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면 지족마을에서 창선면 적량마을까지 15㎞ 5시간

<코스 훑어보기>

6코스 말발굽 길은 남해 창선교에서 시작한다. 남해섬을 구성하는 두 큰 섬, 창선도와 남해도를 잇는 다리다. 다리 아래는 지족해협이다. 다르게는 '손도해협'으로 불린다. 섬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다라는 뜻이다. 경상도 말로 좁다는 뜻인 '솔다'에서 나온 말이다. 좁은 물길이어서 물살이 빠르다. 예로부터 이곳은 빠른 물살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죽방렴(竹防簾)이 유명하다. V자 형으로 나무 말뚝을 박고 그물을 걸어 고기를 가둬 잡는 도구다. 창선교에 서면 다리 좌우로 바다 위로 죽방렴이 듬성듬성 늘어서 독특한 풍경을 이룬다. 6코스의 끝인 적량마을은 고려 시대 군마(軍馬)를 키우던 곳이다. '말발굽길'이란 이름은 여기에서 비롯했다. 적량마을에는 버스가 오전 9시 30분 즈음, 오후 4시 40분 즈음 두 번뿐이니 버스로 이동할 계획이라면 여유 있게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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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섬마을에서 육지로 이어진 방파제. / 이서후 기자

창선교와 죽방렴

삼동면 하나로마트 주차장 끄트머리에 조그만 바래길 표지판이 있다. 이곳에서부터 시작해 창선교를 건넌다. 다리 왼편으로 가면 죽방렴을 포함해 지족해협의 아기자기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다리 오른편 길로 가면 아주 가까이서 죽방렴을 볼 수 있다. 다리를 지나자마자 바로 오른쪽 내리막이다. 이곳에 정식으로 6코스 시작점 안내판이 있다. 하지만 굳이 창선교를 건너서 오라고 권하고 싶다. 다리 위에서 본 죽방렴 풍경을 그냥 생략하기엔 아쉬운 까닭이다. 내리막은 지족해협 바닷가로 이어진다. 몇몇 횟집과 펜션이 들어선 조그만 마을이 있다. 이 구간은 짧지만 뜻밖에 조용하고 고즈넉한 맛이 있다. 마을을 지나면 창선교에서 바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삼천포대교를 지나 남해읍으로 가는 길목이라 차가 많고 속도도 빠르니 조심하자.

버스정류장이 나오면 바로 당저2리 마을 입구다. 바래길은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길을 지나고 나면 큰 호수 같은 곳이 나온다. 코앞에 있는 추섬과 마을을 이어 만든 곳이다. 원래 새우 양식장을 했었다는데 지금은 그저 빈 곳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방파제와 양식장 그리고 그 너머 바다까지 층층이 보이는 경치가 제법 좋다. 오른편 마을 어항은 추섬과 방파제에 둘러싸여 잔잔하고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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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선교 오른편으로 보이는 죽방렴과 지족해협. / 이서후 기자

추섬을 지나 방파제로

추섬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섬이다. 지난 2003년 공원이 만들어져 지금은 '추섬공원'이다. 섬으로 가는 길은 자동차가 다닐 정도로 넓다. 바래길은 추섬을 한 바퀴 돌고 다른 방파제로 이어진다. 파도 소리도 없이 고요한 방파제다. 방파제를 지날 때 오른쪽으로 보이는 섬이 구도다. 방파제 끝에서 도로를 만난다.

바래길 표지판은 오른쪽을 가리킨다. 구도를 오른편으로 끼고 걷는다. 곧 부윤2리마을 안내석이 나온다. 조금 걷자니 왼쪽으로 말들이 보인다. 남해승마장이다. 승마장을 끼고 길은 왼쪽으로 90도 꺾여 논길로 이어진다. 잠시 후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바래길 표지판이 있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지만 으슥하고 깊은 숲길이다. 숲을 빠져나오면 부윤2리마을 뒤편이다. 마을 정자나무나 지붕들 너머 마을 항구를 바라보며 잠시 걷는다. 길은 다시 왼편 숲 속으로 이어진다. 보현사로 가는 길이다. 길 주변으로 밭들이 이어지다가 곧 소 축사가 나온다. 축사 입구에 잠자던 개가 인기척에 놀라 잠 덜 깬 소리로 짖는다.

