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막고 후손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로"

홍준표 지사가 지리산댐을 하겠다고 나서자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4대강 사업에 끝까지 반대했던 박재현(50) 인제대학교 토목도시공학부 교수였다. 4대강 사업 관련 기사를 보면 그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차분한 논리로 많은 공감을 샀다. 이번에 지리산댐 논란이 거세지자 역시 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박재현 교수는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토목은 공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학문"

박재현 교수와 인제대학교에서 만났지만 취재는 쉽지 않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유례없는 푸대접(?)을 받았다. 그는 너무 바빴다. 40분 정도 얘기하다 회의 가 버리고, 다시 만나서 얘기하다 또 일이 있어 가 버리고, 미처 하지 못한 질문을 하려고 통화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Q. 토목공학과 교수신데 환경단체와 함께하시는 일이 많으니 전공이 궁금합니다. 환경생태학? 이런 쪽인가요?

"아닙니다. 저는 수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세부영역으로 가면 제 박사논문은 환경지하수리학이라는 분야입니다. 비료나 농약, 유류 등 오염물이 흙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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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현 인제대학교 토목도시공학부 교수./임종금 기자

Q. 어느 학교를 나오셨는지요? 인제대학교에는 언제 오시게 됐습니까?

"저는 통영에서 초중고를 나오고 대학을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에 입학해서 서울대서 석박사를 마쳤습니다. 박사 받은 후에 미국 MIT에 '포스트 닥 과정'이라고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하다 1999년에 국내로 돌아왔고 2000년 3월에 인제대학교 교수로 왔습니다."

Q. 혹시 토목공학과에 가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별 계기는 없었습니다만 어릴 때부터 공대를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공대에서 뭘 하는지는 모르고 그냥 막연하게 공대를 가고 싶었는데, 당시 공대를 대표하는 학과가 토목과 기계가 있지 않습니까? 대입 원서 접수 전날 통영고 선배 집에서 묵었는데 그 선배가 토목과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선배가 '나는 토목과 다니는 걸 후회해 본 적이 없다. 토목과 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토목과를 지원했습니다."

Q. 토목공학과를 다니면서 후회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제 성향하고 맞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토목이라는 것이 사회기반시설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책과 공공요소와 연계가 많이 돼 있습니다. 제가 하는 연구가 공적인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닐수록 선택을 잘했구나 싶었습니다."

Q.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좀 알고 싶습니다.

"교수가 되고 나서 2006년에 서낙동강 수질 개선 문제로 논란이 많았습니다. 제가 거기에 참여했는데 핵심은 하굿둑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연구자니까 환경단체에서 필요한 논리와 연구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서낙동강 하굿둑을 열기 위해서는 녹산 수문과 대동 수문을 열어야 합니다. 수문을 열고 물을 소통시켜주어야 수질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수문을 열면 염분이 들어온다는 근거를 내세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연구를 해서 염분이 어느 지역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규명해서 환경단체에 전했죠. 또 환경부에서도 수문을 여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 서병수 부산시장이 비록 새누리당이지만 하굿둑 개방을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제가 11월 15일에 낙동강하굿둑개방을 위한 국제포럼에 참석합니다. 일본과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하면서 하굿둑 개방을 연구하는 포럼입니다."

Q. 혹시 환경문제 외에 정부 연구나 정책개발 이런 곳에 참여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노무현 정부 때 제가 다소 젊었는데 홍수총량제 이런 것을 제시해 홍수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그런 것이 노무현 정부 때는 반영이 됐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조리 다 사라졌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토목 쪽에는 관심을 안 기울입니다. 정부 사업단에는 지금은 그린리버 사업단이라고 하는데 하천 생태 복원 기술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하도 눈치를 많이 줘서 저는 빠졌습니다."

Q. 오랫동안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을 하셨는데, 이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천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4대강을 잃어버린 겁니다. 생태, 수질, 경관, 문화재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Q. 환경단체에서 낙동강 보 수문을 열라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뭔가요?

