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게 추나의학의 매력"

의사들은 보통 외과,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여러 전문 분야가 있다. 그렇다면 한의사도 전문분야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다만 의사보다 전문의를 수료하는 비율이 낮다고 한다.

한방 진료과는 한방내과, 침구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가 있다.

양산시 물금읍에 있는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신병철(47) 병원장은 한방재활의학과를 전공했다. 신 병원장을 만나 한의학 이야기와 생활 속 건강관리법에 대해 들어봤다.

문화와 결합한 한방

이 기획에서 처음으로 만난 한방병원장이라 본격적으로 인터뷰 하기 전에 먼저 한방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신 병원장은 "한방은 문화와 결합된 의학"이라고 했다.

"젊은 층은 한방에 대한 관심이 낮고 잘 모른다고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우리 문화 곳곳에 한방이 배어 있습니다. 흔히 '기가 막힌다'는 말을 하죠. 몸에 기가 안 통한다는 겁니다. '간담이 서늘하다'는 말도 하는데, 간담이란 간과 담낭을 말합니다. 이것은 용기를 관장하는 장기로, 문화 속에서 오래전부터 성장해 온 것이 바로 한방입니다."

아프거나 건강을 지키고 싶을 때 몸에 좋다는 약초를 달여 먹거나, 뜸을 뜨는 사람이 종종 있다. 문화와 한의학이 결합해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신 병원장은 "급성기 질환에는 양방의 항생제 등이 효과적이지만, 만성·퇴행성 질환에는 한방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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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장./김구연 기자

공무원이 되기 싫었던 소년

신 병원장은 충남 예산이 고향으로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원광대학교 한의학 석사와 박사(한방재활의학), 전북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척추신경추나의학회 회장,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의약학단 전문위원, 경남지역 과학기술정보협의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런데 어린 시절 신 병원장은 '사업을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공무원 생활을 33년 하셨습니다. 근면 성실한 분으로, 아버지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가 노란색 봉투에 월급을 가지고 오던 기억이 있는데, 이상하게 그게 너무 싫었습니다. 월급쟁이라는 것이요. 그래서 나는 앞으로 공무원이나 회사원 같은 월급 받는 일은 안 하겠다,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했죠."

소년은 전자공학과 진학을 꿈꿨다.

하지만 아버지가 반대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전자공학을 공부해 개인을 위한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의대를 가고자 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메스를 들고 수술하는 일을 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소년은 한의대를 선택하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이나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처음 대학에 갔을 때는 한의학에 끌리지 않았습니다. 의대에 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죠. 한의학은 인문학적 성향이 강하거든요. 저는 무언가를 맞추고 나누고 표준화하고, 수학적 계산을 하는 걸 좋아했죠.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매력적이었습니다. 지금은 후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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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장./김구연 기자

원광대 한방병원에서 진료하던 신 병원장은 연구에 대한 갈망을 강하게 느꼈다. 그러다 부산대학교에서 한의학전문대학원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상황을 좀 알고 있나요? 노무현 정권 때였습니다. 국립대 한의대가 없다는 점이 공론화돼서 부산대에서 기획과제를 하는데 참여하게 됐습니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꿈을 만들고 이루는 일이었습니다. 바로 부산대로 옮겼죠. 임상교수로 채용됐습니다. 한방병원은 2006년 인가받아 2008년 9월 1일 자로 인력을 발령하고 2010년 개원했습니다. 그동안 출장을 많이 다녔습니다. 잘 된다는 병원, 잘 활성화된 특화된 센터, 임상연구 센터 등 28개 기관을 돌아다녔죠. 국내뿐 아니라 유럽 등 다양한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신 병원장이 아끼는 사진 하나가 있다. 바로 한방병원 건립 공사를 할 당시 찍은 사진이다. 지하 3층까지 땅을 파고 굴착기 옆에서 찍었다. 요즘도 힘들 때 그 사진을 꺼내 보며 당시를 떠올리면 힘이 다시 솟는다고.

