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했지만 '불평등' 문제 연구하겠다

독자 중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도 제법 있을 것이다. 10년 가까운 법정 투쟁 끝에 무죄로 판결 받은 이 사건으로 경상대학교 젊은 교수들이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 중심에 서 있었던 장상환(65) 경제학과 교수가 2월 말 정년퇴직을 한다. <한국사회의 이해>는 경상대학교 교양과정에 개설된 강좌였는데 1994년 시작해서 2003년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까지 진보 학계와 공안기관의 첨예한 이론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주지역 토착 지배세력이 국가 공안기관을 동원해 공격했던 것"이라는 장상환 교수는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을 지내면서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는 2002년 대선 권영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제 강단을 떠나 자유롭게 연구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를 만나 현재 한국 정세와 농업문제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좋은 직장에 목 매다는 것, 리스크가 너무 크다

기자가 대학 다니던 시절 장 교수는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을 치려고 애쓰느니 차라리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함께 키우고, 급여나 근무조건을 대기업이나 공무원만큼 끌어올리려 싸우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우리 사회가 굉장히 불평등한 사회라는 거죠. 승자독식 비슷하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대기업하고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대응하는 방법이 노력해서 괜찮은 일자리를 얻는, 대기업·금융권에 가거나 공무원이 되는 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아요. 상당한 기간 취업 준비를 해서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이 시기가 인생의 소중한 기간이기 때문에 놓쳐버리면 나중에 갑갑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얘기하죠. 그래서 나는 취업 준비에 많은 시간 들여서는 낭패 볼 수 있으니까 우선 들어갈 수 있는 일자리에 들어가서 그 일자리가 갖는 어려움이나 급여, 이런 것은 일하면서 동료들하고 공동으로 해결해가는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지 않으냐, 그게 현실적이다 그렇게 얘기하죠. 요즘에도 그렇게 얘기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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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환 교수./정성인 기자

-하지만 지나치게 학생들의 능력을 낮춰보고 기운을 뺏는 것은 아닐까요?

"경상대에 꿈·미래 개척이라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학생들을 면담하고 멘토 역할을 하는 거죠. 최근에 그 프로그램을 통해 상담한 학생이 있는데 공무원 준비를 하느라고 휴학을 하고 서울 가서 노력해도 안되니까 다시 온 친구였어요. 그렇게 보낸 시간이 아깝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주변 다른 애들은 다 졸업했는데 걔는 이제 3학년이라는 겁니다. 계속 (공무원 시험) 공부하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게 상당히 리스크가 크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보니까 부모들은 그런 괜찮은 일자리 구할 때까지 지원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 아닌가 그리 생각합니다."

-단순히 좋은 일자리를 얻으려는 청년들을 나무라겠다는 생각은 아닌 줄 알겠습니다만, 지금 처한 경제 상황이 청년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아닐까요?

"'요즘에 '헬조선'이라는 말도 있고 '노오력'이라는 말도 있죠. 청년들의 좌절감이 극단화된 상황을 표현하는 개념이라고 봅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일자리 얻어보자는 것은 불공평한 시스템에 적응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수동적으로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체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죠. 그게 안 되니까 '탈출'이라는 얘기가 나오죠. 일부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경우는 북유럽 복지국가에 가서 살겠다. 우리나라 전문직 여성들도 삶이 너무 피곤하다는 거죠. 과로사 문제도 있고 애 키우기도 너무나 어렵고 하니까 복지 선진국으로 가겠다는 사람도 있어요. 우수한 사람은 그런 데서 받아준다는 거예요. 일부에서는 막노동하더라도 우리나라보다 낫다고 하면서 호주 같은 곳에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토대로 정착했다는 친구들이 있다는 거죠. 하지만 탈출이라는 신호는 다수가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러니까 내가 볼 때 또 하나의 길은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변화를 시도하는 거죠.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처우를 감수하면서 견딜 게 아니라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 이제 좀 그런 생각을 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해요."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노를 넘어서서 좌절에 이르고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과거보다도 자기 권리 주장을 하는데 소심하고 그래요. 부당한 대우가 있을 때 자기 권익 주장이 약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어보니까 어릴 때부터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우는 서열 문화, 이게 하도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이게 몸에 배었다는 거지요. 내가 좀 불리한 처지에 있으면 자꾸 내 탓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이 없는 겁니다. 나도 좀 미약하지만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존감도 약하고 말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넘어져 버린다는 거죠, 애들이. 집에서는 정말 골치 아픈 존재로 돼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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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환 교수./정성인 기자

