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모든 정보를 담고 싶다

째깍 째깍. 시곗바늘이 빠르게 돌아간다.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12시가 다 돼간다. 점심 메뉴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다. 선배가 정하는 대로 가는 게 마음이 편하건만, 내 편의를 봐주시며 뭘 먹을지 결정하란다. 부랴부랴 맛집을 검색해봤지만 끝도 없다. 어디 잘 정리해놓은 곳이 없을까 찾다가 어플리케이션 '넝쿨'을 알게 됐다. 넝쿨에는 배달음식점 추천이나 지역의 맛집, 편의시설 등에 대한 소개가 정리돼 있었다.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마다 넝쿨에 들어갔다. 지역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넝쿨. 넝쿨을 만든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길은 꼭 알아야 가는 게 아니다

-우선 대표님의 개인정보를 파악해두려 합니다. 나이나 가족관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1977년 11월 6일, 경북 김천 출신입니다. 동생이 한 명 있고요. 결혼해서 8살이 된 딸과 5살인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아내는 디자이너로 함께 일하고 있어요."

-위미르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군에서 장교생활을 했습니다. 과학화전투훈련(KCTC)라는 게 있는데, 거기에서 훈련 소프트웨어 기획을 맡았습니다. 7년간이요. 전역하고 나서는 마케팅회사에 몸담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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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대표./이종현 기자

-IT기업을 운영하시고 있습니다. 원래 IT에 대해 관심이 있으셨나요?

"IT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했어요. 스마트폰 붐이 일어났을 때에서야 조금 다루는 정도였고요."

-처음부터 창업하겠다는 생각이 있으셨나요?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니 여건이 안 돼서 못했죠. 그러다 어느 날, 술에 취해 택시 기사님이랑 한 얘기 덕분에 창업을 결심했어요."

-어떤 내용이었나요?

"손님이 네비게이션도 안 되는, 모르는 길로 가자고 하면 기사님은 어떻게 하시는지를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당연히 가야지. 길은 꼭 알아야 가는 게 아니다'고 하시더군요. 모르는 길도 가다 보면 알게 된다고, 모른다고 가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배울 기회가 없어지는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이것저것 재면서 창업을 망설이던 제게는 큰 충격이었어요. 그리고 결심했죠. 일단 창업을 하자고. 그 뒤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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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대표./이종현 기자

아이템 하나 없이 창업부터

-아이템에 대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창업을 하신 건가요?

"네. 기획도 없고 아이템도 없었어요. 그냥 일단 창업부터 하고 아이템을 생각했죠. 2012년 겨울부터 준비했고 2013년 11월 14일에 창업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5월까지는 아이템도 없이 지냈어요."

-아이템이 없었다고요?

"모여서 '뭐 하면 좋을까?' 이런 회의나 하고…. 수익이 제로였습니다. 그러다가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려고 했고요."

-넝쿨이 아니라 부동산 서비스인가요?

"제가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뭐가 필요한지, 뭐가 가능성이 있을지 많이 고심했어요. 그러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 방을 구하는 게 힘들다는 생각에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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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대표와 위미르 직원들./위미르 제공

-그 서비스는 잘 됐나요?

"기획단계에서 접었습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이런 서비스는 교차로가 잘하고 있더라고요. 사업의 가능성도 가능성이지만, 스스로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이템으로 삼아 사업의 기회로 삼자는 생각을 하면서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했어요. 그때 떠올린 게 넝쿨의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동네스토리'입니다.

-동네스토리…. 넝쿨의 원래 이름인가요?

"아직 확정되기 전 단계에서 쓰던 이름이죠. 제가 생각한 이름인데, 동네에 있는 정보를 다루자는 생각에 지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이 전부 반대해서 '넝쿨'이 되었습니다. (웃음)"

-넝쿨을 기획하면서 구상했던 건 어떤 게 있나요?

"1년 정도 아이템을 고민해 보니 생활정보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네이버 같은 종합포털은 파워블로거 등, 광고비를 통한 광고로 가득 찬 상태였고요.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앱들은 지역의 정보가 부족했습니다. 특히 수수료가 있거나 광고비가 터무니없이 높았고요. 그래서 광고비가 낮으면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달앱 시장은 이미 큰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데요. 우려는 없으셨나요?

"물론 걱정했죠. 하지만 지역 상인들을 직접 만나보면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배달앱은 수수료나 광고료가 비싸서 상인들에게 부담이 컸어요. 상인들에게 부담이 안 되는 수준의 금액으로 사업을 하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배달 서비스 외에 다양한 카테고리의 서비스를 제공해서 차별화를 두기도 했고요."

배달앱이 아닌 지역의 정보통

-넝쿨에 대해서 자세히 좀 알려주시죠.

"넝쿨을 두고 배달앱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조금 다릅니다. 창원 지역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자는 생각으로 만든 게 넝쿨이거든요. 맛집이나 의류점, 공연시설, 병원 등. 지역에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9개의 카테고리로 나눠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등록된 업체는 몇 곳인가요?

"8000여 곳 정도 됩니다. 그중 유료로 등록된 곳은 800개 정도고요. 무료 등록자는 사진이 1장만 올라가고, 유료 등록자는 사진을 11장까지 올릴 수 있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넝쿨의 광고료는 만 원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만 원이라는 금액을 저나 직원들이 정한 건 아니에요. 저희 마케터들이 사장님들을 만나면서 물어봤어요. 광고료가 얼마 정도면 부담이 없으시겠냐고. 그랬더니 만 원 정도면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만 원으로 하겠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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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미르 업무환경./위미르 제공

-타 업체에 비해 광고료가 한참 낮은데요.

