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해양신도시를 세계적 명품으로 만들겠다"

창원시 출연기관인 창원산업진흥재단이 지난 7월 21일 창원산업진흥원으로 이름을 바꾸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8월 5일 개원하고서 1년하고도 한 달이 조금 더 지났다. 이 기관은 설립 당시 창원지역 기업의 산업생태계 체질개선과 미래전략산업을 이끌어갈 장기발전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고 체계적·지속적·안정적인 기업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싱크탱크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내세웠다. 개원 한 달 전부터 원장을 맡아 1년여를 이끈 진의장 원장을 만나 창원산업진흥원의 지난 1년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과제를 들어봤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 씨와 다시 만난 일 가장 기억에 남아

Q. 취임 인터뷰 때 첨단산업과 관광산업 육성을 내세웠는데, 개원 1주년하고도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설립 취지에 비춰 얼마나 그 역할을 했다고 보시나요?

"취임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습니다. 안으로는 조직 정비, 밖으로는 기업 애로 청취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는데요.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진흥원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또렷한 방향을 잡았습니다. 취임 때도 밝혔듯이 첨단산업·관광산업 육성이 그 핵심 방향입니다. 올해는 창원시로부터 이관받은 기업지원사업 추진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시책과 미래 먹을거리 사업 발굴 등으로 바쁘게 보낼 것 같습니다."

Q. 지난해 7월 1일 개원 전 취임했으니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나갑니다. 원장으로 취임하고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하나 꼽자면?

"통영시장 재임 시 결국 무산됐지만 윤이상 음악당 설계 약속을 받았던 세계적인 거장 프랭크 게리 씨를 지난해 말 다시 만나 마산해양신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미술관 설계를 요청한 일입니다. 이 세계적인 거장은 미술관 설계는 물론이고 인공섬 인근 친수 공간과 돝섬과 연계한 마스터 플래닝도 참여하겠다고 흔쾌히 응해 감동받았습니다. 이 세계적인 건축가는 늘 한국 종묘가 세계 최고 작품이라고 칭송합니다."

Q. 진흥재단에서 진흥원으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뭔가요?

"이름 하나에 목표와 방향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름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통상 재단이라면 복지·문화재단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요. 여기에 지난해 11월부터 지역 기업체 방문 애로 조사 때 기업인들이 명칭을 바꾸라는 건의를 많이 해 논의 끝에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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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장 창원산업진흥원장./박일호 기자

창원산업 위기 극복? 위기 대응이 너무 늦어 아쉬워

Q. 설립취지와 목표, 기능상 경남도 출연기관이자 지역 거점 혁신기관인 경남테크노파크, 창업에 중점을 둔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와 많이 겹치는데, 진흥원만의 독창적인 생존 전략 혹은 특화 방안이 있습니까?

"설립 취지나 목표, 기능이 두 기관과 많이 겹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것은 우리 역할은 더 '공공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것입니다. 공무원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기업에 대한 밀착 지원'이 어려운 점을 보완하고자 시로부터 이관받은 지원 업무를 하고 있어 두 기관보다 더 '공공성'을 띤 '기업 밀착 지원'을 한다고 구별될 수 있습니다. 두 기관이 하지 않는 관광 진흥과 문화산업 진흥까지 맡아 할 계획입니다."

Q. 지역경제계에서도 창원산업진흥원은 아직 생소한데, 일반 시민에게는 더할 것입니다. 기관 홍보가 여전히 필요해 보이는데, 오히려 개원 1주년 때는 기념행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한, 적극적인 대외 홍보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외형적인 홍보에 치중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홍보 내실을 다지는 측면에서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뜻에서 형식적인 1주년 기념행사 대신 진흥원 역할을 기업에 알리고자 '창원산업정보지'를 창간했고요. 8월을 시작으로 매월 발간할 예정입니다. 진흥원 주요 고객이 창원 시내 기업인 점을 고려해서 지난해부터 시행한 기업체 대상 기업애로사항 조사로 기업을 직접 방문하며 진흥원 설립 목적과 필요성, 추진사업 등을 홍보해왔습니다. 진흥원의 주요사업과 산업정보나 동향 등을 정기적인 정보제공 소식지인 '뉴스레터(Newsletter)'를 매주 발간합니다. 앞으로는 SNS를 활용해 기업과 쌍방향 소통으로 상호 정보를 공유해 실질적인 기업 니즈(요구)를 파악하고 실시간 기업지원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Q. 진흥원은 지역산업 구조 고도화·창원형 강소기업 육성·기업친화도시 조성을 3대 전략으로 세워 '미래산업 선도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최종 목표로 합니다. 전략별로 1년간 성과와 한계, 앞으로 과제를 얘기해주세요.