총선 여당 독식, 국민이 놔두진 않을 것

-지금 정세를 보자면 야권은 분열로 지리멸렬하고 진보진영도 새로 일어설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 결과가 자칫 범야권이 몰락하고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 국민이 그런 상황을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호남 같은 데서는 여당이 워낙 약하니 그럴 필요성이 없겠지만 다른 데서는 유권자들이 시민들이 그걸 그냥 보고 있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야권 선거연대, 후보 단일화 요구가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리라고 봅니다. 여당이 200석 이렇게 차지하게 된다면 개헌을 해서 영구집권할 위험성을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 우리나라는 행정부 힘이 너무 크거든요. 국회가 무력화되고 있는 판인데, 법하고 시행령 관계예요. 법에는 추상적인 내용만 정해두고 실질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다 담죠. 시행령은 정부가 만들기에 정부 재량이 크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실질적인 결정권이 정부에 있다고 봐야 하는 거죠. 그런데 이게 국회가 여·야당 나뉘어 있으면 견제가 되는데 이게 한쪽으로 쏠려버리면 그야말로 국회가 정부 시녀가 되는 거죠. 일본이 그렇게 됐고요.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거기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긴장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보면 여당 지지율이 40% 선을 넘지 않아요. 야당은 나뉘어 있고, 무당파가 있는데 무당파들이 여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여기서 모여서 여론 형성하지 않을까 봅니다. 지역적으로 풀뿌리에서 나오니까 거부할 수 없잖습니까. 거부하고 그냥 출마하면 저 사람은 야권연대를 부정한 사람이라 해서 제쳐버리니까. 박근혜 정부가 한 게 민주주의를 퇴행시켜왔으니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진보정당도 분열, 헌재 판결 이후 일어설 동력을 못 찾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요.

"우리나라 현재 상황이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극화가 심해졌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그에 대응해서 진보적인 정치 요구가 높아지고 진보정당이 성장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은 거죠. 그렇게 된 것은 사실 외환위기 직후에 노동자들이 대량실업의 위험에 직면하면서 복지를 통해서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 힘이 민주노동당으로 모인 겁니다. 외환위기 없었더라면 진보정당도 성장할 수 없었을 거예요.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진보정당을 지원·지지하기도 하고 2000년에 창당하고 비례대표제가 당에 투표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2004년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당의 간부들 상근자들 국회의원들 이런 사람들 있는데 그 사람들이 당원들 뜻에 따라 활동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시스템 이런 게 취약하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이른바 '당 조직의 관료화'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10만이라는 당원들이 있었지만, 대의원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회의도 가야하고 좀 번거롭단 말입니다. 그러니 정파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대의원 하겠다고 나서고, 당신이 하시오 이렇게 됐습니다. 일반 당원들의 뜻과 대의원의 뜻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대의원들은 자기 정파 관점과 이해관계를 앞세우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른바 자주파들이 대의원 상근자 활동가의 다수를 차지하면서 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식으로 간 것이고 그들이 민생문제 이런 것은 소홀히 하고 국가보안법이라든지 이런 데 상당히 힘을 쏟다 보니 점점 지지도가 내려가게 되죠. 지지도가 내려가면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 모색을 하고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당직) 자체가 자기의 생활 기반이 되고 직장이 됐으니까 독점하는 경향이 커지게 됩니다. 결국은 당이 분열되는 거죠. 자주파 독점이 되면서 거기 있어도 힘을 못 쓰게 된 평등파는 2008년 진보신당으로 갈라져 나왔습니다."

-'종북' 논란이 시작됐던 시기였죠.