"넝쿨의 경쟁력이기도 합니다. 돈을 많이 벌면 좋기야 하죠. 하지만 단순히 돈을 위해서 수수료를 책정하거나 광고료를 올릴 생각은 없습니다. 우선 광고료를 받으면서 수수료까지 책정한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창원 넝쿨 외에 타 지역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던데요.

"김해, 진주 등 경남 지역에는 전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도 서비스하고 있고요."

-넝쿨의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요?

"아직까지는 한참 적자입니다. 2013년 말에 창업했는데 첫 수익이 나온 게 지난해였어요. 그리고 그해 매출이 400만 원이고요. 직원이 8명인데 말입니다.(웃음)"

-앱을 보면 시즌2라고 나와 있는데, 시즌2는 뭔가요?

"시즌1이 수수료가 없는 배달이었다면 시즌2는 수수료가 없는 소셜커머스입니다. 지역의 이벤트나 할인정보 등을 기존의 서비스처럼 수수료 없이 제공하자는 게 목표입니다."

'청년 기업' 위미르

-위미르에 대해서도 질문 드릴게요. 직원이 몇 명이죠?

"마케터 3명에 개발자 2명, 디자이너 2명, 그리고 저를 포함해서 8명입니다."

-직원들 대부분이 창원 출신이라고요?

"예. 저는 경북 김천이고 개발자 한 명이 충청도 출신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창원 지역 사람들이고요. 충청도 출신의 개발자는 제가 삼고초려를 해서 데려온 인재입니다."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습니까?

"개발자는 어플리케이션 기능에 대한 개발을, 디자이너는 웹이나 어플리케이션 기능에 대한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케터들은 업체 사장님들을 만나 뵙고 불편사항을 접수하거나 SNS 마케팅을 하고요. 그러고 회계나 다른 자잘한 일은 제가 하고…. 사실 저는 딱히 하는 일이 없어요. (웃음)"

-대표님을 비롯해 직원분들 나이가 어린데요.

"전부 20대, 30대의 청년들입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제가 77년생이죠. 대부분이 이 업종에서 경력이 없는 상태로 일을 시작한, 위미르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인재들입니다."

-지역에서 IT기업을 운영하는 건 어렵다고도 하는데요.

"초창기에 이걸로 말이 많았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지역이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거라고, 지역에서 하면 망할 거라고. 하지만 저는 지역이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봐요. 저희 마케터들이 창원을 돌아다니면서 사장님들과 대화를 합니다. 그냥 영업이 아니라 상호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거죠. 만약 처음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했다면 지금만큼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지역에서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에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다고 할 수도 없을 거 같아요. 서울에 인재들이 몰리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서울에 일할 곳이 많고, 서울의 직장이 임금이 높거나 복지가 잘 되는 등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창원에도 인재가 많이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하고 싶다는 친구들도 많이 있고요. 하지만 인재들을 품을 기업이 없어요. 위미르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당장 수용하긴 어렵거든요.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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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대표./이종현 기자

사람들과 상생하며 나아가는 게 목표

-예전에 네이버 같은 기업을 목표로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조금 다릅니다. 네이버 같은 대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 아니라 네이버만큼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는 거예요. 창원에 대해서는 네이버보다 많은 정보를 담고 싶다, 창원의 모든 정보를 넣자는 게 넝쿨의 처음 목표에요."

-앞으로 위미르를 어떻게 이끄실 생각이신가요?

"처음에는 어떻게든 사업을 성공하자, 좋은 회사를 차리자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많이 겸손해졌어요. 기존 사업들과 같이 성장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들과 같이 성장한다는 것은?

"다른 분들과 상생하겠다는 거죠. 교차로나 벼룩시장, 상가모아, 줌마렐라 등. 기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과 협업해서 지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넝쿨에 등록하시는 사장님들은…. 이분들은 말할 것도 없어요. 일을 하다보면 눈앞에서 가게가 망해갑니다. 수익모델, 비즈니스 이런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어요. 제가 이런 분들을 도와드리고, 또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받는. 그런 서비스를 꿈꿉니다."

-사업을 하면서 아쉬운 건 없으신가요?

"넝쿨과는 상관없는 얘기일 수 있는데요. 창원이나 경남도에서 지원하는 업종이 너무 편향되어 있지는 않은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창원은 제조업이나 특정 전문성 있는 업종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게 나쁜 건 아니에요. 하지만 다른 업종에 대한 지원이나 배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령 IT 서비스 분야에서 창원은 매우 빈약한 수준입니다. 단순히 기업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비스 기업이 없는 만큼 타 지역주민들은 누릴 수 있지만 창원 사람들은 못 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더구나 창원에는 자기가 원하는 분야의 기업이 없으니 지역의 인재들이 타 지역으로 많이 떠나고 있고요. 지역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업종의 다양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돈을 잘 벌고 도시가 좋아도 젊은 인재가 빠져나가는데 미래가 밝을 거 같지는 않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꼭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면 부탁합니다.

"위미르와 넝쿨은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서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지역 소프트웨어 서비스 시장을 성장시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할 계획입니다. 지역을 중심으로 탄탄하게 다져나가면서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앞으로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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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미르에서 만든 앱 '넝쿨'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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