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서울에서 스타강사였던 그가 함안으로 온 까닭

오는 17일이면 수학능력고사가 치러진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2년은 오로지 이날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될 만큼 이날의 성과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12년으로도 모자라 재수나 삼수를 해서 다시 시험을 치는 경우도 많다. 학원 경력만 35년, 그중에서도 수험생만을 위한 기숙학원 운영만 해도 14년째인 김향돈(59) 서울케이스사관학원 원장을 만나 수능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능 당일은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저도 재수해서 대학 갔어요. 당시에는 학력고사도 아니고 예비고사 칠 때였으니 지금하고는 공부 방식이나 모든 게 달랐지만, 분명한 것은 학습량이라는 것입니다. 꾸준히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숱한 재수생을 가르쳐 대학에 보낸 경륜을 바탕으로 한 달 남짓(인터뷰는 지난 10월 14일에 했다) 남은 수능일을 앞두고 대응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수능 치기 전까지

"교무실 용어로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참 희안하더라고요. 1년 가까이 재수하는 학생의 각종 성적을 검토해보면 과목마다 서열이 정해져요. 그런데 지금부터 한 달간은 자료를 따로 정리하지도 분석하지도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 대입 끝나고 지난 자료를 정리해보면 한 달 이전까지 정리돼있던 서열하고 다른 결과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서열이 바뀌는 학생을 보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다 불안할 때인데 '내가 놀았나?' 하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아이가 시험을 잘 치더군요. '결과는 모르겠고요 엄마 내가 놀았어요?(최선을 다했어요)'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애들은 그만큼 당당하게 했다는 거죠. 자신감을 갖고 내가 아는 문제만 나오면 나도 만점이라는 긍정적 마인드로 임한 결과입니다. 반대는 한 달 내내 '할 게 많아요, 점수가 안 나와요, 무서워요' 이런 애들은 점수도 안 나옵니다. 수능은 육체가 아니라 뇌를 측정하는 것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히딩크가 5-0으로 지고도 앞으로 이길 거라고 했던 기자회견 끝말이 지금도 기억나는데, 그 말처럼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이때쯤 되면 아이 위한답시고 한약 달여 먹이고 하는 부모님도 많이 봤습니다만,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도 가벼운 것 위주로 먹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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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돈 서울케이스사관학원 원장. / 정성인 기자

"이때쯤 되면 시중에 봉투모의고사라는 게 많이 나와요. 올해도 7~8종을 검토해봤는데 상당히 조심해서 구입해야겠더라고요. 올해는 교육과정이 바뀐 것은 없지만 교과과정이 일부 변화가 있어요. 그런데 옛날 문제 편집해서 나온 것도 있더라고요. 전문가와 의논해서 선별해서 하는 게 좋겠습니다. 특히 탐구과목은 교과과정이 변했으므로 기출문제를 많이 풀면 안 되는데 자꾸 푸는 애들 많습니다. 서점이나 출판사도 계속 홍보하는데 조심해야 합니다. 대체로 남은 한 달간은 학생들이 기출문제 풀고 정리하는데 올해만큼은 기출문제 피하는 게 좋고, 기출문제를 굳이 하려면 올해 교육청과 평가원 모의 수능 기출문제만 활용해야 합니다."

"남은 기간에는 많은 것보다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거든요. 요즘 애들은 책만 많이 사서 많이 보려고 하는데 다 보지도 못하고 시험장 갑니다. 지금까지 모의고사 친 것 중 틀린 것 개념정리 확실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남은 기간에는 많이 하는 것보다 깊이 하라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수능 당일

"시험장에 갈 때 생각보다 기후 변화가 심할 수 있으니 옷을 많이 껴입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얼마나 중요한 시험입니까. 마음만 해도 떨리는데 날씨가 추워 육체까지 떨어서는 절대 좋은 점수 못 얻습니다. 껴입은 옷은 더우면 벗으면 되지만 없으면 떨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약물 사용입니다. 가끔 시험장 앞에서 학부모가 우황청심환도 건네고 하는데, 주의할 점은 반드시 먼저 복용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시험 치기 전에 이런저런 약을 먹어보고 몸에 맞는 것을 먹어야지 아무 생각 없이 먹었다가는 시험 치다가 잔다거나 속이 울렁거린다는 애도 있어요.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미리 먹어보고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당일은 안 먹는 것이 좋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절대 앞 시험 기억하지 말아라고 얘기합니다. 모여서 답이 몇 번이고 그런 얘기 절대 하지 말고 다음 시간 책을 보든지 메모장을 보든지 다음 시험을 생각하라는 겁니다. 우리 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수험장에 빈손으로 못 가게 합니다. 책을 가져가라고 하는데 그 20분간 보는 게 시험 성적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기 보다는 앞에 친 시험을 기억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은 이렇게

"시험 칠 때 수능장에서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굉장히 점수 차이가 크게 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마다 그 과목에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을 마음속에 옆에 불러 앉혀두고 두런두런 질문하듯이 문제를 풀어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어떻게 배웠는지를 떠올리는 것이 좋다는 거죠."

