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구매부터 완제기 생산까지 하는 일류 항공기업으로 비상 꿈꾼다"

경남 사천시 사남공공단지 내 외국인투자지역(사천시 사남면 외국기업로)에 자리 잡은 외국인투자기업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Kencoa Aerospace Corporation). 이 업체는 창립 3년 만인 올해 매출 최소 2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내 항공산업 관련 업체가 몰린 사천·창원에서도 이 정도 매출액이면 상위권에 드는 규모다. 외국인투자기업이라서 서구적 외모를 가진 대표이사를 만날 것으로 여겼는데 직접 만난 이민규 대표이사는 말솜씨와 외모 모두 완전한 한국인이었다. 미국명 'Kenneth Minkyu Lee'인 이 대표이사는 처음 만난 이들도 미소를 짓게 하는 유쾌함을 지니고 있었다. 현대정공 미주사업본부 구매 담당 직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미국에서 보잉 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된 캘리포니아 메탈이라는 항공산업 원자재 유통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이 사장은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를 한국에 세우며 비상을 꿈꾼다. 그가 날아가고픈 종착지는 어디일까?

대학 때 미국 이민, 20대 중반부터 항공산업 무역·물류 분야 경험

이민규 대표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이력을 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국내 최고라는 이른바 'S대'를 나와서 특이하다는 게 아니다. 보통 미국이나 유럽 이민자가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대학에서 학사 과정을 밟아 졸업하는 예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학교 1학년 때 이민 갔다. 그런데 어렵게 공부해서 그 대학에 들어갔고, 또 학과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데 가족 이민으로 대학을 그만두려니 너무 아쉬웠다. 이민 갔다가 이듬해 다시 나만 한국에 와서 복학해 졸업하고 미국으로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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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규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박일호 기자

이 대표는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 1학년 때인 1989년 부모님, 형제들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 계신 외삼촌이 가족 이민을 1970년대 말에 신청했는데, 신청한 지 10여 년 만에 허가가 나서 그때야 짐을 쌌다고 한다. 이 사장 외삼촌은 70년대 태권도 사범으로 이민 갔다가 텍사스주에 정착하셨다고 한다. 1989년 이민 허가가 나자 이 대표도 미국으로 갔다가 이듬해 한국으로 와서 남은 학사 과정을 마쳤다. 이 대표는 "이민 결정이 그해 날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공부 안 했죠. (웃음) 아깝더라고요. 들어가기도 어려운 곳이고 또 대학 친구들과 정도 많이 들었는데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학 졸업 뒤 이 대표는 1993년 현대정공(현재 현대모비스) 미국 샌디에이고법인 원자재 구매부에 입사했다. 만 2년 반 정도 다니다가 MBA(최고경영자 과정) 대학원에 다니고자 회사를 그만뒀는데, 당시 거래업체였던 미국 내 큰 알루미늄 회사 관계자가 항공 관련 세일즈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1995년 말 만 24살, 한국 나이 26살에 창업해 이른바 '청년 CEO'가 된 것이다.

무역회사 운영하다가 항공 전문 원자재 유통업체 사장으로

그가 운영한 무역회사는 주로 항공기 생산에 필요한 특수 원자재를 확보해 수출하는 업체였다. 미국 내 큰 알루미늄 회사인 'Bralco Metals' 한국 마케팅 매니저를 겸했다. 이 대표가 처음 운영하던 무역회사 이름이 '켄코아 인터내셔널'로 현재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는 그 이름을 딴 것이다. 초창기 고객 신규 확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미래를 생각해 1997년 캘리포니아의 명문 사립대인 남가주 대학(USC) 경영학 석사과정(MBA) 대학원에 입학했다. 원래 미국 동부지역 유명 대학 MBA 과정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낮에는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밤에 공부하려니 풀타임 과정은 무리라고 생각해 이 대학 MBA 과정(파트타임)을 택했다. 주경야독의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도 1998년 재미 교포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 이 대표 부인은 회계학을 전공한 연방공무원이었다. 무역회사 운영, MBA 과정, 결혼과 가정생활 등 무척 바쁜 나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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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규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박일호 기자

2000년 이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캘리포니아 메탈(California Metal&Supply Inc.)이라는 항공산업 전문 원자재 유통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 연간 매출 몇백 만 달러 규모의 업체였다. 무역업은 일이 있다가도 없고 거래가 일정하지 않은 것과 달리 유통업체는 꾸준히 고객을 관리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거래가 꾸준한 게 무역업과 유통업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다루는 원자재는 항공용 특수강, 티타늄, 니켈 합금, 알루미늄 등 항공기 동체 제작용 원자재들이다. 인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10배 넘게 성장했다.

