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물고기, 식물을 사랑하는 의사의 건강 비법

의사가 되지 않았다면 생물학자가 됐을 것이라는 병원장이 있다. 의사가 됐지만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에 관심을 갖고 동물과 식물을 돌보고 있다. 병원 한쪽에는 병원장이 키우는 민물새우와 새도 있다. 진주 한일병원 김영태(60) 병원장 이야기다. 김 병원장은 은퇴 후 가꿀 농장도 이미 마련해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열정적으로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에서 '은퇴'는 생각할 수도 없다.

생명 사랑이 건강 비결

김 병원장은 병원에서 새도 키우고 민물새우도 키우고 인근 강에서 잡은 물고기도 키운다고 했다.

병원 1층에는 물고기가 살고, 집무실이 있는 층의 복도 어항에는 민물새우들이 살고 있었다.

김 병원장을 따라 병원 제일 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방에 들어서니 한쪽 벽면이 온통 새장이고, 새장 안에 새들이 똬악! 한두 마리가 아니다.

"병원에서 이렇게 많은 새를 기르면 직원들이 싫어하지 않나요?"

"그래서 직원들 모르게 휴일에 살짝 옮겨 놓습니다. 하하."

김 병원장의 '새 사랑'은 오래됐다.

"요즘에야 애완동물 문화가 발달하면서 새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국내에서 새를 구하기 어려워 네덜란드 대사관에까지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새는 병원뿐 아니라 김 병원장이 마련한 농장에도 있단다. 농장에는 금정조, 문조, 십자매 등 여러 종류의 새가 있고, 닭도 100마리가량 기르고 있다고 했다.

"생물을 기르는 것이 취미입니다. 은퇴를 대비해서 농장을 장만했는데, 온갖 나무를 심었습니다. 헛개나무도 있고, 약이 되는 여러 나무도 심었습니다. 말 그대로 온갖 나무가 있습니다. 닭 부화기도 있어요. 생물을 기르고 관심을 쏟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이 됩니다. 내 건강관리 비결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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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 진주 한일병원장./김구연 기자

동물생태학→항공우주공학→의학

김 병원장은 경남 거창이 고향이다. 법조인이었던 아버지가 거창에서 진주로 전근하면서 초등학교 입학 전 진주로 이사했다.

학창 시절에도 생물에 관심이 컸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동물생태학을 전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 동물생태학을 하기 위해 생물학과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당장 반대하시며 '사람도 생물이니 의대에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더군요. 당시 제일 가고 싶은 곳이 물리대 생물학과, 두 번째가 항공우주공학과, 그리고 세 번째가 의과대였습니다."

생물학과는 주위의 반대에 부딪혔다. 항공대학에 가자니 항공과와 천문학과뿐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배우고 싶었던 '우주'는 없었다. 그래서 3순위였던 의과대를 선택했다.

"5남매 중 장남이었습니다. 당연히 주위 기대가 컸죠. 하지만 부모님이 제 진로에 간섭은 하지 않으셨습니다. 내가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도록 하셨죠. 아버지는 자유분방한 성품이셨지만, 어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으신 분이라 절도 있고 엄격하셨습니다. 원칙에서 벗어나면 바로 야단 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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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 진주 한일병원장./김구연 기자

의대에 진학해서는 외과를 동경했다. 공부를 하고 각 과를 돌다 보니 신경외과가 잘 맞았다.

"열심히 수술했는데도 환자가 며칠 후 죽기도 했습니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뇌에 대해서 아는 건 극히 일부니까요. 당시 신경외과가 인기도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신경외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너무 고됐습니다. 새벽 3시에 잠이 들어 6시에 일어나서 공부하곤 했습니다."

늘 시간이 부족했다. 가족들과 멀리 놀러 간 기억도 없다. 항상 병원 가까운 곳에 살았다. 언제 응급환자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병원 2㎞ 이내에 집이 있다. 진료실에서 집이 보였다.