"그렇죠. 그때 종북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런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실제로 존재했던 거죠.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 떨어져 나가고 살길이 막막하니 야당하고 연대해서 지방자치선거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죠. 자주파들은 총선이나 대선 다 이런 구도에서 보자고 마음먹은 거죠. 진보신당 탈당파들하고 국민참여당도 연대해서 통합진보당을 만들었잖습니까. 만들고 자기들 주도권을 위해서 무리하게 투표를 조작하고 해서 결국 그게 깨졌죠. 그렇게 국민 지지를 잃으니까 정부에서도 이것을 두고 볼 수 없다 해서 결국은 사법적인 심판에 올려 해산까지 가게 된 거죠. 정부가 해산까지 시킨 것은 과도하지만 결국 그런 행태를 보인 것, 대중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자기 정파 이익을 앞세워서 당을 운영하고 한 것은 사실이거든요. 그것 때문에 진보 정치 전체가 왜곡됐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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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1주년 기념 토론회. /경남도민일보DB

-어쨌거나 현실 정치·선거에서 당위만으로는 승리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에 정의당을 주축으로 해서 몇 개 당이 모였는데 아직은 동력이 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민주노총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한다거나 그런 상황 아니고, 그래서 '조정기'라고 봅니다. 이미 여당하고 (분열되기 전의)야당에다 진보진영 후보까지 나오면 여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죠. 옛날 2004년에도 창원하고 울산에서만 당선됐거든요. 거제도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인데 야당하고 진보세력이 나와버리면 여당이 50%를 못 얻더라도 당선될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야권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구에서는 거의 당선 가능성이 낮습니다. 지난번 2012년 총선 때는 야권연대가 이뤄졌잖아요? 그래서 전략적으로 후보 안내고 이런 식으로 된 건데, 그게 안 이뤄지면 어렵다고 봐야 하겠죠."

-큰 틀에서 진보 정치 전망을 좀 해주시죠.

"대중들이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10만 넘게 모였는데 실망하니까 탈당하고 나서 가만히 있는 거죠. 그런 사람들이 다수니까 다시 동력이 모이기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야당이 지리멸렬해가는 거죠. 야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기득권 세력하고 비호남 개혁세력이 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야당에는 비판이 높아갑니다. 특히 호남지역에서 아무리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라도 민주당 공천 받으면 당선하는 이런 것이 계속 반복됐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대중들이 그런 데서 한계를 느낀 거죠. 이래서는 안 된다, 바뀌어야 한다. 물갈이 요구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 요구를 민주당이 수용해서 20% 낙천하고, 형사사건 연루자 공천에서 제외할 것을 안철수도 요구하고 하니 위협을 느낀 거죠. 그래서 이 사람들이 탈당하고 하는 거죠. 

크게 보면 야당 내에서 야당답게 서민들 요구에 충실한 활동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높은데 그것이 자기들 정치 생명 연장에 어려워지니까 살길을 찾아 나선 거죠. 이름은 호남의 이익을 앞세우고 사실은 호남 서민들로부터 자기들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혁세력은 호남 기득권 세력하고 조금 다르긴 합니다. 영남지역에서 야당후보로서 새누리당 후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당선할 수 있으니까. 서울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들도 다수 당원이 통제하는 당내 민주주의가 확립되지 않고 기술 중심으로 간다는 거죠. 탈당하니까 채우기 위해 인재영입을 하지 않습니까. 다수 당원의 힘으로 확보해나가는 게 정상인데, 그런 식으로 인재영입 프로그램 통해서 하는 것은 과거하고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 스스로 그리해왔죠. 젊은 세대, 개혁세력을 영입해서 대처해왔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비민주적인 조직구조잖습니까. 이것이 노출된 거죠. 노출되니까 진보정당의 공간이 더 넓어진 것이 아니냐 이렇게 봅니다. 야당이 튼튼하게 있으면 거기서 서민들 요구를 수용해버리면 진보정당이 움직일 공간이 좁아지는데 야당이 약해지니까 진보정당이 움직일 기회가 생기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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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7월 24일 한국사회의 이해 대법원 선고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정진상·장상환 교수. /경남도민일보DB

농업문제, 직접지불 확대에서 찾아야

-현재 농어촌사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농업경제를 전공했습니다. 현재 한국 농업에 대해 얘기 나눠보죠. 한국 농업위기의 근본은 어디서 시작했을까요?

