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에서 오래 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2017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t 지명

올해 마산용마고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우승을 제외하고는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대기 등 4대 고교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대신 지난 8월 22일 2017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졸업예정 선수 4명이 프로 유니폼을 입으며 활짝 웃었다. 용마고에서 한 해 4명이 프로 지명을 받은 사례는 올해가 처음이다. 게다가 1라운드에서 두 명의 이름이 불린 것도 용마고 야구부 창단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전체 1번으로 지명을 받은 투수 이정현을 비롯해 포수 나종덕(1라운드 전체 3번 롯데), 유격수 홍지훈(5라운드 전체 43번 롯데), 투수 강병무(9라운드 전체 88번 NC)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신인 드래프트가 끝나고 3일 뒤인 8월 25일 오후 용마고에서 '2차 전체 1순위 지명'의 주인공 이정현을 만났다.

미리 인터뷰 약속을 잡아서인지 이정현은 연습복 대신 유니폼을 단정히 입고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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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용마고 이정현 선수. / 유은상 기자

지명 순간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기뻐

"신인 드래프트가 있기 전부터 주변에서 1번으로 지명될 것 같다는 말이 나와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지명 당일 회의장에 도착한 뒤에야 알았습니다."

이정현은 2005년 조정훈(롯데), 2015년 김민우(한화)에 이어 용마고에서는 세 번째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선수다.

이정현은 "이름이 불리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어요. 전체 1번이니까. 프로에 가려는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호명되길 바라니까"라면서도 "동료 3명도 함께 프로에 지명돼 기쁘지만 지명을 못 받은 친구들이 마음에 걸린다"며 동료들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이정현은 지난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제96회 전국체전에서 용마고는 우승을 차지했었다. 이정현은 이 대회에서 준결승과 결승전에 등판해 모두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올해 이정현은 가장 좋은 성적을 찍었다. 18경기에 등판해 66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5승 2패 평균자책점 1.23을 기록했다. 지난 5월에는 용마고의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해라서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지난겨울 몸 만들기를 잘했던 것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 같습니다. 황금사자기 성적이 좋은 평가를 받은 계기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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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용마고 이정현 선수. / 유은상 기자

거창한 목표 대신 작은 목표 하나씩 이룰 것

kt 위즈에 입단하게 된 이정현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정현은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있지는 않습니다. 작은 목표를 세워 하나씩 이뤄가고 싶습니다. 1군 진입해서 기회를 많이 받는 것. 안 다치고 1군에서 오래 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다만 신인왕은 욕심납니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롤 모델은 손민한(전 NC다이노스)이다.

"손민한 선배님은 컨트롤이 좋고 야구를 오래 하셨잖아요. 그리고 은퇴하는 순간까지 팀에 도움이 되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kt에서는 자신보다 2살 많은 투수 주권과 친하게 지내고 싶고, 그에게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했다. 주권은 지난 5월 27일 넥센전에서 kt에 구단 첫 완봉승을 안긴 투수 유망주다.

외국 선수로는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를 꼽았다.

"다르빗슈의 직구는 살아 오르는 느낌입니다. 그런 직구를 던지고 싶어요."

이정현은 신인 드래프트 끝나고 인터뷰에서 다르빗슈가 롤 모델이라고 인터뷰했다가 기사에 악플이 많이 달렸다는 여담도 전했다. "일본 선수라 그랬던 것 같아요. 하하."

태극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 것도 목표 가운데 하나다. 이정현은 아직 한 번도 국가대표에 선발된 적이 없다. "1학년 때 1년 유급한 탓인지 이번에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8월 30일~9월 4일 대만에서 열린 대회로 대한민국은 3위를 차지했다. 같은 학교 나종덕은 대표팀에 발탁돼 대회에 참가했다.) 대표에도 선발되지 못했어요. 아쉬워요. 선수 생활하는 동안 올림픽이나 WBC, 프리미어12 같은 국제대회에 출전해서 금메달을 꼭 목에 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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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용마고 이정현 선수. / 유은상 기자

고교 마지막 전국체전 2연패 도전

이정현은 그간 키워준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 아들이다. 인터뷰 말미에 "여태까지 제 뒷바라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프로에 가서도 잘해서 돈 많이 벌어 효도할게요"라며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 지역 출신인 이정현이 연고 팀이 아닌 타 구단으로 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 지역 야구 팬들도 있을 터다. 그들에게도 한 마디 해달라고 청했다.

"경남 야구 팬 여러분, 프로에 가서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정현에게 고교 마지막 전국대회가 하나 남아있다. 오는 10월 7일 개막하는 제97회 전국체전이다. 이정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체전 우승을 차지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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