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덕분에 옆집 사람도 알게 됐죠"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인구 7만 3000여 명인 이곳은 작년 홍준표 주민소환 서명 1만 2700여명을 받은 곳이다.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자 학부모들은 "기자님이 키워드만 던져 주면 저희가 알아서 토론하겠습니다"고 한다. 신선했다. 덕분에 나는 편했다. 최소한만 개입하고 키워드에 따라 학부모들이 스스로 인터뷰를 해나갔다.

인터뷰에 나선 학부모들은 '아저씨' 1명에 '아줌마' 4명이었다.

인적사항은 다음과 같다.

이우완 씨(43. 자녀는 초등학생 1명) 유일한 아저씨 인터뷰이.

장혜영 씨(37. 자녀는 초등학생 2명).

이진숙 씨(46. 자녀는 중학생 1명, 초등학생 2명).

이혜경 씨(43. 자녀는 초등학생 2명).

이민주 씨(43. 자녀는 중학생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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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1.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은 예전부터 젊은 학부모들이 많고, 또 사회운동도 비교적 활발한 곳 같았다. 이 말고도 내서읍은 어떤 정체성을 가진 곳일까?

이민주: 한정된 구역 안에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곳이죠. 신도시 같은 시내가 있다가도 조금 벗어나면 논이 보이고, 젊은 사람도 많지만 농촌 어르신들도 제법 됩니다.

이혜경: 신도시까지는 아니지만 주거지로 개발되면서 외지인 비중이 높습니다. 집값이 싸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비교적 서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산 시내와는 제법 거리가 있고, 내서 안에 어지간한 기본시설은 갖춰져 있기 때문에 내서 안에서 생활이 다 이뤄집니다. 그래서 공동체나 소통이 비교적 잘 이뤄집니다. 길을 가면 저 아이는 어느 집 아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때문에 아이들이 함부로 비행을 저지르지 못 하죠. 보는 눈이 많으니.

이민주: 내서는 어지간한 건 있지만 문화시설이 부족합니다. 문화적인 요구가 많은데 부족합니다. 마산시내도 문화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화행사를 즐기러 함안으로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지역의 정서가 문화적 정체성까지는 형성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키워드2. 무상급식 중단

2015년 4월 1일 무상급식 중단을 내서 학부모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이혜경: 사실 우리는 그랬습니다. 설마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나 싶었습니다.

이우완: 도의회에서 소위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가 통과되던 날도 설마 싶었습니다.

장혜영: 저는 사실 중단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나서고 싶어도 학부모들이 '설마 설마' 하는 분위기라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진숙: 저는 당시 학부모회장이었습니다. 3월 말에 양산 학부모들이 뉴스에 나오면서 양산도 저러는데 내서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부모회장 엄마에게 양산 처럼 밴드를 만들어 보자 제안했고, 제가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반나절만에 500명이 넘었고, 980명이 가입했습니다. 굉장했습니다.

장혜영: 저나 이우완 선생님이나 작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이러나저러나 무상급식은 유지됩니다. 하지만 혜택을 받는 작은 학교 학부모들도 많이 동요했습니다.

불안했지만 내서 학부모들은 '설마' 하는 마음에서 많이 움직이진 않고 있었다. 이는 다른 양산과 거창과는 달랐다. 양산·거창 학부모들은 무상급식 중단 전에 이미 온갖 행동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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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씨./임종금 기자

키워드3. 지점

내서는 읍면 지역으로, 홍준표 도지사가 지원을 끊어도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학부모들이 자극을 받고 일어난 것일까?

이혜경: 티를 안 낸다고 하지만 급식비를 안 내는 아이는 스스로 압니다. 학부모들도 누가 내고 안 내는지 알게 됩니다. 처음으로 무상급식과 보편복지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왜 똑같은 밥을 평등하게 먹지 못할까?

이우완: 사실 저는 학부모 단체와 운동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무상급식 중단 논란으로 학부모들이 술렁이는 것을 봤습니다. 이게 학부모 운동의 계기다 싶어서 나섰습니다.

