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슬픔에 공감하는 신경외과 전문의

"병원에 오지 않는 건강관리법이요? 그런 걸 알려주면 안 되는데. 하하하."

신경외과 전문의인 박상준(50) 창원 하나병원장은 '일반인을 위한 건강관리법'을 묻는 말에 호탕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 병원장은 "차나 한잔 먼저 하고 시작합시다"라고 말했지만, 찻잔에 입을 대기도 전에 바로 신경외과에서 다루는 질환과 건강관리법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또한 중간중간 박 병원장은 '인재 부족' 등 지역 의료계 현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박 병원장에게 허리 건강 관리법과 지역 의료계의 어려움에 대해 들어봤다.

응급실서 몸으로 배운 의료

박 병원장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수련했다.

"우리 시대 출생자들은 사회적으로 진출하는 게 지금처럼 계층이 많이 벌어져 고정화하진 않았습니다. 보통 잘사는 부류와 못사는 부류로 나누면 못사는 부류가 중산층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의대와 법대 진학이었죠. 저야 전형적인 소시민입니다. 당시 선망의 직업 중 하나였던 공대를 가고 싶었지만 어쩌다 결국 의대를 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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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준 창원하나병원장./김구연 기자

3남 1녀 중 막내였던지라 집안에서 박 병원장에게 큰 기대는 걸지 않았다. 그만큼 공부에 대한 부담도 적었다. 다만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집안 분위기가 박 병원장을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하도록 만들었다.

"처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대에 가서 공부를 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는 게 아니더군요. 의사 선배를 만나고 의학 관련 지식을 습득하며 점점 흥미도 가지게 됐습니다. 지금은 세부 전문가들이 있는데 전반적인 의사는 안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러 가지를 두루두루 알았죠. 응급실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의료를 배웠습니다."

신경외과를 선택한 것은 "치료가 잘 되면 환자가 극적으로 좋아질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었다"며 "역동적인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레지던트 생활을 할 때는 1년에 절반을 당직 섰습니다. 근로기준법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지만 보람도 있었죠. 그 시절 경제는 어려웠지만 지금보다 따뜻했습니다."

사연 있는 환자도 많았고 가슴 아픈 환자도 많았다. 뇌혈관을 찍어보면 아지랑이가 살금살금 올라오듯 모세혈관이 발달돼 있는 모야모야씨병에 걸린 어린 남매가 결국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을 때는 정말 슬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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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준 창원하나병원장./김구연 기자

박 병원장이 인터뷰 중 소개한 '기억에 남는 환자'는 주로 마음 아픈 사연을 가진 환자였다. 감성적이기보다는 전형적인 털털한 경상도 남자 같았지만, 환자들의 슬픔을 가슴 속에 꽁꽁 간직하고 있는 여린 면이 엿보였다.

박 병원장은 울산 동강병원 등에서 근무하다 김의중 원장(신경외과)과 함께 하나병원을 인수해 11년 째 운영하고 있다. 5년쯤 전 손교민 원장(정형외과)이 같이 하게 됐다.

하나병원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합포로110에 있으며, 내과와 일반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을 갖춘 99병상 규모 병원이다. 척추질환전문센터, 관절경전문센터, 소화기질환전문센터, 종합건강검진센터를 운영 중이다.

서울로 유출되는 지역 인재 아쉬워

인터뷰 중간 중간 박 병원장은 "지역에 사람이 없다. 특히 의료 인력이 없다"며 강하게 토로했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의료 인력이 서울로 쏠려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 인력이란 의사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병리기사 등 많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지역 인력난은 급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병원 경영에 타격을 주는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인력 구하기는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위급한 병의 최초 진단은 가까운 지역 병원에서 긴급하게 돼야 합니다. 특히 뇌혈관 질환은 지역에서 의료의 질을 상당히 강화해야 지역민들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응급을 요하는 뇌혈관 질환을 지역에서 다 해결하려면 지역 전체가 공통적인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뇌종양 같은 경우도 최초 진단은 지역 병원에서 하고, 경우에 따라 다른 병원에서 치료 방법 등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세컨 오피니언'이 필요합니다. 그건 의료쇼핑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역에 사람이 없어요."

의료 인력 확충에 대한 법 규제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요즘 관심을 모으는 포괄간호서비스는 간호 인력을 보다 많이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의료 인력이 지역보다는 서울, 작은 병원보다는 큰 병원으로 쏠리면서 지역 중소병원들은 인력 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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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준 창원하나병원장./김구연 기자

증상 다양한 추간판 탈출증

보통 "허리가 아프다"는 사람은 신경외과를 가야 할지 정형외과를 가야 할지 헷갈려하거나, 둘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경외과는 뇌와 척수의 중추신경계 질환을 다룬다.

척추와 관련해 가장 흔한 질환은 '디스크'로 잘 알려진 목과 허리의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한다.

'추간판'이란 척추뼈 사이에 있는 원반 형태의 구조물이다. 척추는 기다란 하나의 뼈가 아니라 몇 개의 작은 뼈가 모여 있다. 그 뼈와 뼈 사이, 즉 추체 사이에 있는 판이 추간판이다. 말랑말랑한 연부 조직으로, 체중을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랑말랑하다'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실제 수술해보면 젊은 사람들은 추간판이 쫀득합니다. 껌보다 탄성이 있고, 강한 섬유질이 있어서 질기죠. 치밀한 조직입니다."

추간판에 어떻게 문제가 생기고, 왜 통증이 생기는 것일까.

