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만에 코스피 상장 성공…"회사 더 성장시켜 지역사회 발전 돕겠다"

올해 들어 매월 20%에 가까운 수출 감소세에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경남지역 기업은 어느 때보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옛 삼성테크윈(한화테크윈)에서 떨어져나와 창사 만 2년여 만에 유가증권 시장(코스피)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해성디에스㈜다. 지난해 매출 2460억 원, 영업이익 188억 원, 당기순이익 약 147억 원이라는 좋은 실적을 내면서 지난 6월 24일 코스피 상장에 성공하며 신규 투자자금 480억 원을 확보했다. 분사 뒤 이렇게 빠르게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유지하는 비결이 뭔지 조돈엽(59) 대표이사를 만나 들어봤다.

좋은 대주주 만났고 삼성 DNA 물려받아 빠르게 안정화

-지난 6월 12일 공시한 올 2분기 경영실적도 준수하다. 매출(약 718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9%, 영업이익(83억 원), 73.53%, 당기순이익(65억 원) 66.7%가 각각 증가했다. 이렇게 성장세를 지속하는 비결이 있는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태가 터졌을 때 삼성테크윈에서 분사했다. 원래는 삼성테크윈 MMS사업부 MDS사업센터로 주로 반도체 부품을 만들었다. 처음 종업원 지주회사로 가려고 했는데, 1500억 원에 이르는 자산을 종업원만 안기에는 벅찼다. 또 장기적으로 오너가 없는 회사는 사원에게 더 불리하겠다 싶어 해성그룹을 대주주로 맞았다. 해성그룹은 국내 어떤 기업보다 자금력이 탄탄해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인 자금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하는 반도체 부품 제조에서 자동차용 반도체 비중이 꽤 높다. 자동차생산업체는 부품을 한 번 결정하면 적어도 5년, 길게는 10년은 꾸준히 거래한다. 그래서 우리는 함부로 망할 수도 없다. 자동차 업체는 파트너를 구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재무 구조의 탄탄함이다. 해성그룹을 대주주로 맞이한 것은 우리가 사업을 잘 하겠다는 의지를 고객사에 보여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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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돈엽 해성디에스㈜ 대표이사./박일호 기자

-옛 삼성정밀에 입사해 삼성테크윈 임원(전무)까지 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일 때와 해성그룹으로 옷을 갈아입고서 차이가 있는가?

"삼성맨으로만 30년 넘게 일했다. 그런데 이름만 삼성에서 해성으로 바뀌었지 우리는 성은 안 바꿨다. 삼성테크윈에서 나올 때 그 직원 대부분이 함께 나왔다. 공장도 바로 그곳이고 심지어 작업복도 기존 것에서 해성디에스로 로고만 바꿨다. 삼성의 DNA를 그대로 가져와서 일하는 방식, 복리후생, 사내 제도, 시스템은 거의 그대로다. 삼성에서 쓰던 용어도 그대로 쓴다. 단지 삼성그룹 때 다소 불합리하다고 여긴 일부 과도한 복리후생은 다소 줄이고, 삼성이 관리를 철저히 하는 전통이 있어 관리직이 지나치게 비대해 이를 다소 줄여 최적화했다. 이렇게 장점은 잇고 단점은 빨리 고쳐 보완해 분사 2년여 만에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었다. 여기에 대주주가 된 해성그룹은 경영진이나 사원 한 명도 파견하지 않고 기존 임직원을 믿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믿음이 회사 설립 만 2년 만에 코스피 상장에 성공한 유례없는 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기존 삼성에서 하던 사업을 그대로 잇고 있어 완전히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도 아닌 점도 빠른 안정화의 한 요인이다." (참고로 해성디에스 전체 임직원은 7월 초 현재 687명이다.)

모든 임직원이 매달 경영 학습하는 회사가 성공 요인

-이렇게 빠른 안정화와 성장세 유지에는 다른 요인도 있을 것 같다. 지역경제계에서도 무척 궁금해한다.