캘리포니아 메탈 인수 뒤 2001년께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Boeing)사 협력업체로 등록했다. 최근 여러 차례 보잉사 우수 협력업체 상(Boeing Performance Excellence Award, 2013·2014·2015년 수상)을 받기도 했다. 수십만 개에 이르는 보잉사 협력업체 중 해마다 겨우 400개 업체를 우수 협력사로 선정한다. 이 대표는 그만큼 받기 어려운 상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창업을 하며 CEO 길에 발을 디딘 1995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그는 "항공산업 특성상 방위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자국 국적자(시민권자)가 아니면 방위산업 사업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항공 분야 사업을 하려면 시민권 획득은 필수였다"고 설명했다.

2013년 4월 컨테이너 건물 한 동 직원 4명으로 시작

이 대표는 캘리포니아 메탈을 운영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하 카이)·한화·대한항공 등 국내 주요 항공산업 업체에 원자재 납품을 하다가 경남도로부터 투자유치 제안을 받는다. 항공제작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터가 있으니까 경남에서 사업을 하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항공 제조업이라는 더 큰 꿈을 꾸고, 한국 항공산업에도 이바지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 마침 경남테크노파크 항공우주센터(사천 소재) 내 캘리포니아 메탈 영업사무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일하던 정재한 상무이사 등과 함께 일을 벌여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투자를 결정하고 2013년 4월 8일 회사 설립 직후인 그해 5월 24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이 대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서기용 사천시 부시장 등과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을 했다. 당시 밝힌 투자 규모는 1000만 달러였다.

막상 사업을 하려니 경남도가 준 사천 외국인 투자 지역 내 땅만 있었지 아무것도 없었다. 그 땅 위에 직원 4명과 컨테이너 한 동을 설치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4명이던 직원 수는 올해 2월 15일 현재 190명에 이르렀다. 컨테이너 한 동만 있던 허허벌판에는 3년도 안 된 사이에 전체 3500평 규모로 공장동 2개, 직원 복지동, 사무동, 페인트 작업동 등 다섯 개 건물이 세워져 있다. 올해 안에 추가로 3000평 규모의 세 번째 공장동을 세우기 위한 설계를 마쳐 기계가공, 판금, 후처리 공정을 포함한 항공기 종합 시설 완비 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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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규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박일호 기자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드문 원자재 공급부터 완제기 생산 능력 갖춰

주요 사업 분야는 항공기 조립·생산, 원자재 공급, 금속가공, 항공 MRO(정비서비스 사업), 무인기(드론) 개발 국책 과제 수행 등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항공기 조립-생산 분야는 'KT-100'이라는 공군 기초 훈련기(완제기)를 직접 생산한다. 이 대표는 "완제기는 보통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한 부분씩 나눠주고 최종 조립·생산은 대기업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KT-100처럼 중소기업에서 완제기를 생산한 것은 국내에서 우리가 처음이다. 우리 능력과 잠재력을 고객사와 한국 정부가 인정했다는 자부심이 담긴 완제품"이라고 자부했다. KT-100은 한국 공군의 핵심 동량이 될 공군사관학교 생도가 처음으로 모는 기초훈련기이다. 2월 15일 현재 9대를 공군에 납품했으며 차기 납품 물량 생산으로 생산 현장은 분주했다.

대형 민항기 동체 부문 조립·생산도 한다. 보잉사 대형 민항기인 B777 주익(주날개) 앞날개 구조물과 B767 꼬리 구조물 부품을 조립·생산하고 있다.

더불어 카이가 생산하는 한국형 다목적 헬기 KUH(일명 수리온)의 조종장치 조립체와 후방동체를 조립해 납품하고 있다. 2014년 한화㈜ 협력회사 평가 결과 A등급(정시납기 100%, 불량률 0%)을 받았다. KUH는 한 달에 평균 2대 정도 생산되는데, 지금껏 생산한 모든 수리온에는 이 회사가 만든 조종장치 조립체와 후방동체가 쓰였다.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한 첫 작품이라고도 했다.

더불어 중고도 무인기(MALE UAL) 생산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항공기 생산 분야 턴키(Turnkey)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자 국내·외 고객사와 만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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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규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박일호 기자

원자재 공급 등 다각화한 사업 영역도 강점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의 강점 중 하나는 사업 영역 다각화이다. 항공기 조립·생산과 함께 현재 캘리포니아 메탈 운영 경험을 토대로 원자재 공급 사업도 하고 있다. 캘리포티아 메탈은 이전에도 카이와 한화테크윈, 대한항공 등에 납품하고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이 분야를 올해부터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가 맡을 계획이다. 맞춤형 원자재 절삭 납품 분야는 현재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16개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또한, 항공기 부품인 라운드 바·플레이트·튜빙 등도 공급하며 원자재 공급 분야에서 빠른 매출 신장을 꾀하고 있다.