"농업이 위기인 건 맞습니다. 그러면 선진국도 다 농업 위기를 맞았느냐면 아니라는 거죠. 스위스는 농업에 굉장히 불리한 나라인데도 농업이 유지되고 있고, 미국은 농업이 거대한 산업이 되고 있고, 일본은 도농간 격차가 우리보다는 적고. 그게 왜 이렇게 됐냐면 우리나라가 농업보호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자유주의적인 개방 농정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선진국형 농업정책을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농업정책이 있나요?

"우리나라 농업정책이 초기에는 공업화 위해 농업 자원을 이용하는 농업수탈정책, 그 다음에는 공업발달에 따라 농산물 수요가 늘어나고 공업부문에서 농기계 같은 자재가 공급되고 농업생산력 발전하는 농업발전정책을 썼습니다. 이때 기술혁신, 녹색혁명 이런 게 시작됐죠. 그러다가 농산물이 과잉생산되고 외국에서 들어오면서 농산물 가격 폭락하고 이러니까 가격을 지지해서 소득을 보장하는 정책을 쓰게 됩니다. 그러다가 이게 과잉생산이 심하고 재정 부담이 커지고 이러니까 일부 약한 것은 도태시키는 구조조정을 병행하죠. 또 해외 수출 촉진하는 등 시장에 맡겨서 능력 있는 쪽은 성장하고 약한 것은 몰락하게 하는 구조조정과 활로를 외국에서 찾도록 했습니다. 이런 게 대외적으로 표현된 게 WTO예요. 과잉농산물을 해외에 많이 팔아먹게 하는 거거든요. 수입국의 관세를 많이 낮춰서, FTA는 그것을 촉진하는 거고. 우리나라는 60~70년대는 농업발전정책을 썼는데 80년대 들어 급속도로 개방농정으로 갑니다. 여러 요인이 작용했죠. 물가를 안정시킬 필요도 있고, 농산물 공급이 부족하니 수입해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겁니다. 또 80년대 후반 3저 호황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난단 말입니다. 흑자 나니까 미국 같은 나라에서 '우리가 공산품 많이 사줬으니까 너희가 농산물 좀 사주라' 이렇게 나오는 겁니다. 공산품을 팔기 위해 농산품을 수입하는 것도 작용했어요. 이게 겹쳐서 과잉·대량으로 수입되고 WTO 체제 아래 구조조정을 해서 약한 농민을 도태시키는 정책을 쓴 거죠. 그러니 도농간에 격차가 확 벌어지고 농산물 자급률이 확 떨어지는 이런 쪽으로 간 거죠. 극단적인 상태. 도농간 소득격차가 60% 정도로, 그리고 자급률이 25% 이 정도로 내려갔습니다."

-어떤 게 선진국형 농업정책일까요?

