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에서 홍준표 주민소환 서명 20%가 가능했던 이유는?

홍준표 주민소환 서명 36만 명.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숫자다. 주민소환제도가 도입된 이래 역사상 가장 많은 서명을 받아낸 이 '대 사건'의 배경에는 바로 '아줌마'들이 있었다. 학교 급식 지원 중단 이후 경남 전역에서 아줌마들은 자발적으로 지역 단위로 결집했고, 아이를 위해,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자 최선을 다해 홍준표 도지사를 벼랑 끝으로 몬 상태다. 과연 이 '아줌마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아줌마의 분노를 보면서 기성 정당이나 사회운동이 배워야 할 점은 어디 있을까? 이것을 알기 위해 아줌마들이 잘 결집된 4~5개 지역을 찾아 다니며 아줌마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양산이었다. 사실 양산은 시민운동이 그리 활발한 곳이 아니었지만 성인 20%에 가까운 주민소환 서명을 받았다. 이 원동력이 어디 있었을까? 늘 궁금했다. 취재를 하러 간 날도 아줌마들은 바빴다. 양산시의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기자회견지가 빽빽하게 4쪽에 달할 정도로 분량도 많았고 인과관계와 전후 상황을 굉장히 꼼꼼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저 원론적인 구호만 외치고 정부 규탄만 하는 기자회견 내용과는 애초에 달랐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모인 아줌마 7명(성미경, 심은숙, 하은진, 주명자, 허문화, 이혜정, 차미정 씨)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발단: 한 톨의 불씨가 양산을 불지르다

처음 양산 학부모들 가운데 학교 급식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감지한 사람은 허문화(현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씨였다. 그는 2014년 10월에 홍준표 지사의 페이스북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다. 시민단체들 모임에 참여했으나 시민단체들은 회의만 하고 뚜렷만 방안을 내세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문제를 끌고 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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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금 기자
허 씨는 "정치적으로 하면 일반 학부모들이 참여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시민단체 회의체에서 그는 빠지고 자체적으로 운동을 하기로 했다. 다른 어머니 1명과 함께 양산 이마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양산시청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때 성미경·차미정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허 씨에게서 내용을 들었지만 반신반의 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5년 2월 봄방학 직전에 학부모들에게 박종훈 교육감 명의로 공문 한 장이 왔다. 바로 학교 급식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제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공문을 받은 직후 아줌마 4명이 양산신도시 조그마한 카페서 모였고 거기서 도원결의를 했다.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학부모들에게 어떻게 이 사실을 알리고 결집을 시킬 것인가였다. 논의 끝에 소셜네트워크 '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들은 주소록에 있는 모든 이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양산 학부모 밴드 초대장을 보냈다. 초대장을 보낼 때만 하더라도 앞으로 그들에게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 지는 꿈에도 몰랐다.

전개: 터져나온 분노 결집시킨 3월

3월 8일 저녁 9시에 양산 학부모 밴드가 만들어졌다. 10일이 되자 밴드 가입자 수가 1000명을 넘었다. 가입한 학부모들이 또 다른 학부모들을 부른 것이다. 당시 밴드 가입자 수가 최대 1000명으로 제한이 걸려 있었기에 학부모2 밴드를 따로 만들었다. 밴드를 통해 최초 공지를 날렸다. 3월 12일 양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해보자. 댓글로 120명이 참여하겠다고 했다. 실제 집회에서는 200명이 참여했다. 당시 식판을 들고 집회하는 모습을 KBS, MBC, JTBC 기자가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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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12일 첫집회./양산 학부모 밴드 제공

-급식비가 빠져 나간 게 4월 1일 아닙니까? 보통 급식비가 빠져 나간 뒤에 학부모들 분노가 커졌고 행동으로 나간 것 아닙니까?