"감독관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야지 조금이라도 예외 가지려고 하다가 감독관과 충돌하면 기분 상해 시험 망치는 경우가 많아요. 절대 시키는 그대로 하는 게 좋습니다. 아니면 꼭 손을 들고 문의해서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감독관이 유독 내 앞에서만 왔다 갔다 하면 아주 신경 쓰이거든요. 손을 들고 의사표시를 하면 반드시 해결되니 손을 들고 의사표시를 하면 됩니다."

"수학은 시간 안배 잘못하면 쉬운 문제가 뒤에 있는데 앞에 문제에 발목 잡혀 풀 수 있는 문제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출제위원들이 어려운 문제를 앞에 두는 경우가 많아요. 수학 1~10번은 항상 같은 유형이 나옵니다. 문제를 펴자 말자 11~30번 문제 쭉 보면서 평소 다뤄봤던 문제는 표시하고 평소에 다뤄보지 않은 문제나 느낌이 안 오는 문제는 'X 표시'를 해둡니다. 그다음에 다뤄본 문제부터 풀고 나머지 시간이 있을 때 다뤄보지 않은 문제 풀어야 뒤에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를 놓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점심 먹고 치는 영어에서 학생이 무너지기 시작해요. 긴장을 많이 하고 와서 점심 먹고 영어 치는데 체력적으로 고갈되거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므로 반드시 점심 먹고 20분은 자야 합니다. 자고 나면 꼭 세수하고 새롭게 오후 시간 맞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영어고 탐구고 다 버립니다. 점심은 평소보다 좀 적게 먹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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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돈 서울케이스사관학원 원장. / 정성인 기자

"영어에서 애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빈칸 추론 문제입니다. 38~40번에 배열되는데, 빈칸추론이 결정적으로 시간을 많이 소요하고 그것을 맞혀야 승리할 수 있어요. 빈칸추론은 시간 부족하면 답이 안 나옵니다. 먼저 빈칸 추론 공략하라고 얘기합니다. 그것을 먼저 공략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을 소요해도 나머지 문제는 시간 많이 잡아먹는 문제 없어요."

"탐구는 지문 안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100% 제시문 안에 답이 있으니 꼼꼼히 읽어야 해요. 탐구과목 출제는 미괄식을 원칙으로 하거든요. 질문 중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래쪽을 집중적으로 읽어보고 거기서 답을 찾아보면 됩니다. 미괄식인 데다 지문에 답을 다 주게 돼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표기문제인데, 표기는 어쨌든 기계가 읽기 때문에 정성껏 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빈칸이 있거나 하면 기계가 못 읽는 수가 있는데, 기계가 못 읽는 것을 수작업은 못 하게 돼 있거든요. 표시란이 많은데 빠짐없이 기재하고 0도 숫자라는 것을 기억하고 빠뜨리지 말고 표기해야 합니다."

수능 이후

"수능 이후에 절대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잘해내는 가상 속의 대상)와 비교하면 안 됩니다. 해마다 수능 끝나고 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안타깝게 하는 소식이 전해지곤 하는데요, 내 자식을 엄친아와 비교해서 얘기하면 그럴 수 있어요. 시험은 자동차 면허시험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잘못 칠 수 있다는 것을 시험 치고 나면 주지시켜야 합니다. 몇 점 맞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저는 수능 치러 출발할 때 항상 학생들에게 그 얘기를 해요. '최선을 다하고 와라. 그런데 못 볼 수도 있다. 겁내지 마라. 또 길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실제로 가까이에서 본 적도 있었는데, 서울에서 강남 학생이었는데 학교에서는 전교 5등 안에 들던 학생이에요.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인지 시험을 못 봤어요. 우리가 그거를 교무실 용어로 '눈을 가린다'고 그래요. 그럴 수가 있다고 해요. 가끔은 그렇게 맨날 가르쳤던 수학 선생님도 눈이 가려서 그 문제를 못 풀 때가 있어요. 갑자기.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얘기를 해줘야 해요. 자꾸 엄친아만 얘기하면 비교할 데가 없으니 아이가 내몰리는 겁니다. 우리 아들이 시험 치러 갈 때도 그랬어요. 시험은 못 칠 수도 있다. 어제까지 알았던 것을 오늘 모를 수도 있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시험을 잘 치면 잘 치는 대로, 못 치면 못 치는 대로 그때 가서 결정하자. 그 말에 아이 표정이 굉장히 밝아지더라고요. '어느 대학 꼭 가야 돼', '누구는 갔어' 그런 얘기는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교육적으로 좋지 않아요.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면 자기 실력보다도 더 잘 치더라고요."

