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환영받진 못했지만, 팀을 위해 헌신할 각오는 돼 있습니다."

사실 그는 환영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내정설이 나돌았던 그가 경남FC 지휘봉을 잡게 되자, 주위에서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

9명의 쟁쟁한 스타급 지원자 가운데 유독 그가 선임되자, 감독 선정의 공정성까지 의심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 분위기도 '축하'보다는 '견제'의 시선이 많았다. 기자들도 감독의 취임 소감보다도 대표이사를 향해 선정의 공정성을 더 캐물었다.

이런 분위기를 예상한 듯 김 감독은 의외로 담담했다.

"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경남 지역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감독으로 선임된 이상 고향 팀인 경남FC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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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부 경남FC 감독./박일호 기자

올 시즌 새롭게 경남FC 지휘봉을 잡은 김종부(52) 감독의 이야기다.

김 감독은 주위의 불편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40일을 버티며 선수단을 구성했다. 축구인과도 소통했다. 경남축구협회에서 주관한 '축구인의 밤' 행사를 직접 찾는 열의까지 보였다.

예산 삭감을 이유로 선수단을 25명 이내로 구성하겠다는 구단의 계획도 그는 바꿔놓았다. 진심을 다해 구단을 설득한 끝에 김 감독은 올 시즌 선수단을 31명으로 구성했다.

김 감독이 던진 새해 메시지는 '함께 하는 축구'

올 해 초 함안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 감독은 "지난해 구단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새로 태어나려 한다"면서 "경기장 밖에서는 팬들과 함께 소통하고, 그라운드에선 선수들이 함께 만드는 축구로 팀 컬러를 확실히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선수 없이 리그를 치르는 한계에도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만으로도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공헌했다. (경남FC는 올 시즌 예산 삭감과 도내 유망주 발굴을 이유로 외국인 선수를 쓰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부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U-20) 축구대회에서 그는 4강 신화를 이루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다. 당시 김 감독은 멕시코 대회에서 주전 공격수로 뛰며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1986년 고려대 4학년 재학 중 대우와 현대의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리며 김종부의 축구 인생은 흔들렸고, 당대 한국 최고의 공격수는 더 이상 꽃을 피우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포항제철에 입단했지만 두 시즌 동안 33경기에 나서 1골 7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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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부 경남FC 감독./박일호 기자

이후 대우로 다시 돌아온 그는 세 시즌 동안 35경기에 나서 6골 1도움을 기록한 뒤 일화로 옮겨 두 시즌 동안 5경기에 교체선수로 뛰다가 다시 대우로 복귀했다, 하지만 다시 대우에 돌아와서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결국 1995년 쓸쓸히 은퇴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보면 절대 순탄치 않았습니다. 용병 없이 K리그에 나선다는 게 분명히 큰 단점이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도자를 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그동안 학원축구와 실업축구를 경험하면서 선수 이해 폭이 넓어졌고, 위기를 타개할 배짱도 생겼습니다."

실제로 김종부 감독은 프로 은퇴 이후 학원축구와 실업축구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거제고와 동북고, 부산 동의대 등에서 학원축구를 경험했고, 양주시민축구단과 최근에 그만둔 화성FC까지 실업무대에서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하게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다.

승점 10점 감점에도 올해 목표는 플레이오프

험난한 시즌을 치러야 하는 경남은 생존을 위해 절반 이상을 새 얼굴로 채우는 변화를 선택했다. 대부분 팀이 기존 스쿼드에 큰 변화 없이 부족한 포지션을 메우는 방식의 스토브리그를 보냈지만, 경남은 선수단이 대부분 바뀌었다. 이 때문에 구단 직원조차 선수단의 이름을 익히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는 후문이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지난 시즌 뛰었던 39명 중 불과 17명만이 김종부호 재승선에 성공했다. 팀의 수비를 책임졌던 우주성을 비롯해 류범희, 손형준, 이상현, 정성민, 전상훈, 박지수, 정현철, 송주한, 이호석, 임창균, 김영욱, 김슬기, 차태영, 김교빈, 신학영 등이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제주로 임대됐던 공격수 송수영이 복귀했다.

나머지 14명은 새 얼굴로 채워졌다. 제주에서 영입한 국가대표 출신의 공격수 배기종을 비롯해 남광현, 김형필, 정헌식, 박태웅, 김성식, 안성남, 이관표, 김정빈, 장은규, 차태영, 이기현, 이준희, 장찬양 등 14명이 새롭게 경남 유니폼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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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부 경남FC 감독./박일호 기자

경남의 이 같은 변화는 곧 치열한 주전 경쟁을 의미한다. 확실한 주전이 없다는 것은 반대로 모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통영과 남해를 오가는 전지훈련을 통해 올 시즌 나설 주전 멤버를 구성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팀플레이'와 '헌신'을 강조했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싱력을 바탕으로 활기찬 축구를 선보이는 게 올 시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선 왕성한 체력이 필요합니다. 선수들에게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고, 특정 개인에 의존하는 전술보다는 팀플레이로 승부를 걸 것입니다."

김종부 감독은 전직 대표이사의 심판 매수 건으로 승점 10점을 잃고 리그를 시작하는 데 대해서도 초연함을 드러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안종복 전 대표가 2013∼2014년 K리그 심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경남FC에 7000만 원의 벌과금을 부과하고, 2016시즌 승점 10점을 감점키로 하는 등 강력한 징계를 내렸다. 승점 감점은 K리그 사상 처음 나온 중징계다.)

"승점 10점 감점이 부담스러운 것은 맞지만 올 시즌 목표는 그대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입니다. 감독이 2년이라는 계약기간에 얽매여 첫 일 년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습니다. 목표치를 높게 잡은 것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확실히 하고, 나 자신도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죠."

지난해 12월 부임한 김 감독은 취임 이후 대부분 시간을 함안에서 보내며 선수단을 꾸리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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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부 경남FC 감독./박일호 기자

기존 선수와 신규 선수를 6대 4 정도로 적절하게 분배했고, 제주에서 배기종을 데려오는 등 공격자원 강화에도 공을 들였다.

"선수단 전체 연봉이 이동국(전북) 연봉과 비슷할 정도로 열악하지만 적재적소의 선수영입을 했다고 자평합니다."

새롭게 출범한 김종부호는 첫 동계훈련지로 통영을 선택했다. 통영은 김 감독이 나고 자란 고향이다. 아직도 통영에는 어머니와 누나 등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내가 프로팀을 맡았다고 해서 고향(통영)에서 많은 혜택을 줬습니다. 통영에서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2차 전지훈련은 남해로 이동해 내셔널리그팀과 연습경기를 치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올해는 좀 더 당당해지려 한다. 팬들도 지난날의 어두운 과거는 잊고 그라운드에서도 '경남FC'를 힘차게 응원해주면 좋겠다. 팬들이 '경남'의 팬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겨우내 굵은 땀을 흘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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