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 존재 이유는 환원"

김진석(66) 내서농협 조합장은 누가 봐도 괄괄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섬세함을 품고 있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쓴다. 스스로 "성격이 좀 거친 편인데 글만 쓰면 차분해진다"고 말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책상에 앉아 한두 시간 글을 끄적이며,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을 기약한다.

7년간 급격한 도시화 흐름 발맞춰

내서농협(창원시 마산회원구)은 지난 1972년 만들어져 45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조합원 1370여 명, 임직원 170여 명 규모다.

김진석 조합장은 지난 2010년 2월 제12대 내서농협 조합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2015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다시 도전, 재선에 성공했다. 

김 조합장이 맡은 이후 내서농협은 △상호금융대상 5회 수상 △탑-클린뱅크 6회 달성 △2011년 하나로마트 400억 원 매출탑 달성 △2012년 농협생명 최우수상 △2014·2015년 NH농협생명 베스트 CEO 수상 △2017년 3월 상호금융예수금 5000억 원 달성 등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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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석 창원 내서농협 조합장. / 김구연 기자

Q. 내서농협 조합장을 맡고 나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조합원 환원사업과 복지증진에 힘을 쏟았습니다. 매해 조합원 건강검진을 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가족 포함해 30만 원 내에서 영수증만 가져오면 통장으로 환원해 줍니다. 다른 농협 조합원들이 매우 부러워하는 제도입니다. 전체적으로 매년 4억 원가량 지원하고 있습니다. 생일 축하금도 다른 곳에 비해 3~4배가량 많은 20만 원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조합원 자녀 대학 학자금을 지원하고, 최대 5000만 원까지 보장하는 농업인 안전보장보험에 가입해 있고요. 이 밖에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누적 인원으로 주부대학에 3000여 명, 장수대학에 1000명가량 참여했습니다."

Q. 이러한 사업은 결국 안정적인 재정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것 아닌가요.

"일단 수익이 나니까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수익을 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은 조합장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Q. 내서농협 수익 구조는 어떤 형태로 돼 있습니까?

"내서농협은 급격한 도시화로 농촌 단지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은 농업 소득 창출보다는 금융 부분이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신용사업 분야 예금·예치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어요. 올해 상반기 예수금은 5324억 원, 대출금은 4207억 원입니다. 순이익 부문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1% 초과했고요. 시내 금융기관 못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다음으로 하나로마트 경영입니다. 사실 인근 롯데마트·홈플러스 때문에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다른 지역 하나로마트와 비교해 중간 수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우리 조합원이 생산한 지역 농산물을 선별해 직판합니다. 지역 특산물은 지속적인 품평회 등으로 홍보하고 있어요. 또한 차량 6대로 김해진영·함안·고성까지 배달하고 있고요. 이러한 노력이 고객들에게 조금씩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우리 하나로마트 총매출액은 448억 7700만 원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고객이 4000여 명이기에 고객 1인당 3만 2900원을 구매하는 셈이죠. 올해는 이보다 약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지역농협 예수금 5000억 원대는 어느 정도 규모에 해당하는 것인가요?

"예수금 5000억 원에 대출도 4000억 원이 넘습니다. 지역농협은 도시형·농촌형으로 나뉘는데, 내서농협은 읍 지역이지만 도시형에 속해 있습니다. 창원 내에서 동창원·남창원·마산농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요. 기존 시중은행 고객을 많이 유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농협은 기업대출을 하지 못합니다. 결국 조금씩 금융거래하는 이들을 많이 데려올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Q. 앞서 언급했듯 내서는 행정구역상 읍이지만 도시지역입니다. 이제 농작물 소득은 기대하기 어렵습니까?

"우리 지역은 도농 통합지역이기에 경작 규모가 계속 줄었습니다. 신용사업 부문에 집중하고 있지만, 농민과 더불어 가야 하는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아요. 내서지역은 국화·토마토·단감 등 다양한 특화작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지대 기후 특성상 사과 작목반을 대표 조직으로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대를 이어 승계하는 젊은 조합원이 많은 편입니다. 이들과의 소통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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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석 창원 내서농협 조합장. / 김구연 기자

비농협인 출신의 조합장 도전

김진석 조합장은 창원 내서읍 옥정마을에서 태어났다. 중리초-창신중-마산상고를 졸업했고, 내년 2월 마산대학교 유통경영과 졸업 예정이다. 그는 조합장 이전에 여러 회사 회계·경리 업무를 경험했고, 식품유통업체를 직접 경영했다.