장혜영: 그냥 평등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원이 안 나오면 학교에서도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급식비를 최소한으로 받겠죠. 그러면 식자재를 싼 거를 사야 하니까 친환경 급식을 할 수 없고 질이 많이 떨어지겠죠.

이진숙: 영양사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양념부터 변한다고. 급식 예산이 줄기 때문에 중국산 양념을 써야 한다고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먹인다고 생각하니 난감하더군요.

이혜경: 차라리 주지나 말지. 주다가 마는 건 뭐냐 싶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갑자기 학원을 하나 줄여야 하는 셈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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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완 씨./임종금 기자

키워드4. 시스템

앞선 양산과 거창 모두 학부모들의 조직구조나 의사결정 시스템이 완전히 기존 사회단체와는 달랐다. 내서 학부모들은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을까?

이혜경: 처음에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각 학교 단위에서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피켓도 그냥 집에서 자기가 알아서 만들어 왔습니다.

이민주: 원칙까지는 아니지만 분위기가 '몇몇 사람들이 주도하는 건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습니다. 여력이 되는 만큼 학교 단위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니 학교마다 시스템이 또 다 달랐습니다. 감천초등학교는 대책위가 따로 구성이 돼 있었습니다. 상일초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학교 앞에 교통지도하는 학부모들이 피켓을 같이 들었습니다. 어느 학교는 요일 단위로 피켓을 들거나 집회를 하기도 하기도 했습니다.

임종금 기자: 그럼 밴드의 역할은 뭔가요?

이민주: 각 학교에서 한 활동을 계속 밴드에 공유합니다. 그걸 보면서 학부모들끼리 '저기는 저러는데 우리는 이러자' 하거나 힘을 내는 겁니다. 밴드 만든지 3일째인 작년 3월 27일에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운영진을 일단 만들어 보자. 개별 학교에서만 계속할 수 없고, 언제가는 전체적인 행사를 열고 기획이 필요하니까 말입니다. 자발적으로 20명의 학부모들이 운영진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중에 큰 일을 하려면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니 실무단을 만들었습니다.

이혜경: 운영진이라는 게 권한을 가진 게 아니라 중간에서 소통해서 다리 역할을 해 주는 사람에 불과합니다.

이민주: 그래서 4월 1일 무상급식이 중단된 날 첫 집회를 하고, 매주 수요일 집중 집회를 하자고 했습니다.

장혜영: 제가 실무단에서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저는 정말 평생 처음으로 경찰서에 갔습니다. 지금은 집회 신고를 자주 하다 보니 정보계 형사와 친합니다. 당시 첫 집회 때 20~40명 온다고 신고했는데 200명 넘게 와서 정보계 형사가 기겁을 했습니다.

이민주: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경남운동본부에도 몇 명이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기존 사회단체 활동을 하시던 분은 바닥 정서를 잘 모르시더라고요. 그래도 거기 가면 정보들이 다 나오니까 정보를 얻는다는 생각으로 운동본부에 참여했습니다.

이진숙: 실무단 회의할 때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바로 '다다닥' 처리합니다. 의사결정이 즉각 즉각 이뤄집니다.

이민주: 4월 첫 집회 하고 나서 저희도 놀랐습니다. 학부모들의 분노가 대단하구나. 누군가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아빠들이 참여 못 하니 주말에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열자고. 바로 실무단 회의에서 봄이고 하니까 광려천 걷기를 진행했습니다. 4월 18일에 500명 정도 모였습니다. 이후 월 1차례 정도 대형 행사를 기획하고 실천했습니다. 시 낭송 대회도 하고, 촛불집회도 하고….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내서 학부모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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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씨./임종금 기자

키워드5. 반발

이렇게만 보면 모든 내서 학부모들이 똘똘 뭉친 것 같아 보인다. 이들에게 이의를 거는 사람은 없었을까?

장혜영: 여러 사람이 있었지만 일일이 신경을 안 썼습니다.

이혜경: 신경 안 쓰죠.

이우완: 자발적인 모임이기 때문에 오고 싶으면 오는 거고, 오기 싫으면 마는 겁니다. 내서에 초등학교 8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2곳이 있습니다. 그중에 학부모회가 직접 움직인 곳은 절반 남짓합니다.

