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잡힐 듯 말듯 반전을 거듭하며 범인을 추적해 가는 그의 매력은 어렸을 적 누구나 한번쯤은 탐정의 호기심에 빠져들게 했다.

탐정(探偵)은 의뢰자 요청에 따라 사건·사고·정보 등을 조사하는 민간 조사원으로 국가에 검사가 있다면 시민에겐 변호사가 있고, 국가에 경찰이 있다면 시민에겐 탐정이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탐정이 CIA·FBI보다 뛰어나다는 말도 있으며, 최근 예금보험공사의 금융사범 해외은닉재산 추적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도 현지 탐정들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외국에서는 상당한 능력까지 갖추었다는 평가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키신저 미 국무장관까지 회사를 차릴 만큼 성업 중이다.

우리도 수년 전 북한 김정일 사망소식도 정보기관보다 사기업에서 먼저 정보를 입수했다는 풍문이 시중에 돌았는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권력이동’에서 말한 대로 ‘장래 탐정들의 정보능력이 국가기관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영 틀린 말은 아닐 성 싶다.

비록 늦었지만 우리 정부도 지난 해 탐정을 새 직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우리는 탐정이란 명칭을 쓸 수도 없고 대부분의 사실조사를 전문성이 부족한 법무부 소속의 변호사·법무사에게만 의뢰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암암리에 활동하는 흥신소·심부름센터 등의 능력을 더욱 선호하고 찾아가는 실정이다.

‘전국실종가족 찾기 시민모임’ 나주봉 회장은 “실종가족 수요는 어림잡아도 몇 십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은 (탐정이) 불법이라 어둠의 경로를 통해 찾고 있는 셈”이라 지적한다.

읽어버린 자식의 행방이나마 찾고자 풀뿌리라도 잡을 요량으로 민간업체에 수소문을 의뢰하는 것조차 불법인 곳이 대한민국이고 OECD회원국 중 탐정이 없는 유일한 곳도 우리나라다.

사실 탐정 입법화 논의는 약 20년 전부터 계속되었다.

그러나 관리를 강화하고 독자적 영업을 보장하는 선진국형 모델 도입을 추진하는 행정자치부와 사생활 침해우려 등 케케묵은 이유를 내세워 현 제도의 골격을 고집하는 법무부의 대립 속에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

이렇듯 구더기 타령에만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장은 언제 담글 건지 애꿎은 국민들만 답답할 노릇이다.

/진해경찰서 경무계장 경위 백승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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