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써니?
딸이 여덟 살 때였나?
학교 친구 중 한 명이 주도해서
친구 4명이 팔찌를 나눠 끼며 '4총사'로 뭉쳤다는 거야.
뭐 슬슬 그럴 때라고 생각했지.
그렇게 시작해서 결국 '칠공주'도 되고 '써니'도 되고 그렇잖아.
신선했던 것은 모였을 때 외치는 구호였어.
4명이 모두 모였을 때
하나, 둘, 셋, 넷 손을 내밀어서 모은다더군.
손을 위로 들면서 외치는 구호가 있다는 거야.
1학년 초등학생이 생각해낼 구호라고 해봤자
고작 '아자', '화이팅', '얍' 정도 아닌가?
그런데 '플라워(Flower)'라고 하더군.
'초딩'이라도 여학생 감수성은 또 다른가 봐.
2. 별명
친구 중에 유난히 친한 친구 이름이
'지우'와 '지후'라고 하더군.
집에 한번씩 놀러 온다고 하는데
이름이 비슷해서 몇 번이나 다시 묻곤 해.
어쨌든 '예지'까지 세 명 모두 이름에 '지'가 들어가더군.
그래서 셋을 묶을 수 있는 별명을 생각해냈어.
'삼지창'.
별명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딸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보냈지.
딸에게 곧 답장을 받았어.
-아빠, 우리 셋을 묶어서 그렇게 재밌고
기발한 별명을 지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삼지창 이미지가 우리가 쓰기에는 좀 그렇네요.
그래도 재밌어요.-
이런 마음을 가득 담았을 게 분명한 답장이었지.
비록 실제 받은 문자는 매우 짧았지만.
'우쒸! ㅋㅋ'.
사실 너무 짧아서 아쉽기는 했지만
딸 마음을 알겠더라고.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