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고등부 대상

"엄마, 학교 다녀올게요! 사랑해요!" "그래, 잘 다녀오렴! 엄마도 사랑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어엿한 대학생이다. 오늘도 나는 엄마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선다. 다른 가족들에 비해 우리 가족은 특별히 사이가 더 좋다. 하지만, 언제나 이랬던 것만은 아니다. 한때는 나도 엄마께 대들었던 적도 많고, 서로 싸웠던 적도 많다. 아마 그때부터 우리 가족의 모습이 바뀌었던 것 같다.

때는 3년 전, 봄이었다.

"내일 드디어 수학여행이다! 아, 너무 떨려. 우리 가서 완전 재미있게 놀자."

"당연하지! 진짜 재미있겠다. 야, 선생님 오셨다."

"자, 모두 조용! 내일 수학여행 간다고 다들 들뜬 것 같은데 가서 스트레스 싹 다 풀고 오자! 내일 모두 늦지 말고 오도록! 반장, 인사하자!"

"차렷, 경례!"

"'감사합니다!"

"얘들아, 그럼 내일 보자!"

"그래, 안녕!"

'오늘 집에 가서 엄마한테 옷 사달라고 해야지.'

"학교 다녀왔습니다."

"그래, 왔니?"

"엄마, 나 내일 수학여행 가는데 옷 사주면 안 돼?"

"집에 옷 많은데 뭐 하러 또 사. 그냥 집에 있는 걸로 입고 가."

"내 친구들은 전부 다 여행 간다고 새 옷 샀는데 나는 왜 안 사줘? 나도 예쁜 옷 입고 가고 싶단 말이야!"

'쾅!'

방문을 세게 닫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옷을 사주지 않는 엄마가 미웠다. 내일 가지고 갈 짐을 챙기다 보니 내가 엄마한테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엄마한테 사과하기에는 너무 쑥스러워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 날이 되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 된 것이다.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오렴."

결국 엄마한테 사과를 하지 못하고 집을 나와버렸다. 아무래도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엄마한테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도착하고 들뜬 친구들 사이에 껴 같이 수다를 떨었다.

"자, 조용! 수학여행 간다고 완전 들떴네. 다들 다치지 말고 즐겁게 놀고 오자!'

"네!"

그렇게 우리는 학교를 나섰다. 버스를 타고 먼 길을 달려 제주도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다. 주변을 둘러보니,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짜는 아이들도 보였고, 잠을 자는 아이들도 보였다. 나는 너무 심심해서 친구에게 게임을 하자고 했다.

"야, 우리 가위 바위 보해서 딱밤 맞기 할래?"

"그래, 하자."

"가위, 바위, 보!"

"아싸! 내가 이겼다!"

"에이, 내가 졌네. 살살 때려주라."

'딱!'

"아악! 아, 완전 아파! 빨개졌다. 너 두고 보자!"

"두고 보자는 사람 치고 무서운 사람 없던데. 메롱!"

"아, 약 올라! 한 판 더 해!"

"그래, 좋아."

"가위, 바…"

'쾅!'

친구와 게임을 하던 중에 갑자기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불안했지만 일단은 우리 모두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얌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내 몸이 옆으로 약간 기운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내 착각인 줄로만 알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이 아니었다. 우연하게도 주변 아이들의 대화를 들어버렸다.

"야, 몸이 기울어지는 것 같지 않냐? 나만 그런가?"

"어, 나도 그런 것 같은데?"

한 시간쯤 뒤, 배 안의 사람들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 착각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진실로 드러났다. 배가 기울어진 것이었다. 벌써 너무 많이 기울어져 중심을 잡기조차 어려웠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에게만은 절대로 일어날 것 같지 않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으니 말이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 괜찮을 거라며 친구와 장난도 쳤다. 그때, 갑자기 한 남학생이 휴대전화를 하다가 외쳤다.

"야, 우리가 탄 배, 뉴스에 나왔어!"

