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이수미, 정훈희와 함께 가요계를 주름잡은 방주연. 본명이 방일매인 그녀는 1951년 1월 25일 경북 상주에서 2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의 그녀는 육상선수로 뛸 만큼 활동적이었다. 하지만 서울로 이사 간 뒤 억센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조용한 학생이 됐다고 한다.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 말투를 고친 그녀는 다시 밝아졌다. 학교 응원단장으로 활약하며 유명세를 탔고, 2학년 때 월반을 했다.

여고시절 부모님 몰래 음악 학원에 다니며 드럼을 배웠다. 이때 드럼 외에 노랫말도 틈틈이 쓴 방주연은 1967년 7월 가요계에 첫발을 디뎠다. 노래 실력도 만만찮았던 그녀는 고3에 가수가 되기를 작정했고, 김부해 가요학원에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학자가 되길 원하는 부모님의 바람에 서라벌예대(지금의 중앙대) 문예창작과로 입학했다. 하지만 가수의 꿈을 버릴 수 없었던 그녀는 등록금을 학원 레슨비와 음반 제작비로 사용했다. 딸의 완강한 의지에 못 이긴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의 음악을 조력하게 됐다.

방주연은 대학을 중퇴하고 본격적인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1969년 재일동포 위문공연단의 일원으로 일본에서 공연을 했다. 이때 평론가 서경술의 눈에 띄어 데뷔곡인 '슬픈 연가'외 5곡이 수록돼 있는 <민해송/방주연, 신세기 70년> 음반을 발표하며 정식가수로 데뷔했다.

트로트가수로 시작한 그녀는 시원한 창법으로 가창력을 인정받았다. 데뷔 초기 가수로는 방주연이라는 예명을, 작사가로는 본명인 방일매를 사용했다. 이후 오아시스 레코드에 전속되어 '밤비가', '알고 싶어요' 등을 발표했다.

1971년 9월, 양희은, 은희 같은 포크 가수들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즈음, 트로트 가수 방주연은 작곡가 김영광과 손을 잡고 포크 가수로 변신해 타이틀곡 '그대 변치 않는다면'과 은희의 '꽃반지 끼고'와 제목만 다른 '오솔길'이 녹음된 첫 독집 앨범을 발표했다. 이 음반은 젊은 층에 크게 어필되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여기엔 소속사의 전략적인 의도가 숨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당국은 가사 하나하나에 트집을 잡았다. 검열이 강화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방주연의 '꽃과 나비'도 당국의 눈을 피해갈 수 없었다. 노래 가사 중 '그대는 나를 지켜주는 태양의 사나이'라는 대목 때문에 북한의 김일성을 찬양하는 데다 일본식 창법이라는 이유로 방송 금지를 당했다. 이에 소속사와 그녀는 그 시절의 대세인 포크로 장르를 바꾸고 엔카식의 창법을 뒤로 감추는 변화를 주었다. 전화위복이었을까. 그들의 의도대로 단조로운 통기타 연주와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어우러진 '그대 변치 않는다면'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됐다.

이후 포크 팝 계열과 트로트를 병행하며 활동을 전개하던 그녀는 1972년 김영광의 신곡 '여고시절'을 놓고 이수미와 신경전을 벌이다 라이벌 관계로 발전했다. 그해는 2월에 이수미가 '여고시절'로 4월에는 방주연이 '당신의 마음'으로 대히트를 기록하며 서로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던 때다.

이어 7월에 발표한 세 번째 독집에서는 '자주색 가방', '기다리게 해놓고'와 TBC TV연속극 주제가인 '연화' 등 3곡이 동반히트를 터트리며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이때부터인가 세간에서는 둘 사이를 두고 희대의 라이벌인 남진과 나훈아로 빗대기 시작했다. 방주연은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MBC, KBS 10대가요제 가수상과 TBC 7대 가수 최고 여자 가수상을 4번 연속으로 수상했다.

하지만 잘나가던 방주연도 1973년 이후 별다른 히트 곡을 내지 못했다. 김민기의 '아침이슬', 황규현의 '애원', 김세환의 '토요일 밤' 등의 인기 포크 곡들을 리메이크하며 기회를 기다렸지만 서서히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이 무렵 작곡가 박성규를 만났다. 두 사람은 같은 소속사의 가수와 작곡가로 시작해 차츰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박성규는 뛰어난 감성으로 '해변의 여인'을 통해 나훈아를 일약 스타로 만든 뛰어난 작곡가였다.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간 그녀는 데이트 추억을 '생각해 보세요', '내 마음 나도 몰라' 등의 노랫말로 만들어 박성규에게 선물했다. 깊은 애정이 담긴 가사를 본 박성규는 그에 화답하듯 곡을 만들어 방주연에게 건넸다.

두 사람의 결혼설이 무르익을 즈음 그녀의 아버지는 완강하게 반대했다. 가요계,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비전도 없을뿐더러 경제적으로도 어려울 거라며 그녀를 설득했다. 결국 둘은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고 헤어졌다.

1977년 사업가와 결혼하면서 가요계를 떠났던 방주연은 1982년 6월 트로트 곡인 '공항 대합실'로 6년 만에 컴백했다. 이후 이산가족을 주제로 한 '한 맺힌 정'을 발표했지만 예전의 인기는 회복하지 못했다. 1987년 12월 종합미용실을 오픈해 사업가로 거듭났던 방주연은 1990년 6월 후배연예인 1000명 이상을 일본에 팔아 넘겼다는 '일본 성매매 알선사건' 루머에 휘말리게 된다. 국내 기획사에서 무명 연예인들을 일본 유흥업소에 팔아넘기고 월급의 대부분을 중계수수료로 갈취한 사건인데, 한 후배 연예인이 일본에서 일만 하고 온 게 억울했는지 그녀를 인신매매의 공범인 것처럼 신고한 것이었다. 그때 후배의 남편이 방주연에게 돈을 갈취할 요량으로 협박하였지만, 이를 거부한 그녀를 아는 경찰과 짜고 사건을 조작하고 기자까지 불러 신문에 대서특필했다.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그때 받았던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는 그녀의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이때 암이 발병하면서 또 한 번 인생의 위기를 맞이했다. 임파선 암 말기 판정을 받은 그녀는 1년 정도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방주연은 항암 치료를 하는 동안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집안의 반대에도 아이를 살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시아버지 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일본의학서적에서 '암이 걸려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기초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작정 집을 나섰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던 그녀는 과감하게 효소절식을 감행해, 4.5kg의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 말기 암도 완치했다. 또다시 찾아온 위기, 그녀는 자연에서 치료하기로 마음먹고 효소단식으로 위암을 극복해냈다. 이를 계기로 자연치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자연요법 연구가로 변신한 그녀는 효소전문가로 맹활약하고 있으며, 여전히 가수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배꽃이 떨어지는 날 미련을 감추면서

돌아선 내 마음을 당신은 아시나요.

긴긴 세월 한결 같이 당신을 위하여

아아~ 아아~ 아아~아 아아~

살아왔던 내 정성을

조용히 머리 숙여 생각해 보세요.

배꽃이 떨어지던 날 아쉬움 감추면서

돌아선 내 마음을 당신은 아시나요.

가시밭길 험한 파도 당신을 위하여

아아~ 아아~ 아아~아 아아~

이겨왔던 내 사랑을

조용히 머리 숙여 생각해 보세요.

- 방주연 작사·박성규 작곡 '생각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