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간 경찰대에서 경찰 매력 알게되다
 

경찰관 하면 떠오르는 외형적인 이미지로는 어떤 게 있을까? 제복 차려입은 위엄있는 모습, 까칠한 피부에 운동화 신고 범인 쫓는 모습, 대략 그러할 것이다. 오늘 만난 이 사람은 이러한 틀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정장 차림에 넥타이 하지 않은 와이셔츠, 깔끔하게 정리한 머리 매무새, 그리고 또박또박한 말투…. 정체가 가늠되지 않는 이 경찰관은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수사팀 강동균(34·경감) 팀장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라'

강동균 팀장이 이끌고 있는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팀은 지난해 1월 만들어졌다.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실종·가출을 전담으로 맡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특화된 부서'라 할 수 있다. 아직 신생 부서라 체계가 다듬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강 팀장 어깨가 무겁다.

올해 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성 큰딸 사망 사건' 지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친모가 7살 된 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하다 사망에 이르자 야산에 암매장한 사건이다. 특히 친모는 가정불화를 이유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출해 한 여성의 집에 동거했는데, 이 여성에게 정신적으로 매우 의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아이 사망과 암매장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 여성이 깊숙이 관여해 있었다.

02.jpg
▲ 강동균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여청수사팀장./박일호 기자

"둘 관계를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죠. 친모가 맹목적으로 집주인 여성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수사 과정에서 친모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감정적으로 어루만지기 위해 친모와 비슷한 조건, 예를 들어 또래 아이가 있는 여성경찰관과 기독교 종교를 둔 경찰관을 투입했습니다. 그러자 친모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거기까지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죠."

여성청소년수사팀은 18세 미만, 치매 환자, 장애인 실종사건도 맡고 있다. 지난 1월 함안에 사는 지적장애인 20대 남성은 실종 6일 만에 발견돼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일명 '가지치기'라고 하는데요, 수색 방향을 잘 설정한 덕이었죠. 평소 그분의 여러 가지 습성을 확인하기 위해 가족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동선을 설정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치밀한 CCTV 분석 끝에 다행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여성청소년수사팀은 1년 넘은 장기실종자 가운데 살아있다는 정황이 발견됐거나 범죄 피해 가능성이 발견된 건들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실종은 사건 발생 당시는 미성년자였지만 시간이 지나 현재 성인이 된 경우도 많다. 또한 자신의 잘못으로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부모들 자책도 커, 무턱대고 공개수사를 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수사 과정에서 각 기관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능한데도 공공기관에서는 해당 정보를 잘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영장 없이는 안 된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곳도 있고요. 그렇다고 저희 또한 법만 앞세워 무리하게 할 수는 없어 최대한 협조를 요청해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안타까운 마음이 있죠."

형사계 발령 첫날부터 대형사건

창원에서는 꽤 알려진 '마산 남성동 호프집 방화 사건'이 있다. 지난 2010년 3월 1일 새벽, 건물 1층 호프집에서 불이나 2층 노래주점과 3·4층 모텔로 옮겨붙으며 3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화재사건이다. 경찰 수사 결과 보험금을 노린 호프집 주인 자작극으로, 부탁한 지인 등 2명이 방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동균 팀장은 경찰 초년병 시절인 2010년 마산중부경찰서 형사팀으로 발령 났는데, 근무 첫날 이 사건이 터졌다.

01.jpg
▲ 강동균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여청수사팀장./박일호 기자

"출근하자마자 현장에 나가라는 지시를 받고 달려갔죠.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죠. 애초 방화가 의심되기는 했는데, 호프집 주인은 불이 날 당시 중국 여행 중이라 알리바이가 확실했습니다. 하지만 불나기 전 호프집에서 고급 피아노·양주가 반출되는 모습이 CCTV에 찍혔습니다. 그리고 전국 최초로 디지털포렌식(PC·휴대전화 등에 남아 있는 각종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으로 '잘돼 가느냐'와 같은 문자메시지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죠. 지금은 퇴직하신 서남태 수사과장님이 지휘하셨는데, 현장에서의 빠른 판단 등 정말 많은 걸 배웠죠. 저로서는 호된 경험이었지만 1년간 배워야 할 형사사건 업무를 수사가 이뤄진 20여 일 만에 모두 체득할 수 있었죠."