"아뇨 3월 12일 시청집회를 하고, 15일 양산 워터파크에서 축제 형식의 집회를 열고, 1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경남도청에 방문합니다. 그때 창원에 원정 집회를 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학교 급식 지원금을 과외비 지원 등으로 전용하는 조례)를 막기 위한 경남도의회 전체집회에 참여했습니다. 또 양산시청 소강당에서 3월 26일 '엄마가 뿔났다'라는 형식으로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3월 30일 홍준표 도지사가 급식 반대 하는 사람을 '종북 좌파'로 몰자 3월 31일에 '우리는 종밥이다'라며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나 행사를 굉장히 많이 하셨습니다. 비용이 만만찮게 들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비용을 댔습니까?

"적지 않은 돈이 들었습니다. 3월에만 45인승 버스가 4번 움직였습니다. 버스 대절 비용만 해도 200만 원입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저희 돈은 거의 안 썼습니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20~30만 원 씩 무기명으로 계속 대주시는 분도 있었고, 학교 선생님들도 많이 도와줬습니다. 평교사 말고도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 같은 분들이 지원해 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통장은 차미정 어머니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회도 많이 하고 바쁘면 남편이나 집안 어른이 뭐라고 하지 않나요?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힘듦을 토로했다.

"불만이 많죠.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지지를 못 받으니 힘이 빠지기도 하고, 살림도 하랴 집회도 하랴 너무 힘이 들고 또 남편 몰래 하기도 하고…."

성미경: 남편이 '다른 사람도 많은데 너는 하지 말아라. 너가 왜 나서노?'라고 합니다. 아이 3명에 가게를 하면서 했습니다. 시간이 남아 돌아서 하겠지 하는 시선이 있으니 더 조심하게 되더군요. 바르지 않은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게 몸에 배였습니다. 집안 일도 보란 듯이 더 열심히 했습니다. 취미생활이 서명 받는 게 됐습니다.

차미정: 처음엔 제 친정 어머니가 '대놓고 빨갱이짓 한다'고 나무랐습니다.

허문화: 우리 어머니는 저 때문에 지금 '야당 할매'가 돼 경로당에서 논쟁을 하기도 한답니다.

주명자: 남편이 싫어했지만 아이를 봐 주곤 했습니다. 어린이날에 나는 공설운동장에서 서명을 받고 있고, 남편은 아이를 봐주는데 3명이 말을 안 듣죠. 그래서 남편이 그늘막 텐트를 가져와서 서명대 옆에 설치하고 아이들을 보면서 서명을 받았죠. 그렇지만 남편도 반반이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질질 길어지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업을 하거나 토목을 하는 경우, 공공조직에 있는 경우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회사 가서 아내가 하는 일을 자랑하거나 보이지 않게 후원해 주는 남편들도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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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일 도의회에서 '종밥 시위'./양산 학부모 밴드 제공

위기: 급식 지원 조례안은 무산되고, 방학은 다가오고…

주명자 씨의 말대로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학부모들의 동력도 떨어질 조짐이 보였다. 길게 끌어서는 답이 없을 것 같았다. 학부모들은 '양산시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양산시는 급식 지원을 재개해야 하고, 다만 얼마라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5월 말~6월 초에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 조례안을 주민발의 하려고 했습니다. 주민발의 대신 시의원 발의를 하고 청원서명 1만 7000명을 받았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차혜경 시의원이 대표로 발의했습니다. 다들 많이 지쳤었습니다. 공동리더들 중에서도 밴드에서 빠졌다 다시 들어오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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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학부모 밴드 제공

-혹시 양산 학부모들은 어떻게 조직이 구성돼 있습니까?

"12명의 공동리더라는 것이 있습니다. 처음 밴드를 만들 때 각 지역이나 학교에 전화 받을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종의 비상연락망 개념인데, 그 사람 12명을 공동리더라 자연스럽게 불렀습니다."

-공동리더 말고 다른 직함이나 직책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까? 예를 들면 '너는 로드 매니저 해라'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딱히 정해 놓고 하진 않습니다. 그냥 상황이 되면 '이건 제가 할께요'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는 스스로 '열망체'라고 부릅니다. 또 밴드 대화방도 활성화 돼 있습니다. 피켓 문구 같은 것도 공모하면 대화방에 쭉 올라옵니다. 그중에 재미난 것을 선별한 겁니다. 예를 들면 '세금은 내가 내고 갑질은 니가 하냐'는 겁니다."

