강해진다고 믿습니다. 허약하고 병든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는 어렵지요."

지역 선수 우선 선발은 체육 선수들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결국 시민이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게 하고 건강한 창원시로 가는 디딤돌이라고도 말했다.

이제 임기를 반년 남짓 남겨둔 허 부회장은 남은 과제를 올해 치러질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창원방문의 해가 성공할 수 있게 체육인들이 앞장서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상수 시장이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 예산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시장배나 협회장배 등 각종 대회에 대한 지원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해줄 수 있게 됐지요. 방과후 체육 교실이나 성인을 위한 야외 체육 교실도 지도자를 파견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생활체육 지원은 이제 궤도에 올랐으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제 창원방문의 해 지원에 체육인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는 데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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