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장(1)

 

딸이 성장하는 것을 본다는 거

참 뿌듯하면서도 설명하기 어려운 먹먹한 느낌이 있어.

 

딸이 여섯 살 때였나?

종이에 손가락을 베였을 때

그 꼬맹이가 뭘 안다고 성큼 다가와 반창고를 붙이더라고.

그러면서 어쩌다 그랬느냐며 조심하라고 말하는 거야.

 

여덟 살 때였나?

엄마와 떨어지기만 하면 울던 '껌딱지' 아기가

엄마 보이지 않는다고 울먹이던 아이가

엄마·아빠 외출하는데 집에 있겠다는 거야.

코미디 방송 보겠다고.

 

아이는 어느새 그렇게 자라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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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서동진 기자.
 

2. 성장(2)

 

요즘 부쩍 자전거 연습에 빠진 딸.

한동안 중심 잡는 것조차 버거운 모습이 그저 안쓰러웠어.

넘어지지 않고 출발은 된다 싶더니

곧 비틀거리면서도 꽤 먼 거리까지 페달을 밟더라고.

이제 방향을 바꿀 줄 알아야겠지.

 

"핸들을 틀면 비틀거려. 가고 싶은 쪽으로 몸을 조금만 기울이면 돼."

 

아파트 작은 광장을 몇 바퀴 도는 표정이 어찌나 뿌듯해 보이던지.

그날따라 동그란 이마는 유난히 반짝이더군.

뒤로 흩날리는 머리칼은 보는 것만으로 후련했어.

 

내 앞을 지나며 금세 작아지는 딸 뒷모습을 잠시 멍하니 봤어.

딸은 그렇게 자라며 멀어지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가겠지.

딸은 더 큰 세상으로 나가면서 멀어지고 또 자랄 거야.

늘 응원하는 게 부모 마음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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