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이모티콘 하나 백 마디 말 안 부럽다
모바일메신저 생활화 속
간편한 소통 수단 '인기'
구매 넘어 직접 제작도
"멀티미디어 기능 가미로
종류·이용자 더 늘 것"

그야말로 이모티콘의 시대입니다. 이모티콘(emoticon)은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을 합친 말입니다. 물론, 스마트폰이 생기기 이전에도 문자 메시지를 쓰면서 특수문자로 간단한 웃음 표시 :-) 같은 걸 쓰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종류와 쓰임이 그 차원을 달리합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언어라고까지 표현합니다. 모바일 메신저로 이모티콘 쓰는 일이 아주 일상적인 20대 실습생들이 이모티콘의 현주소를 알아봤습니다.

대학생 임상미(22)씨는 친구와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에서 이모티콘을 빼놓지 않는다.

"긴말을 하지 않고도 하고 싶은 말이나 제 감정을 쉽게 전달할 수 있어 편해요."

대학생 이연주(22) 씨는 메신저에서 오로지 이모티콘만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다양한 이모티콘 중에서 내 말투와 비슷한 것을 발견하면 감정이입이 잘되어서 자주 이용해요. 친밀한 관계에서는 이모티콘으로만 대화하기도 하는데 대화가 이어진다는 점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다양해진 이모티콘

지난해 11월 카카오가 이모티콘 스토어 6주년 기념으로 발표한 자료를 보면 6년 동안 만든 카카오톡 이모티콘 상품은 5500개 이상이다. 이를 1700만 명이 구매했다. 매달 발신되는 이모티콘 메시지는 20억 건, 달마다 2700만 명이 카카오톡에서 텍스트를 대신해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우리나라보다는 일본 등 외국 이용자가 훨씬 많은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현재 무려 26만여 종의 스티커(라인에서 이모티콘을 이르는 용어)를 판매하고 있다. 2억이 넘는 라인 사용자들은 매일 3억 8900만 개의 스티커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종류가 많은 만큼 메신저 업체들은 이를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다.

라인과 카카오는 이용자가 직접 이모티콘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하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남녀노소, 국적, 직업을 불문하고 누구나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다. 이모티콘 시안을 제작하여 상품 유형에 맞게 제안하면 약 2주 내외로 심사가 이루어진다. 심사 통과된 작품은 실제 상품으로 제작된다. 제작된 상품은 스토어에서 판매된다.

카카오톡은 스토어에서 이모티콘을 찾아 구매할 수 있다. 초코라는 화폐개념을 쓰는데 한 개에 200초코(2200원)에서 300초코(3300원) 정도다. 이벤트에 참여하면 주는 초코를 모아 이모티콘을 구매하기도 한다.

라인은 스티커숍에서 코인을 충전해 구매한다. 스티커는 50코인(1100원)에서 250코인(5500원)까지 있다.

◇이모티콘 역사가 36년이나 된다고?

이모티콘의 시초는 3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카네기멜론대학교의 스콧 팔먼(Scott Fahlman) 교수가 온라인 전자 게시판에 웃는 표정을 표현한 ':-)'과 슬픈 표정을 표현한 ':-('을 사용한 것이 이모티콘의 기원으로 알려졌다.

컴퓨터 자판의 문자·기호·숫자 등을 적절히 조합해 사이버 공간에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G 휴대전화기 시절부터 '^^'나 'ㅠㅠ', 'ㅋㅋㅋ'와 같은 특유의 이모티콘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OTL(손바닥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좌절하는 사람의 모습)', '(o(^-^)o)'처럼 특수문자를 이용한 이모티콘이 무궁무진한 형태로 진화했다.

이후 모바일 메신저 사용이 증가하면서 노란 얼굴에 웃거나 울거나 화나 있는 표정을 나타낸 '스마일리' 이모티콘이 대중적으로 활용되더니 최근에는 캐릭터, 연예인, 유명인 등을 이모티콘으로 만든 스티콘, 애니콘, 소리 나는 이모티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운드콘이라 불리는 소리 나는 이모티콘은 30~40대에게 인기가 많다. 사운드콘을 사용한다는 도원주(22) 씨는 "처음에는 그냥 귀여운 게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소리가 함께 나니 감정표현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며 "한번은 아는 동생과 대화하다가 별생각 없이 사운드콘을 보냈는데, 알고 보니 동생이 수업 중에 몰래 폰을 확인해 소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웃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대학생 노희은(21) 씨는 주로 좋아하는 아이돌 이모티콘을 이용한다. 그는 "1년에 한 번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다양한 표정연기로 이루어진 이모티콘이 나온다"며 "이모티콘을 사용해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와 더욱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른바 '병맛' 이모티콘이 유행하고 있다. 예쁘거나 귀여운 그림이 아니라 대충 그리거나 불친절한 메시지가 담긴 것을 말한다.

병맛 이모티콘을 즐겨 쓰는 대학생 정은정(22) 씨는 "단순히 귀여운 이모티콘보다는 남들과 다르면서 웃긴 이모티콘을 찾다 보니 자주 쓰게 되었다"며 "몇몇 사람은 왜 이런 걸 쓰느냐고 당황해 하지만, 대부분 재미있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이모티콘 전성시대다. 라인·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가 일상에 자리 잡으면서 이모티콘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한 메신저 사용자가 이모티콘으로 대화하는 모습.

◇전성기 계속될까

사람들이 문자나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을 많이 쓰는 이유는 글자가 하지 못하는 상황, 감정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상대 심리학과 부수현 교수는 "이모티콘은 적절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수단이자 가볍고 귀여운 느낌으로 조금 더 익살스럽고 젊은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키덜트의 요소도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소통할 때 대화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대화 상대자의 분위기나 태도에 민감한 편인 고맥락 사회에 속하기에 이모티콘 사용에 더 적극적인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모티콘을 직접 제작하기도 하는 대학생 남유진(20) 씨도 "이모티콘의 발전은 문자로만 소통하는 작은 대화창에서 인간의 감정을 좀 더 잘 드러내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박찬익 청운대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지난해 발간된 디지털산업정보학회 논문지에 실린 논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이모티콘이 가지는 효용성 분석'에서 이모티콘이 앞으로 더욱 많이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박 교수는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이모티콘은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자신만의 아이콘, 자신만의 독특함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멀티미디어 기능이 가미된 이모티콘들은 보다 더 활성화될 것이며 그 종류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나친 이모티콘 사용이 대화를 가볍게 한다는 걱정이다.

대학생 문효종(21) 씨는 "간단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덕분에 이모티콘 사용이 늘어난 것 같다"며 "하지만, 과도하게 지속적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한다면 막상 감정을 글로 표현해야 하는 순간에 막막함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정리 이서후 기자·실습생 안지산(경상대 4), 김혜주(경상대 2), 강소미(경상대2) who@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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