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마을-미조항, 해안도로-천하마을 12.4㎞ 4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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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섬의 남쪽 끝자락, 미조면은 남해 읍면 중에서 가장 작다. 미조리, 송정리 두 개 법정동에 마을이 13개뿐이다. 하지만 이 작은 면이 남해에서 가장 많은 20개 섬을 거느리고 있다. 남해 금산 정상에서 상주해수욕장 왼편으로 옹기종기 모인 섬들이 이들이다. 지도를 보면 미조면에 우뚝 솟은 망산(286m) 자락이 바다 쪽으로 두 팔을 벌려 이 섬들을 너른 품으로 불러들이는 모양이다. 호도(범섬), 조도(새섬), 사도(뱀섬), 장도(노루섬) 등 동물 이름이 붙은 섬들이 있고, 팥섬, 콩섬, 율도(밤섬), 애도(쑥섬), 미도(쌀섬) 등 곡식 이름이 붙은 섬들도 있다. 섬의 생김새에 따라 붙인 이름들이다. 20개 섬 중 호도와 조도에만 사람이 산다. 남해바래길 4코스 섬노래길은 아름다운 해안을 따라 이 섬들을 끼고 걷는 길이며, 망상 정상에 올라 섬들을 한번 품어보는 길이다.

미조면 천하마을에서 시작

남해 바래길 4코스 섬노래길은 애초 상주해수욕장에서 미조항까지로 계획됐었다. 이후 상주해수욕장 까지이던 3코스 구간이 금포, 천하마을까지 이어지면서 4코스는 천하마을에서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망산 정상으로 오르는 구간이 포함되면서 천하마을에서 송정해수욕장, 망산 정상 그리고 미조항을 찍고 다시 설리마을을 지나 천하마을로 돌아오는 순환코스가 완성됐다. 하지만, 망산 정상 구간은 매년 11월 1일에서 다음 해 5월 15일까지 7개월간 입산통제가 되기에 이 기간에는 천하마을에서 바로 송정, 설리해변을 지나는 해안코스를 따라가면 된다. 짧게 걷는다면 송정-설리-미조 코스가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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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마을 표지석 옆 남해바래길 4코스 시작점 표시./이서후 기자

4코스 시작지점 표지판은 바래길 안내도에 나오는 천하몽돌해수욕장이 아니라 19번 국도변에 있는 천하마을 표지석 옆에 있다. 버스정류장이 근처에 있다. 바로 곁에 시작점 표시가 하나 더 있다. 5코스 화전별곡길도 이곳 천하마을에서 시작한다. 5코스는 마을 안으로 이어진다. 4코스는 그대로 19번 국도를 따라 송정해수욕장 방향으로 향한다. 천하마을 입구는 완만한 내리막에서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중간 지점이라 차들이 제법 속도를 내니 정신을 바짝 차리자. 특히 덤프트럭이 지나갈 때면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겁난다.

도로 너머로 파란 하늘과 그 아래 살짝 보이는 바다가 싱그럽다. 천하마을에서 송정해수욕장까지 1㎞ 남짓한 구간은 계속 이렇게 도로를 따라가는 길이니 여차하면 그냥 송정마을에서 시작해도 될 듯하다. 하지만 천하마을에서 시작해 오르막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금포마을과 천하마을 해변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 데 놓치기엔 아쉬운 부분이다.

오르막을 올라 그대로 언덕을 넘으면 바로 송정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도로변 남해학생야영수련원 간판이 보이면 그 앞 건널목을 건너서 마을로 내려선다. 내리막길 끝에 소나무 숲이 보이는데 그곳이 학생수련원 입구다. 그 입구 앞까지 가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바닥에 있는 화살표를 참고하자. 송정해수욕장번영회에서 만든 '바다로 가는 길' 안내 간판을 따라도 된다. 파란 바닥재가 깔린 길을 따라 쭉 가면 바로 해수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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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마을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서후 기자

