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몸으로 말해요

 

TV 오락 프로그램 보면 그런 거 있잖아.

말은 못하고 몸짓으로 설명하면 같은 팀원이 맞추는 거.

딸과 TV를 보는데 그런 게임을 하더라고.

몸짓으로 설명하면 다른 팀원이 그 요리를 조리해서 가지고 오는 게임.

 

"예지,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몸으로 설명해 봐."

 

하기 싫으면 아무리 시켜도 안 하고, 계속시키면 우는 게 딸 성격이거든.

바로 반응이 없기에 기대는 하지 않았지. 그런데 생각 중이었나 봐.

슬그머니 일어서더니 호들갑스러운 동작으로

손가락 두 개를 입 근처에서 위, 아래, 위, 위, 아래.

입에 손을 대고 부채질까지 하더군.

 

벌떡 일어서서 부엌에서 라면 한 봉지를 꺼냈지.

빼꼼 들여다보던 딸이 어찌나 밝게 웃던지.

알아. 아빠가 최고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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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궁합?

 

"아빠, 하나 둘 셋 하면 김치와 단무지 중에서 하나만 말해 봐. 하나 둘 셋!"

"김치!"

 

우리는 동시에 김치를 외쳤어.

햐~ 똑같다며 배시시 웃는 얼굴이 아주 좋더군.

딸은 하나로는 검증(?)할 수 없는지 몇 개를 더 제시했어.

 

연필 - 지우개

책 - 종합장

의자 - 책상

수첩 - 공책

치약 - 칫솔

짬뽕 - 짜장

 

연필, 책, 의자, 수첩, 치약 그리고 짜장 순이야.

아빠로서 당연히(?) 100% 딸과 똑같은 답을 했지.

어찌나 놀라며 웃던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

 

솔직히 연필은 재수였어.

하지만 딸이 먼저 말한 단어를 말하는 패턴이 금방 눈에 띄더군.

그 뒤로는 뭐 크게 어렵지 않았고.

마지막 짜장은 어떻게 맞췄을까?

딸이 아무리 그래도 짬뽕보다 짜장을 좋아한다는 잘 알았거든.

 

"아빠, 우리는 찰떡궁합이에요!"

아빠도 당연히 인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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