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 Give'는 결국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

올 연말 조선해양산업 구조조정과 기계산업 정체 등 도내 주요 산업 침체에 따라 대량 실직이 현실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속에서 기존 인력조차 실직자로 노동시장에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경남지역 선배 기업가들이 청년 창업가를 지원해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작은 보탬이 되겠다고 나선 단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27일 창립한 사단법인 경남청년창업석세스코칭협회가 바로 그 단체로 이 법인을 만들고 이끄는 이는 항공기 전문 부품업체인 ㈜부경을 경영하는 김찬모 대표이사다. 지난 12일 그를 만나 창립 두 달이 조금 넘은 법인 현황과 내년 사업 방향,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등 현재 정부자치단체의 창업 지원 정책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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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모 사단법인 경남청년창업석세스코칭협회 회장·㈜부경 대표이사. / 김구연 기자

선배 기업인이 청년 창업가 돕고자 

경남청년창업섹서스코칭협회 설립

Q. 자기 사업을 하면서 이런 법인을 만들어 활동하기 쉽지 않을 텐데 창립 2개월 여간 지난 협회 현황은 어떤가요?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과 중소기업융합연합회 경남연합회 회장, 창조엔젤클럽 등을 하면서 청년 창업가를 자주 봐왔습니다. 최근 성과를 내는 플라즈마코리아에는 직접 멘토 역할을 했고요. 이를 보니 정부나 자치단체 지원도 필요하지만 청년 창업가에게 실제 창업하고 기업 경영을 해온 선배 기업가가 이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하고 때로는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겠다고 싶었습니다. 국내 창업 관련 인프라는 교육, 멘토링, 투자, 성장, 재도전 등에 대한 연계가 미흡하고 인적 네트워크도 상당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창업에 성공한 선배기업가와 전문가가 결합해 모든 애로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컨설팅 클러스터 구축이 필요합니다. 우리 협회가 그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현재 주로 멘토 역할을 하는 정회원이 35개 기업 대표(관계자), 준회원으로 주로 멘티가 되는 기업이 23개사가 각각 있으며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변호사, 대학교수, 기업 대표 등 15명이 전문가로 참석하고 있습니다. 정회원이 된 ㈜플라즈마코리아 김선호 대표이사는 스타트 업(Start up) 기업으로서 스스로 멘티이면서도 멘토로 성장한 좋은 예입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정회원을 50개사로 늘릴 예정입니다. 시중은행 세 곳, 창원대, 중진공 경남본부 등 12개 기관·업체와 MOU를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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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모 사단법인 경남청년창업석세스코칭협회 회장·㈜부경 대표이사. / 김구연 기자

내년 1월 초 산단공 경남본부 4층에 사무실

보육기업 10곳 입주

Q. 올해 설립 뒤 곧 사무실을 이전해 내년부터 협회 활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 주세요.

"청년 창업을 위한 세미나와 포럼·토론회를 자주 열고, 내년 1월 초부터 창업 보육센터 역할도 수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보육기업이 입주할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4층에 10개 보육기업 입주공간과 협회 사무실로 쓸 80여 평을 확보해 인테리어 공사에 곧 들어갈 것이고요. 최종 평가를 거쳐 입주할 보육기업은 기존 보육기관 인큐베이팅을 마친 기업을 중심으로 실제 사업화가 가능할지를 보고 뽑고 사업화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창업 혹은 스타트 업 기업은 연구개발에는 성공하지만 제품 양산 단계에서 실패하는 예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사업 아이템이 생산까지 이어지는 데 중점을 두려 합니다. 특히 창업 뒤 3∼7년 사이를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Death Valley)'라고 부릅니다. 대부분 이 기간을 못 넘기는데요. 현 창업정책으로는 이 시기 지원금이 끊어집니다. 이 기간을 넘기도록 든든한 후원 역할을 우리 협회가 하겠습니다. 선배 기업가가 지원 제도 소개부터 제품 양산과 마케팅 노하우를 전수하면 청년 창업가 시장 진입률과 사업 성공률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또한, 기존 기업체 혹은 기업가가 제품 양산 시 공간(공장)을 빌려주면 기존 기업으로서는 새 아이템을 찾는 것이고, 창업 기업은 자기 아이템을 바로 사업화하고 손쉽게 제품 양산에 들어가니 서로 윈-윈 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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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모 사단법인 경남청년창업석세스코칭협회 회장·㈜부경 대표이사. / 김구연 기자

정부, 또 다른 자영업자 육성?

