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반한 돝섬, 스토리텔링 관광으로 제2 전성기 꿈꾼다"

한일합섬, 수출자유지역, 무학소주, 몽고간장, 하이트맥주 등으로 대변되는 산업도시인 옛 마산시는 유명한 관광지는 없지만 근린 관광지가 많은 특징이 있다.

2000년 이후 관광산업이 각광받으면서 마산시는 산과 바다 등 천혜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해양도시로서 마산을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2004년 '마산 9경(景) 5미(味)'를 선정했다. 9경은 무학산, 저도연륙교, 국립 3·15 민주묘지, 어시장, 마산문신미술관, 마산항 야경, 팔용산 돌탑, 의림사 계곡 등이다. 9경 중 첫째 손가락에 꼽혔던 곳이 국내 유일, 돝섬해상유원지다. 연 1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돝섬 개방됐나요?", "돝섬 뭐 볼 게 남아 있나요?"라고 묻는 시민들도 많다. 모진 풍파를 겪고 위상이 가장 많이 달라진 곳 역시 마산 9경 중 돝섬이 첫째 손가락에 꼽힌다.

폐쇄, 재개장이라는 아픔을 겪은 돝섬은 해상 유원지에서 사계절 꽃이 피는 힐링 해상공원으로 변모했다. 여기에 돝섬의 풍수학적 의미와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복을 드리는 황금돼지섬'으로 재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선박운영사 ㈜돝섬해피랜드 오용환(57) 대표다. 오 대표의 유별난 돝섬 사랑을 둘러싸고 논란도 없지 않다. 서울 사람이 향수도 추억도 없는 돝섬에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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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돝섬해피랜드 오용환 대표./박일호 기자

꽃과 섬의 조화, 첫눈에 매료

2007년이다. 오 대표가 처음 돝섬을 찾은 해다. 언론을 통해 '가고파 국화축제가 열리는 곳이 돝섬이라는 곳이구나' 정도로만 여겼던 돝섬을 일로써 처음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기업회생연구소에서 활동하며 어려움을 겪는 회사를 찾아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했어요. 2003년 태풍 매미로 여러 시설이 파괴되고 쇠락을 거듭하고 있는 돝섬 운영에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받고 가고파 국화축제 기간 처음 배를 타고 돝섬을 찾게 됐습니다. 첫걸음에 바로 매료됐지요. 국화축제는 마산이 시초인 데다 다른 지역에도 꽃과 관련된 대형 축제가 없었어요. 그것도 배를 타고 들어가 섬에서 했단 말이에요.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관광상품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산 가고파 국화축제는 제4회째인 2004년부터 2009년 돝섬에서 열렸다. 무엇보다 오 대표는 10분 만에 섬에 도착하는 육지와의 접근성을 최고 강점으로 봤다.

"예전에는 돝섬까지 헤엄쳐서 갔다고 했을 정도로 육지와 돝섬 간 접근성이 좋아요. 배를 타는 시간이 짧아 이를 사업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매력적이었어요. 마산과 창원 사이 깊숙한 마산만의 중앙에 있어 파랑의 영향이 적어 안전하기도 했고요. 만약 당시 돝섬 운영이 어렵지 않았다면 돝섬과 인연이 안 됐을 겁니다. 기존 업체가 어려움에 부닥쳐 있어 마산까지 오게 됐지만 내 눈에는 이렇게 좋은 관광 자원이 사라져 가거나, 몰락해 가는 과정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이 몰리는 축제 기간에 좀 더 효율적으로 운송하고 어떤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는지 고민하고 개선안에 반영했습니다."

돝섬은 1982년부터 민간 자본에 의해 건설·운영되는 해상 유원지로 문을 열었다. 놀이기구와 동물원으로 2000년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린 돝섬은 가족 나들이 장소와 소풍으로 명성을 떨쳤다. 2003년 태풍 매미로 황금돼지상이 실종되는 등 여러 시설이 파괴됐고, 그런 돝섬을 치유하고자 가고파국화축제가 개최되면서 연 30만 명이 찾았다. 하지만 낡은 시설과 동물원 폐쇄, 평일 방문객 감소로 운영 위탁업체였던 ㈜가고파랜드가 연간 5억 2000만 원의 사용료 중 일부를 내지 못해 운영 협약을 해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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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돝섬해피랜드 오용환 대표./박일호 기자

폐쇄-해양 신도시 건설-왜곡된 시선, 시련의 연속

오 대표는 2009년 4월부터 (주)돝섬해피랜드를 설립·운영 중이다. 2009년 돝섬은 민간에서 창원시가 직접 운영·관리하는 것으로 변경됐고, 오 대표는 여객선터미널에서 돝섬선착장까지 선박의 운영관리 사업을 맡고 있다. 그해 마산 가고파 축제 이후 12월 말 돝섬은 잠정 폐쇄됐다.