"최소한 수질 문제라도 응급처치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이 흐르면 수질이 개선되고 녹조가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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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인제대학교 토목도시공학부 교수./임종금 기자

토호들의 난개발 막아야

Q. 제가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한국수자원학회 회의에서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습니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우리학회 회원들에 대한 향후 책임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본 사업의 의사 결정권자(MB)는 2~3년 후면 퇴진하게 되므로 이에 따른 대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라는 문구입니다. 이걸 보고 저는 개인적으로 분개를 했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수자원학회는 큰 학회입니다. 저도 종신 회원인데 사업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일부 있고 중립적인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학회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이권에 눈이 어두워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못 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뜻이 있는 학자들끼리 뭉쳐서 대한하천학회라고 신생 학회를 만들었습니다. 사실 4대강 반대 교수들은 그 앞에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운하는 기본적으로 물 문제입니다. 배가 다닐 수 있는 물과 그릇(운하)를 어떻게 만들고 관리할 수 있고 얼마나 효용성이 있느냐를 따져봤을 때 수공학자 입장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에 막혀 대운하를 철회했다가 2008년 연말부터 이상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원래 국토부 중심으로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이걸 확대해서 청와대 비선들과 협의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확대한 것입니다. 어쨌든 문제는 학회가 학문적인 영역에서 얘기를 해야지 정책을 백업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만든 대한하천학회는 공학적인 사실은 사실대로 주장할 수 있는 학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신 우리가 내는 자료와 논리가 정확해야 합니다. 기성 학회를 비판하고 나갔는데 혹시 오차가 있거나 문제가 있으면 바로 역풍이 불지 않겠습니까?"

Q. 혹시 4대강 사업, 낙동강 하굿둑 외에 또 사회문제에 참여하신 게 있으십니까?

"경주 방폐장도 문제입니다. 지질 특성상 위험한 곳에 지었고, 아무리 두꺼운 사일로를 만들었다고 해도 종이 한 장 걸쳐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콘크리트가 1m가 아니라 100m가 돼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방폐장 문 닫고 나면 다음 세대엔 틀림없이 방사능이 유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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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천 양쪽 콘크리트 옹벽 설치가 부적절하다고 설명하고 있는 박재현 교수. /경남도민일보 DB

Q. 양산 석계산단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석계산단 개발지역은 굉장히 아름다운 곳입니다. 아무리 개인적인 땅이라도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이유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공공적 성격 때문입니다. 그 공공적 성격을 모두 파괴하고 가격이 싼 땅을 취득해 개발행위를 통해 극소수에게만 엄청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매우 적합하지 못한 일입니다. 환경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적인 성격입니다. 사람들이 아름다운 환경을 보면서 힐링을 받을 권리를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 토호들의 난개발 문제가 곳곳에 심각합니다. 김해시 산지 경사도 문제, 나전지구 문제 등 많이 있습니다. 미래에 물려주어야 할 부분을 손실시키는 행위입니다."

Q. 난개발 문제가 어딜가나 심각한데, 결국엔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인데 어떤 방법이 주로 동원되나요?

"개발이 가능하지 않은 곳을 개발이 되는 곳으로 억지로 만들고 개발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이익이 납니다. 예를 들어 부산 엘시티 문제 봅시다. 바다 모래사장 위에 누가 건물을 허가해 줍니까? 그러니까 오피스텔이나 리조트 짓는다고 억지로 허가 내놓고는 실시변경, 용도변경 등을 통해서 야금야금 택지개발(주거시설) 면적을 넓혀 갑니다. 결국 오피스텔이나 리조트는 요만큼밖에 안 되고 대부분 아파트입니다. 산업단지 개발도 봅시다. 지금 경남은 산업단지가 남아도는 형편입니다. 그리고 개발을 하더라도 평지에 하면 될 것인데 꼭 산을 깎아서 개발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야 차익이 많이 생기죠. 마산해양신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바다를 메우는데 일부 비용이 들겠지만 그 땅을 거의 거저 얻는 겁니다. 이곳에 아파트 지어서 팔면 엄청난 이익이 납니다. 그리고 반대로 경남대-해안로 인근 땅값이나 집값은 폭락하겠죠. 이 과정에서 개발업자뿐 아니라 토목공무원들과 도시계획위원들도 많은 이익을 착복했을 겁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콩고물을 바라는 정치인과 그 정치인 밑에서 또 이익을 바라는 지지자들이 뭉쳐 있습니다."

Q.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개발해야 자꾸 생산하고 경제가 발전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난개발을 하는 건 우리 후손들의 앞길을 막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해 버리면 앞으로가 없지 않습니까? 수십 년 뒤에는 폐허가 됩니다. 물론 그 지역 주민뿐 아니라 그 지역에 오는 사람들의 환경권까지 빼앗는 겁니다.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가치 중심적이고 철학적인 판단을 해야 합니다. 과연 이것이 길게 멀리 봤을 때 정말 이익인지 말입니다."