유니콘 기업 만들 포부 키워줘야

Q. 우리나라 혹은 도내 창업 지원제도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우리나라는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설립이 너무 쉽습니다. 그러니 기업가 정신을 배양하지 못한 채 손쉽게 창업하고 뒷감당을 못 하는 예가 잦은데요. 또 쉽게 빚을 져서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기업가가 정신없이 돈만 벌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보통 사업자등록증이 나오려면 6개월은 걸립니다. 개인사업자등록증도 보름에서 3개월 정도 걸리고요. 이른바 '급행료'를 내더라도 사업자등록증은 3개월 정도가 필요합니다. 뒷돈 거래 등 부정적 인식도 있지만 그만큼 사업 성공 여부, 자금 능력, 주변 인프라, 성향 등 각종 사전 검증을 꼼꼼히 합니다. 우리는 창업과 창업 R&D 자금 지원에 너무 관대합니다. 사전 검증은 훨씬 더 꼼꼼하게 하되 검증을 끝낸 창업기업 지원은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 세대에 사업 창업이 아닌 자영업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도 다소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청년 세대의 꿈을 너무 작게 만듭니다. 또 국가적으로 보면 가뜩이나 경제 규모보다 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우리 경제 (인력) 구조를 바로잡기도 어려워집니다. 한참 큰 꿈을 품고 그 꿈을 키워야 할 때 우리 사회에 이미 넘쳐나는 자영업자가 더 많아지도록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우버·에버노트, 중국의 샤오미 등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신생기업(Start up)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만한 포부를 키우도록 해야 합니다."

'Give & Give' 정신으로 기부 적극적…

결국 내가 행복해져

Q. 청년창업 멘토로서 활발한 활동뿐만 아니라 최근 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행사에 600만 원을 시상금으로 내놓았습니다. 창원대에도 발전기금 5000만 원을 맡겼고,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1억 원을 기부해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에 가입하는 등 기부 활동에도 적극적입니다. 지난해에도 2억 원을 기부한 것으로 아는데, 기업인으로서 어떤 철학으로 기부에 이렇게 적극적인가요?

"묘목도 3∼4년 잘 보살펴야 30∼40년 뒤 제 역할을 하는데, 하물며 인재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청년 창업가 육성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기부 활동이나 청년 창업가 멘토 활동 모두 'Give & Give' 정신에 기초합니다. 기업인이 돈을 버는 이유가 뭔가요?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이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돈이 있으면 삶이 조금 풍요로워지고 그 과정에서 땀을 흘리니 그 또한 행복합니다. 여기에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면서 다른 이에게 칭찬까지 듣는다면 그것만큼 보람 있는 삶이 어디 있나요. 그래서 'Give & Give'는 결국 제가 행복해지는 결과로 돌아옵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정책 방향 좋지만 보여주기식 실적 경쟁 지양해야

Q. 초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을 지냈는데, 경남창조센터의 각종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해 공약 이행을 한 것입니다. 각 지역 육성 담당 대기업과 각 시도센터를 매칭한 것인데, 대기업이 의지를 갖추고 솔선수범해서 잘 발전하면 금상첨화입니다. 이렇게 대기업 도움을 받아 청년 창업을 활성화해 세계적인 히든 챔피언 기업을 성장시켜 청년 실업 해소와 창조경제를 함께 실현하겠다는 뜻은 정말 좋습니다. 실제 우리 지역은 두산중공업과 스타트 업 기업인 성산툴스가 손을 잡고 스웨덴 기업으로부터 전량 수입해온 부품을 국산화한 좋은 예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역별 센터를 관리하면서 한두 달에 한 번씩 대통령 보고를 하더군요. 조금 지나니 지역센터별로 실적 경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적 경쟁은 결국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가게 됩니다. 이런 보여주기식 운영만 지양한다면 정책 방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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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모 사단법인 경남청년창업석세스코칭협회 회장·㈜부경 대표이사. / 김구연 기자

"창원시-경남도 수장, 내년에는 소통 잘했으면"

Q. 끝으로 지역사회에 한마디 하신다면.

"올해를 넘기고 새해를 맞는 시기입니다. 저도 나이가 드니까 우리 회사 내에서도 의견이 상충할 때가 잦습니다. 그래도 말 한마디면 천 냥 빚을 갚는다고 소통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작게는 우리 회사 내, 크게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서로 소통이 원활했으면 합니다. 특히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경남도와 창원시 최고 리더들이 다른 건 잘하고 있지만 소통은 그렇게 좋은 점수는 주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창원시민, 경남도민이 다 느끼고 있습니다. 내년 국가적·경제적 위기 상황이 예상되는데, 두 리더가 소통을 잘하도록 어느 때보다 노력했으면 합니다."

(인터뷰 후기- 인터뷰를 끝내고서 며칠 뒤인 14일 경남도청은 창원시 의창구 북면 오·폐수 무단 방류 관련 창원시에 기관 경고를 내린 데 이어 전·현직 창원시장(박완수·안상수)에게 '242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조치를 해 김찬모 회장 바람과는 달리 갈등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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