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입도 즐거운 건강한 식사 한끼

흰 새가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을 닮은 해오라기 꽃. 야생화가 곳곳에 폈다. 야생화가 가득한 정원을 바라보면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곳. 함안군 함안면 봉성리에 있는 '아름식당'이다. 함안초등학교 맞은 편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임명구(61), 김말남(63) 부부가 야생화 60여 종을 기르면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6년에 문을 열어 햇수로는 20년이 됐다. 마산에서 양장점을 운영하던 이들은 시력이 나빠지고, 일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새로운 일을 이곳에서 찾았다. 인근에 밭을 일구면서, 밭에서 생산한 채소를 모두 상에 올렸다. 채소 반찬은 모두 직접 재배한 것으로 만든다. 식당을 운영하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밭에서 일을 한다.

야생화가 만발한 식당

채소 재배와 함께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매력을 느낀 부부는 '풀꽃뜨락'이라는 인터넷 카페도 개설해서 20년째 운영 중이다. 한때는 회원 수가 1000여 명에 이르렀다. 정모도 종종 했다. 지금은 인터넷 카페 활동을 뜸하게 하면서, 회원 수도 같이 줄었다. 꽃을 하나 둘 사서 모아보니, 많을 때는 600여 종을 기르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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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귀화 기자

"한 번도 꽃 수를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우리 집에 온 사진작가들이 세어보고 600종이라고 하더라고요."

꽃집에서 식당에 와서 꽃을 사가기도 할 정도였다. 지금은 기르는 데 힘이 들어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얼마 전 예전에 찾아왔던 손님이 찾아와서 꽃이 많이 줄었다며 서운해하며 가기도 했다고.

야생화가 만발해서 식당은 한때 사진작가협회에서 회원들이 야생화를 찍으려고 꼭 들렀던 장소 중의 하나였다. 식당 정원에 삼각대를 꺼내 든 사진작가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찾아와서 꽃을 카메라에 담아갔다. 사진작가 중에는 더 좋은 사진을 욕심내면서 꽃을 따버리거나, 구부리거나,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서 꽃을 망가지게 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여전히 창원, 대구 등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사진작가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식당 방 안에 야생화 사진을 병풍처럼 크게 확대해 설치해두기도 했다.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으로 만든 것이다.

부부는 야생화에 대해 묻자, 키우는 야생화를 보여주면서 막힘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저건 변산 바람꽃이고, 곰치꽃, 으아리도 있고요. 이쪽은 백화등, 마삭줄이고요. 봄에는 노루기, 복수초, 깽깽이 꽃이 피는데, 봄에 왔으면 더 보기 좋았을 텐데…"

정원 장독대 뒤편 벽도 야생화로 뒤덮여 있다.

"요즘은 기온이 높아져서 모든 야생화가 꽃 피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요. 대부분 1, 2주 정도씩 개화 시기가 이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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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에 오르는 모든 채소는 직접 기른 것

눈이 호사를 누린 후, 밥이 차려졌다. 추어탕과 찜이 나왔다. 정갈한 반찬이 하나하나 식탁에 올랐다. 계란찜, 콩, 열무, 깍두기, 아삭 고추, 멸치 볶음 등이다. 이날은 반찬에 나오지 않았는데 고추 튀김 하나 때문에 밥 먹으러 온다는 사람도 있다고. 좋아하는 특정 반찬을 먹고자 찾는 이들도 있을 정도란다. 식탁에 오르는 모든 채소를 다 재배하고 있다고 했다. 가지, 콩, 얼갈이, 열무, 무, 배추, 마늘, 양파, 고추 등을 농사짓고 있다고. 된장, 간장, 고추장 모두 직접 담근다. '개떡', '집장', '재장'이라 불리는 보릿겨로 만든 된장 맛이 일품이었다. 도넛처럼 동그랗게 만든 된장을 겨에 구워낸 것이다. 집 마당 위쪽에 동글동글한 된장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농사지은 채소를 손님에게 내놓습니다. 사서 먹는 채소는 맛이 못해요. 우리가 직접 키운 게 맛있습니다. 우리도 손님들한테 내놓는 음식을 그대로 먹고요."

식사 시간을 조금 비켜간 시간인데다 손님이 잠시 없는 틈에 식당 주인 부부와 함께 식사를 했다. 얼큰한 추어탕과 담백한 반찬이 건강한 밥상임을 보여줬다.

아귀찜과 대구뽈찜을 반반 섞은 찜은 매콤해서 '밥 도둑'이었다. 직접 기른 고추를 말려서 고춧가루로 사용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한 음식은 좋은 맛이 날 수밖에 없는 법.

"매일 오전 7시에 나와서 서너 시간 음식을 만들어요. 음식은 좋은 재료에 정성과 청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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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을 매일 삶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음식점 자판기 커피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청결 때문이다. 아무리 매일 청소를 해도 원하는 만큼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식사 후, 원하는 이들에게 직접 커피를 타 준다. 잔반을 재활용하지 않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휴무일을 묻자, 쉬지 못한다며 웃었다.

"금일 휴업이라고 대문 앞에 붙여놔도 손님이 문을 끄르고 들어오세요. 얼마 전에는 일요일에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손님이 배고프다고 해서 밭에서 일하다 와서 밥상을 차리기도 했어요."

부부는 밭일을 하느라, 밥상을 차리느라, 야생화를 기르느라 쉴 틈이 없다. 부인 김말남 씨는 혹여 잠자기 전에 쉬는 짬이 나면 흙으로 집, 사람 모양의 도예 작품을 만들어 식당 곳곳에 전시하기도 한다.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틈틈이 도자 작품을 만들어 구워낸다. 야생화 속에 자연스레 어우러진 작품이 눈에 띈다.

부지런한 부부가 땀으로 일궈내는 귀한 시골 밥상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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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와 위치>

◇메뉴 △추어탕 7000원 △건강탕 8000원 △대구뽈찜 (소) 2만 5000원, (중) 3만 원, (대) 3만 5000원 △아귀찜 (소) 2만 5000원, (중) 3만 원, (대) 3만 5000원.

◇위치: 함안군 함안면 봉성7길 6(봉성리 1173).

◇전화: 055-583-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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