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링? 기름덩어리 많은 게 좋은 고기라고요?"

AI가 한풀 꺾이니 구제역이 창궐했다. 둘을 떼어놓고 보자면 사실 별 새로울 것은 없다. 2000년대 이후 어느 한 해도 AI나 구제역이 덮치지 않은 해가 드물다. 하지만 이번처럼 두 가축 질병이 동시에 습격해온 것은 거의 처음이다. 그런데도 정치 상황과 맞물리면서 정부도 농가도 허둥대며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했다.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허둥지둥 발생지역을 쫓아다니기 바빴다. 그러는 사이 달걀값은 천정부지로 뛰었지만, '기승전-치킨집 사장'으로 통하는 나라에서 치킨집 사장들은 극심한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 닭값이 떨어지자 반사이익으로 돼짓값은 올랐고, 돼지 사육두수는 늘어났는데 덜컥 구제역까지 덮쳤다. 2월 14일 인터뷰 할 때까지는 그나마 다행히도 구제역이 돼지를 덮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직격탄을 맞은 축산농가는 물론, 양돈농가까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다시피 하는 가축 질병에 대해 꾸준히 쓴소리를 하는 이가 있다. 이후장(56)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다. 국산 백신 개발과 예방 위주의 축산행정, 시스템에 의한 질병 관리를 주장하는 그를 만나봤다.

질병에 취약한 대규모 사육

Q. 교수님은 대규모 사육이 지금처럼 질병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단백질 섭취원으로서의 육류를 대규모로 공급하려는 과정에서 나름 합리적인 결과가 대규모 사육 형태로 나타난 것 아닐까요?

"일단 대규모 사육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질병에 대한 측면입니다. 밀집 사육이나 특정 지역 내에 대량 사육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사람이나 가축 모두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공간적 스트레스입니다. 그러니 교도소를 넓게 안 하고 좁게 두는 것도 그런 거고요. 스트레스가 가중되다 보면 가축도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저하되고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또 하나는 꼭 과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일반 상식으로 판단하더라도 스트레스는 일종의 화잖아요. 화가 잔뜩 난 상태에서 키워진 가축과 그렇지 않고 편안한 상태에서 키워진 가축 고기가 있다면, 사람 입장에서도 편안한 상태에서 사육된 고기를 섭취할 때 훨씬 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측면이죠. 다른 하나는 동물복지법이 통과됐다는 점입니다. 시행령은 아직 발효 안 되고 있는데 가축농장에도 적용되면 현재 사육하고 있는 축사의 두 배 면적과 시설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 전면적인 유기축산이나 방사 이런 쪽으로 가지는 않고 있어요. 하지만 최소한 법 테두리 정도만 지켜진다고 해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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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장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정성인 기자

Q. 전염이 쉽게 된다거나 한번 전염되면 피해가 대규모로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근래에 AI나 구제역이 빈발하고 있고 거의 연중행사 같은데요, 이런 대규모 피해에 다른 요인은 없을까요?

"아무래도, 가장 큰 것은 빈번한 교역이죠. 차량이 농장 내 출입을 많이 하죠. 농장 특히 돼지농장은 이미 국제화가 돼 있지 않습니까. 동남아지역이나 중국, 몽골 이런 데서 많은 사람이 와서 일하고 있고, 여행도 자주 가죠. 특히 동남아지역이 물가가 상대적으로 싸니까 여행을 많이 하는데, 이런 다양한 교류가 질병이나 바이러스 유입에 일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이번에 국내서 발병한 구제역 A형과 O형 차이는 뭡니까?

"크게 구제역 바이러스는 국제 검사기준에 따라 혈청형과 유전형으로 나뉩니다. 혈청형은 A형, O형, 말레이시아형, 아시아형 등 7종이 있습니다. 혈청형 아래 각기 유전형으로 소분류를 합니다. 유전형은 같은 혈청형에서 염기서열이 바뀌는 식이죠. 현재까지 유전형은 8가지 정도 발견됐습니다. 따라서 백신을 정확히 만들려면 7곱하기 8해서 56가지를 만들어야 맞는 거죠. 하지만 보통은 같은 혈청형 간에는 100%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백신에서 요구하는 방어 효과는 갖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은 2011년 왔던 것과 올해 온 것이 혈청형이 같은 O형임에도 다르잖습니까. 하지만 이전에 사용했던 O형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거고요."

