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경찰, 진짜 꿈은 지금부터다

1년 가까이 진행한 '경찰청 사람들'. 이번이 가장 젊은 주인공이다. 만 29세 구화랑 해양범죄수사계 경장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많이 쑥스러워했고, 또 조심스러워했다. 수많은 선배에게 혹시 누가 되진 않겠냐는 염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맡은 분야 이야기에서는 강한 눈빛을 숨기지 못 했다. 사실 그는 좀 특이한 이력을 안고 있다.

바다에서 육지로 옮기다?

경남경찰청 수사과에 속한 '해양범죄수사계'는 좀 생소하게 다가올 법하다. 실제 만들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이후 해양경찰은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바뀌었다. 사실상 이름만 바뀌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내부 직제는 변화했다. 기존 해양경찰 수사·정보·보안·외사 업무가 경찰청으로 이관됐다.

따라서 해양범죄수사계 업무는 기존 해경 수사 분야가 넘어온 것으로 '육지에서 일어나는 해양사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해수욕장 폭행 사건의 구체적 장소가 물 밖이면 해양범죄수사계, 물 속이면 해양경비안전본부 관할인 셈이다.

구화랑 경장은 해경 출신으로 2010년 7월 순경으로 임용, 인천·태안에서 4년 넘게 근무했다.

"초임 시절 경비정 생활을 1년 6개월 가까이 했습니다. 비교적 작은 경비정이라 섬 지역 응급환자 수송, 나포한 중국어선 후송 같은 임무를 맡았죠. 2012년 1월 인천~덕적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침몰한다는 무전을 받고 달려갔습니다. 배가 1/3가량 잠긴 상태였습니다. 파도가 높아 저희 경비정도 파손을 입는 등 위험이 컸지만, 사람만 살리고 보자는 마음으로 달려들었습니다. 다행히 72명 모두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2014년 4월 있었던 세월호 침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태안해양경찰서 수사과 소속이었던 구 경장은 사고 이후 팽목항에 한 달 가까이 있었다. 검시 역할이었기에 아이들 시신을 직접 눈으로 마주해야만 했다. 구 경장 역시 힘들었던 시간이었을 수밖에 없다. 그에게 더 깊은 이야기를 물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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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화랑 해양범죄수사계 경장. / 박일호 기자

구 경장은 해경 해체를 앞두고 경찰 인생에서 큰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해경 일부 업무와 함께 인원 또한 경찰청으로 넘어갔는데요, 많은 고민 끝에 저도 자원했습니다. 해경 수사 업무를 계속하고 싶었고, 조직 시스템 등 복합적인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해양경찰 한 사람으로서 세월호를 받아들여야 했던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죠."

그렇게 그는 4년 넘는 해경 생활을 정리하고 2014년 11월 충남경찰청 소속으로 이른바 '육지 경찰관'이 되었다.

"당시 모두 200여 명이 경찰청 소속으로 옮겼습니다. 전례가 없던 일이죠. 경찰청 조직에서는 '토종(?)'이 아니기에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건 사실입니다. 물론 그러한 이질적인 정서는 금방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경남경찰청과 인연을 맺게 된다.

'하동 섬진강 재첩' 수사

지난 6월 7일, 중국산을 '하동 섬진강 재첩'으로 둔갑시킨 식당주인·유통업자 등 2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수사를 주도적으로 한 이가 구화랑 경장이다. 경남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발령 이후 처음으로 주 수사관을 맡았다.

"애초에는 부산 수입업체에 대한 첩보로 시작해 하동 일대 식당·도매업체 등으로 수사를 넓혔습니다. 안타깝게도 과거 몇 번 문제 됐던 중국산이 또 적발됐습니다. 중국산은 그냥 중국산이라고 해서 팔면 되는데 그러지 않는 분들이 있으니…. 식당 운영이나 생계가 정말 어려워 그랬던 이들은 한 명도 없습니다. 결국 욕심 때문이죠."

