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철 음식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무와 미나리를 넣어 탕으로 끓이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물메기. 흔한 데다 못생긴 생김새 때문에 예전에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바다에 버렸던 생선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꽤나 인기가 높다. 추운 겨울을 따끈하게 녹일 수 있는 매콤한 홍합탕, 상큼한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매생잇국, 못 생겨서 더욱 맛있는 삼식이 매운탕도 겨울이 제철인 별미 음식들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맛볼 수 있는 겨울 제철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굴이다. 굴은 '바다의 우유',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며 완전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굴에는 단맛을 내고 생체조절 기능을 하는 아미노산 함량이 아주 높다. 또 동맥경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며, 혈압을 완화시키고 피로회복, 시력회복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굴은 미네랄도 풍부하다. 굴에는 보통의 음식에는 적게 들어 있는 무기 염류 성분인 아연, 셀레늄, 철, 칼슘이 많이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A와 비타민D도 많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이 '바다의 우유'라 하며 굴을 강장제로 여겼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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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굴./윤병렬

바다의 우유라는 말은 굴속에 들어있는 각종 영양 성분을 두고 하는 말인데 사랑의 묘약이란 말은 어떤 의미로 쓰는 말일까? 여러 가지 설들을 소개하면 이렇다. 전해 오는 말에 의하면 카사노바는 매일 저녁 식사 때 생굴을 60개 정도씩 먹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 나가서도 끊임없이 굴을 먹었고,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한꺼번에 175개나 되는 굴을 먹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은 '굴은 먹으면 먹을수록 사랑을 길게 한다'라고 생각하며 '사랑의 묘약'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사물을 사람 모양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갓 깐 생굴이 고환이나 정자와 비슷한 생김새를 하고 있어 성 기능을 향상시키는 사랑의 묘약이라 믿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이 믿었던 굴의 효능은 정말로 사랑의 묘약에 가까울까? 실제로 굴에는 정자 생산을 늘리는 역할을 하는 아연이 아주 많이 함유되어 있다. 성인에게 필요한 하루 아연 소요량이 10~15mg인데, 굴 100g에 들어있는 아연의 함유량이 50~100mg에 달한다고 하니 사랑의 묘약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남성이 굴을 자주 먹으면 정자 생산이 증가하고 정자의 활동도 활발해진다고 한다. 또 성적 능력을 가늠하는 성선 자극 호르몬과 방출 호르몬 분비가 높아져 성적 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 필자도 긴긴밤 겨울 저녁에 생굴을 100개쯤 먹어봤다가 밤새 화장실만 들락날락한 경험이 있다. 제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용과 남용은 금물인 듯하다. 산란기에 접어드는 7~8월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굴은 보리가 패면 먹어선 안 된다', 일본에서는 '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또 서양에서는 영어나 불어로 달력 이름에 'r'자가 들지 않은 달에 먹으면 안 된다고 여겨왔다. 'r'자가 없는 5~8월에는 난소에서 분해된 독소가 나오는 산란기일 뿐만 아니라 기온이 올라가면서 바닷물에 들어있는 여러 종류의 세균들 때문에 탈이 날 수 있어 더욱 금기시 여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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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비 묶음./윤병렬

굴은 극한지역을 뺀 전 세계 어디에나 분포한다. 열대지방에서 한대지방까지 거의 전 세계 바다에 100종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굴은 10종 정도 되는데 참굴, 바위굴, 토굴, 갓굴 등이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굴은 참굴이다. 갓굴은 벚꽃 필 때 먹는 것으로 알려진 '벚굴'이다. 굴은 암수 구분이 없는 자웅동체로 알이 바닷물 속에서 수정되면 유생으로 깨어나 약 2주 정도 떠돌아다니다 종패가 되어 바위나 돌 또는 다른 굴 껍데기, 가리비 등에 달라붙는다. 1년이면 거의 성숙 단계에 이르는데 양식 굴처럼 상품화되려면 2~3년 정도는 키워야 한다.

굴 양식이 처음 시작된 곳은 섬진강 하구 광양만으로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로 추정된다. 이때는 돌이나 굴 껍데기 같은 것들을 바다에 던져 넣는 '투석식(投石式)' 양식을 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수하식이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굴 껍데기나 가리비, 폐타이어 조각을 줄에 꿰어 매달아 놓는 것이 '수하식(垂下式)' 방법이다. 굴 양식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시기는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부터다. 통영과 거제 바다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수하식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바다에 오랫동안 담가 놓는 방식보다 하루에 두 번씩 햇빛과 바람에 노출되는 '걸대식' 방법으로 굴을 양식하는 곳도 있다.

굴은 생으로 먹는 경우도 있고 각종 요리로 먹는 방법도 있다. 굴 국밥, 굴 무침, 굴 탕수육, 굴 밥, 굴 전, 굴 국, 굴 찜, 굴 김치, 굴 통조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는다. 요즘에는 굴 무침, 굴 구이(굴 찜), 굴 탕수육, 굴 전 등을 세트로 묶어 파는 굴 구이 식당이 유행이다. 통영이나 거제 쪽으로 가다보면 전문 식당을 만날 수 있다. 화덕에 불을 피우고 생굴을 석쇠 위에 올려 구워 먹는 방법도 있는데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에 가면 먹을 수 있다. 굴 구이 전문 요리 식당이 아닌 일반 식당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굴 음식으로는 굴 국밥이 있다. 겨울철에 감기 기운으로 떨어진 입맛 되살리는 데는 굴 국밥이 최고다. 굴 국밥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가능하다. 인터넷으로 굴 국밥 레시피 찾아보면 손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친절히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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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 양식장./윤병렬

작은 돌이나 큰 바위 근처에 붙어사는 자연산 굴을 보통 '어리굴'이라 부르는데 젓갈로 담그면 어리굴젓이 된다. '어리'란 말은 '어리다, 작다'라는 뜻에서 유래된 말인데 '덜된, 모자란'의 뜻도 지니고 있다. 예부터 충남 서산의 간월암 근처 어리굴젓을 최고로 친다. 서산 간월도 어리굴젓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고려 말이었는데, 조선시대 간월암에서 수도하던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진상한 것을 계기로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기 시작해 진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돌에 붙어 있는 굴을 다른 말로 석화(石花)라고도 하는데 자연산 돌 굴을 채취하고 난 후 멀리서 보면 마치 하얀 꽃이 피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석화라 불렀던 모양이다. 경남 해안에서 돌 굴로 유명한 곳은 사천 서포다. 예부터 '서포 굴은 한 금 더 쳐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지금도 그 맛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굴을 양식하고 있다. 통영이나 거제는 대부분 물에 담겨져 있는 시간이 긴 수하식 방법인데 반해 서포 굴은 밀물 때는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는 햇빛과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걸대식' 방법으로 좀 더 야무지고 맛있는 굴을 생산하고 있다. 또 갯벌에 참나무나 소나무 말목을 박아 그 주변으로 대나무 가지를 엮어서 굴 종패를 붙게 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곳도 몇 군데 남아 있다. 모두 조차가 큰 갯벌 부근에서 굴 맛을 좋게 하기 위한 굴 양식 방법들이다. 아무튼 요즘 들어 세상이 하 수상하니 다들 바다의 우유, 사랑의 묘약 많이 드시고 힘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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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가 석화./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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