"2014년 4월 분사와 창사 이후 단 한 달도 적자를 낸 적은 없다. 다른 이들이 보면 정말 기적이라고 할 것이다. 좋은 대주주를 만난 것, 우리 제품 기술력과 함께 '고객 제일·고객 감동'이라는 경영방침을 내세울 수 있다. 우리 회사를 방문한 고객사에는 그들 국기를 반드시 공장 입구에 걸어놓는다. 또한, 내가 타던 차를 고객에게 주고 나는 다른 차를 타고 이동한다. 이때 총무과장이 기사를 하는데 늘 고객이 머무는 숙소에 진심 어린 편지를 써놓고, 맛있는 차를 준비해놓는다. 고객들이 그런 진심을 알아주더라. 이런 덕분에 우리 회사를 방문한 고객사 관계자는 상당히 감동하더라. 또한, 전사원이 함께 하는 경영 학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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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돈엽 해성디에스㈜ 대표이사./박일호 기자

코스피 상장으로 증자를 하며 지금은 지분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이전에는 사원주주 지분이 45%였다. 여기에 임원·직원 같은 직급과 관계없이 비슷한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곧 회사 경영 실적과 자신의 운명이 함께 하는 구조다. '주인의식을 갖자, 갖자'고 하는데 우리 회사 임직원은 스스로 주인의식을 지닐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매달 매출이 얼마이고 영업이익이 얼마나 났는지, 어느 부문이 더 성과가 났고 불량률이 얼마인지를 설명하는 시간이 있다. 스스로 돌아볼 기회가 된다. 거기에다가 국내 경제와 세계 경제, 환율 등이 우리나라와 우리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얘기하는 자리를 한 달은 창원에서, 한 달은 서울에서 마련한다. 우리 사원 아무나 잡고 물어보시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뭔지, 대략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모르는 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만 13살이면 성년식을 해서 부모와 이웃 어른이 성년식을 하는 아이에게 돈을 모아준다. 그럼 그 아이는 그 돈을 중고교 때 불려 대학교에 가면 창업을 할 수 있는 종자 돈으로 쓴다. 기본적인 경제관념과 흐름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일반 공모를 거쳐 지난달 24일 상장했는데, 공모와 상장 초기 실적에는 만족하는가?

"상장은 6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호텔 롯데 상장을 피해 날짜를 잡다 보니 하필 브렉시트가 결정된 날이더라. (웃음).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초기 공모 주주는 하루 이틀만에 다 파는 주주다. 그날 매우 많이 올라서 그들만 배 불리고 우리에게 장기투자하는 투자자는 피해를 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공모 경쟁률이 158:1 정도 됐으니 성공했다고 본다. 우리가 필요한 투자금(480억 원)도 바로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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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돈엽 해성디에스㈜ 대표이사./박일호 기자

불경기 때 대규모 투자, 하반기 주력 제품 업그레이드

-생산 제품이 제법 낯설다. 주력 생산 제품을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반도체 리드프레임과 반도체 패키지용 서브스트레이트를 주로 만든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 칩과 외부 회로를 연결하는 전선(Lead)과 반도체 패키지를 기판에 고정하는 버팀대(Frame) 역할을 하는 금속기판이다. 반도체 집적회로를 구성하는 핵심부품으로, 가는 전선(Lead)으로 칩과 연결돼 반도체 칩과 기판 사이에 전기신호를 전달하고, 외부 습기나 충격 등으로부터 칩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골격 역할을 한다. 반도체 패키지용 서브스트레이트는 고분자 수지와 유리섬유로 구성된 복합소재를 이용해 반도체를 보호하고 메인 보드와 전기적 신호를 전달시켜주는 반도체용 부품이다. 기존 PC·노트북에 들어가는 D램용 반도체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는 기판이 단층(1Layer) 혹은 두 개 층(2Layer)이면 된다.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에는 세 개 혹은 네 개 층 이상 구조를 지닌 기판(Package Substrate)이 필요해 올 하반기 다층 BGA(Ball Grid Array) 서브스트레이트 생산 설비에 투자하려고 한다. 더욱이 기판(Substrate) 층을 쌓을 때 자동화한 'Reel to Reel' 생산 방식을 써서 생산시간을 줄여 제조 원가를 낮춘 점도 우리 회사 최대 장점으로 손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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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돈엽 해성디에스㈜ 대표이사./박일호 기자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을 할 수 있겠다. 다들 어렵다고 하는 시기에 지난해 전체 매출의 20% 수준인 493억 원을 투자해 신규 설비를 도입한다고 했다. 최근 대부분 제조업체가 투자를 꺼리는데, 지역경제계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했고, 기대하는 효과는 뭔가?

