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도 보고 싶은 게 있어요

 

아내도 그렇고 딸도 그렇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대놓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야.

여자들이 다 그런가?

아내는 그렇다 치고 딸이 그렇다는 것을 처음 느낀 것은

아마 여섯 살 때였나?

 

케이블TV에서 하는 영화를 재밌게 보는데

스윽 다가오는 딸 분위기가 심상찮기는 하더라고.

 

"아빠는 그게 재밌어?"

"응, 재밌어."

"난 EBS와 KBS키즈가 재밌어."

 

잠깐 정적이 흐르기는 했어.

하지만 내가 그렇게 감이 떨어지는 아빠가 아니라서

리모컨을 넘겼지.

 

그나저나 처음부터 EBS나 KBS키즈 보고 싶다고 말하면 안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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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색깔이 좀 그렇다고요

 

엄마에게 느닷없이 핫핑크 같은 강한 색이 싫다고 했다는군.

연분홍이나 하늘색 같은 파스텔 톤 색이 마음에 든다나.

나도 원색보다 파스텔 톤 색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아무래도 원색은 성격이 좀 있는 사람,

그러니까 주관이 강한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해.

그런 면에서 딸이 배려심이 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엄마, 그런데 하필 휴대전화 담는 가방이 핫핑크야."

 

그러니까 느닷없는 색깔 취향 공개가

결국, 휴대전화 담아 다니는 가방 이야기였어.

처음부터 휴대전화 담는 가방을 바꾸고 싶다면 간단하잖아.

배려는 무슨….

 

여하튼 엄마 닮는 것 같아서 일상이 점점 두 배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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