가정에서 김 병원장이 채우지 못한 자리는 그의 아내가 대신했다. 육아와 교육 등을 아내가 남편 몫까지 도맡아 했다.

"후회도 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철이 없었구나 싶어요. 나이가 들어 보니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신경외과 의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생이 많은 만큼 보람도 크니까요. 뇌출혈의 경우 수술 전에는 상태가 크게 안 좋고, 그대로 놔두면 죽게 되지만, 수술을 하면 다음날 바로 눈을 뜹니다. 척추 부위 종양 때문에 걸음을 못 걷던 사람도 수술 후 잘 걸어 다니죠. 환자가 좋아져서 퇴원하는 것이 최고의 보람입니다."

김 병원장은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부산대학교병원, 진주의료원, 부산 위생병원 등에서 근무했으며, 1990년 진주 한일병원장으로 취임했다.

한일병원은 진주시 상평동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지난 1993년 현 위치로 옮겨 왔다. 신경외과, 정형외과, 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한의과 등의 진료과를 개설했다. 뇌졸중 센터, 재활의학센터, 관절센터, 척추센터, 심장혈관센터, 항노화클리닉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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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 진주 한일병원장./김구연 기자

20대도 퇴행성 목 디스크

"일반인들이 평소 어떻게 건강관리를 하면 병원에 오지 않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김 병원장은 '목 건강', '목뼈(경추) 관리'를 이야기했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고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 직장인들은 몸이 뻐근하거나 하면 목을 돌리거나 허리를 돌리며 굳어진 몸을 풀곤 한다.

"보통 목 디스크와 같은 경추 질환은 퇴행성 질환입니다. 그래서 40대 이후에 목 디스크가 많이 발생해야 합니다. 퇴행성 질환이란 나이가 들어서, 노화가 진행돼서 변형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20대 젊은 환자들도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 영향이 큽니다."

김 병원장은 고개를 숙여 태블릿PC나 휴대전화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는 자세를 지적했다.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을 만큼 바르지 못한 자세가 일상이다시피 한 현대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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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 진주 한일병원장./김구연 기자

"목 근육이 무거운 머리를 들어야 하는데 계속 굽게 됩니다. 요즘 현대인들은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전혀 하지 않아요. 목뼈는 'C'자에 가깝습니다. C자 양 끝을 잡고 살짝 잡아당겨 늘린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잘못된 자세로 이게 뻣뻣한 '1'자로 됐다가 심해지면 거북목이 됩니다. 'C'자가 반대로 되는 거죠."

김 병원장은 휴대전화뿐 아니라 책이나 신문을 볼 때도 대부분 고개를 많이 숙여서 보는 '나쁜 자세'를 취한다며 직접 자세를 보여줬다. 즉 현대인의 목 디스크 '주범'은 첨단 디지털기기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보통 책을 책상에 눕혀 놓고 고개를 푹 숙이고 보죠. 신문을 바닥에 펼치고 보기도 하고요. 목 건강을 위해서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목을 바로 세우고 시선이 10~15도 아래로 갈 정도로 책을 들고 봐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나쁜 자세 익숙해져

그런데 이런 '나쁜 자세'가 성인이나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요즘은 아이들의 자세도 가만히 보면 성인 못지않게 나쁘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은 책 읽어주기입니다. 하지만 시간 내기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대부분 아이들은 TV나 게임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이들이 소란스러울 때 휴대전화를 쥐어주는 부모도 많죠. 하지만 TV나 게임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조용해지겠지만, 눈과 목, 인성은 망칠 수 있습니다. 군인 같은 자세로 TV를 봐야 하는데, 누워서, 혹은 옆으로 늘어져서 보는 경우가 많죠. 이런 자세는 목에 치명적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그대로 따라 한다. 잘못된 자세로 TV를 보는 부모를 따라 아이들도 잘못된 자세로 TV를 본다. 나이 들어서나 생기던 퇴행성 질환자의 연령대가 점점 어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군인 자세 같은 바른 자세