"선진국은 농업보호정책에서 가격지지정책을 통해 자원을 직접지불제로 소득 보전 쪽으로 옮겼습니다. 보호정책 예산을 줄이지 않고 용도를 바꿔서 했는데 우리나라는 가격지지정책을 후퇴시키다 보니 그에 상응하는 직접지불제 예산이 너무 빈약했습니다. 그러니 농민들 소득이 정체 내지는 감소하는, 전체 생산은 많이 했는데 비용은 많이 들었는데 소득은, 농업소득률이라고 하는데 이거는 떨어져요. 그래서 직접지불제를 대폭 확충하는 게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 직접지불제는 농산물 생산뿐만 아니고 농촌의 경관을 보전하는 것을 포함해서 농업생산 이외의 다원적 가치에 대해 보상하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 농사를 많이 안 짓더라도 거기에 살고 있다는 자체가 우리 국토를 유지하고 사람들이 관광 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런 가치까지도 평가해서 소득을 보전하는 선진국형으로 가야죠. 선진국이 그러거든요, 스위스가 산악에 목장을 유지합니다. 사실 불리하니까 포기해야 하는데 직접지불을 통해 유지하거든요. 한국 농업정책은 건물을 짓거나 경지정리를 하거나 이런 쪽에 많이 나가는데 이거는 간접적인 지원이기 때문에 농가소득하고 직결이 안 돼요. 정부 돈은 많이 들어가는데. 그걸 용도를 바꿔서 직접지불제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농민들이 단순히 정부 예산만으로 생존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직접지불제가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결국은 농협을 제대로 개혁하는 겁니다. 농민들의 시장 교섭력이 굉장히 약합니다. 옛날에는 농산물 도매상인 지배를 받았다면, 지금은 대형 소매업체, 마트 같은 데서 직접 농민들한테 구매하면서 횡포를 부린다는 거죠. 농민들이 똘똘 뭉쳐 그런 과정의 상인들에게 대응하고 소매자본에 대항할 힘을 갖추는 게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덴마크 농업 연구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는데 덴마크 농업이 강한 이유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정부의 농업정책이고 하나는 농민의 능력이라고 하더군요. 농민 능력은 또 둘로 나뉘는데 하나는 기술력이고 하나는 조직력이라는 겁니다.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상당히 좋은데 조직력이 약한 거죠. 조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농협 개혁을 통해 이뤄야 합니다. 협동조합이 강해지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소비자들도 아이쿱 생협 같은 것 성장 많이 하고 있잖습니까. 친환경 농산물 취급하고 있는데 이게 더 커져서 마트와 나란히 경쟁할 정도로 일반농산물도 취급하고 이렇게 돼야 시장에서 자본의 영향력을 억제할 수 있겠죠."

'불평등' 만악의 근원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시죠. 정치활동계획부터.

"출마한다든지 그런 정치활동 계획은 없습니다. 노동당 평당원으로서 진보정치 선진화를 위해서 작은 역할이나마 하려는 것입니다."

-농어촌사회연구소장을 맡고 있는데, 연구활동 계획은 어떻습니까?

"불평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불평등이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소득불평등지수,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등등. 소득불평등지수가 관련이 있는 것이 복지 확충 정도인데 이게 취약합니다. 시장소득 불평등이 높더라도 복지가 확충되면 가처분소득 불평등은 낮아질 수 있잖습니까. 이런 것이 불평등과 관계되는데 불평등의 원인을 좀 더 규명해야 하리라고 봐요. 대기업의 독점적 지배력 때문에 중소기업이 압박받고 중소기업은 저임금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습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임금 절약을 위해 비정규직을 쓰고 이런 기업 경영 형태에서 큰 불평등이 시작된다고 봅니다. 불평등이 우리 사회의 코어(핵심) 문제라고 봅니다."

-불평등이 나타나는 형식은 어떤가요?

"불평등의 영향이 여럿 나타나는데 경제적으로는 가계부채증가로 나타납니다. 가계부채 증가하면 늘어날 때는 수요가 늘어나고 경기 활성화에 어느 정도 기여합니다. 하지만 더이상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 그리고 사람들이 갚지 못하는 쪽이 되면 소비를 위축시키고 위기의 원인이 됩니다. 또 과도한 사교육 열풍, 좋은 대학 보내려는 욕구가 더 커지는 거죠. 불평등이 커질수록 사람들이 불안하니까. 노후 불안 때문에 소득의 16%를 보험료를 냅니다. 장래에 대한 불안이죠. 저출산 문제도 그렇고 3포세대도 그렇고."

-처음 청년 취업 문제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만, 그런 불평등은 어떻게 해소 가능할까요?

"기업의 경영형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강화되는데 거기에 대해서 노동자들의 대항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20% 이런데, 그렇게 자본의 이익추구는 커지고 노동자의 힘은 약해지면 정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서 노동자 약점을 보충하고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정부가 더 나서서 노동권을 약화하는 짓만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노동조합하는 사람은 너무 힘드니까 안 하려고 하고 점점 노동조합이 약해지는 거죠. 그래서 이런 원인에 대해 파고들어야 한다고 보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래 노동자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약자인데 이거를 보완해주는 게 노동조합이고, 정부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노동자가 스스로 보호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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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개교 25주년 교련 반대 데모. 장상환 교수 주도. /경남도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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