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여유로운 휴일 아침.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몸이 안 따른다. 나가서 사 먹자니 귀 찮고, 직접 해 먹자니 만만치 않고.

발상을 바꾸시라 제안하고 싶다. 다양한 음식·반찬을 늘어놓고 이것저것 다 먹으려 하니, 욕심을 부리니 이쪽도 저쪽도 엄두가 안 나는 것이다. 어느 영화 대사처럼 "한 놈만 패" 정신이 필요하다. 별다른 반찬, 사이드 디쉬 없이도 '한 방'이면 만족할 수 있는 메뉴. 약간의 정성만 들이면 정말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

전복죽과 샌드위치·토스트를 추천해 본다.

전복죽

한때는 고급 재료였지만 요새는 양식이 일반화돼 사시사철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는 게 전복이다.

전복은 되도록 크고 싱싱한 놈으로 고른다.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것, 껍데기를 뒤덮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살덩어리가 큰 것.

살은 칫솔 같은 것으로 문질러 검은 부분을 제거한다. 종종 살과 내장을 분리해 내장을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악수 중 악수다. 내장을 갈아 넣어야 깊고 진한 전복죽을 만들 수 있다. 살 윗부분 이빨만 제거하면 된다. 내장은 칼로 다져도 되지만 핸드 블랜더나 소형 믹서를 이용하면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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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죽./고동우 기자

쌀은 멥쌀 또는 찹쌀을 쓰거나 둘을 섞어 쓰는데 취향대로 하면 된다. 멥쌀은 씹는 맛을 살릴 수 있고 찹쌀은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전복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쌀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고민이겠다. 다다익선. 쌀 대비 전복이 많으면 많을수록 맛은 더 풍성해진다. 쌀 1컵(200g)에 최소 4개 이상. 물론 앞서 말한 대로 자잘한 거 말고 묵직한 전복이다.

쌀은 보통 3시간 이상 불려 쓰지만 바로 해도 상관없다. 물 양만 조절하면 된다. 불린 쌀이라면 5배, 아니라면 7배 정도. 쌀 1컵일 때 물 5컵, 7컵이라는 이야기다.

이제 본게임이다. 참기름에 쌀을 볶다가 내장 갈아놓은 것을 투하한다. 쌀에 골고루 간이 배도록. 적당히 볶아졌으면 물을 넣을 차례다. 센 불로 시작해 보글보글 끓으면 중~약불로 줄인다.

전복 살을 언제 넣나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처음부터 넣으면 전복 살이 너무 쪼그라든다. 오래 끓이면 사라지기도 한다. 죽이 다 되었을 즈음, 막판에 원하는 크기로 썰어 넣으면 된다. 소금으로 살짝 밑간을 해놓아도 좋다.

쌀이 냄비 바닥에 달라붙지 않도록 나무주걱 같은 것으로 계속 저어야 한다는 건 다 아실 테고, 남은 건 간 맞춤이겠다. 소금, 국간장이면 충분하다.

당근, 양파 등 채소를 넣기도 하는데 이 역시 취향대로 하면 되겠다. 전복 맛에 충실하고 싶다면 자제를 권한다.

흥건한 물기가 사라지고 주걱을 들어 올렸을 때 죽이 끈끈하게 붙어 있으면 완성된 것이다. 경험상 바로 먹기보단 좀 식힌 뒤 먹는 게 낫다. 쌀에 좀 더 간이 밸 수 있고, 또 뜨거운 기운은 맛의 음미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샌드위치·토스트

토스트는 구운 식빵을 뜻하고 샌드위치는 빵 사이에 속 재료를 넣어 만든 음식을 말한다. 어떤 재료를 올리느냐 끼우느냐에 따라 수십, 수백 가지 토스트·샌드위치가 탄생할 수 있는 셈이다.

제일 간편하고, 집에 통상 굴러다니는 재료로 해보자. 스크램블 에그 토스트와 햄·야채 샌드위치인데, 스크램블 에그는 지난해 <피플파워> 10월호에 소개했으니 간단히 설명하겠다.

스크램블 에그는 재료는 간단하나 '기술'이 만만치 않은 음식이다. 계란 3개당(2인분 정도) 소금 0.2 작은술을 섞고 버터 또는 기름 약간에 '익히면' 되는데 바싹 익지 않도록 중~약불에서 골고루 젓는 게 중요하다. 다 만들었을 때 말랑말랑 부드러움과 촉촉함이 살아 있어야 한다. 널찍한 프라이팬보다는 작은 냄비에서 만드는 게 더 성공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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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램블 에그 토스트./고동우 기자

식빵을 쓴다면 토스터기 등에 노릇노릇 구워서 쓰길 권한다. 그래야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샌드위치도 마찬가지다. 그냥 맨 식빵에 해도 되지만, 취향대로 하면 되지만 구운 식빵은 고소한 향까지 더해준다. 샌드위치나 토스트는 빵이 너무 튀면 안 된다. 자극적이거나 강한 맛의 빵은 속 재료와 조화를 해친다.

재료는 햄을 중심으로 양상추, 양파, 토마토, 피클 정도가 기본이겠다. 양파는 얇게 썰어 찬물에 담갔다가 쓰면 매운 맛을 뺄 수 있고, 양상추도 찬물에 담갔다 쓰면 싱싱함을 살릴 수 있다. 토마토 역시 양파처럼 얇게 손질한다. 슬라이서, 채칼 같은 것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여기에 또 마요네즈니 머스터드, 케첩, 삶은 계란 으깬 것 등을 많이 넣는데, 양질이 아니라면 굳이 필요 없지 않나 싶다. 햄에 충분히 감칠맛이 있고, 야채의 신선한 기운을 방해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과하지만 않다면 치즈 정도는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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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고동우 기자

햄도 되도록 좋은 걸 쓰면 금상첨화겠으나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은 다 고만고만하다. 사실 프로슈토, 하몽 등 최고급 햄은 따로 야채 같은 것도 필요 없다. 좋은 빵에 살짝 끼워 먹으면 그걸로 게임 끝이다.

재료를 넣고 바로 먹는 게 아니라 2등분, 3~4등분 해서 먹으려면 재료를 넣을 때 모양을 잘 잡아야 한다. 마구잡이로 넣지 말고 자른 면에 양파, 토마토, 피클 등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배치하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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