"투자의 정석은 불경기 때 하는 것이다. 활황 때 투자는 이미 늦다. 우리 고객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중국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는 '칭화' 등이다. 반도체 부품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플래시 메모리 쪽 부품을 늘리기 위해서다. 플래시 메모리는 휴대전화와 무인 자동차에 필수 요소다. 삼성도 평택에 15조 원에다 25조 원을 더 투자하겠다고 한다. 그럼 우리도 선제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물론 설비 투자를 한다고 기존 제품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가 만드는 주요 부품은 반도체 리드프레임(Leadframe)과 패키지용 서브스트레이트(Package Substrate)다. 특히 서브스트레이트는 2Layer(두 겹)까지 가능해 주로 노트북과 PC용 디램용이 많았다. PC용은 휴대전화용보다 가격이 3분의 1 수준이다. 설비 투자를 해서 지금껏 5% 수준인 플래시 메모리용 서브스트레이트에 50%까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 있다. 올해 9월부터 일부 가동을 시작하고 1년간 점차 투자할 것이다. 3Layer, 4Layer 서브스트레이트 생산을 하도록 파니소닉과 적층(Layer) 공동회사를 설립했다. 내년이면 3∼4Layer 패키지용 서브스트레이트가 본격 생산될 것이다."

임직원에게 했던 두 가지 약속 지켜

-지역민과 투자자에게 남기고픈 말이 있다면?

"제가 대표이사를 맡으며 임직원에게 두 가지를 약속했다. 삼성 때 월급을 깎지 않겠다는 것과 올해까지 코스피 상장을 하겠다는 것이다. 월급은 2년간 15%가 올랐고, 최근 상장에 성공해 그 약속을 다 지켰다. 우리 회사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다. 삼성 시절 5∼6년간 신규 투자를 받지 못해 주력품인 반도체 패키지용 서브스트레이트 시장 점유율이 세계에서 5위권 수준이다. 신규 설비 투자로 세계 1등, 적어도 톱3 안에 드는 반도체 부품사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다. 아울러 중기적으로는 '그래핀(Graphene)'이라는 신소재를 활용해 바이오산업에 뛰어들 것이다. 아직 그래핀을 상용화한 업체는 없어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것이다. 그래핀은 흑연과 탄소의 이중 결합분자 구조를 지녔으며 구리의 100배 이상 전기 전도도, 실리콘의 100배 이상 전자 이동성, 강철의 200배 이상 강도를 지닌 투명하면서 탄성이 뛰어난 꿈의 나노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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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돈엽 해성디에스㈜ 대표이사(왼쪽)./박일호 기자

-끝으로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상이 최근 트렌드다. 앞으로 지역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우선 우리 본사와 공장이 창원에 있다. 고객을 가장 우선하며 회사를 더 성장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회사를 더 성장시켜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사회봉사와 일자리 창출, 더 많은 납세가 가장 우선한다. 더불어 창원에는 한국전기연구원과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가 있으니 이들 국책연구기관과 상용화가 가능한 공동 연구개발 작업을 더 해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훨씬 많은 만큼 지역민과 투자자는 우리를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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