이민주: 학부모들이 많이 나서는 학교 학부모들이 열세인 학교에 가서 원정 피켓 집회를 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우완: 사실 학부모 가운데 유상급식에 찬성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연세가 많이 드신 학부모들이 그랬습니다.

장혜영: 특히 아이들 다 키운 학부모 중에 홍준표가 맞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이민주: 그런 점도 있고, 유상급식을 하면 내 세금이 적게 든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어차피 세금은 똑같은데, 그걸 어떻게 쓰느냐의 문젠데 그걸 모르시는 분이 많죠. 어르신들은 무상급식 때문에 자신들이 누릴 노인복지 혜택을 못 누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예상만큼 반발이 거세지는 않은 것 같았다. 적어도 양산이나 거창처럼 어르신에게 손찌검을 당하거나 지역 유지들에게 압력을 받는 일은 없는 것 같았다.

키워드6. 가족

문제는 가족이다. 아무리 무상급식에 공감을 한다고 하더라도 막상 내 아내, 우리 엄마가 나선다고 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우완: 우리 식구는 절대적으로 동의했고, 활동도 인정해줬습니다.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니 아내는 집안을 챙기는데 집중했습니다.

장혜영: 제가 경찰서에 집회 신고하는 일을 담당하니까 남편이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형사들이 찾아오고 하니까 얼마나 당황스럽겠습니까? 그런데 텔레비전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고 지지를 많이 해줬습니다.

이진숙: 제가 밴드를 만들 때 남편이 적극 지지해줬습니다. 이 일 때문에 집을 비울 수 있는데도 남편은 '바른 일이니까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부끄러웠나 봅니다. 1인 시위할 때 아들에게 인증샷을 찍어 달라고 했는데 창피했는지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이혜경: 제 남편은 그냥 무반응이었습니다. 아들은 처음에 엄마가 그러는 게 창피했지만 한 2달 넘게 계속하니까 무덤덤하게 넘어가더라고요. 딸은 처음부터 지지해줬습니다. 딸 친구들이 '니네 엄마가 저렇게 해 주니까 우리가 식비를 안 내도 된다'고 했다고 전해주더군요.

이민주: 저는 각자 서로 가치관을 인정해 줍니다. 대신 남편이 '아침에 못 일어나는데 할 수 있겠나'고 반신반의했습니다. 제가 아침잠이 많거든요. 아들은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대신 아파트 주민들끼리 친해졌습니다. 같이 연락하고 현수막도 같이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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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씨./임종금 기자

키워드7. 홍준표 주민소환 서명

홍준표 주민소환 서명은 사실 기자들도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과연 내서 학부모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가능하다고 봤을까?

이우완: 중반까지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다만 내서에서 10%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실 학부모들을 독려하면서도 애매했습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주민투표 서명'을 보면서 가능하지도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혜영: 안 될 거라고 봤습니다. 대신 이게 이슈를 계속 확산하는 효과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 것입니다.

이진숙: 저도 안 될 거라고 봤습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한 게 아까워서 끝까지 해보자고 한 것뿐입니다.

이혜경: 저도 안 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주민투표 수임인 신청을 하고 서명용지를 받았는데 두께가 이만한 겁니다. '이걸 어떻게 다 받나'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하다 보니 막판에는 '어쩌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민주: 당연히 시작했으면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안 되더라도 내서는 10%를 넘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봄에 무상급식 회복을 위해 '내서 1만 인 서명'을 받았었습니다. 내서에서 1만 명은 채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임종금 기자: 서명받는 노하우 좀 가르쳐 주십시오.

이혜경: 서명대에 가만히 서 있으면 절대 안 됩니다. 들고 가면서 옆에 꼭 붙어서 해 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지명해야 합니다. "저기 유모차 끌고 가는 아주머니, 이거 좀 해 주세요" 이렇게 지목을 당하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됩니다. 대신 우리가 도와주기도 해야 하죠. 짐이 많으면 대신 들어주기도 해야 합니다. 또 '바람잡이'도 있어야 합니다.

