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산] (16) 거창…'산림경영인' 류형열 씨
1973년부터 거창서 조림사업
덕유산 일대 약 80만 평 소유
그동안 심은 나무만 60만 그루

거창군 북상면 월성계곡이 흐르는 덕유산 자락에서 만난 류형열(79·사진) 어르신은 40년 이상 조림사업을 하고 있다. 조림사업은 산에 이용도가 높은 나무를 심어 경제 가치를 높이는 일을 말한다. 어르신이 거창에서 본격적으로 조림을 시작한 게 지난 1973년이다. 박정희 정부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황폐해진 국토를 살리겠다며 산림녹화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할 때였다.

30대부터 임업에 뜻을 둔 어르신은 60년대 말부터 조금씩 산을 사서 나무를 심기 시작한다. 이른바 우리나라 임업 1세대다. 당시 어르신은 마산에 있는 신생기업 한일합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직장인 월급으로 어림없는 일. 다행히 아내가 운영하던 전자대리점 수입이 괜찮아 산을 계속 살 수 있었다.

경기 여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어르신은 어릴 적부터 산을 좋아했다. 중·고교 시절 이미 서울 근교 산은 다 섭렵했다. 한일합섬에 다니면서 처가가 있는 거창 산을 자주 찾았다. 거창이야말로 조림사업을 하기 좋은 곳이었다. 특히 덕유산 자락은 지리산보다 산세가 순해 나무심기 좋았다. 어르신이 덕유산 일대에 소유한 산은 약 260㏊, 거의 80만 평에 이른다. 그동안 심은 나무가 모두 60만 그루. 조림률이 80%로 골짜기와 바위가 있는 곳 빼고는 다 나무를 심었다고 보면 된다. 가장 많이 심은 나무는 잣나무다. 잣나무는 최소 25년은 돼야 잣 수확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40년을 산에 투자해 이제부터 조금씩 돈이 벌리기 시작하는 셈이다. 어르신은 1993년부터 아예 덕유산 자락에 들어와 살면서 북상임산(北上林産)이란 임산물 가공·판매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어르신의 조림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조림사업으로 괜찮은 수익을 얻으려면 적어도 80년은 돼야 해요. 저처럼 직접 산을 가꾼 1세대 임업인은 이제 많이 돌아가시고 안 계세요. 부모에게 물려받아 조림 경험이 없는 2세대는 대부분 산을 팔아버립니다. 수익이 없는 데다가 관리가 부담스럽거든요. 저도 언젠가 힘이 부치면 자손에게 물려주겠죠. 그때쯤이면 수익도 제법 많이 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렇게 건강합니다. 이게 다 산이 주는 덕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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