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립하는 업체들 '제 살 깍기' 골치

최근 들어 주말, 특히 손 없는 날이면 골목마다 대형트럭이 서 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이사의 계절이 온 것이다. 이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삿짐센터다. 잘 고르면 기분 좋게 이사를 마칠 수 있지만 잘못 고르면 물건도 상하고 마음도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사철을 맞아 도내 이삿짐센터 개수와 이사 종류, 비용 등을 알아보고 이들이 안고 있는 과제를 들어봤다.

이삿짐센터 개수 시-군 편차 커

이삿짐센터는 각 지자체에 등록된 이사주선업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경남에는 300여 개가 있다. 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도내 화물운송주선업체 수는 모두 953개로 이들 업체는 일반주선, 이사주선, 일반·이사 주선으로 나뉜다. 일반주선은 일반 화물만 운송 가능한 업체이고 이사주선은 이삿짐만 운송할 수 있는 업체를 말한다. 일반주선업과 이사주선업 허가권은 신규 발급이 제한돼 있어 양도·양수만 가능하다. 허가권을 양도·양수 받으려면 일정 금액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데 한 업체에서 일반주선업과 이사주선업 허가권을 모두 가진 경우도 있다.

도내 이사 가능한 업체는 322개로 이 중 3분의 1가량인 112개가 창원시에 있다. 김해시에는 64개가 있고 진주시는 42개, 양산시는 36개, 거제시는 25개, 통영시는 20개, 밀양시는 15개, 사천시 2개가 있다. 함안군, 창녕군, 고성군, 남해군, 거창군, 합천군 등 6개 군에는 각 1개 업체가 있었고 의령군,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등 4개 지역에는 이사주선 허가권을 가진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

다른 업종보다 시·군 편차가 큰 이유는 군 단위보다 시 단위에서 인구 이동이 활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사무실이 있는 지역에서 이동하는 것뿐 아니라 그 지역으로 유입되는 이사도 가능하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하동군에서 창원시로 이사를 온다 하더라도 하동지역 업체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창원지역 이삿짐센터를 통할 수 있다.

이동거리·인력 따라 비용 달라져

이사는 소비자가 하는 일에 따라 포장이사, 반포장이사, 일반이사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포장이사는 업체 직원들이 짐을 포장해서 운반, 정리까지 해주는 것으로 비용은 5t 트럭 한 대를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70만 원가량이다. 소비자가 하는 일은 가장 적고 가격은 가장 비싸다. 반포장이사는 업체마다 조금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업체 측에서 짐을 포장, 운반해서 내려주면 정리는 소비자가 해야 한다. 포장이사보다 소비자가 할 일은 많지만 비용은 5~10만 원 저렴하다. 일반이사는 업체가 짐을 운반만 해주고 소비자가 포장과 정리를 해야 한다. 가격은 포장이사보다 15~20만 원 저렴하다.

여기에 사다리차가 움직이게 되면 2~6층은 9만 원, 7~8층은 10만 원, 9~10층은 11만 원 등 층수에 따라 가격이 추가된다. 또 이동 거리, 짐 양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흔히 손 없는 날 이사 비용이 10만 원 정도 비싸다. 이삿짐센터 측은 인력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삿짐센터에서 일하는 인력이 한 업체에 묶여 있는 직원이 아니라 대부분 일용직이다 보니 성수기가 되면 일할 사람 모시기에 나서야 한다"며 "이사 날이 잡혔을 때 최대한 빨리 예약하는 것이 큰 손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업체 난립해 과다 경쟁 '제 살 깎기'

1990년대 중반 도입된 포장이사는 당시 부의 상징이었다. 대부분 서민이 이삿날 며칠 전부터 짐을 싸느라 온 가족이 분주하던 때라 가격이 지금보다 훨씬 비쌌다. 1990년대만 해도 기본 이사 비용이 100만 원을 훨씬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장사하기가 많이 어렵다고 한다.

20여 년 넘게 이사업에 몸담은 한 업체 대표는 우후죽순처럼 생긴 업체들을 원망했다. 그는 "그때보다 인건비나 사무실 임대료, 기타 광고비 등은 올랐는데 되려 이사 비용은 줄어들었다"며 "1990년대 후반 IMF 사태로 대거 발생한 실직자들이 업계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 이사주선업이 등록제였기 때문에 진입이 쉬워 과다경쟁 문제가 불거졌고 이를 막고자 2004년 허가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업체가 많다. 왜 그럴까.

그는 허가권이 지역에 묶여있지 않고 '날아다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사주선업 허가제는 지역 총량제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타지역 허가권이 많이 유입되면 과다 경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허가권 없이 일반 용달업체에서 이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단속이 어려워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여기에 영구이사, 맘마이사, 이사달인 등 전국 체인 업체들이 생기면서 허가권을 가진 지역 업체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특히 전국 체인 업체는 한 사람이 허가권을 갖고 체인점에 일을 나눠주는 형식으로 지역 업체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김해지역 정식 구심점 구성, 확산될까

경남지역을 아우르는 이삿짐센터 종사자 모임은 경남화물주선협회다. 각 지역마다 소규모 모임은 있지만 최근까지 사무실을 두고 정식으로 운영하는 곳은 없었다. 김해지역 역시 1990년대 후반 김해이사물연합회를 만들었지만 친목도모 형태로 운영하다 지난해 사무실을 열고 공식 기구로 발돋움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이후 사단법인을 만들어 김해지역 이삿짐센터 운영에 어려운 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해이사물연합회 강기용(48) 고문은 타지역도 제대로 된 구심점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이사비용 책정 기준이 제각각이고 일부 업체에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격을 낮추다 보니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업체들이 협력하면 우리 목소리에 힘도 실리고 인력·주문·정보 등을 교류해 이삿짐센터 운영에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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