산길이 계속된다. 갈림길마다 바래길 표지판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드문드문 오른편으로 전망이 트일 때마다 바다가 보인다. 보현사는 기와집 두 채로 된 작은 절이다. 대웅전 앞에 서면 창선 바닷가와 바다 건너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보인다. 대웅전 아래 앉아 잠시 쉬어간다. 보현사를 지나고부터는 대체로 내리막이라 걷기가 한결 수월하다. 내리막길의 끝에서 도로를 만나면 바래길 안내 화살표를 따라 왼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갓길이 좁으니 조심하자. 곧 오른편으로 전망이 탁 트인다. 장포마을과 그 앞 장포항이 보인다. 장포항 너머 바다 건너로 보이는 곳이 고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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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상개해수욕장. 작고 한적한 곳이다. / 이서후 기자

지족 마을들

6코스 말발굽길이 시작하는 지족해협은 남해군 삼동면 지족마을과 창선면 지족마을 사이에 있는 바다를 일컫는다. 두 마을은 원래 창선도과 남해도를 잇는 나루터였다. 지난 1980년 6월 5일 창선교가 완공되어 서로 이어졌다. 지금 있는 창선교는 지난 1992년 기존 다리가 무너져 1995년 다시 지은 것이라 한다.

재밌는 건 같은 지족이란 이름을 쓰지만 한자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창선면 지족마을은 나루가 있던 마을이고 샘이 좋다란 뜻에서 '새미나루'라고 불렸다. 이후 '세민날'로 이르다가 언제부터인지 지족(只族)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교해 삼동면 지족마을은 지족(知足)이라고 쓴다. 옛날 남해섬 사람들이 창선으로 갈 때 '발(足)이 멈추어져서 건너게 되는 것을 알았다(知)'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해석으로는 죽방렴과 지족해협 주변에서는 나는 해산물이 풍부해 굳이 먼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 '족함(足)을 안다(知)'는 말도 있다. 또는 자기 분수를 알면 잘살고, 과욕이나 허욕을 부리면 가난한 마을이 될 것이라는 가르침을 담아 지족(知足)이라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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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삼동면 지족2리마을 해안에는 옛 마을 이름(달반늘)을 붙인 식당이 있다.

삼동면 지족마을은 예로부터 큰 고을이었다. 지금도 지족1리, 2리, 3리 세 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현재 제일 번화한 곳은 삼동면사무소가 있는 지족3리 마을이겠다. 창선교와 가장 가까운 곳이고 창선 쪽에서 남해로 넘어오는 길목이어서 대형상점과 숙박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삼동파출소와 남수중학교를 잇는 마을 도로를 걸으면 양쪽으로 낮은 식당 건물들이 늘어서서 마치 영화세트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곳은 오래전 '원님등'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남해 현령이나 목관들이 창선으로 가는 나룻배가 오길 기다리며 쉬던 곳이라는 뜻이다.

지족2리는 세 마을 중 제일 해안에서 멀다. 가장 먼저 생긴 마을이어서 본마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마을은 400년 이상 되었다고 하는데 옛 이름은 '화두(花斗)'였다고 한다. 남해섬 전체를 연꽃 모양으로 보면 지족2리가 꽃술 자리라서 꽃의 머리라는 뜻으로 그렇게 불렸다고 기록은 전한다.

죽방렴

지족1리마을은 삼동면 지족마을 중 왼쪽 끝머리에 있다. 200여 년 전 너무개라는 곳에 기와궁이 있어 기와고개란 뜻으로 와현(瓦峴)라고도 불린다. 마을 앞에는 조그마한 농가섬(弄歌島)이 있다. 옛날에 추수를 끝낸 주민들이 썰물이 되어 드러난 갯벌을 통해 건너가 놀았던 곳이다. 그 앞으로 보이는 섬이 장고섬(長鼓島)이다. 말 그대로 장구 모양을 하고 있다. 마을회관 남쪽 언덕이 꽃밭을 이루기에 화전등(花田嶝)이라 부르기도 하고, 마을 해안이 둥근 반달 모양이라 해서 '달반월' 혹은 '달반늘'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 마을 해안에 달반늘이란 식당이 있다.