"가장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창원산업 위기를 지켜보면서 더 본질적인 문제점과 그 해결 방향에 대한 답으로 대신하겠습니다. 한마디로 위기 대응이 매우 늦었습니다. 경남 주력산업은 조선해양산업과 기계산업이 아닌가요? 2010년까지 7년간 통영시장으로 있으면서 통영 중소조선소 몰락 과정을 생생히 지켜봤습니다. 발을 구르고 정부에 각종 건의를 해봤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습니다. 대형 조선소와 중소형 조선소 역할 분담이 필요했습니다. 정부가 경기 예측을 하고 조정 역할을 더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한,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3000만∼4000만 원인데, 대기업은 평균 8000만 원 수준입니다. 이런 고임금 아래 경쟁력은 없습니다. 일거리의 70% 이상을 3000만∼4000만 원 하는 중소기업에 고루 분배했다면 통영의 중소조선소는 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불어 조선 분야 고급 기술인력 국외 유출을 막을 방안이 절실합니다. 또 기계산업을 본다면 최근 경남테크노파크 신임 원장이 '친환경 파워 유닛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시도들이 필요합니다. ICT 접목과 기계 산업 혁신에 공감하지만 창원 고유의 대형 기계산업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끝으로 경남도와 경남테크노파크가 도내 유능한 청년들을 한 300여 명 뽑아 훈련해 국외로 내보내면 이 중 10%인 30여 명만이라도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로 키운다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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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투자유치단(단장 진의장)이 스페인 마리나 업체인 IPM사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창원시

전기차로 플랫폼 일원화? 수소차 성장해야 자동차부품사 생존

Q. 최근 창원시는 수소차 부품과 수소스테이션을 전략 산업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수소차 분야를 중점 연구·개발해온 현대차조차 지난해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올 6월 아이오닉 순수전기차를 출시하고, 곧 제네시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현대차도 전기차나 전기와 가솔린을 혼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시장에 속속 내면서 친환경 차량 플랫폼이 전기차로 일원화되는 듯한데, 창원시 산업정책은 이런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요?

"정부와 현대차 미래 친환경 차 전략 방향은 수소차입니다. 정부는 전기차는 가정용·도심용으로 개발하고, 수소차는 운행 거리가 긴 차량 중심으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융복합충전소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전기차와 수소차를 별개가 아닌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 진행상 수소차 사업이 전기차보다 늦게 개발됐을 뿐 이후 수소차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봅니다. 기업 처지에서는 인프라 구축으로 수소차가 본격 보급되면 전기차 이상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전기차 대중화로 글로벌 완성차기업은 배터리·모터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산업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필요한 전략은 수소차 대중화와 더불어 수소차의 핵심인 연료전지(스택) 기술을 보유하고서 기존 협력사를 유지 혹은 확장하는 것입니다. 수소차는 전기차 부품의 90% 이상을 공유하기에 서로 경쟁 관계가 아닌 상생 관계입니다. 일반자동차(가솔린·디젤) 부품은 약 4만 개, 전기차 부품은 약 2만 5000개, 수소차 부품은 약 6만 개입니다. 수소차는 자동차 부품산업을 성장시키지만 전기차는 부품산업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창원시의 약 535개 자동차부품업체 중 60%인 300여 개 기업 미래 먹을거리가 수소차에 달렸습니다. 그런 만큼 수소차 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며 진흥원도 수소충전소 구축·운영, 전문가 협의체 구성과 운영 등으로 관련 발전전략을 마련하겠습니다. 끝으로 수소차 부품산업 선도기업 육성을 위한 시제품 제작과 컨설팅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Q. 관광 진흥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진흥원은 마산 해양신도시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먼저 스페인 '빌바오 효과'라는 신화를 이루고 살아있는 건축계 전설이라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으로 해양신도시를 조성해 창원시 랜드마크를 조성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세계 최고 생태환경도시라는 브라질 쿠리치바시를 능가하는 명품 관광 친환경 도시로 조성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창원시, 시공사업자, 도시계획전문가, 시민대표, 그리고 해양신도시 마스터 플랜을 담당할 프랭크 게리 씨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세계 최고 명품관광도시 조성을 논의할 것입니다."