송정해수욕장은 바람이 거칠다. 소나무 송(松)가 들어간 해수욕장 이름답게 해변을 두른 소나무 숲이 일품이다. 소나무 숲으로 불어 들어가는 바람을 같이 맞으며 해변 끝까지 걸어간다. 해변이 꽤 길다. 마지막에 화장실 겸 샤워시설이 나오는데, 그 앞에 바래길 안내표지판이 있다. 바닥 화살표를 따라 해변을 벗어나자. 조금 걸으면 길이 다시 도로를 만나는데, 여기서 망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그대로 도로를 따라 설리마을로 가는 길이 갈린다. 망산 정상 코스는 도로를 만나면 왼쪽으로, 설리마을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오른쪽으로 설리마을로 향하는 길을 택해 걷는다. 이 도로는 19번 국도와는 달리 오가는 차량이 별로 없다. 그리고 바래길을 위해 인도가 잘 만들어져 있다. 또 도로 주변과 바닥에 바래길 표지가 많아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가는 길에 정자가 하나 나오는데, 여기서 쉬며 송정해수욕장 주변 경치를 감상해도 좋겠다. 좀 쉬었으면 다시 길을 나서자. 조금만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편으로 새로 난 도로를 따라간다. 조금 오르막인데 꾸역꾸역 걷다 보면 정상 너머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내리막길 끝에 리조트가 하나 있는데, 그 너머에 설리마을이 있고, 설리해수욕장도 보인다.

길은 마을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오른편으로 돌아 근처 등성이를 향한다. 도로를 그대로 따라가면 마을로 내려서는 길 초입에 산길로 들어가라는 표지가 나온다. 도로를 버리고 산길로 가면 바로 급경사 오르막이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 덱 계단이 나오는데 그걸 오르면 등성이 정상이다. 정상에는 콘크리트 팔각정이 있어 주변 경치를 볼 수 있다. 팔각정에서는 미조면 앞바다 여러 섬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 마을로 들어간다. 내리막길 끝에서 해변을 만난다. (2016년 4월 현재 이 등성이에는 대명리조트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그래서 바래길 코스가 조금 이상해졌는데, 길이 헷갈린다면 일단 팔각정까지 간 다음 설리마을 해변으로 향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남망산 정상 올랐다 미조항으로

설리마을과 해수욕장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어서 쉬었다 가면 좋다. 해변은 모래가 풍성하지는 않지만 곱고, 파도가 잔잔해 우아한 느낌이다. 해변 주변으로는 방풍림이라기보다 가로수라고 봐야 할 나무들이 이어졌는데, 이 또한 보기에 나쁘지 않다. 조금은 한가한 기분으로 바닷가 가로숫길을 따라 걷는다. 해변 끝에서 오르막이 시작된다. 마을을 빠져나가는 중이다. 설리마을 표지석에 '안녕히 가시다'란 인사를 보고 나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고 좁은 도로를 따라 걷는다. 여기서부터 미조항까지 2㎞ 정도가 남았다. 이곳 도로는 인도가 따로 없으니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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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해수욕장에서 설리마을로 가는 도로 구간./이서후 기자

가다 보면 리조트가 하나 나오는데 입구를 끼고 오른편으로 돈다. 그러고 나면 넓은 도로를 만난다. 이 도로는 차량 속도가 빠르니 도롯가로 바짝 붙어 걷자. 도로를 따라 답하마을을 스쳐 지난다. 마을을 지나자마자 다시 팔랑마을로 들어서는 입구가 나오는데 거기로 들어가자. 건너편으로 방파제가 보이는데 그 방파제 안쪽이 남미조항이다. 팔랑마을, 미조면 소재지인 미조마을이 이 항구를 끼고 있다. 길은 마을을 관통해 항구로 향한다. 항구를 만나면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항구를 따라간다. 거대한 남해군수협제빙냉동공장 건물 앞을 지나면 서서히 남해수협 건물과 위판장이 보인다.

항구를 계속 끼고 돌아 반대편 끝까지 가면 표지판이 산길로 안내하는데, 남망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산은 높지 않아서 300m 정도 걸으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는 북미조항의 고즈넉한 모습과 남미조항의 활기찬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 올라온 길과 반대편으로 방향을 잡고 산에서 내려가면 미조마을 중심으로 들어선다. 미조면사무소 근처에 군내버스 정류장이 있으니 버스를 타고 송정, 천하마을 방면으로 가거나 그대로 남해읍까지 갈 수 있다. 면사무소 앞에는 택시도 줄을 서 있으니 참고하자.

