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단체 회장은 감투 아닌 봉사를 실천하는 자리죠"

지난 6월 23일 창원축구센터에서는 앞으로 4년간 경남축구협회를 이끌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열렸다. 이전 선거에 이어 이번 선거에도 2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선으로 치러져 많은 축구인의 관심이 쏠렸다. 이날 선거에서는 김상석(57) 전 경남축구협회장이 이명국(57) 경남FC 이사를 15-5로 제치고 통합 경남축구협회 초대 회장에 선출됐다.

김 회장은 앞으로 4년간 도내 엘리트축구와 생활체육축구 전반을 책임지게 됐다.

함안 출신으로 경남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통합창원시축구협회 초대 회장과 2대 회장을 역임했고, 2013년 5월부터 고 전형두 회장의 잔여 임기를 맡아 경남축구협회장으로 일해 왔다. 김상석 회장을 만나 그가 앞으로 그려나갈 경남축구의 미래를 들어봤다.

축구와 인연 깊은 축구가족

-우선 회장 취임을 축하합니다. 취임 후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굉장히 바빴습니다. 도내 축구계의 의견을 듣고자 현장을 발로 뛰고 있습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경남축구협회가 기존 엘리트축구와 생활체육축구가 통합한 만큼 시군 축구협회 분들은 물론 조기축구를 하는 동호인까지 만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새로운 이사진 구성 등 앞으로 4년간 경남축구의 미래를 그려야 하는 만큼 많은 분을 만나 조언을 듣고, 틈틈이 현장도 돌아보고 있죠."

-축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요?

"축구 집안이어서 자연스럽게 축구와 친해졌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젊은 시절 축구에 빠져 축구화만 20켤레 이상 신다 버릴 정도로 축구에 애정이 깊으셨어요. 그래서인지 형제 중에도 2명이 축구선수로 활약했습니다.

마산공고와 고려대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형 김상문(전 대한축구협회 U리그 본부장)과 동생 김상덕(마산공고, 한양대에서 선수로 활약) 덕에 어릴 적 축구장에 자주 응원을 갔었습니다. 작은 형(김상옥)도 함안군축구협회장을 지냈고, 나도 경남축구협회장을 맡았으니 이만하면 축구가족이라 해도 되지 않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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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석 초대 통합경남축구협회장./김구연 기자

-경력도 이채로운데요.

"고교 졸업 후 체육 교사가 되고자 경남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을 했습니다. 물론 특기생이 아닌 일반전형으로요. 하지만 교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아 졸업 후 크라운맥주(현 하이트맥주)에 취직해 영업사원으로 8년가량 근무했습니다.

회사 일처럼 내 일도 열심히 하면 성공하겠다는 확신이 서 인쇄업(현 신명인쇄사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께서 인쇄업을 하셨어요. 노하우를 전수받아서 그런지 회사는 잘 돌아갔고 지인 추천으로 1998년 창원시축구협회에 이사가 됐습니다.

이후 총무이사, 창원시협회장을 거쳐 통합창원시축구협회장을 지냈고, 고 전형두 회장의 후임으로 경남축구협회를 이끌게 됐습니다."

현재는 축구가 인생 최고의 가치

-경기단체 회장은 출연금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써야 할 돈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언젠가 아내가 '축구에 쓴 돈이 아마 아파트 두 채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실제로 그만큼 썼더라고요. 2014년 경남축구협회장에 취임하면서 1억 원을 내 매산축구장학회(본인의 호를 딴 축구장학회)를 만들었고, 회장 출연금 이외에도 연간 개인적으로 지출하는 돈도 5000만 원이 넘습니다.

축구협회장이 되고부터 내 인생의 1순위도 회사가 아닌 축구가 됐습니다. 거래처를 방문할 시간에 축구장을 나가다 보니 회사 매출도 절반 이상 줄었죠. 한때 15명이던 직원도 지금은 10명밖에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축구협회 인원이 느는 만큼 회사 인원은 줄었어요.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축구협회장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얼마 전 열린 전국소년체전에서 작은 시골 마을의 남해초등학교가 남자초등부 축구 종목에서 우승했습니다.

마침 그날이 통합협회 추진을 위한 회의가 있었지만 강원도까지 직접 가서 응원하고 격려를 했습니다. 우승이 확정되자 내가 눈물이 났어요. 지난 3년간 협회장으로 일하면서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았는데 그때는 진심으로 웃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협회장을 맡고 나서 개인적인 휴가를 써본 적이 없습니다. 주말에는 주말리그대회가 열리고, 방학기간에는 무학기 축구대회 같은 전국 대회가 열리다 보니 경기장을 안 갈 수 없었죠. 그렇게 현장을 누빈 게 이번 선거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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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석 초대 통합경남축구협회장./김구연 기자

-경기단체 회장의 최우선 덕목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협회를 위해 봉사하는 자세입니다. 수십 년간 로터리클럽에서 활동하며 몸으로 봉사하는 법을 배웠어요. 사업을 하면서 남을 도울 만큼 돈을 많이 벌었으니 제대로 쓰는 법을 고민하다 경기단체장이 됐습니다.

앞서서도 얘기했지만 절대 감투를 썼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협회 집행부, 축구 꿈나무 등이 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회장의 정책 추진 방향이나 관심도가 각 종목에서는 매우 중요해요. 개인적인 욕심은 버리고 전체 경남축구계를 바라보면 해답이 나옵니다.

한 번은 경기 도중 다친 선수를 위로하러 병원을 찾았다가 '매산장학회' 수상자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선수가 '회장님 덕분에 운동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는 데 뭉클했습니다.

회장으로서 보람도 느꼈습니다. 회장은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원 선임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첫째도 둘째도 화합 인사입니다. 경남축구협회는 두 번에 걸친 경선을 통해 많은 갈등이 생겼습니다. 특히 새롭게 출범하는 협회는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모두 관장하기 때문에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인사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있죠. 기존 대의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많은 분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중지를 모으겠습니다."

-축구협회장을 발판삼아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는데요.

"그런가요(웃음). 솔직히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 해보지 않겠느냐며 제의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남축구협회장에만 전념하겠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에요. 전 회사 일도 그렇지만 하나에 매진하는 스타일입니다. 지금 현재로썬 축구가 내 인생의 최고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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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석 초대 통합경남축구협회장./김구연 기자

매산장학회 출신 국가대표 배출하는 게 꿈

-통합축구협회장으로서 앞으로 포부는?

"내가 취임한 이후 도내 엘리트축구와 생활체육 축구를 관장하는 만큼 경남 축구가 한 단계 성장했다는 그런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협회장으로서 바람은 도내 출신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주요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1970, 80년대 축구대표팀에는 경상도 말이 표준말이 될 정도로 경남 출신이 많았는데, 지금은 손에 꼽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대형 선수가 없어요. 도내에서는 유망주는 많은데 고교나 대학진학을 이유로 경남을 떠나는 인재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도 고민 중입니다.

축구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인기 종목인 만큼 그 사랑을 어떻게든 돌려주고 싶습니다. 두 단체가 통합한 만큼 생활체육으로서의 축구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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