우리 배가 뉴스에 나오다니. 신기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웠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인 걸까?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배 안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저기 멀리 우는 어린아이도 보였고, 부모님과 통화나 문자를 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도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를 타기 전까지의 내 삶이 정말로 행복했던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느님께 소원도 빌어보았다. 제발 저 좀 살게 해 달라고. 그때 갑자기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아. 아. 알립니다. 지금 배 안에 계신 분들은 모두 진정하시고 밖에 나오지 마시고 안에 가만히 계시기 바랍니다."

불현듯 어제저녁에 엄마한테 말을 심하게 하고 사과를 하지 않은 게 생각났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뚜르르… 딸칵!'

"여보세요?"

"엄마… 나야. 뉴스 봤어?"

"어..."

"엄마.… 우리 배, 침몰하고 있대."

"어…"

"엄마… 나 무서워. 나 안 죽겠지?"

"죽긴 누가 죽어! 누구 딸인데?"

"엄마… 흑… 어제 내가 엄마한테 말 심하게 해서 미안해. 집에 옷 많은 것도 맞고, 엄마 말도 다 맞는데 주변 친구들이 옷 새로 샀다고 자랑해서 부러워서 그랬어."

"흑… 아니야. 엄마가 더 미안해. 평소에 항상 교복만 입고 수학여행 갈 때만이라도 예뻐 보이고 싶은 게 당연한 건데…"

"엄마… 사랑해… 이만 끊을게."

"그래. 엄마는 우리 딸 당연히 돌아오리라 믿는다. 파이팅! 엄마도 우리 딸 사랑해!"

'뚝!'

펑펑 울어버렸다. 왜 하필이면 나일까? 멍하니 있다가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포기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내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무작정 밖으로 걸어나갔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우리 학교 선생님께서 구명조끼를 나누어 주고 계셨다. 나도 하나를 받고 앞으로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구명조끼가 부족했는지 선생님께서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서 한 학생에게 주고 계셨다. 밖으로 나가니 벌써 많은 사람이 구조를 받고 있었다. 넓고도 넓은 바다가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고 뛰어내렸다. 구조를 도와주던 주변의 여러 어선 중 한 어선에 올라탔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 눈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엄마, 나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어선을 타고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에 도착하니 엄마와 아빠가 담요와 외투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긴 포옹을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컴퓨터를 켜 기사를 읽어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태가 심각했다. 갑자기 친구들이 생각나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통화가 될 때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을 때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다음 날, 부모님과 함께 내가 구조된 항구에 다시 가보았다. 많은 친구의 사진 앞에 주저앉아 오열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셨다. 사진을 천천히 살펴보니 복도를 지나다니며 몇 번 마주친 친구, 나와 이야기를 했던 친구, 나와 친했던 친구 등 여러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 많이 흘려 더는 나오지도 않을 것만 같았던 눈물이 다시 한 번 내 눈앞을 가렸다. 그들의 사진 앞에 국화꽃을 내려놓고 마음속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린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친구들아, 미안해. 나만 남아서. 고마워. 고등학교 시절 동안 나와 함께 하면서 좋은 추억 만들어 줘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늘나라에서는 고통받지 말고 잘 지내.'

그때 그 일 이후로도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절대로 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이렇게도 빨리 흘렀다. 많은 것이 변했다. 그때 우리 배를 이끌던 선장은 안내 방송을 하고 혼자만 살겠다고 배로 빠져나왔다. 그때 배에서 나오라는 1분도 걸리지 않은 안내 방송을 딱 1번만 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이 살았을 텐데…슬프지만 아직도 찾지 못한 사람들의 유해가 많다. 부디 모두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아직도 잊지 못했는데 이제 지겹다며 그만하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따지고 싶다. 만약 그쪽의 주변 사람들 중 한 명이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오늘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대답 없는 말을 마음속으로 건네 본다.

'친구들아, 잘 지내? 거기는 좋아? 나는 이제야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그때 그 일과 너희를 잊을 수는 없을 것 같아. 아니, 그냥 안 잊을래. 아직도 너희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데 어떻게 그래.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 진심으로 미안했고, 또 고마웠어.'

기분 좋은 바람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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