결국 공무원 되다

그렇게 신 병원장은 사립대에서 국립대로 옮겨 왔다.

"부산대학교에 옮겨와서 보니깐 신분이 교육부 공무원이더군요. 이 이야기는 아직 아무한테도 안 했는데, (잠시 뜸을 들임) 그렇게도 아버지와 같은 공무원이 되기 싫었는데, 결국 공무원이 된 거였습니다. 하하하.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직업입니다. 요즘은 아버지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신 병원장은 향후 국립대에서 한의학 표준을 만드는 일과 한양방 협진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 등에 매진할 계획이다.

"한방은 의학적으로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와 한의사의 진료가 이원화된 그 사이에서 환자들이 방치되는 면이 좀 있습니다. 한의학 표준화와 한양방 협진 등으로 한의학의 중요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게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신 병원장과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은 현재 한양방 협진 모니터링 센터에서 연구를 지난해부터 5년간 진행하는데, 협진 수가 개발, 제도 개선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교통사고 상해증후군 한의 표준 임상 진료 지침 개발을 위한 연구도 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2018년 추나의 건강보험 실행에 결과로 쓰이는 연구로 '추나 근거 창출 연구'를 지난해부터 3년간 하고 있다. 추나의학은 척추 교정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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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장./김구연 기자

43세 때 척추신경추나의학회 회장으로

한방은 1999년 전문의 제도가 도입됐다.

"양방은 90% 정도가 수련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된다면 한방은 2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아마 한방 전문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신 병원장이 한방재활의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완치가 되는 병은 많지 않습니다. 감염병에 항생제를 쓴다거나 해서 낫게 할 수는 있겠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낮춰 유지하거나 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재활의학은 완전한 기능까지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치료 목표입니다. 기능이 떨어진 것을 회복시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좋았습니다. 주전공은 추나의학입니다."

신 병원장은 추나의학을 배우게 된 계기를 "시간이 남아서"라고 했다.

"4학년 때 1차 한약 분쟁이 있었고, 자체 유급을 했습니다. 그때 시간이 남아서 배우게 된 것이 추나입니다. 우연히, 아직 한의사 면허도 없던 시기에 배운 것이 삶의 방향이 됐습니다. 추나는 손으로 이루어집니다. 환자와 치료를 넘어서는 스킨십을 하게 됩니다. 약은 주고 먹으면 끝이지만, 추나는 아픈 곳을 만지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형성됩니다. 직접 손으로 아픈 곳을 치료하는 의술이라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 병원장에 따르면 한의협회에는 51개 학회가 있는데, 그중 척추신경추나의학회는 3500명의 회원을 가진 꽤 큰 규모의 학회다.

그는 43세 때 이 학회의 회장을 맡아 2번 연임, 5년째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처음 회의를 하는데, 임원 등 집행부가 쫙 앉아 있는데, 제가 두 번째로 어린 겁니다. 그러니 처음에 다들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그 표정들이 딱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무난히 일을 처리하고 학문적 성과 등 여러 가지 성과를 내니까 지금은 다들 믿고 밀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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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장./김구연 기자

등 근육 약해지면 디스크 생길 수도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은 양산시 물금읍 범어리에서 지난 2010년 5월 개원했다. 8개 진료과, 3개 센터(내과질환센터, 중풍뇌질환센터, 척추관절센터), 13개 클리닉(호흡순환기클리닉, 내분비신장클리닉, 여성의학클리닉 등)을 운영 중이다. 총 101병상을 두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인 신 병원장은 척추관절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척추디스크, 척추협착증, 전방전위증, 퇴행성 척추증, 척추압박골절 등의 척추질환 환자가 많고, 관절질환인 견관절 질환(어깨), 슬관절 질환(무릎) 등을 앓고 있는 환자도 많이 보고 있다.