어느 날은 검사로 임용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한다. 신임 검사 교육에서 대법원 판례가 자료로 나왔는데, 강 팀장이 끈질기게 매달려 수사한 사건이 소개된 것이다.

"이건 또 경제팀에서 처음 맡은 사건인데요, 불기소 처리된 내용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미심쩍은 부분이 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영장 받아서 계좌 등을 살펴 보니 불법 대출 대가로 은행 관계자에게 돈을 건넨 정황이 나왔습니다. 공소시효 3일을 남기고 해결할 수 있었죠. 수사라는 게 마땅한 증거가 없으면 불기소하는 게 맞지만, 계속 의심하고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좀 한 가지에 집중해서 파고드는 스타일이긴 합니다. 친구 전화를 받고 좀 뿌듯했죠."

강 팀장은 2012년부터 2년간 경찰청 수사국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때 남성 2명이 구인광고로 유인해 납치한 여성을 사건 51시간 만에 구출하는 데 한몫했고, '오원춘 사건', '군산 경찰관 내연녀 살인' 등 굵직한 사건에 참여하기도 했다.

스무 살까지 존재 몰랐던 경찰대에…

강동균 팀장은 경찰대 23기다. 우리나라 나이로 25살 때 경위에 임용, 27살부터 일선 현장을 경험했다. 경찰대 출신 모두 그렇듯 조직 내에서 계급은 높지만 경험·나이는 적은 데 따른 묘한 긴장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마음가짐 문제라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제가 어떤 말을 했을 때 마음 상하지는 않을까 하고 늘 신경 쓰고 조심하려 노력해야죠. 계급을 떠나 현장 경험과 나이 많은 분들 옆에서 보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인복도 많았던 것 같고요."

마산이 고향인 그는 대학 진학은 법대를 목표로 했다. 경찰대는 고3 때까지 존재조차도 몰랐다고 한다. '친구 권유로 오디션 보러 갔다가 자신만 붙은 격'으로 경찰대에 발 들였다.

"어릴 적부터 판·검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부모님 세뇌도 있었거니와, 제가 생각해도 '개천에서 용 나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스무 살 전까지 경찰관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재수 시절 친구가 경찰대 시험을 준비하는데 같이 쳐보자는 말에 지원했다가 저만 붙고 그 친구는 떨어졌죠. 경찰대 들어와서야 경찰을 제대로 알게 된 거죠. 집에서도 제 선택에 대해 존중해 주셨고요."

틀에 잡힌 생활시스템에 큰 거부감 없던 그로서는 경찰대가 적성에도 맞았다. 2학년 때부터 교통, 형사, 지구대 등 현장 실습도 두루 거치면서 그렇게 경찰관이 되어가고 있었다. 검찰 기소권 독점 문제 등 현실적인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법조계 아닌 경찰 길을 택한 것에 대해 후회 없는 나날을 지금껏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 서울 근무 시절에는 창원에 있는 여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달콤하게 이어가다, 지난 2014년 6월 결혼했다. 강력사건을 다루는 형사계에 있을 때는 아내 걱정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TV·영화에서는 거친 몸싸움 끝에 범인 잡는 장면을 부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며 다독였다. 물론 아찔했던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마산 창동 편의점 강도사건이었습니다. 범인이 통영 한 피시방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달려갔는데 1시간 전에 나갔다고 하더군요. 새벽 시간대라 주변 모텔 등을 뒤지다 찜질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형사 2명이 덮쳤는데, 씨름 선수 출신이라 제압이 안 되더군요. 강한 저항에 진땀을 흘렸는데 형사 1명이 더 오면서 어렵게 검거할 수 있었습니다."

강 팀장은 아직 아이는 없다. 훗날 세상에 나온 아이가 아빠와 같은 길을 걷겠다고 하면 열렬히 환영할 생각이다.

30대 중반인 강 팀장은 경찰 조직에 몸담은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됐다. 먼 미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상상하는 그림이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단순 명료한 답만 돌아온다.

"승진도 중요하죠. 하지만 어느 직책까지 올라가겠다는 걸 생각할 시기가 아닙니다. 아직 해보지 못한 사이버수사, 과학수사, 지능수사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아보고픈 욕심밖에 없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