목 건강에 '바른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는 김 병원장은 직접 자세를 취하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어깨를 뒤로 한 번 돌려서 팔을 내려 보세요. 등 근육이 꽉 잡히는 느낌이 들 겁니다. 턱을 살짝 당기고 시선은 전방 15도 정도가 되도록 하세요. 이게 바른 자셉니다. 옆에서 보면 어깨선보다 귀선이 적어도 2.5㎝ 이상 앞으로 나가면 안 됩니다. 의자에 앉을 때 다리 꼬기도 안 됩니다.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고 등을 등받이에 붙이고 앉아야 합니다."

김 병원장은 항상 바른 자세를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방심하면 자세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이를 깨닫고 자세를 바로 잡는 것을 꾸준히 6개월가량 연습하면 몸에 밴다고 했다.

"컴퓨터를 할 때 가슴을 내고 배를 넣어야 하는데, 방심하면 반대로 되죠. 모니터도 눈높이보다 10~15도 낮게 배치하고, 눈앞에서 40㎝가량 떨어지는 게 좋습니다. 가방을 멜 때도 한쪽으로만 매지 말고 양쪽을 번갈아가며 매어야 합니다."

목 스트레칭, 천천히 천천히

김 병원장은 목 건강을 위해 수시로 목 스트레칭을 하라고 권했다.

"목 스트레칭을 하는 방법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국민체조 하잖아요. 여기에 목 운동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할 게 있어요. 옛날에 우리는 '하나, 둘, 셋, 넷' 빠른 구령에 맞춰 목도 빠르게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체조를 했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바로 '뚝' 소리가 날 수 있습니다. 후방에 목 관절이 있는데, 퇴행성 변화, 노화가 있어 뚝뚝 소리가 나는 겁니다. '천천히, 천천히'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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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 진주 한일병원장./김구연 기자

그 외 김 병원장이 추천한 목 스트레칭 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김 병원장은 수건을 머리 뒤쪽으로 둘러 양 끝을 잡아 앞으로 당기고, 머리는 이를 지탱하는 운동을 추천했다.

또 양손을 깍지 낀 채 검지를 모아 뻗은 후 턱 아래 대고 머리를 서서히 뒤로 젖히는 것도 좋다고 했다.

오른손으로 머리 왼쪽 뒷부분을 잡고 앞으로 당겨서 지탱하고, 다시 반대쪽도 같은 방법으로 운동하는 것도 소개했다. 이때 시선은 손 반대쪽 45도를 향해야 한다.

이러한 스트레칭도 '천천히' 해야 한다.

"목이 아플 때 자의적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급성일 때는 안정을 시키고 부기 등이 빠진 후에 적절한 치료를 하는데, 뭉친 것을 풀겠다는 마음에 더 심하게 움직여 상태를 악화시키기도 하죠. 목 디스크가 있으면 두통도 생기는데, 이 때문에 두통약만 열심히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건강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스트레칭을 강조하는 김 병원장. 본인 스스로는 스트레칭을 많이 할까?

"당연히 합니다. 아무 곳에서나 생각나면 합니다. 목·허리 스트레칭을 주로 합니다. 하루 1~2번 이상은 하게 됩니다. 또 건강관리를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헬스장에 가서 1시간가량 운동합니다. 스트레칭과 러닝, 근육 운동을 주로 하죠. 땀이 날 정도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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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태 진주 한일병원장./김구연 기자

식습관은 최근 들어 많이 고쳤다고 한다. 옛날에는 폭식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좋은 음식을 시간에 맞게 적당량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술과 담배는 하지 않는다.

"원훈이 참여, 나눔, 섬김입니다. 환자와 직원, 경영자, 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환자의 눈으로 환자를 보려고 노력합니다. 의료기술도 뛰어나야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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