신 병원장에게 척추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질문했다. 한방과 양방은 치료 방법은 다르지만, 평소 건강관리법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척추 질환은 대개 오래 앉아있는 사람에게 발생합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 굴곡근이 뭉쳐 단단해지고 허리 신전근이 약해지기 때문이죠. 엉덩이를 등받이에 딱 붙여서 허리를 펴고 앉아야 하는데, 앞으로 빼고 나쁜 자세를 취하면 신전근이 약화해 디스크가 오기 쉽습니다. 따라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걷기와 수영 등으로 신전근을 강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각 관절의 가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스트레칭하는 것이 좋습니다."

굴곡근은 구부리는 근육, 신전근은 펴는 근육이라고 신 병원장은 간단히 설명했다. 척추 주변 등 근육은 신전근인데, 이 근육들을 단련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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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병철 부산대학교 한방병원장./김구연 기자

"활을 생각해보세요. 활시위가 있어 활이 C자형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시위가 약해지면 활이 1자로 펴집니다. 활 시위가 되는 신전근이 약해지면 척추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신전근과 굴곡근의 밸런스를 맞추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신전근을 발달 시키려면 허리는 배꼽 쪽으로 힘을 주어 자세를 취하고, 목은 턱을 당겨 머리가 앞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도움됩니다."

또 신 병원장은 손을 깍지 끼고 목 뒤에 붙인 후 목을 뒤로 젖히거나, 가슴을 앞으로 내미는 스트레칭 동작을 추천했다.

"걷기는 디스크 압력을 조금씩 자극해 주기 때문에 허리 건강에 좋습니다. 하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 방법은 다릅니다. 통증이 심하면 조금 걷고 쉬는 것을 반복하고, 통증이 적고 만성이면 30분~1시간 땀이 날 정도로 걷는 것을 권합니다."

너무 뜨거운 뜸 조심해야

잘못 알려진 상식으로 신 병원장은 '뜸' 이야기를 꺼냈다.

"허리에 뜸을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면 좋다고 해서 화상을 입고 오는 환자가 가끔 있는데, 조심해야 할 치료법입니다. 이는 비교적 중증이거나 난치성일 때 쓰는 방법으로, 감염 우려가 있습니다."

시중에서 쑥뜸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가정에서 직접 뜸을 뜨는 사람도 제법 있다. 또 '원래 뜸은 뜨겁다'는 생각에 뜨거워도 참는 사람이 많다.

"뜸은 몸의 온랭 감각을 자극하는 치료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피부 감수성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뜨거움이 다른 사람에게는 화상을 일으키기도 하죠. 다른 사람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하면 안 됩니다.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자기 몸에 적절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집중해 일하고 쉴 때는 '공백' 시간

외래 진료는 물론 각종 연구와 대외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신 병원장. 그런데 알고 보니 대전에 가족들을 두고 혼자 양산에 살고 있는 주말 부부 신세라고.

자칫 본인 건강관리에 소홀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혼자 지내는 만큼 건강을 지키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었다.

"평소 주 2회 골프연습장에 가서 운동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음만 그렇지 실제로 잘 되지는 않아요. 거의 주 1회 정도 가는 게 평균이라고 할까요."

주말 부부나 기러기 아빠를 떠올리면 제일 먼저 부실한 식사가 걱정된다. 아무래도 식사에 소홀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침에 우유를 이용해 직접 요구르트를 만들어 견과류 한 포를 넣어 가볍게 먹습니다. 혼자 사는 걸 모르는 사람은 가정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순전히 살기 위해 직접 해먹는 겁니다."

평소 건강관리법에 대해 신 병원장은 '공백'을 이야기했다.

"제가 좀 워크 홀릭(일 중독)입니다. 일을 눈앞에 두면 열심히 집중해서 빨리 끝내야 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쉬어야겠다는 느낌이 들면 딱 손에서 일을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공백 시간을 갖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걸까.

"집에서 뒹굴뒹굴하면서 TV를 볼 수도 있고, 골프연습장에 가서 공을 칠 수도 있죠.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요. 일할 때는 집중해서 하고, 일을 마치면 모든 일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잊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다른 일을 해서 머릿속을 비웁니다. 그게 저만의 건강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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