만약 송정해수욕장에서 망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면 산길 초입에 바래길 표지판이 있다. 거기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가면 펜션이 하나 나오는데 그걸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이다. 망산 정상 코스는 건장한 사람이 부지런히 걸으면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정상을 지나고 나면 미조우체국 근처에서 미조항으로 빠져나온다. 그리고 남미조항으로 들어선 다음 남망산 정상을 돌아 다시 앞에서 안내한 설리마을 방향 코스를 반대로 걸어 천하마을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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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를 보는 듯한 송정해수욕장의 거친 파도./이서후 기자

<바래길 4코스 마을 고샅고샅〉

미조항과 사항·미조마을

미조항은 지난 1971년에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일찍부터 꽤 큰 항구였던 것 같다. 2014년 해양수산부 '아름다운 어항'으로 선정되는 등 경치도 꽤 좋다. 그래서 미조항은 '남해 어업전진기지'와 '남해의 미항(美港)'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이 매력적인 항구를 끼고 사항마을, 미조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미조항은 북항과 남항으로 나뉘는데 그 사이에 사항마을이 있다. 섬과 섬 사이에 모래가 쌓여 섬이 연결되고 육지가 되면서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항마을은 모래 위에 서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일부 바다를 메워 땅을 넓혔다. 미조면사무소, 미조우체국 등 관공서가 이 사항마을에 있다. 남항은 남해에서 어선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어항이지 싶다. 남해군수협이 이곳에 있다. 수협 바로 앞에 활어 위판장에서는 매일 수산물 경매가 활발하다. 요즘(5월)에는 유자망 멸치가 제철이다. 매년 5월이면 보물섬 미조 멸치 축제가 이곳에서 벌어진다. 큰 어항이 있는 까닭에 사항마을에는 작지만 유흥가도 있다. 마을 전체가 마치 오래된 도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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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미조항 북항에서 정면에 우뚝 보이는 미조섬./이서후 기자

북항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다 한가운데 미조섬이 우뚝하다. 미조(彌助)는 '미륵(彌勒)이 돕는다'는 뜻인데, 오래전 남해섬의 미륵신앙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니 미조섬이 마치 미조항의 수호신 같은 느낌이다. 미조섬을 마주 보는 자리에 천연기념물 제29호 미조리 상록수림이 있다. 이 숲은 처음에는 풍수지리에 따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층층이 서로 다른 상록 활엽수림으로 가득한 놀라운 숲이 됐다. 얼핏 봐도 주변과 비교해 그 풍성함이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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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29호 미조리 상록수림./이서후 기자

이 숲을 경계로 위쪽이 미조마을이다. 국도 19호선 굽은 도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오는 길 초입 언덕에 무민사(武愍祠)가 있다. 한자를 잘 봐야 하는데 절 사(寺)가 아니라 사당 사(祠)다. 무민사는 고려말 명장 최영 장군(1316 ~1388)을 모시는 사당이다. 최영 장군의 시호(죽은 후 공덕을 기려 붙이는 이름)가 '무민'이다. 남해군보호문화재 제1호로 아담하고도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 조선건국을 반대하다 결국 이성계에게 참형을 당한 최영 장군의 사당에서 조선 태조 이성계가 조선건국의 뜻을 세운 곳이 남해 금산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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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장군을 모시고 있는 무민사./이서후 기자

미조마을 뒤편 망산 자락에는 조선시대 성곽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특히 미조초등학교 본관 건물을 정면으로 보면 이순신 장군과 단군 동상이 보이는데 그 뒤로 담벼락처럼 두른 돌들이 성벽 일부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미조항이 조선시대 군항으로서도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유명한 군사전문 블로거 '팬저'의 설명으로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여수에서 출발한 이순신 함대가 옥포 대첩을 치르기 전 거쳐 간 곳이 미조진(현 미조항)이다. 그리고 같은 해 원균과 삼도 수군 연합부대를 결성해 전투를 승리로 이끈 후 함대를 해산한 곳도 미조진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당시 부산 첨사 충정공 한백록 장군이 전함과 병사를 이끌고 미조 앞바다에서 왜군과 싸우다 전사한 곳이기도 하다. 미조초등학교 이순신 동상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미조마을은 국도 19호선의 시작지점이다. 마을 입구에 시점 표지판이 있다. 국도 19호선은 미조면에서 시작해 남해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빠져나간다. 이후 하동, 구례 등 섬진강을 따라 올라가다가 한반도 중앙 내륙지역을 지나 강원도 홍천까지 이어진 전체길이 454.8㎞ 도로다. 또 미조마을에서 국도 19호선을 따라 5분 정도 가면 초전마을이 나온다. 초전마을은 국도 3호선의 시작점이다. 이 도로는 의미가 남다른 게 대한민국 남쪽 바다 미조면에서 시작해 평안북도 초산군까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도 양주시에서는 이를 평화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조면에서 시작해 국도 3호선이 철책에 가로막히는 강원도 철원까지 길이가 555.2㎞에 이른다.