"추간판을 가두는 역할을 하는 게 앞쪽에 있는 전종인대와 뒤쪽에 있는 후종인대입니다. 그런데 특히 후종인대는 양측면 부분이 약합니다. 압력을 받으면 추간판이 뒤로 밀리면서 좌우측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 뿌리들이 자극을 받게 되죠. 추간판 탈출증이 있는 사람 중에서는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오는 사람도 있지만, 다리가 저리거나 마비돼서 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신경이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밀리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다릅니다."

환자들이 추간판 탈출증과 증상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질환으로는 고관절 질환이나 척추관 협착증 등이 있다.

의자 깊숙이 앉는 습관을

박 병원장이 인터뷰 중 거듭 강조한 것은 바른 자세.

"어릴 때부터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허리 질환을 예방하려면 바른 자세가 중요한데, 어른들에게는 아무리 강조해도 자세를 고치는 게 쉽지 않아요."

추간판 탈출증은 반복적인 나쁜 자세나 생활습관, 작업 환경과 사고 등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요즘은 회사 사무실에서 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사람도 많고, 핸드폰을 계속 보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있고요. 기본적으로 바른 자세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추간판 탈출증 예방을 위해 생활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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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준 창원하나병원장./김구연 기자

박 병원장의 설명은 이어졌다.

"바른 자세라고 하면 다들 알고는 있어요. 쪼그려 앉지 말고 주방 일을 할 때는 발판을 놓고 한쪽 발을 올리고 일을 하라고 하죠. 그런데 누가 그렇게 하나요. 아무도 안 해요. 직업적 특성 때문에 근무 환경을 쉽게 바꾸기도 어렵죠."

박 병원장이 권한 것은 의자에 바르게 앉기.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이나 직장인 중에서는 의자에 앉을 때 자세가 늘어지는 사람이 많다. 나쁜 자세인 줄 알면서도 어느새 자세는 늘어져 있다.

"집에서 소파에 반쯤 누워 TV를 보는 사람이 많죠? 그것도 허리 건강에 아주 안 좋습니다. 어른들은 바른 자세를 아무리 강조해도 잘 고치지를 못해요. 의자에 깊숙이 앉도록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도적으로 아이들을 훈련시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허리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근력이다. 허리 등의 노화를 늦추려면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도움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활동 부족으로 근력이 약한 사람이 많다고.

"남자들이 여자들 백화점 쇼핑을 따라가면 10분쯤 걸으면 짜증을 냅니다. 물론 쇼핑에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근력이 약해서 더 그래요. 평소 안 걷다가 30분쯤 걸으면 엄청나게 피곤합니다. 윗몸 일으키기 등이 허리 근력 강화에 좋은 데 잘 안 하죠."

박 병원장은 사무실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배워서 하는 것이 좋으며, 사무실에 훌라후프나 아령을 사놓고 틈틈이 운동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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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준 창원하나병원장./김구연 기자

반복되는 통증 참지 마세요

"추간판 탈출증도 그렇지만 대부분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오는 분들이 통증을 참다 참다 더 이상 참기 힘들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참다가 병을 키우죠. 통증 때문에 오기 때문에 통증을 없애는 것이 병원에서 할 일입니다. 그런데 통증을 없애려면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 가지 진단 방법과 의사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법을 제시하게 된다. 환자 상태에 따라 물리치료와 약물 치료, 시술이나 수술을 할 수 있다.

 "요통이 있다고 전부 수술치료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겁을 내거나 부정적인 생각으로 병을 키우지 말고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사정이 달라요. 정말 수술을 할 시간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환자 본인에게 최선인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좋은 치료를 위한 방법으로 박 병원장은 환자와의 신뢰를 꼽았다. 그리고 신뢰를 위한 첫 번째 방법으로 꼽은 것은 '정확한 설명'.

"환자에게 정보를 정확하게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정확한 상태를 설명해주고, 어떤 치료법이 적절할지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치료방법이 어떠어떠한 것이 있는데 어느 것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할까를 그 환자 입장을 고려해 의논해야 합니다. 그 위에서 신뢰가 생기고, 좋은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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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준 창원하나병원장./김구연 기자

지역 의료계에 착실한 발걸음을

박 병원장은 "바빠서 건강관리를 할 틈이 없다"고 말했지만, 옆에 있던 병원 직원은 "병원장님은 운동을 열심히 하신다"며 슬쩍 끼어들었다.

"아니다"며 손사래 치는 박 병원장에게 "어느 정도 운동을 하느냐"고 다시 질문했다.

"집 근처에 저렴한 헬스장이 있긴 한데 따로 시간을 내서 가기가 어려워요. 주로 진료실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합니다. 체중을 이용한 스쿼트 운동과 윗몸 일으키기, 그리고 러닝머신을 이용해 약 40분간 빠른 보행으로 운동하죠. 직장인들은 사무실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고. 술은 많이 즐기지 않고 식이에 신경을 쓴다고 밝혔다.

"가리는 음식이 없습니다. 또 음식은 모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음식이 있으면 도전하죠."

주말에는 주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내와 딸이 어디를 간다고 하면 운전기사 노릇을 하죠. 병원 내 직원들 동아리가 있는데 산악회와 함께 등산도 가고, 물놀이도 갑니다. 움직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박 병원장은 꿈이 소박하다고 했다.

뭔가를 크게 이루기보다는 직원들과 같이 지역 의료계에서 역할을 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느리지만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을 걷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착실한 걸음은 결코 소박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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