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소년
마트에 함께 간 딸이 야구 글러브를 한참 보더군.
그런 게 흥미를 끌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
이리저리 돌려 보길래 점점 의아해졌어.
"왜? 글러브 가지고 싶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왜 유소년 글러브야? 유소녀는 야구 안 해?"
듣고 보니 그렇더라고. 유소녀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졌어.
딸은 '유소년 체육관' 얘기를 들었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네.
그런 문제의식이 참 대견했어.
게다가 유소년·유소녀 쓰지 말고 '어린이'로 바꾸면 좋겠다는 대안도 훌륭했지.
막상 어른도 대안 없이 지르고 보는 일이 많아서 말이야.
2) 고정관념
감기 기운이 있던 딸이 검은색 단색 마스크를 끼었더라고.
약국에서 기어이 그 마스크를 골랐다네.
무슨 유행인가 했지. 아니나 다를까.
학교에서 한 친구가 '연예인 병'이냐며 비꼬았다더군.
그런데 딸 대응이 제법 매서웠어.
"그거 고정관념 아니야?"
먼저 공격한(?) 친구가 가만있을 리 없잖아.
그랬다면 애초부터 시작조차 않았겠지.
"요즘 연예인들 다 그거 끼고 다니던데."
이미 물러설 단계를 넘어선 상황에서 딸은 어떤 반격을 했을까.
"그게 네 고정관념이라고."
딸 친구 처지에서 참 밉상이었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더군.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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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