한때는 강남 스타 강사

고등학교 교사를 3년 하고, 교장과 갈등이 생겨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했다. 그게 1981년이었다고. 이후 학원 강사로 나섰다.

"당시에는 인강이라는 게 없을 때였어요. 학생들이 다 학원 와서 수업할 때였죠. 단과 학원으로 유명한 게 서울역 앞 대일학원, 노량진 정진학원·한샘학원, 강남 교신학원 등에서 뛰는 대강사 스타 강사도 많았어요. 그런 스타 강사는 불문율로 한 학원에서만 강의하는 것이 자리하고 있을 때였는데, 내가 그 룰을 깼어요. 대일하고 정진학원 원장을 함께 만나서는 '나를 쪼개든지 해라'라고 담판을 지었죠. 그 이후로 월화는 대일학원 수목은 정진학원 이런 식으로 해서 한때 이름도 날린 명 강사였습니다. 학원 강사 중 소득세 1, 2등도 해봤고요."

학원 강사만 한 것도 아니다. 40대는 대부분 기억할 수 있을 터인데, '케이스'라는 학습지가 있었다. 그 출판사를 직접 경영하기도 했다고.

"학습지 매출을 400억 원까지 올려봤습니다. 1년에 40만 원인데, 고등학생 120만 명 중 10만 명에게만 팔면 400억이죠. TV 광고도 하곤 했는데, 성격이 자질구레한 것을 싫어해서 주식 전량 소각시키고 함안으로 왔습니다. 뒤에 보니 그 회사도 망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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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돈 서울케이스사관학원 원장. / 정성인 기자

'한국교육미디어'라는 출판사였는데 독일계 펀드가 투자한 곳으로 한때는 상장사였다. "알고 보니 투자하는 게 아니라 뺏어가는 펀드"더라고 했다.

함안으로 오게 된 인연도 이 출판사와 얽혀있다. 복잡하게 경영이 얽혀서 다 주고 보니 같이 강사를 하던 선생님 부친 건물이 함안군 산인면에 있었는데, 채권채무관계 정리하면서 받게 됐다고 했다.

"처음에 함안으로 올 때는 서울에서 얽힌 생활에 염증이 나서 전원생활을 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서울 토박이가 전원생활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군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결국 다시 학원을 하게 됐죠. 여러 선생님이 도와줘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도 선생이라는 것을 놓지 못해 수업한다고.

"문과 학생 대상으로 윤리 과목 수업을 합니다. 논술도 하고. 학원가에는 선후배 위계가 아주 엄격합니다. 나이나 학번 그런 것 관계없이 강사로 데뷔한 순서로 선후배가 매겨지죠. 심지어 담배 심부름을 시킬 정도입니다. 그러니 우리 학원 선생님들께 나는 굉장한 선배이죠. 그냥 원장이라면 적당히 개개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선배이다 보니 잘 믿고 따라줍니다."

독특한 학원 시스템

전국에 60여 개가 있는 기숙학원 중에서도 서울케이스사관학원은 좀 독특하다. 입학금이 없으며 장학금도 없다. 원장이 거의 상주하면서 학생들과 숙식을 함께하고 있기도 하다. 또 대부분 기숙학원이 프랜차이즈 학원인데 비해 이 학원은 독립학원이기도 하다. 이는 그가 겪었던 프랜차이즈 학원의 병폐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숙학원은 캐피털 같은 제3금융권에서 굉장히 좋아합니다. 학원비는 선불로 받고 지출은 한 달 뒤에 해도 되니 그렇죠. 여기에 오기 전에 한 프랜차이즈 기숙학원 부원장을 했습니다. 그때 27~28세쯤 되는 원장이 왔더라고요. 캐피털에서 파견한 거죠. 오더니 연간 학사계획을 보자더군요. 보여줬더니 연간 휴가 일수를 50일로 맞추고, 보충수업도 한 반에서 25명 이상은 받게 하라는 거였습니다. 저는 반발했죠."