이민주: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을 해야 합니다. 완벽하게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안 됩니다.

이우완: 학교 행사가 있을 때 잘 되고, 몇몇 아줌마들은 서명판을 아예 들고 병원을 돕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고 서명판을 돌립니다. 주변 상가에도 같은 방식으로 합니다.

이진숙: NC야구장에 가서도 했습니다.

임종금 기자: 야구장에서요? 거긴 내서가 아닌데요?

이민주: 야구장이나 마산국화축제 행사장 같은 곳에 '원정'도 갔습니다. 사실 마산국화축제장에서는 욕을 얻어먹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많이 서명해 주셔서 힘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11월 각 학교에서 학예제를 할 때 서명을 많이 받았습니다.

내서 아줌마들은 낙관도, 절망도 하지 않았다. '해보는 데 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결국 상당한 성과를 냈다.

키워드8. 내서 아줌마들의 미래

앞으로도 과연 아줌마들이 이번처럼 뭉칠 수 있을까?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학부모들은 너무 지쳐 있었다. '이 짓'을 또 하려고 할까?

이민주: 돌이켜 보면 정말 무모한 도전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 급식문제는 워낙 생활과 가까이 있는 밀접한 이슈라서 비교적 쉽게 공감대를 뭉칠 수 있었던 측면도 있습니다. 엄마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우리 아이고, 우리 아이 교육입니다. 물론 학부모들도 현명했습니다. 과거 운동가들처럼 '내가 중심이고, 내가 이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비중 있는 학부모라도 '나는 다리를 놓는 역할만 한다'고 생각했고 서로 부담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 학부모들이 소통의 거점 역할을 했습니다. 이분들이 있다면 다시 공감대가 통했을 때 작년과 같은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혜경: 공감대가 맞는 키워드라면 학부모들끼리 다시 뭉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일을 계기로 잘 모르던 옆집이나 마을 학부모들끼리 얼굴을 익혔습니다. 마트에서 인사도 하고 길 가다가도 인사하고. 지역 사람들끼리 폭넓게 얼굴을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진숙: 맞습니다. 고생한 인연을 이대로 버리기엔 다들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장혜영: 사실 홍준표에게 고마운 측면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을 알게 됐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저는 푸른내서주민회 상근자가 됐습니다.

예상과 다른 답변이 나왔다. 양산과 거창 학부모들은 지쳐 있었다. 똑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더라도 과연 작년처럼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내서 학부모들은 달랐다. 기존부터 약간의 공동체 정신, 혹은 지역 유대가 있었고 이번을 계기로 공동체가 집결할 수 있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예상했던 홍준표 주민소환을 성공시킨 경남 아줌마들. 양산, 거창, 내서 학부모들을 취재하면서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첫째, 엄청나게 빠른 의사결정 방식. 기존 시민단체나 사회단체는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나, 밴드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의사 결정을 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간을 끌거나 힘을 빼지 않았다. 이는 집중력 있는 행동으로 나타났다.

둘째, 간결한 조직 구조. 사실상 학부모들은 '무조직의 조직'이나 마찬가지였다. 비중 있는 학부모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연락통'에 만족했다. 누군가 누구에게 지시하고 보고하는 개념이 아예 없었다. 모두가 집행부고, 모두가 운영진이고, 모두가 간부나 다름없었다.

셋째, 부담을 주지 않았다. 중간에 빠지더라도 비판하지 않았다. 방식이 다르더라도 상대를 억지로 설득시키려 하지 않았다. 각자 할 수 있는 영역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움직였다. 덕분에 이탈했던 학부모들이 재합류하기도 쉬웠다.

넷째, 방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모든 방법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움직였다. 마치 알파고가 바둑을 두듯 '꼭 이건 이래야 한다'는 게 없었다. 절차나 기존의 방식을 무시하고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한 것이 훨씬 좋은 성과를 낳았다.

다음 인터뷰를 어디로 할까 고민하던 중 내서 학부모들이 일제히 입을 모았다. "사천에 엄청난 분이 계십니다. 사천에 가시면 또 다른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천하의 내서 학부모들도 인정한 사천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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