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함안 '산처럼 물처럼'

봄비가 살짝 내리고 봄꽃이 피어날 무렵 경남 함안군 산인면 자양산 초입을 찾았다. 산수유, 벚나무를 지나 꼬불꼬불 길을 따라 들어가니 버섯모양의 동글동글한 집이 나왔다. '산처럼 물처럼'이라는 음식점이다. 산과 들이 펼쳐지는 풍광이 아름답다. 음식점 이름도 경치와 어울리게 지었다.

유춘자(65) 대표는 "20년 전 시골에 살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 15년 전 음식점을 열어서 운영하고 있다. 산이 좋고, 물이 좋아서 이름을 '산처럼 물처럼'으로 했다"고 말했다.

가게 안은 고풍스럽게 옛날 격자무늬 문틀로 좌석을 구분해 놨다. 유 대표가 시골 생활을 준비하면서 하나둘 사 모은 것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나무 문틀에 한지를 발라둔 것이 세월만큼 빛이 바래고, 찢어지기도 했지만,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인기가 높다는 '산물 풀 코스'를 주문했다. 일정한 순서대로 나오는 '풀 코스(Full Course)'이기도 하지만, 채소 위주의 풀이 나오는 '풀 코스'이기도 하다. 도토리를 재료로 사용한 음식이 차례로 나온다. 강원도에서 나는 도토리를 사서 음식을 만든다고 했다. 도토리전, 채소 묵무침, 쟁반냉면, 묵사발, 커피(차)가 제공된다.

산물 풀코스 전체 모습.

가장 먼저 도토리전이 노릇하게 구워져 나왔다. 얄팍한 전 위에 당근 등의 채소가 살짝 흩뿌려져 있다. 담백하고 고소했다. 누룩으로 직접 만든 동동주와 곁들여 먹으니 금상첨화다. 방 안에는 누룩을 만들기 위한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찹쌀로 만든 허옇고 동그란 덩어리 몇 개가 볏짚 위에 가지런히 놓인 채 익고 있었다. 처음에 전라도에 사는 시어머니가 '항아리에 물을 팔뚝까지 담아서 술을 빚으면 된다'고 알려주셨는데, 도무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나중에 노력 끝에 술을 담가서 가져다 드렸더니, 본인이 하신 것보다 맛있다고 하셔서 힘이 됐다고 했다. 쌉싸래한 술이 달게 삼켜진다.

이어서 채소 묵무침이 상에 올랐다. 치커리, 당근, 양배추, 적채 등의 채소가 듬뿍이다. 모두 직접 길러낸 것이다. 여기에 간장과 발효진액이 뿌려졌다.

쟁반 냉면도 채소가 한가득이다. 모두 길러낸 채소를 이용해서 만들기에 공식이 없다. 그때그때 길러낸 채소를 사용한다. 도토리가 함유된 냉면에 채소를 비비고, 과일, 고추장 등을 넣어서 만든 소스로 버무렸다. 맵지 않고 달콤한 소스가 채소와 잘 어울렸다.

머위, 무 등을 장아찌로 담근 반찬도 손이 자주 갔다. 장아찌 본연의 맛을 내고자 물, 간장, 진액, 소스 등을 같은 비율로 넣어서 만든다고 했다. 마지막에 도토리 묵사발이 따뜻하게 속을 채워줬다. 멸치 육수에 도토리묵, 김치, 김 등이 들었다.

유 대표는 음식에 일정한 맛을 내고자 음식의 염도까지 측정한다고 했다. 자신이 간을 봤을 때 잘 모를 수 있으니, 진액 등을 만들 때 염도 측정기를 이용한다고 했다. 음식이 짜지 않은 이유다.

커피 대신 집 주위에서 나는 국화를 쪄서 그늘에서 말린 국화차를 한 모금 마셨다. 직접 따서 말려서인지 향이 진했다.

유 대표는 "우연히 이곳에 집을 사면서 음식점을 시작하게 됐다. 도심에서 살다가 운치 있다고 생각하고 이곳에 왔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았다. (웃음) 눈만 뜨면 풀 뽑아야 하고, 채소도 약을 치지 않으니 할 일이 많아서 힘들었다. 집에서 우리 밥 먹는 것처럼 음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주 화요일은 쉰다.

<메뉴 및 위치>

◇메뉴 △산물 풀코스 1인분 1만 원 △산물 민속주 1만 원 △들국화차 5000원.

◇위치: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 대천마을.

◇전화: 055-583-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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