"돝섬에서 꽃축제를 연다는 것이 크게 와 닿았는데 돝섬의 메리트는 계속 추락하고 있었죠. 국화축제 때 연 30만 명 이상이 찾았는데 동물원이 없어지면서 발길이 끊기고, 폐쇄 때 놀이기구가 철거되면서 또 줄고, 국화축제 유치가 안 되면서 결정타를 입게 되죠. 2011년 4월 1일, 도심 속의 친환경 자연형 유원지로 다시 개방됐지만 아직 모르는 시민도 많아요. 폐쇄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강합니다. 축제 기간 찾던 30만 명 중 동물원·놀이기구 폐쇄로 10만 명이 줄고, 국화축제 때문에 돝섬을 찾던 12만여 명이 줄고, 돝섬이 순수하게 좋아서 찾는 인원만 7~8만 명 남은 거죠."

최근에는 해양신도시 사업으로 마산연안여객선터미널(돝섬터미널)이 폐쇄되고 돝섬터미널 인근에 컨테이너 승객대기실과 이동식화장실을 설치한 임시 돝섬터미널을 이용하고 있다.

오 대표는 2013년 5월 돝섬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선박 활용률을 바꾸고자 유람선 사업으로 확장했다. 터미널-막개도등대-거가대교(마창대교)-돝섬 코스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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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돝섬해피랜드 오용환 대표./박일호 기자

"해양 신도시 건설로 또 한 번 이용객이 감소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도선을 유람선으로 바꿨지만 많은 오해를 받았습니다. 돝섬에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아야 하지만 창원시는 돝섬을 관광 자원이라는 인식보다 공원으로 보기 때문에 개발과 관리에 한계를 보였고 다녀온 관광객이 두 번은 찾지 않는 곳이 돼버렸죠. 배 타는 즐거움으로 돝섬의 한계를 극복해야겠다고 한 것이 이후 창원시가 유치한 국동크루즈 유람선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서 "방해 목적이었다", "욕심이 지나치다"는 왜곡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300톤 이상 유람선과 시장이 달리 가야 한다고 봅니다."

스토리텔링 접목한 돝섬, 꾸준한 상승세

오 대표는 돝섬의 이야기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가락국 왕의 후궁과 황금돼지 이야기, 최치원 선생과 돼지, 명상과 힐링의 섬이라는 감성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전에는 동물원과 놀이기구, 국화축제만 들여다봤지 돝섬을 오롯이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돝섬을 돌아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락국의 왕 후궁이 이 터가 좋아 왕의 품에 안기지 않고 황금돼지로 변했다 해서 일반돼지 섬 저도와 다른 돝섬이라고 부릅니다. 돝섬에는 황금돼지상이 있고 소원을 비는 터도 있죠. 풍수적으로도 돝섬과 무학산 정상과 일직선상에 있는 중요한 혈 자리로 복을 주는 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돝섬 둘레길을 걷고 시를 읽으며 바닷바람을 쐬는 현대인들이 힐링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돝섬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자 갯벌체험, 해양레포츠와 연계하고 주말에는 개그맨이 상주해 즐거움을 주고 있다. 방문객은 늘고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선박 운영 업체가 돝섬 홍보와 돝섬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 것이 의아해 묻자 오 대표는 행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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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돝섬해피랜드 오용환 대표./박일호 기자

"돝섬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고 회사는 수익이 없으면 망하는 거겠죠. 창원시는 돝섬을 공원으로서 기능에 제한하고 있어 유람선 이용 고객을 늘리고자 홍보와 안내 역할을 우리가 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11만 5000명이 방문했는데, 7만 명에서 매년 상승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연 20만 명은 찾아야 좀 더 나은 서비스도 가능하고 회사도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20만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창원시에서 돝섬을 관광·문화상품으로 조금만 관심을 둬 개발하면 20만 관광객 유치는 순식간에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적 명소로 다시 부활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섬과 바다 관광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고 활성화 방안도 무궁무진합니다. 창원시가 돝섬을 지금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점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봅니다."

오 대표는 "행복하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 "돝섬 자체를 즐겨주세요"라는 말을 듣고 시큰둥한 반응으로 돝섬에 들어간 사람들이 나올 때 되레 "행복하세요", "복 받으세요" 화답해줄 때 돝섬 활성화에 확신을 갖는다고 말했다. 돝섬에 대한 확신, 도민들이 지역의 관광 자원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첫눈에 매료됐다"고 말하던 그때의 눈빛이다. 눈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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