심은숙: 우리는 즉석에서 바로바로 합니다. 말이 나오면 1시간 내외로 다 결정됩니다. 또 누군가에게 보고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도 학교급식 지키기 경남본부가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는 누가 갔습니까?

심은숙: 회의 체계가 굉장히 복잡하고 길고 그래서 안 들어갔습니다. 회의하고 뭐 하면 바로 대응 못하고 이틀 이상 걸리지 않습니까? 대신 허문화 어머니는 시민단체 대표니까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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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중재안 반대전단지./양산 학부모 밴드 제공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습니까?

"6월 25일 시민 1만 7000명 청원을 받은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 조례안이 보류됐을 땝니다. 부결되면 안 됩니다. 부결되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다시는 조례안을 내놓지 못합니다. 시의원에게 문자로 협박, 애원도 해봤습니다. 어느 시의원은 문자만 70통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안 되다니. 서명 받을 때도 힘 빠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사립유치원들은 이런 걸 싫어합니다. 우리 애 보내는 유치원인데도 원장이 '색깔 있는 유치원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비켜 달라고 하더군요."

조례안이 보류되고 나서 곧 방학이 됐다. 아이들은 학교를 안 가니 집에서 학부모들이 떠나기가 더 어려워진다. 위기였다. 이 시기를 버티게 한 힘은 뭘까?

심은숙: 나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임감이 생기니 오기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겁니다. 내가 그만 두면 다른 리더들 짐이 더 커지잖아요. 서로서로 보이지 않는 끈이 우리를 엮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서명희라고 하는 분이 계신데 몸이 아파서 직접 나오지는 못하고 대신 컴퓨터를 잘 하십니다. 영상물을 만들어 올리면 그걸 보고 눈물 움켜쥐고 다시 일어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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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학부모 밴드 제공

절정: '끝을 보자' 양산 홍준표 주민소환 서명 4만 4900명

-언제 처음 주민소환을 생각하셨습니까?

"마음 속으로는 이러다 홍준표 주민소환까지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솔직히 안 갔으면 싶었습니다. 사실 수치가 만만찮은 게 아니었습니다. 27만 명 서명을 받아야 하고, 소환투표에 88만 명이 응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급식 조례안 청원서명 받는다고 너무 지쳤고 서명에는 질렸기 때문에 하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다 진헌극 대표가 단식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말고 다른 지역도 움직이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가진 것입니다. 다른 지역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양산은 10% 안 받겠냐는 심정이었습니다."

-그럼 주민소환 서명을 어떻게 받았는지요?

"일단 8월 말까지 수임인부터 모집했습니다. 양산 전체에 600명 정도 수임인이 있는데 418명이 학부모 밴드 사람들입니다. 또 10월 말에 학부모 회장 25명이 대거 수임인으로 등록하면서 힘이 생겼습니다. 특히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각 학교 학예회입니다. 거의 양산지역 모든 학교를 돌았습니다. 마지막 한 달 동안은 매일 밤 11시까지 서명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소환본부에게 우리는 '할당제를 하자'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일 목표치를 채우기 전까지는 집에 안 들어가는 겁니다. 양산은 하루에 1000개씩 무조건 받겠다는 겁니다. 그날 그날 목표치가 있어야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서명 받을 때 문제는 없었나요? 누가 난동을 부린다거나

허문화: 황산초등학교 저학년 학예회 때 65~70세 쯤 되는 할아버지가 내 머리를 팍 때렸습니다. 옆에 있던 사람에게 사진이 찍히자 한참 서서 보다가 가셨다. 그 외에는 물리적으로 방해 받은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대신 옆에 와서 '홍준표 잘 하고 있다. 부자들에게 뭐하러 밥을 주냐, 무조건 똑같이 밥 먹자는 건 공산당 아니냐'고 어슬렁 대면서 싸움을 일으키려 합니다. 그럴 때 남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도망갑니다. 남자 없이 아줌마들만 있을 때 이런 어르신들이 어슬렁거리십니다.

하은진: 어르신 중에도 서명한 사람이 있습니다. 홍준표 꼭 끌어내려야 한다고 서명해 주실 땐 힘이 납니다.