Q. 지금 모습이 과거 꿈꿨던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나요?

"어린 시절 포부는 이건희 삼성 회장 같은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스무 살 이후 마을금고·은행 쪽을 거치면서 기업 금융 전담 쪽으로 뜻을 두기도 했는데, 제조회사 회계·경리·총무 파트 일을 했습니다. 이후 벽돌 생산 업체에서 사실상 대표이사 못지않은 역할을 했어요. 그러다 학교급식·군납 등을 하는 식품유통회사를 6~7년간 운영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지금의 금융·마트 분야 이해에 밑천으로 작용했습니다."

Q. 내서농협 조합장 도전은 어떠한 이유 때문이었나요?

"어릴 적 부모님은 순수 농사꾼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정미소도 운영하셨어요. 외동아들인 나는 자연스레 농사짓는 법을 보고 배웠습니다.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내 고향 농민들이 더 잘 살고, 또 자신들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농협에 뛰어들었습니다."

Q. 농협 출신이 아니기에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2010년 재선 조합장을 상대로 쉽지 않은 도전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농협 출신이 계속 조합장을 하면서 발전도 더뎠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다행히 '외부 기업인에게 맡겨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Q. 막상 조합을 이끌어 보니 어떻든가요?

"지역농협은 독립채산제로서 조합장·직원들이 열심히 세일즈하며 뛰어다니면 무한정 클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식품유통회사 운영 경험이 있으니 인맥은 넓었습니다. 찾아다니며 지역 농산물 이용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지역민들에게 예금도 많이 해달라고 읍소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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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과 농촌 일손돕기한 모습. /내서농협

자신에게 90점 "그래도 부족하다"

내서농협은 올해 중점 추진 사업으로 △산지 및 소비지 유통혁신을 통한 경제사업 활성화 △고품질·안전 농축산물 생산지원 시스템 확립 △제 자원 합리적 배분으로 사업체계 구축 △상호금융 선진화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 제공 △수익 창출형 지도사업 개발로 농외소득 증대 도모 등을 설정해 놓았다.

김진석 조합장은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동분서주한다.

Q. 내서농협을 7년 가까이 이끌고 있습니다. 계획했던 사업을 결과로 나타내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기 충분한 시간인 것 같은데요. 자신에게 몇 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애초 생각했던 것에서 90%는 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조합원·지역사회 환원은 내가 가장 의지를 두고 추진했던 부분이에요. 지역농협 존재 이유가 여기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Q. 그럼에도 미진했거나 아쉽게 다가오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내서농협은 지금 한창 커가는 단계입니다. 조합장이 방석 위에 앉아 여유 누릴 시간이 없을 정도예요. 이 때문에 조합원 대소사를 더 적극적으로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분 한분, 그리고 지역 구석구석 좀 더 찾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Q. 내서농협 조합장으로 또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조합원과 지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건강활성화센터 같은 것을 추진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각종 보험에 더 많은 조합원이 가입해 혜택받도록 하겠습니다. 조합원 사망 위로금도 현재 30만 원에서 대폭 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미처 따라가지 못한 직원들 복지 향상에도 노력할 생각입니다. 급변하는 금융전산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 제1 금융권에 도달할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Q. 정계 진출 뜻도 있나요? 아니면 2019년 조합장 동시선거에 다시 출마하나요?

"누군가는 정계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그쪽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정계 쪽 행사는 두문불출합니다. 지금은 오로지 농협, 직원과 조합원, 출자금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조합장 3선 도전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지금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계속 신경 쓰고 있습니다. 훗날 농협을 떠나더라도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뒤에서 묵묵히 밀어주는 역할도 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용히 농사일하면서 회고록을 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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