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귀화 기자의 요리조리] 오곡밥·나물
수수·팥·콩 어우러진 단맛
잡곡 불린 물로 지어 구수
겨울 대표나물 건고사리에
갈색 소고기 무쳐 혼연일체

대보름이 코앞이다. 휘영청 보름달이 뜨는 절기에 맞춘 음식도 다양하다. 예부터 대보름에는 약밥, 오곡밥, 묵은 나물, 부럼, 귀밝이술 등을 먹었다. 한 해의 풍년 등을 기원하기 위해서다. 왠지 어렵고 번거로워보여 시도해보지 않았던 대보름 음식을 이번에 준비했다. 오곡밥과 고사리나물, 박나물, 표고버섯나물 등이다. 고은정(60)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소장 겸 우리장아카데미 대표와 함께 만들기로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레시피만 받았다. 집에서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시어머니(이윤이·60)와 함께 음식을 완성했다. 갖가지 곡식이 들어가 몸에도 좋은 오곡밥과 각종 나물류 반찬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혼자서 엄두가 나지 않아 시도해보지 않은 초보 요리사들이 시도해 보면 좋겠다.

오곡밥

<재료> 찹쌀 2컵(1컵=200g), 멥쌀 1컵, 콩, 팥, 차조, 수수 각 1/2컵, 물 4컵,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찹쌀, 쌀, 차조, 수수를 한데 섞어 깨끗이 씻은 뒤 30분간 물에 불려 둔다.

2. 콩도 잘 씻어 30분간 불려 둔다.

3. 팥은 우르르 한 번 삶아 삶은 물은 버린다.

4. 삶은 팥을 팥알이 터지기 직전까지 다시 한 번 삶는다.

5. 솥에 준비해둔 쌀과 잡곡을 넣고 소금과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밥물은 팥 삶은 물과 콩 불린 물로 잡고, 모자라는 물은 맹물로 잡는다.

쌀, 조, 수수, 팥, 콩 등을 섞어 짓는 오곡밥. 수수, 팥 등을 모두 따로 구입하는 게 여의치 않아 찹쌀, 조, 수수 등의 오곡을 함께 넣어 세트로 파는 것을 구입해서 밥을 지었다.

찹쌀 2컵, 멥쌀 1컵에다 오곡밥 세트에 든 곡식을 1컵 넣었다. 콩(서리태)과 팥은 별도로 준비했다.

불린 콩은 살짝 삶았고, 팥은 팥알이 터지기 직전까지 한참 삶았다.

찹쌀, 멥쌀, 차조, 수수, 팥, 콩을 한데 넣고 골고루 섞은 후 소금을 조금 넣고 물을 부은 후 압력솥에 밥을 지었다.

완성하고 보니 정말 밥이 풍성했다. 콩과 팥이 두드러져 보였고, 사이사이에 차조, 수수 등이 빼곡했다. 서리태 단맛이 밥맛을 더 좋게 했다.

고은정 대표는 오곡밥을 김이 오른 찜통에 쪄서 먹어도 좋다고 했다. 중간에 묽은 소금물을 두세 번에 나눠 넣어가면서 찌면 좋다고 조언했다.

▲ 오곡밥. / 우귀화 기자

고사리나물

<재료> 손질한 고사리 300g, 간장 1큰술, 들기름 1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육수 1/3컵, 볶은 깨,소고기(홍두깨살, 우둔살) 100g, 간장 1작은술, 참기름 약간,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5~6㎝로 자른 고사리에 간장과 들기름을 넣고 간이 고루 배게 무친다.

2. 소고기는 채 썰어 간장, 참기름, 후추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3. 달군 팬에 소고기를 넣고 센불에서 볶아 그릇에 담아낸다.

4. 소고기를 볶은 팬을 씻지 않고 미리 무쳐둔 고사리를 넣고 준비해둔 육수를 부은 뒤 뚜껑을 덮고 중약불로 뭉근히 끓여 익힌다.

5. 국물이 자작하면 뚜껑을 열고 볶아둔 소고기를 넣고 같이 볶는다.

6. 다진 파와 마늘을 넣고 국물이 완전히 마르도록 볶는다.

7. 참기름과 볶은 깨로 마무리하여 그릇에 담아낸다.

정월 보름은 겨울인 탓에 묵은 나물을 주로 해먹었다. 묵은 나물 가운데 건고사리를 빼놓을 수 없다.

건고사리는 따뜻한 물에 넣고 불리는데, 10배가량 불어난다고 한다. 300g의 고사리가 필요하면, 30~40g의 마른 고사리를 물에 불려서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따끈한 물에 넣어둔 고사리가 어느 정도 불어나면 불을 켜고, 우르르 한 번 끓으면 불을 끄고 식을 때까지 2~3시간 그냥 두면 된다.

붉게 우러난 물을 버리고 계속해서 따뜻한 물로 3~4번 갈아주면 된다"며 고사리 손질법을 알렸다.

고사리나물에 소고기를 넣어서 영양과 맛을 더했다.

완성한 고사리나물에 든 소고기는 고사리와 색이 비슷해서 잘 표시가 나지 않는데,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다.

고사리를 덜 불렸는지, 조금 딱딱한 부분이 있었고 쓴맛도 조금 났다. 충분히 오랫동안 불리는 게 좋을 듯하다.

▲ 6가지 나물. / 우귀화 기자

기타나물

박나물, 가지나물, 표고버섯나물, 시금치, 콩나물, 톳나물.

묵은 나물 몇 가지를 더하고, 내친 김에 다른 나물도 몇 가지 보태서 만들었다.

박나물, 가지나물, 표고버섯나물은 미리 말려둔 묵은 나물이고, 나머지 시금치, 콩나물, 톳은 지금 난 것을 그대로 썼다. 시금치, 콩나물, 톳은 살짝 데쳤다.

공통적으로 참기름, 간장, 다진 마늘을 살짝 넣어 간을 했다.

시금치, 콩나물, 박나물은 자체 색이 밝거나 옅어서 짙은 색의 진간장보다 국간장, 소금 등으로 간을 했고, 나머지는 진갈색이어서 진간장으로 맛을 냈다. 멸치액젓 등으로 감칠맛을 더해도 좋다.

불린 표고버섯과 가지나물 물기를 꽉 다 짜내고 간을 할 경우 간이 진해질 수 있기에 물기를 살짝 머금은 상태에서 양념을 더하는 게 좋다.

▲ 톳나물. / 우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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