심은숙: 대학생들에게서 참 못 받았습니다. 대학생 10명 중 1명도 안 해줬습니다. 너무 놀랬습니다. 또 미취학 자녀를 둔 아줌마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받은 숫자가 몇 명입니까?

"4만 4900명입니다. 양산시 성인 인구의 20% 가까이 됩니다. 나동연 양산시장이 당선 때 받았던 표가 5만 6000여 표입니다. 3만 명 서명 받으면 시장도 소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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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학부모 밴드 제공

-시의원들이나 시장이 관심을 기울여 주던가요?

"시장은 관심도 없습니다. 수없이 면담요청을 했지만 결국 면담을 못했습니다. 양산시의회는 새누리 시의원 10명, 새정치 5명입니다. 새누리 시의원들은 다 반대했죠. 이기준 새누리 시의원 같은 경우에도 자녀가 3명이고 우리와 소통하는 척을 했지만 학부모들과 사진만 찍고 나서 나중에 전부 우리와 반대하는 쪽에 표를 던졌습니다. 학부모 편을 들어주는 척 하던 시의회 부의장도 막상 표결에 가면 반대표에 손을 번쩍 드는 겁니다. 배신감을 많이 느꼈죠. 대신 새정치 시의원 5명은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5분 발의나 시정 질의 때 매번 문제를 제기했고 집회를 하면 꼭 지켜봐 주시고. 양산시에서 딴지를 걸면 편의를 봐주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느낀점: '내가 무슨 힘이 되겠냐만…'

아직 이 문제는 결말이 나지 않았다. 홍준표 주민소환 투표는 빨라야 올해 6월 이후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면서 아줌마들이 느낀점을 모두 들어보았다.

성미경: 관심이 별로 없던 사람입니다. 아이 3명 키우고 일 하기 때문에 나 아니더라도 누가 하겠지 싶었습니다. 제가 나서는 타입은 아닌데 이젠 서명 받는 사람 보면 차라도 한 잔 사주고 싶고, 옆에 붙어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심은숙: 까놓고 돈 10만 원 정도 그냥 급식비로 내면 됩니다. 그 돈 없어서 하는 건 아닙니다. 무상급식 사태가 터지기 전에 양산 덕계산단이나 고리 원자력 발전소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서줬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편하게 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는 생활입니다. 우리 생활이 더 윤택해 지려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쪽으로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마음이 우울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애를 못 키우겠다는 마음이 들 때가 참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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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서명 신문 광고./양산 학부모 밴드 제공

하은진: 사회문제에 조금 관심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홍준표가 저렇게 하는데 들고 일어나지 않고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게 너무 슬픈 것입니다. 나라도 나서서 우리 학교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아파트 베란다에 노란색 무상급식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제법 많았지만 지금은 다 철거됐고, 우리 집 현수막도 노란색이 다 바래지고 비바람에 현수막이 찢겼지만, 이걸 아직도 못 떼고 있습니다. 현수막을 볼 때 마다 눈물이 납니다.

이혜정: 그냥 순수한 주부고 시민운동 이런 것도 전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도지사가 저런다는데 어쩌겠느냐'는 마음이 들었는데 밴드 초대를 받았습니다. 내가 나서서 어떻게 하지는 못하지만 머릿수라도 채워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내가 저 사람들은 좀 도와주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집이 시내랑 멀어서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외면하지 못 하겠더라고요. 저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온 것 같다고 느낍니다.

차미정: 우리가 나선 결과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켜서 행동으로 옮기게 한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래되다 보니까 가정과 개인생활에 지장이 너무 많습니다. 또 이렇게까지 했는데 같이 안 나서는 학부모를 보면 섭섭함이 쌓이기도 합니다. 양산에서 이룬 성과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지만 하루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근 1년을 미친듯이 달려온 아줌마들은 사실 지쳐 있었다. 기사에 언급하지 못한 활동도 많았다. 양산 아줌마들의 활동엔 2가지 지점이 있었다.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열정이 흩어지지 않도록 했고, 강요하지 않고 대신 서로에 대한 미안함으로 서로를 지탱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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