팔랑마을 답하마을, 설리마을

남항에 있는 수협 위판장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항구를 따라가다 보면 커다란 남해군수협 제빙냉동공장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팔랑마을이다. 대부분 양옥 주택이어서 마치 어느 한적한 도시에 있는 마을처럼 깔끔하고 조금은 이국적인 분위기도 풍기는 마을이다. 이 작은 마을이 일제강점기에는 팔랑포(浦)라 불렸는데, 우리나라 잠수기어업(잠수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물속에 들어가 수산생물을 잡는 일)의 전진기지였다고 한다. 일본사람이 관련 기업을 운영했는데 멀리 전라도, 강원도까지 나가 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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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팔랑마을. 미조항 남항을 끼고 있다./이서후 기자

팔랑마을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고개를 살짝 넘으면 답하마을이다. 답하(畓下)란 '논 아래'란 뜻이다. 이름과 달리 마을에 논은 얼마 되지 않고 예로부터 주로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 어항에는 어선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고즈넉한 바다 풍경이 좋은 탓에 펜션이 꽤 많이 들어서 있다. 1971년 마을 뒷산에서 주민이 2000년 이상 된 것으로 보이는 마제석검(돌칼)을 발견했는데, 지금도 마을 소개에 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답하마을에서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곳이 설리마을이다. 답하마을과 설리마을은 같은 만을 끼고 있다. 설리마을은 날씬한 백사장과 이를 에두른 가로수가 주는 풍경이 산뜻한데, 미조면에 숨은 매력이라고 할만한 작은 마을이다. '설리'에서 '설'은 눈 설(雪) 자를 쓰는데, 백사장이 눈부시게 희다고 해서 마을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 한다. 실제로 백사장과 그 주변은 확실히 남다른 구석이 있다. 남해섬에서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 설리해변을 추천한다. 마을 뒤편 등성이에 오르면 전망대가 있어 미조면 섬들을 두루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등성이에 휴양지 공사가 한창이라 이후 풍경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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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하마을에서 본 미역./이서후 기자

송정해수욕장과 송남마을, 천하마을

설리마을에서 미송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송정해수욕장이 나온다. 정식명칭이 '송정솔바람해변'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해서 파도가 명품이다. 동해 해변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남해에서 이만큼 파도가 힘찬 곳도 없을 것 같다.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찾을 만하다.

1㎞ 긴 백사장을 두른 솔숲도 일품이다. 숲은 200년이 됐다고 하나 아름드리 소나무는 없다. 하지만, 숲에 텐트를 치거나 취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등 관리가 아주 잘 되어 분위기가 썩 괜찮다.

바람이 불면 소나무 아래 무성한 풀이 일제히 반대방향으로 드러눕는데 이 또한 푸른 바다 못지않게 시원한 풍경이 된다. 해수욕장은 관광숙박단지로 개발된 까닭에 주차나 숙박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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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송정해수욕장 송림./이서후 기자

송남마을은 이 해수욕장을 거느리고 있다. 하여 바래길이 지나는 곳도 역시 송남마을이다. 처음에는 송정마을이 아닌가 했는데 송정마을은 육지 쪽으로 더 들어가 국도 19호선 주변에 있다. 송남마을은 예전에 '망넘이'로 불렸다고 한다. 망산 너머에 있는 곳이란 뜻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해안도로로 가지 않고 바로 망상 정상으로 가면 그 너머가 곧 미조항이다.

송정솔바람해변 끝자락에서 국도 19호선을 만나 고개를 넘으면 천하마을이다. 남해 바래길 4코스와 5코스 시작점이다.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 주변이 상주면과 미조면 경계다. 마을 앞은 몽돌해변이다. 처음에는 이름이 '천하몽돌해변'이라고 해서 유치한 작명이라고 생각했다. 천하를 천하제일의 그 천하(天下)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 표지석에 '내 아래'라고 쓰인 것을 보고 천하(川下)임을 알았다. '내 아래'라고 불릴 만큼 예로부터 물이 맑고 풍부했다고 한다. 금산에서 뻗어 내린 물줄기가 이곳에서 만나 바다로 들어간다. 지금도 수량이 풍부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이곳 수원지가 미조면 식수원이었다고 한다. 도로를 따라가다 오르막 끝에서 내려다보면 마을 지붕들이 오밀조밀 깔끔하다. 잘 다듬어진 마을이다. 몽돌해변도 제법 좋다. 바닷가에 느티나무 숲이 있고 그 냇물이 아래 바다로 들어가기 전 고여 있는데, 그곳의 운치가 더욱 기가 막히다. 한여름 한적한 기분으로 노닐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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