국산 백신 개발해야 해

Q. 국산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1년에 수입하는 구제역 백신만 해도 1000억 원 정도입니다. 1년 치 들어가는 금액만 투자해도 자체 백신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자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은 유전형이죠. 아무리 O형 백신으로 다 커버한다고 하지만 항체 형성률이 높을수록 예방 효과가 크다고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국내에서 유행했던 구제역 바이러스를 가지고 백신을 생산하면 좀 더 항체가를 높일 수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유통과정이라거나 일련의 모든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공장에서 생산된 백신을 좀 더 짧은 기간에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공급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집니다. 지금 우리는 벌크로, 말통 같은 걸로 들여와서 국내에 있는 몇 개 백신 제조회사에 나눠주고 그 회사에서 50ml 백신 병에 나눠서 농가에 공급하는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총 7단계라고 하는데 단계도 단계지만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리고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데 과연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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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장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정성인 기자

Q. 수익성이 있다면 제약사들이 앞장서서 백신을 생산하지 않을까요?

"현재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신 센터가 출범했고. 자체 백신 생산을 위한 시설을 원래는 2017년 말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는데 그게 좀 지연되고 있습니다. 초기 투입해야 하는 시설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지체되고 있지만 2020년까지 시설을 갖추고 2023년쯤이면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인체용 독감 백신도 수입하는데, 동물 백신을 자체 개발할 기술력은 있을까요?

"흔히 말해서 원천기술입니다. 백신 제조 관련 원천기술의 상당 부분은 확보하고 있으나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공장을 지으면서 일부 아르헨티나나 이런 나라 기술팀이 합류하고, 마지막 포인트 부분 기술을 이전해주는 방식으로 해서 완성하려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일정 기간 로열티를 지불하긴 해야겠죠."

구제역은 사람 때문에 가축이 피해 보는 질병

Q. 구제역이나 AI가 인체에도 위협적일까요?

"구제역 자체는 열에 약합니다. AI도 그렇고요, 끓이면 다 파괴되므로 식용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단, 고병원성 AI는 인체 감염되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저병원성은 열에 약하고 별 문제가 안 됩니다. 엄밀하게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닙니다. 사람한테는 아주 가벼운 감기 정도로 나타나는 정도고요."

Q. 구제역이 가축에게 치명적인가요?

"그냥 놔두면 구제역 치사율은 5~30% 정도로 그다지 높지는 않습니다. 그냥 둬도 자연 치유됩니다. 하지만 자연 치유되더라도 성장이나 체중 증가가 잘 안 되거나 이런 경우가 많이 생기죠. 사료는 많이 먹는데 살은 안 찌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전염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게 문제입니다."

Q. 구제역에 대해 더 하실 말씀은?

"구제역은 전형적으로 사람 때문에 가축이 피해를 보는 질병입니다. 가축이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사람이나 차량이나 이런 것에 의해 매개돼서 바이러스가 전파됩니다. 이론적으로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육지에서 60㎞ 해상에서는 150㎞ 날아간다고 얘기하는데, 실제 공기 전파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가까운 곳에서는 공기 전파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장거리를 특히 전염시킬 정도로 많은 양이 날아간다는 데는 회의적입니다. 바이러스 한두 개 가서 감염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가서 질병을 일으키는 것인데 한두 개 들어와서는 몸에서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습니다."

Q. AI도 구제역도 발생하면 살처분합니다. 우리나라서는 대부분 매몰하는데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만들어둔 긴급방역대책은 물론, 국제 규정도 위반하고 있습니다. 살처분 기본은 이산화탄소가 됐든, 약물을 주입하든 안락사를 먼저 시켜야 합니다. 그 후 매립하거나 소각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닭은 거의 산 채로 잡아 포대에 욱여넣어 매립하고 있거든요. 당연히 방역에 참여하는 수의사나 공무원이 받는 외상 후 스트레스는 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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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일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 어귀에서 AI 방역초소가 운영되고 있는 모습.

Q. 매몰이나 소각 말고는 방법이 정말 없을까요??

"국제법 때문에 그렇습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라는 곳이 있는데 가축 전염병을 다루는 곳입니다. 거기서 만든 규정에 구제역이나 AI가 워낙 전파속도가 빠르고 감염성이 높으므로 살처분, 죽여서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일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나 치료했을 때 상품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매립방식도 바뀔 수 있겠죠. 치료 효과도 치료 이후 상품성도 검증이 안 돼 있다는 겁니다. 급속히 전파되는, 전염을 차단하면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쉽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만, 사실은 손쉽게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발생하고 나면 이미 걷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일단 살처분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Q. 2011년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살처분이 초창기는 효과적이지만 광범위하게 발생할 때는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요?

"당시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일상적으로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관리감독이 진행됐으면 이런 일이 없는 거잖아요. 지금 백신 놔서 방어하겠다? 최소한 항체 형성에 1주일, 제대로 항체가 작동하는 데는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몇 주까지 걸린다고 하는데, 최소한 1주일 걸린다 하더라도 이미 지금 발생하고 그 2주 동안 구제역 백신이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주겠습니까? 다른 방법이 없으니 백신 접종만 독려하고 있는 셈이죠. 또 대규모로 발생하고 나면 사실 발생지 근거리가 아니라 먼 외곽에서부터 백신을 접종하면서 포위해 들어간다면 전염 차단도 훨씬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발생 후 대응보다 예방에 노력 기울여야

Q. 역사상 구제역이나 AI가 언제부터 문제가 됐을까요?

"외국에서는 대도시가 출현하면서부터였죠. 밀집 사육이 시작되면서 문제가 된 겁니다. 개체별로 몇 마리씩 키우고 있을 때도 질병은 있었겠지만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경제적 손실이 커지고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죠."