기숙학원에서 휴가란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기간을 말한다. 2주 내지는 4주 단위로 2박 3일씩 학생들을 귀가시키고 나면 받은 수강료가 고스란히 남는다. 그는 왜 수강료는 다 받으면서 교육은 다 시키지 않느냐고 반발했던 것.

"그러고 나서 회장이라는 사람이 저를 보자더군요. '부원장님이 불만이 많으시다고요?' 하더라고요. 그래 '아니 50일씩 휴가 보내버리면 공부는 언제 시키느냐. 한 달 반을 공으로 먹는 거잖아요'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엊그제 보너스 받으셨죠? 그게 그 돈이에요' 하는 겁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것은 아니다 해서 그만뒀습니다."

그래서 지금 학원은 휴가를 안 보내기로 유명하다. 보충수업비도 따로 안 받는다.

"아니 내가 수강료 받고 아이를 맡았으면 내가 책임을 져야지, 공부 못한다고 따로 보충수업비를 받으면 되겠어요? 그리고 장학금도 그래요. 보통은 입학금을 받는데, 100을 받았으면 장학금으로 50 정도 쓰고 50은 학원이 가져갑니다. 아니 왜 학생 돈으로 생색은 다 내면서 그걸 또 수입으로 잡느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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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케이스사관학원. / 정성인 기자

휴가가 짧은 것은 물론, 토·일·공휴일에 설·추석 연휴에도 수업하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원장은 물론, 강사와 직원까지도 쉬는 날 없이 학생들과 함께한다. 일본에 기숙학원 운영을 견학 갔다고 보고 온 게 있어서다.

"우리나라 기숙학원 기준은 시설 면적이 얼마가 되어야 하고 어떤 시설을 갖춰야 되고 이런 것만 규정돼 있어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원장이 일주일 중 며칠을 상주해야 하고 이런 실질적인 내용으로 돼 있더란 말입니다. 한번은 추석 때도 강의하는 걸 보고 중소기업 대표가 찾아왔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추석 연휴에도 모든 직원이 다 출근할 수 있느냐고 궁금하다면서요. 뭐 해 줄 말이 있나요? 원장이 직접 배식도 하고 화장실 청소도 하면서 함께 하니 다 따라오더라고 말해줬습니다."

교육은 장이 솔선수범해야

인근에 있는 칠원고등학교가 지역 명문고로 떠올랐다. 거기에도 김 원장이 힘을 보탰다고 했다.

"지역에 봉사할 길을 찾다가 함안군내 고등학교에 도울 방법이 있으면 돕겠다는 공문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지금은 퇴직하셨는데, 칠원고등학교 윤흥두 교장선생님이 찾아왔더라고요. 내신성적은 학교에서 관리가 되겠는데 수능 성적은 아무래도 어렵다면서 도와달라더군요. 그래서 주말이면 우리 선생님들하고 함께 가서 봐주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교장선생님이 참 대단하셨어요. 모든 학생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겁니다. 이 아이는 수학에서 어떤 부분이 약하다, 저 아이는 영어 어휘가 약하다는 식인데, 공부 잘하는 아이뿐만 아니라 가장 못하는 아이에 대해서까지도 그렇게 다 파악하고 어떤 부분을 보살펴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교장선생님이 이런 열정을 갖고 있으니 잘 안될래야 안 될 수가 없는 거죠."

칠원고가 명문고가 되는 것을 보고는 인근에 있는 다른 군에서 김 원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역 명문고를 육성하려는데 김 원장 노하우를 들려달라는 것.

하루는 장학회 이사회 한다고 해서 갔더니 어디 터를 몇 평을 사서는 기숙사를 어떻게 짓고 그런 얘기만 논의하더라고 했다.

"아니 공간이 없어 공부를 못 합니까? 문화회관이니 체육관이니 이런 곳에 공간은 넘쳐납니다. 공간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아이들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교육을 할까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데, '어디 땅을 사고, 터파기는 네가 하고, 기초는 내가 하고' 이런 논의나 하고 있으니 무슨 명문고를 육성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얘기하고는 다시는 안 갔습니다. 교육은 다리 놓는 것하고는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오래 하면서 느낀 것은 "일관되게 열심히 하는 애들에게는 누구도 못 이기더라. 실력이 아무리 있고 머리가 좋고 하더라도 일관되게 열심히 하는 친구는 누구도 이길 수 없더라"는 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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