Q. 그런 판단을 하기 위해서 각종 심의위원회나 용역기관들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여러 위원회에 참석해 봤는데, 그게 개발자의 이익을 확보하는 쪽으로 회의가 흘러갑니다. 용역을 하는 교수나 기관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막말로 국책 기관들이 하는 용역이나 타당성 조사 같은 것도 왜곡이 되는데 말입니다. 용역을 맡는 사람이 객관적으로 맡기 어렵고 우리 사회가 그만한 도덕성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Q. 그렇다면 이런 난개발 문제를 해소할 방안이 없을까요?

"저는 일단 몇 가지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제도입니다. 어떤 곳을 개발하면서 얼마 이상 이익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또한 이와 함께 독일처럼 황폐화시킨 만큼 녹지를 환원시키도록 강제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도시계획에는 녹지축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이 개념을 엄격히 도입해 도시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녹지 지구를 지정해 개발을 통제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선언적인 개념이 아니라 강력하게 규제하고 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특히 공무원에 대한 전관예우를 없애야 합니다. 전관예우라고 해서 아주 고위직만 퇴직 후 일정기간 관련 업계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적인 모든 연을 이어주는 건 고위 공직자보다는 중간 간부 출신이 많습니다. 이들도 관련업종에 취업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합니다. 특히 일선 지자체의 경우 공무원 가운데 토목직이 30~40%에 달합니다. 인원이 많기 때문에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Q. 정리하자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주장하는 규제 완화는 자기들끼리 이익을 챙겨 먹기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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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대강 사업 당시 공사 현장을 보고 있는 박재현 교수. / 경남도민일보DB

지리산댐은 정치적 문제

Q. 홍준표 지사가 최근 지리산댐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토부에서는 식수댐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가능할까요?

"국토부를 믿으면 안 됩니다. 국토부는 직접 댐 건설을 하면 눈치가 보이니 지자체에다가 은근슬쩍 많이 떠넘깁니다. '지자체에서 한다면 우리가 오케이 해 주겠다'는 식으로 짜고 칩니다. 지리산댐 건설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지리산댐 문제의 핵심은 뭘까요?

"먼저 불공평의 문제입니다. 남강댐에 들어오는 수량이 극히 줄어들기 때문에 지리산댐을 하면 서부 경남 주민 식수 문제가 생기고 남강 수질이 악화됩니다. 서부 경남 주민을 희생시켜서 부산지역 표를 얻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홍준표 지사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도 하는 사람 아닙니까? 지리산댐 아래는 황폐화할 겁니다."

Q. 부산 물 문제가 심각한데 혹시 대안이 없을까요?

"대안은 이미 있습니다. 강변여과수를 이용하는 겁니다. 이미 정부안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대로 하면 됩니다. 만약 정녕 부산에 물을 퍼주고 싶다면 남강과 낙동강 합류 지점에서 물을 퍼주면 됩니다. 생태적으로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습니다."

Q. 말씀을 쭉 들어보면 토목공학자보다는 환경운동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자연을 아예 손대지 말고 놔두자는 근본주의자는 아닙니다. 개발이 정 필요하다면 하되, 자연 황폐화를 최소화시켜 후손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개발을 하자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이익이나 피해를 되도록 누군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지향합니다."

Q. 바쁘신데 혹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두 가지만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강물로 좋은 수질의 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전에 낙동강은 수질이 좋은 2급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BOD 수치 이런 걸로 수질을 평가하는데 문제는 미량 오염원이 문제입니다. 환경호르몬이나 발암물질 이런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것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산업폐기물의 해수처리 기준이 느슨합니다. 그걸 강화시키면 기업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기업도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공정에서 효율성과 능률을 높이면 경쟁력이 상승합니다. 일본기업이 환경규제에 맞추다 보니 우리나라 기업보다 훨씬 적은 전력으로 같은 물건을 생산합니다. 과연 어느 기업이 살아남겠습니까? 다음으로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무리 개발을 좋아하더라도 시민들이 반대하면 못합니다. 따라서 언론과 시민단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그러면 행정 또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가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지만, 쏟아져 나오는 말을 이렇게 받아 적기 바쁜 인터뷰는 처음이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물관리 대책, 개발문제, 환경문제, 제도개선, 해외사례가 가득 차 있었다. 얼마 전 피플파워 10월호에 인터뷰했던 김해연 전 도의원과 마찬가지로 '정말 많은 것을 알고 있고 현실적인 대책을 고민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경남에 쓸만한 전문가가 어디 있느냐'는 사람이 많다. 경남에도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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