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삭, 씹는 즐거움에 반하다

맥줏집 접고 반송시장에서 돈가스 가게 연 부부

'바삭바삭' 한 입 베어 문다. '파삭파삭' 먹는 소리가 즐겁다. 씹는 맛이 살아있는 돈가스를 창원 '돈까스싸롱'에서 만났다.

신수용(42)·하경원(38) 부부가 지난해 12월 문을 연 돈까스싸롱은 창원 반송시장에 있는 조그마한 가게다. 길쭉하게 생긴 33㎡(10평) 남짓한 규모에 2인용 식탁 세 개가 주방과 마주 보고 가게 안쪽에 4인용 식탁 하나가 있다. 또 창밖을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식탁이 있다.

가게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는 부부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피규어를 곳곳에 놓았다. 벽면은 영어 레터링으로 장식하고 페인트 붓으로 무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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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심돈까스 도시락. / 이미지 기자

"창원 상남동에서 맥줏집을 했었어요. 건강상 이유로 가게 문을 몇 달간 닫았다 돈가스집으로 전향했습니다. 자주 드나들어 익숙한 반송시장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어요. 원래 이곳은 미용실이었어요. 구조는 크게 손대지 않고 가게 분위기만 음식점으로 바꿨지요. 우리가 일일이 했습니다."

부부는 지난해 반송시장 상권을 분석했다. 돈가스 전문점이 없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또 유동인구가 많은 전통시장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이는 잘 맞았다. 점심때가 훌쩍 지난 오후에도 도시락과 돈가스 고기만을 포장해가는 손님이 줄을 잇는다.

매일 국내산 돼지 등심으로 만드는 수제 돈가스

돈까스싸롱 대표 메뉴는 '등심돈까스 정식'이다. 소스에 찍어 먹는 일본식 돈가스다.

신 주인장은 수제 돈가스를 내세운다. 그래서 매일 고기 작업을 한다. 국내산 통 등심을 구매해 심줄과 껍질을 제거하고 100g 정도씩 일일이 잘라낸다. 고기는 하루 동안 냉장 숙성을 하는데 소금과 후추, 포도주 등을 넣고 재운다. 저녁에 손질한 고기는 다음 날 손님에게 내놓는다. 매일 100장씩 준비한다. 냉동은 쓰지 않는다.

오전에는 전날 손질한 고기에 빵가루를 입히는 작업을 벌인다. 보통 돈가스 튀김옷은 밀계빵(일명 밀가루, 계란, 빵가루)이 정석이다. 하지만 신 주인장이 혼자 100장을 작업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따로 반죽 물을 만들어 고기를 담근다. 여기에다 습식 빵가루를 묻혀 튀긴다. 습식 빵가루는 기름에 닿는 순간 튀김옷부터 수분이 빠져나간다. 겉은 바삭해지고 고기는 촉촉해진다.

돈까스싸롱 돈가스는 씹는 맛이 아주 좋다.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라도 꼭 베어먹고 싶다. 또 고기는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어 아무런 소스 없이 먹어도 감칠맛이 돈다.

신 주인장은 바삭함을 유지하는 포인트는 바로 온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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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까스싸롱 가게에 붙여진 안내문. / 이미지 기자

"부드러우면서 바삭거린다는 손님이 많아요. 온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깨끗한 콩기름을 쓰고요. 168도에 튀겨냅니다. 등심은 3분 정도, 치즈돈가스는 4분 30초 정도 걸리죠."

돈가스를 찍어 먹는 소스는 하경원 씨가 도맡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큰 들통에 끓여낸다. 우스타소스에 토마토퓨레, 데미그라스를 섞어 만든다. 많이 달거나 시지 않아 고기 고유의 맛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옛날돈까스 정식' 소스는 여기에다 양파와 버섯을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고기 위에 붓는 거라 농도를 조절한다.

"일본식 돈가스에다 추억의 경양식을 접목했어요. 일부러 옛날돈까스를 메뉴에 넣었죠. 커다랗게 튀겨낸 고기에 소스를 부어 손님에게 냅니다. 손님은 칼로 직접 썰어 먹어야 하죠."

'치즈돈까스 정식'도 인기 메뉴다. 등심을 얇게 두드린 다음 모짜렐라치즈를 넣고 말아 튀겨내는데 짭짤하고 고소한 치즈 덕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최근 아주 얇은 고기를 몇 겹씩 겹쳐 튀겨내는 돈가스가 유행이다. 바로 씹는 맛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돈까스싸롱은 기본 돈가스가 제대로 바삭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적절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고기는 다른 기술을 전혀 부리지 않아도 씹는 맛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다 아이스크림 주걱으로 소복이 올린 흰 쌀밥과 양배추 샐러드, 깍두기도 안주인 손맛 덕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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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까스싸롱은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다. 2500원에 등심돈가스 1장을 튀겨 포장해갈 수 있다. / 이미지 기자

돈가스 1장 2500원, 도시락은 500원 할인까지.

돈까스싸롱은 착한 가격 덕에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등심돈까스' 1장을 튀겨 포장하는데 2500원이다. 치즈와 새우, 생선은 3500원씩이다. 현금으로 계산하면 소스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도시락도 가게에서 먹는 것보다 500원 저렴하다. 그래서 주부들이 저녁 반찬거리로 돈가스를 많이 튀겨간다고.

인제야 자신감이 조금 생기고 자리를 잡아간다는 부부는 쉬는 날 없이 매일 손님을 맞는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2시간 열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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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반송시장에 있는 돈까스싸롱 외부 모습. / 이미지 기자

"저녁마다 가게에서 다음 날 판매할 고기 작업을 했어요. 어두워진 시장에 불이 하나 켜져 있으니 사람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요. 그래서 가볍게 맥주를 팔기 시작했죠. 안주도 직접 만들어요. 치즈스틱이 인기죠."

부부는 곧 '까르보나라 돈까스 정식'을 선보일 계획이다. 언제나 메뉴개발을 신경 쓰고 있다.

고기를 튀기는 남편,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는 아내. 이들은 오늘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손님을 맞이하고 보낸다. 매일같이 다음날 맛있게 튀겨 낼 고기를 쌓는 부부. 이들의 부지런한 삶도 켜켜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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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즈돈까스 정식 사진. / 이미지 기자

<메뉴 및 위치>

메뉴 △등심돈까스 정식 5500원 △치즈돈까스 정식 6500원 △등심 돈까스(포장) 2500원 △옛날돈까스 도시락 5500원.

위치: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 22(트리비아상가 1층 104호)

전화: 055-275-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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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은 고기를 튀기고 아내는 뒷정리를 담당한다. /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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