지금은 농가섬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놓여 있는데, 이곳은 죽방렴(竹防簾)을 관찰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죽방렴은 순우리말로 '대나무 어사리'라고 한다. 어사리는 그물을 쳐서 한꺼번에 많은 고기를 잡는 것을 이른다. 남해섬 뿐만 아니라 조수간만의 차가 큰 곳에서 두루 행하던 어로 방식이다. 하지만, 남해 지족해협에 있는 죽방렴이 기록상 역사가 500년이 넘어 가장 오래고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어 가치가 크다. 지난 2010년 남해 죽방렴을 포함한 경관이 국가지정 명승 71호로 등록됐다. 농가섬으로 이어진 다리 위에 서면 바닷물이 세차게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보통 죽방멸치라고 해서 멸치가 유명하지만, 죽방렴에서는 갈치, 학공치, 장어, 도다리, 농어, 보리새우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힌다. 물론 그중 멸치가 가장 많다. 고기잡이는 3월에서 12월까지 이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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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군 삼동면 지족1리마을 앞 농가섬과 연결된 다리 위에서 본 죽방렴. 어민이 그물을 건져올려 물고기를 꺼내고 있다. / 이서후 기자

죽방렴의 또 다른 묘미는 창선교에서 바라보는 일몰이다. 해가 질 무렵 창선교에 서면 황금빛 바다와 죽방렴의 검은 그림자가 어우러져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창선교를 지난 바래길 6코스가 두 번째로 만나는 마을이 당저2리다. 당저(堂底)라는 이름은 창선면에서 제를 올리던 당집이 있던 산 아래 마을이라는 뜻이다. 본래 당저마을은 지금 당저1리다. 당저2리는 해창마을로 불렸다. 해창(海倉)은 해안에 있는 창고란 뜻이다. 고려 시대부터 이곳 창고에 나라에 바치는 조세와 곡물, 특히 문어, 미역, 해삼 등을 모았다가 바닷길로 서울까지 옮겼다고 한다. 서해안, 인천, 한강을 거쳐 노량진에 이르는 먼 여정이었다. 가는 길에 폭풍을 만나면 배가 침몰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바다신에게 제를 올리던 곳이 바로 창선면의 당집이다.

당저2리를 지나면 부윤2리마을이다. 마을 앞에 섬이 하나 가로로 길게 누워 있다. 그 모양이 거북이처럼 생겨서 구도(龜島)라고 부른다. 마을 이름도 구도마을이다. 조선 시대에는 마을과 구도 사이에 다리가 있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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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군 삼동면 지족1리마을 앞 농가섬과 연결된 다리는 죽방렴 관찰 시설이기도 하다. / 이서후 기자

사우스케이프(SOUTH CAPE)

바래길 6코스에서 이곳을 빼고 갈 수는 없다. 창선면 오른쪽 끄트머리를 온통 차지한 골프리조트 시설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이다. 지난 2013년 11월에 문을 연 곳이다. 배우 배용준·박수진 부부가 신혼 첫날을 보내 유명해졌고, 이후 송승헌·유역비 커플이 다녀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바래길이 직접 이곳을 지나지는 않는다. 내부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바래길 안내판에는 주변 볼거리로 적혀 있다. 물론 이곳은 바래길을 걸으며 아무렇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18홀 규모에 국내 최고로 인정받는 퍼블릭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7성급 스위트 호텔, 클리프하우스로 불리는 절벽 위 빌라 등으로 이루어진 고급 휴양시설이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2016년 기준, 스위트룸 숙박은 2인 기준으로 최저가라도 1박 50만 원 이상, 빌라는 6인 기준 1000만 원이다. 골프장 코스 사용료(그린피) 역시 국내에서 제일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잘 꾸며져 있다. 일반적으로 골프클럽으로 알려졌지만 이곳의 정식명칭은 'South Cape Spa&Suite'다. 그러니까 스파와 숙박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곳이다. 궁극의 힐링(Ultimate Healing)이란 모토에 걸맞게 최고의 쉼을 선사하겠다는 게 사우스케이프의 취지다. 이곳은 명품 여성 패션기업 한섬의 창업자 정재봉 회장이 한섬 기업 자체를 팔고 그 돈으로 남해 창선면에 세운 것이다. 4000억 원 정도다. 명품 골프리조트를 지향하며 클럽하우스 설계에만 2년 6개월이 걸렸다. 멕시코에서 직접 미장공을 불러 시공했다는 클럽하우스는 그 독특한 모양으로 바다와 어우러졌다. 이 휴양시설 내부로 숙박객을 위한 트레킹 코스가 나 있는데, 완주하는데 4~5시간 정도 걸린다. 그만큼 부지가 크다. 하여 아직도 남은 부지가 꽤 있고 지금도 계속해 시설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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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의 랜드마크인 클럽하우스에서 바라본 남해섬과 바다. / 이서후 기자

<바래길에서 만난 사람들>

◇장포항 어르신

"어디서 왔노?"