하동군은 문제가 드러나자 관계기관, 어민들과 대책 마련 간담회를 했다. '전통식품 품질인증 제도 활성화', 적발된 이들에 대한 '실명공개' '집단소송' '보조금 회수' 같은 고민이 오가고 있다. 경찰도 어민들에게 도움되는 단속을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하동 섬진강 재첩'을 오롯이 내놓는 이들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뢰감 높은 식당 가운데는 오히려 손님이 증가한 곳도 있다고 한다. 결국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곳으로 몰려든다는 의미겠다. 재첩 어민들이 이참에 그러한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는 이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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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화랑 해양범죄수사계 경장. / 박일호 기자

구 경장은 이번에 재첩 맛을 처음 봤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재첩 수사로 피로해진 몸을 재첩으로 풀었을 정도로 그 맛에 반했다고 한다.

"한 달 가까이 하동에 살다시피 했습니다. 업체 하나하나 찾아가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죠. 간혹 쓸데없는 단속을 한다는 원성도 들었습니다. 적발자 대부분 아버지·어머님뻘이라 온정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었죠. 재첩은 정말 맛있더군요. 원 없이 먹었습니다. 삶아 놓으면 섬진강·중국산 구별법이 쉽진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런 건 확실히 있었습니다. 중국산이 오히려 이물질 같은 게 없었고, 섬진강산은 모래가 자주 씹혀요. 해감에 따른 차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도 소비자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 경장은 앞서 바지락, 그리고 해경 시절 농어 등 각종 수산물 원산지 관련 수사를 경험했다. 특별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공부해가며 수사하는 수밖에 없다.

우린 경찰관 부부

구화랑 경장은 대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줄곧 이어졌다고 한다.

"아이 때는 경찰관이 멋있게 보이잖아요. 제 성격이 활동적이고 외향적이라 잘 어울릴 것도 같았고요. 군대 다녀와서 경찰 시험을 준비하려는데, 친한 선배 권유가 있어 해경 쪽으로 눈 돌렸죠. 시험 과목은 일반 경찰이나 해경이나 큰 차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해경 준비만 해서 1년 만에 합격했습니다. 대학도 들어가기는 했는데 졸업은 안 했습니다. 애초부터 할 생각도 없었고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꿈을 이루는 데 아무 문제없으니까요. 이제 5년 정도 됐는데 경찰 조직이 제 체질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간만에 친구들 만나면 경찰관인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그의 아내 동새령(27) 씨도 경찰이다. 창원해양경비안전서 경장이다. 둘은 해경 시절 각각 인천·서귀포에서 근무하다 태안으로 나란히 가면서 인연을 맺었다.

"아내가 홍보실에 있으면서 '해양경찰뉴스' 이런 진행을 하더라고요. 제 눈에 쏙 들어왔죠. 그렇게 마음 두고 있었는데, 간담회 준비할 일이 있어 아내에게 사회를 부탁하면서 친해지게 됐습니다. 교제한 지 4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급하게 한 이유는요, 상상하는 그대로입니다. 이제 두 살인 딸이 있습니다. 장인어른이 해군 출신이라 경찰관 사위를 좋게 받아주셨습니다."

구 경장 스스로는 자녀까지 경찰관이 되는 것에 대해 "본인 뜻이 있다면"이라는 원론적인 답을 내놓았지만, 흔쾌함이 담겨있지는 않았다.

구 경장이 충남경찰청에서 경남경찰청으로 온 것은 아내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아내 고향이 창원시 진해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육아휴직을 끝내고 역시 창원으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다.

경남에 온 지 이제 6개월. 대전 사람인 그로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여전히 적응해야 할 대상이라고 한다. 하동재첩 수사 때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식은땀 좀 흘렸다고 한다. 하동은 인근 전라도 말까지 섞였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소리만 듣는 게 아니라 사람 입 모양까지 유심히 보며 대화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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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 구화랑(가운데) 경장과 계원들. / 박일호 기자

술 좋아하고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구 경장이지만 지금은 잠시 접어두고 있다. 경남경찰청 내에서의 자신을 계속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해경에서 경찰청으로 옮긴 후 의무적으로 해양 관련 업무를 맡아야 하는 기간은 2년. 올 하반기에는 '해양 병과'에서 해제돼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 우선은 밑바닥 경험을 쌓아 시스템 전반에 대해 이해부터 하고픈 마음이다. 그럼에도 귀결점은 해양 쪽이다.

"경남청 해양범죄수사 쪽에서 최고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차근차근 밟아가야죠."

꿈에 그리던 경찰 제복을 입은 지 6년, 하지만 구화랑 경장의 진짜 꿈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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