Q. 그밖에 우리나라에서 조심해야 할 동물 전염병은 어떤 게 있나요?

"사실은 매년 발생하는 게 브루셀라입니다. 크게 사회문제로 부각되지는 않는데 꾸준히 발생합니다. 매년 거기 들어가는 비용도 꽤 많은 거로 알고 있습니다. 브루셀라로도 매년 살처분을 하고 있고요. 구제역이나 AI는 바이러스지만 브루셀라는 세균입니다. 그래서 백신이 없습니다. 주로 유산 사산으로 영향을 미치고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발견 즉시 살처분합니다. 가축전염병도 사람 질병만큼이나 많습니다. 법정 전염병으로 최근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탄저균에 의한 탄저나 국내에서는 조금씩 발생하고 있는 결핵도 있습니다. 우결핵. 이것도 살처분 하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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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젖소농가 구제역 백신 접종 모습.

Q. 이번뿐만 아니라 구제역이나 AI 발생할 때마다 학계에서는 예방활동 강화를 주장해왔죠?

"질병이 발생하면 럭비공과 같다고 봅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죠. 보은에 발생하고 밑으로 왔다가 널뛰기하듯이 위쪽으로 가고. 발생하고 나면 거기에 따르는 예산 인력 장비 훨씬 더 많이 들뿐만 아니라 잡기가 더 어렵습니다. 왜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느냐는 거예요. 끝나고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공무원 몇 명 실무자 선에서 징계하고 끝나는 형태예요. 사실은 시스템을 만들고 부족한 것이 뭔지, 필요한 것이 뭔지 파악해서 거기에 맞춰 예산을 확보하고 인력 확보해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같아서는 내년에 또 발생합니다. 장담합니다. 2011년 구제역 발생했을 때 충분한 검토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이번 피해가 발생을 안 했을 수도 있고, 발생했더라도 피해는 최소화됐을 겁니다. 시군 지자체에서 열댓 개 농장을 대여섯 명의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백신을 제대로 놓고 있는지, 그 농장에 어떤 질병이 돌고 있는지 이상증세는 없는지를 예찰 활동을 못 하는 거예요. 질병이 발생한 뒤 뒤처리한다고 정신없습니다. 살처분 하고 나면 보상을 해주는 그렇게 들어가는 보상비용의 1/10, 과감히 반 정도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연례행사로 발생하는 질병을 잡을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보는 거죠. 질병 발생하면 말로는 제2의 국방이니 뭐니 떠들지만, 결국은 도돌이표예요. 구제역 발생도 농가 신고에 의존하고 있어요. 신고하고 나면 검사하는데 며칠 걸리고 하면 이미 사료 차량, 분뇨 차량, 옆집 아저씨, 어디서 친척 오고 하면 이미 퍼질 대로 다 퍼지는 거죠. 그다음부터는 쫓아다닐 수밖에 없는 겁니다."

Q. 지난 2011년 인터뷰 당시 돼지 집단 사육 문제점을 말씀하셨더군요?

"명색이 수의사라면서 이런 얘기 하면 욕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돼지 키우기에 적합한 나라가 아닙니다. 사료를 전량 수입하고 있잖습니까. 거기서 나오는 축산 분뇨도 문제입니다. 해양 투기가 올해부터 금지돼요. 아직은 표면으로 떠오르지는 않고 있지만, 곧 닥칠 문제거든요. 또, 돼지를 많이 사육하고 있는데도 국민 식성이 특정 부위, 즉 삼겹살만 좋아하니 삼겹살만 수입하고 있잖습니까. 이참에 돼지 정책도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Q. 그밖에 축산정책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좀 다른 얘기긴 하지만, 마블링 정책을 폐기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마블링을 가지고 도체를 평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하고 일본 정도일 거예요. 이게 구이문화 때문에, 기름이 탈 때 고소한 것이 있어서 그렇죠. 우리나라에서는 삼겹살도 찾고 그러는 건데, 다 기름 덩어리거든요. 정상적인 살코기 형태로 체중이 늘어난 상태에서 마블링을 위해서 사료를 더 먹입니다. 정상적인데 100이 들어간다면 마블링을 위해 20을 더 먹이는 거죠. 요즘 같은 웰빙 시대에 기름 덩어리를 먹자고 더 먹이니 사료를 더 많이 수입해야 하고, 축산 분뇨도 더 많이 발생해 이래저래 비용이 더 듭니다. 기름 덩어리가 많은 게 더 좋다는 쇠고기 등급, 이해되십니까? 직화 구이는 사실은 태워 먹는 거잖아요. 지방질만 해도 몸에 안 좋은데 그걸 또 태워 먹으면서 웰빙을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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