지나가는데 길가 그늘에 앉았던 어르신 한 분이 대뜸 말을 붙이신다. 주변에 큰 나무 그늘이 없지 않은데, 굳이 그 자리에 앉으신 걸 보니 아마도 평소 자주 앉으시는 자리인가 보다.

- 창원에서예

"아, 창원."

- 여 항이 억수로 크네요.

"하, 여 구경하러 많이 온다."

- 구경을 하러 온다고예?

"사람들이 차 타고 여 구경하러 많이 와. 옆에 골프장이 있어나 논게 거도 보도, 여도 보러 온다."

- 요 배는 와 이리 많이 있습니꺼?

"사업을 한께 안 그라나."

- 아아, 양식하는 배들인가베예.

"하."

- 뭐를 양식합니꺼?

"홍합, 꿀(굴)."

지나가던 아낙이 어르신을 보고 반가운 인사를 한다. 그러고는 잠시 말이 끊어진다. 어르신은 무릎이 아픈 듯 자주 무릎을 쓰다듬으신다. 그러고는 작은 어선 하나가 정박한 배들 사이를 지나 큰 바다로 나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신다. 그러다 문득 다시 말씀을 이어가신다.

"오드로, 차 타고 왔나?"

- 저 저, 오데고, 적량에 차 두고 지족에서 걸어왔으예.

"걸어옸다꼬? 아이고…. 가서 어여 점심 무라."

- 예, 빵 쪼가리 하나 사가, 오다가 무심더.

"아이고…, 차를 가 와서 구경을 해야 서언치."

- 아입니더, 걸어야지예. 어르신은 이 동네 오래 사셨습니꺼?

"하, 할아버지 때부터 살았제."

- 할아버지 때부터예? 우와~. 옛날에도 배가 이리 많았습니꺼?

"이리 많지는 않아도 사람은 많이 살았지. 인자 배가 많이 줄어진다, 고기가 많이 안 나니께."

- 아…, 예. 어르신 앉은 자리는 시원하고 좋네예.

"하, 살살 걸어가라 인자."

어르신은 그렇게 평생 살아온 해변을 따라 마을로 들어가신다. 느리고 힘없는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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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장포마을 어르신. / 이서후 기자

남해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직원

"사실 일반인들은 오시기가 조금 힘들죠."

독특한 디자인의 클럽하우스를 보며 우와, 우와 하고 속으로 탄성을 지르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부드러운 말투와 몸에 밴 친절한 태도는 명품 골프리조트의 직원다웠다. 지난달 남해 창선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Southcape Owner's Club)을 둘러보자고 마음을 먹었을 때 가장 먼저 연락이 닿은 이였다.

부지면적 193만 2000㎡ (58만 5000평), 사업비 4000억 원, 1일 최고 숙박비 1000만 원, 성수기 그린피(골프장 1회 이용료) 39만 원. 이 호화 골프리조트에 근무하는 이들은 클럽 근처에 마련된 숙소에서 지낸다. 이 숙소 앞을 바래길이 지난다. 숙소 건물은 깔끔하고 현대적이다. 하지만, 주거공간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데다가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어 평소에는 아주 심심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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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골프장 내 티하우스 지붕. 끝에 서면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 이서후 기자

그가 처음 안내한 곳은 16번 홀이다. 절벽 위에서 바다 건너로 골프공을 날려야 하는 곳이다. "아마 세계적으로도 이런 멋진 그린은 잘 없을 겁니다." 보통 골프장에서 그늘집으로 불리는 '티 하우스'도 살펴봤다. 바다를 향해 뾰족하게 튀어나온 지붕이 인상적이었다. "지붕을 타이타닉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클럽하우스는 사우스케이프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두 건물을 연결한 지붕 가운데가 뻥 뚫려있어 하늘이 보인다. 그 구멍 바로 아래 물이 얕게 흐르는 공간을 마련해 하늘이 비치도록 했다. "밤에는 물 위로 달이 비치는데, 정말 멋집니다."

안내를 하는 동안에도 그에게는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네네, 좀 있다 연락드릴게요." 미안한 마음에 혼자 사진만 몇 장 떠 찍고 갈 테니 이제 일을 보시라고 했다. "아닙니다. 덕분에 저도 좀 여유를 부려보네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 나오면서, 그는 잘 부탁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다고만 했다. 철저한 '서비스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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