정밀가공 사업은 현재 Sleeve(구동 장치에 들어가는 부품 중 하나, 사진 참조)라는 부품을 가공·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이 품목은 지난해 100만 달러 가까이 벌어들였다. 사업 분야별 공장 가동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이 회사의 효자 종목이었다. 항공기 부품 가공과 관련해 지난해 9월 BSI(영국규격협회, 글로벌 품질 인증 기관 중 하나)로부터 항공부품 가공 부문 인증을 받아 올해 1분기까지 설비 인프라를 구축해 본격적인 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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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규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박일호 기자

현재 시작 수준인 항공기 정비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계획도 세우고 있다. 무인기(드론) 연구개발은 이미 지난해 산업자원통상부 지역거점지원사업 3개 기관에 선정돼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가 복합 비행형 드론 분야 중 체계 통합과 최종 제작·시험 비행을 맡았고, 건국대가 연구 개발 등을 맡아 공동 작업 중이다.

이외에도 우주개발 분야 발사체 조립, 궤도선 구조물 조립, 탐사선 조립-생산 참여라는 장기 목표를 두고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이런 다각화한 사업 영역으로 올해 매출 200억 원 달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목표에 달성하고자 당연히 더 많은 인력을 뽑아 고용 창출에도 일조하려고 한다.

2015년 각종 인증서와 상복이 쏟아지다

회사 설립 3년 만에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1개 특허를 등록했고, 2개를 출원해서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등록된 특허 부문은 경비행기의 피토관 정압계기용 검정장치이다. 환경시험용 챔버와 수평형 호닝 가공장치는 출원해서 심사를 받고 있다.

짧은 기간인데도 정부와 유관기관 인증서도 상당히 보유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상복이 넘쳤다. 지난해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지난해 연말 중소기업청장으로부터 '올해의 벤처상 일자리 창출 상장'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부터 산업단지 발전과 기업혁신으로 표창장을 받았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한국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와 '일 학습 병행제 사업 및 훈련실시 약정서'를 체결해 인증 기업으로 등록했다. 국방기술품질원으로부터 '원소재 공급사' 인증,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경량항공기 안전성 인증'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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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사 우수협력업체 상./켄코아 에어로 스페이스 제공

"직원이 마음 편하게 일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 만들고파"

이 대표는 특히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회사가 경쟁력을 갖추고 수익을 내는 것은 당연히 제1 목표다. 하지만 단순히 수익만 내는 회사가 아니라 직원이 직장에서 자신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가족 부양에 어려움이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 생산성 확대, 신기술 개발 등 창의적인 도전으로 수익률을 높여야 하고 그 어려운 과제를 이루고픈 게 제 욕심"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12일 직접 눈으로 본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은 여느 중소기업보다 작업 환경이 무척 쾌적했다. 복지동에 있는 식당도 깔끔했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도 대표이사를 만났는데도 스스럼없이 대했다. 미국의 수평적 기업 문화가 작업 현장에도 녹아 있는 듯했다.

해마다 연말이면 삼겹살을 굽고 이른바 '부어라 마셔라' 하는 문화에서 탈피해 송년회를 '스탠딩 파티' 형태로 한다. 스탠딩 파티를 하며 맥주 등 간단한 술과 음료, 음식을 마시고 먹으면서 대표이사 등 임원부터 현장 직원까지 평소 하지 못한 얘기를 주고받는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송년회 직원 만족도도 높았다.

더불어 현장 교육을 강화하고자 TV 모니터들을 현장 곳곳에 설치했다. 이 대표는 "과거 문자 텍스트 중심의 문서 교육에서 새로운 세대를 위한 영상 교육을 강화하고자 TV 모니터를 곳곳에 설치했다. 직접 영상을 보면서 현장에서 곧바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이 시스템 설치에만 수천만 원이 들었다. 회사로서도 현장 교육이 강화되니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경직된 기업문화에서 되도록 수평적인 문화를 조성하고자 노력하다 보니 최근에는 이직이 거의 없다. 주변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우리 회사에 오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우리 회사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일하고픈 직장 문화를 모든 사천 지역 항공업체로 확산하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에서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Purdue공대 항공공학 박사 출신인 권태준 기술연구소장을 중심으로 무료 영어 회화 교육을 하고, 일 학습 병행 사업장 인증으로 젊은 직원 학습 욕구를 고취시키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직원 기술 영어 교육도 활발하며 올해 안에 요가 수업도 개설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사우회도 발족해 직원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휴가 때 펜션을 쓸 수 있도록 직원 1인당 10만 원씩을 지급하고 있고, 올해부터 우수사원을 선정해 국외 연수도 보낼 계획이다.

그는 다시 한 번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문화 창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미국 사회의 강점인 수평적 소통문화와 비주얼 교육을 강화하고 여행 등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각종 기회를 많이 부여해 직원 창의성을 높이고자 한다. 직원이 직장 생활에 만족해하고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고자 노력하면 그 회사는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우리 회사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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