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대중가요 속 경남] '홍대'꿈꾸는 경남

창원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의 응원가 중에 '마산스트리트'란 노래가 있다. 원 제목은 'come on come on 마산스트리트여'인데 유명한 4인조 밴드 노브레인의 노래다. 노브레인의 보컬 이성우가 작사와 작곡을 했는데, 그의 고향이 마산이다. 서울에서 힘들게 음악을 하면서 고향을 생각하던 마음을 노래로 만들었다고 한다.

노브레인은 크라잉넛 등과 함께 홍대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1세대 인디밴드로 불린다. 1999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인디음악은 '자본에서 독립적'이라는 기존 의미에서 벗어나 하나의 대중가요 장르로 인정받은 듯하다. 특히 요즘에는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대중들이 쉽게 인디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는 인디밴드나 가수도 제법 생겼다.

1990년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한국 인디음악의 '폭발기'에는 경남에서도 인디밴드 활동이 활발했다. 핵심은 진주였다. 진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문화기획자 김재희(39·진주시) 씨는 당시 한국 인디신(인디음악계)의 4대 축으로 서울 홍대 '드럭', 부산 '625', 대구 '헤비', 진주 '다다'를 들었다. 모두 당시 음악 클럽 이름이다. 한 마디로 '장난이 아니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진주에 음악적인 에너지가 넘쳐나던 때로 그는 기억하고 있다.

문화기획자 김재희 씨가 도내 인디음악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김기종

실제 지난 2000년 진주 클럽 다다를 중심으로 부산과 대구지역 밴드들이 모여 '록스타 어라이브-먼나라 이웃나라'란 제목으로 컴필레이션 음반(일종의 기획 음반)을 낸 적도 있다. 레이블(소규모 기획사) 이름을 '다락'이라고 지었는데,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지역 인디레이블이었다고 한다.

이후로 한동안 뜸하던 경남지역 인디음악계가 요즘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진주와 창원, 김해를 중심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가수들이 늘었고, 공연을 할 만한 공간도 제법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경남에서 활동하던 포크가수 권나무(30·본명 권경렬)를 들 수 있는데, 올해 초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으며 포크 음악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 외에도 바나나코, 조용호, 엉클밥, 마르꼬스 같은 '홍대급' 음악인들이 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다.

경남지역 인디음악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에는 김재희 씨가 기획한 '오프스테이지 라이브'란 영상들이 많은 기여를 했다. 시작은 지난 2013년 12월 (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 (사)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경남 대중음악 디지털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프로젝트였다. 지역 밴드 5팀으로 영상 10개를 만들어 제출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경남지역 인디음악인들을 소개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꾸준히 작업을 해 현재 페이지에는 12개 팀 이상, 45개 동영상이 공개돼 있다.

김 씨가 가수나 밴드를 섭외하는 원칙은 자기 이야기가 있느냐다. 그리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실제 연주가 가능해야 한다. 깐깐한 기준은 효과가 있었다. 오프스테이지 라이브 페이지는 개설 한 달 만에 13만 명이 페이지 '좋아요'를 눌렀고 최고 15만 명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10만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페이지를 보고 전국에서 자신들도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연락이 귀찮을 정도로 들어왔다. 그중에는 유명 가수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씨는 지금도 지역 음악인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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