Q. 진흥원에서는 최근 '방위산업 현황 분석 및 육성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방산 중소기업 체계적 육성으로 방산의 구조 고도화, 방산기술 자립화로 글로벌 방산 한류 선도 등을 내세웠습니다. 시와 진흥원이 생각하는 창원 방위산업 성장 전략과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진흥원은 방위산업 육성 기본 계획을 세우고 그 후속 조치로 올 4월 방위산업팀을 신설했습니다. 이 팀에서 '방산중소기업 육성계획'을 수립했습니다. 또한, MRO(납품한 제품의 유지·보수·정비) 부품 국산화 지원 사업과 방산기업 기초 역량 강화 지원 사업 등 10개 세부 과제를 추진하고자 준비 중입니다. 기술 지원과 판로개척으로 방산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성장시킨다면 좋은 미래 먹을거리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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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장 당시 모습./경남도민일보DB

창원형 강소기업 육성·기업현장 애로기술 멘토링으로 기계산업 위기 대응

Q. 지능형 기계산업 성장과 창원산업단지 구조구도화 등 기계산업 리노베이션이 최대 당면 과제입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올 8월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규제 프리존과 관련해 우리 진흥원은 경남도, 창원시와 함께 실무 TF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재정지원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지능형 핵심부품 엔지니어링센터 구축 사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사업주체가 되고 경남도·창원시와 함께 사업비 약 8500억 원 규모로 21개 창원산단 구조고도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진흥원은 정부, 경남도, 창원시와 지역 기업체 가교 역할에 충실하고 기업체의 기술개발 역량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고자 창원형 강소기업 육성사업과 기업현장 애로기술 멘토링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Q. 수출주도형 제조업이라는 지역산업체계를 유지하려면 산업기술 고도화 과제 또는 제조업 이외 신성장산업 집중 발굴·육성이 필요한데, 이런 상황에서 진흥원은 어떤 역할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까?

"결국, 상품의 질이 수출을 좌우합니다. 연구개발 고도화 문제는 당사자인 기업과 큰 힘을 지닌 정부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선 세계 경제 회복이 선행돼야 합니다. 세계 경제를 쥐고 흔드는 워싱턴 컨센서스, 소위 미국연준(Fed), 세계은행, IMF는 신고전파 경제 이론에 따라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긴축통화로 세계 경제를 쥐어짜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잘못됐다는 것을 통감하고, 통화 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 대공황을 극복한 케인즈 이론이 다시 부활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세계 경제가 회복된다면 창원의 여러 산업이 다시 살아날 겁니다. 지난 6월 11일부터 6일간 UAE 수도 아부다비를 다녀왔습니다. 창원시와 아부다비시 간 우호 도시 협약을 체결하고 수출 길을 열어보기 위함입니다. 코트라가 각국 정보를 취합하지만 인맥 정보는 적습니다. 수출은 인맥입니다. 비슷한 수준의 제품일 때는 인맥과 힘의 논리가 크게 작용하는 만큼 이런 부분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상수 시장이 성공한 시장으로 남도록 온 힘 쏟겠다

Q. 마지막으로 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옛 마산은 저의 제2 고향으로 안상수 창원시장님 배려로 이곳에서 공직생활 마지막을 봉사하게 됐습니다. 광역시 승격, 첨단산업 도약, 관광산업 부흥, 문화예술특별시의 성공 등 창원의 큰 그림을 그리는 안상수 시장이 성공한 시장으로 남도록 온 힘을 쏟아 돕겠습니다. 또한, 마산해양신도시가 세계 최고의 환경도시와 예술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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