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이나 되는 식구, 저에겐 든든한 버팀목이죠”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꿈이 있습니다. 나 홀로 고군분투하며 이뤄내는 꿈도 소중하지만, 함께 이뤄내는 꿈은 때로는 '기적'을 만들기도 합니다. BNK경남은행, 경남교육청, 경남도민일보는 무거워진 삶의 무게 때문에 스스로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진 누군가를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청소년 드림스타>는 도내 청소년 가운데 재능은 있지만, 경제·환경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응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작은 기적을 꿈꾸는 <청소년 드림스타>가 매달 한 편의 감동 어린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수학자를 꿈꾸는 과학고 학생

경남과학고에 다니는 김하운(19) 군은 어릴 적부터 퍼즐이나 큐브를 끼고 살만큼 수학이나 과학에 유독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공부도 곧잘 했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학원은 가본 적도 없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는 항상 전교 10등 내외를 유지했고, 소위 영재만 갈 수 있다는 경상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과 경남과학교육연구원을 수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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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운 경남과학고. / 김구연 기자

"경남과학고 옆에 있는 경남과학영재교육원에 다닐 때 과학고에서 내건 'OO 과학전람회 입상' 플래카드를 보고 과학고 입학의 꿈을 키웠습니다."

지금은 학창 시절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던 과학고 재학생이 되어 유명한 수학자를 꿈꾸고 있다.

중학교까지는 줄곧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그지만, 고교 입학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3학년이 되는 김 군의 지금 성적은 중하위권이다. 그만큼 경쟁 상대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거다.

"제 아이큐가 148이에요. 그런데 여기선 명함도 못 내밀어요. 친구들 평균 수준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과학고 학생들은 빠듯한 학사일정에도 과학전람회도 빼놓지 않고 준비해야 한다.

김 군도 소리를 듣고 악보를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한 'STEAM R&E 페스티벌'에 참여해 본선까지 진출했다.

그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공부를 하며 보낸다. 김 군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과학고에서는 공부 말고 할 게 그다지 많지 않다"고 웃었다.

김 군도 또래 친구처럼 오전 6시 20분에 일어나 12시 잠이 들 때까지 기숙사와 교실, 독서실을 오가며 대부분 시간을 공부하며 지낸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그가 속한 축구동아리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도 했다.

김 군은 구김살이 없는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학교생활도 모범적이다.

그를 지켜봐 온 경남과학고 윤동주 교사도 칭찬 일색이다.

"학급 반장을 맡아 궂은일도 솔선수범할 정도로 착한 학생입니다. 하운이는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두고 지원해준다면 훌륭한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을 거예요."

올해 고3이 되는 김 군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진로 선택이다. 그는 수학자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카이스트에 진학해 대학교수를 하고 싶지만, 가정 형편을 고려하면 혹여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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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운 경남과학고. / 김구연 기자

9남매 중 장남으로 애틋하게 동생도 챙겨…과학영재로 각종대회서 두각

하운이네는 다자녀 가정이다. 다자녀 가정하면 흔히 자녀 둘, 셋을 둔 가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하운이네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의 가족은 부모님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두 살 터울의 누나를 제외하면 하운이 아래로 7명이나 되는 동생들이 있다.

아버지 김정기(56) 씨는 이렇게 형제가 많은 것은 김 군의 할아버지의 영향이라고 한다.

"선친께서 자녀를 많이 낳아야 애국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저와 아내 모두 애기를 좋아해 낳다 보니 9명이 됐습니다."

자녀가 9명이나 되고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억' 소리 나게 많이 든다는 사교육의 힘을 빌릴 수도 없었지만, 누나와 동생들은 공부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실력이라도 김 군은 자랑했다.

지난해 경남외고를 졸업한 누나 샛별 씨는 현재 국가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김 군의 아버지는 유통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어머니는 일용직을 해 가정형편이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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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운 경남과학고. / 김구연 기자

별다른 문제 없이 커 준 아들이 아빠에게는 가장 미안한 존재이기도 하다.

"학원에 한 번 제대로 보낸 적이 없는데 큰 문제없이 좋은 학교에 진학한 것만도 감사합니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다 보니 마음이 상할 일도 많았을 텐데 내색 없이 잘 지내준 하운이에게 고마울 뿐이죠."

저소득층으로 11명의 식구가 생활하다 보니 어린 나이지만 하운이는 또래 친구들보다 성숙해졌다.

한 달에 한 번씩 기숙사에서 나와 집을 찾을 때면 7명이나 되는 동생을 챙기는 데도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가족은 힘든 가정환경을 이길 수 있도록 저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에요. 누나가 그랬듯 저도 꿈을 이루는 그 날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가족을 생각하며 오늘도 마음을 다잡는 하운 군을 만나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과 든든함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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