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대중가요 속 경남]경남을 소재로 한 유행가들

우리나라 가요계 1세대가 개척한 1930년대는 대중가요의 황금시대로 불린다. 이때는 많은 일본 레코드 회사들이 조선 땅에 지점을 차린 시기이기도 하다. 축음기에서 흘러나온 유행가 자락은 대중가요가 새로운 문화로 정착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당시 유행가 속에는 경남 지역을 소재로 한 곡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경남이 고향인 음악인들이나 경남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지은 것들이다. 지역을 소재로 하긴 했지만, 유행은 전국적이었다. 혼란하고 고단한 시기, 마음을 어루만지는 대중가요에서 위로를 찾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멀리는 일제강점기에서 가까이는 1980년대까지 경남 지역을 다룬 대중가요를 훑어보자.

삼포로 가는 길(1983) - 창원 진해구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 보면/ 한 발 두 발 한숨만 나오네/ 아 뜬 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님 소식 좀 전해 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삼포로 가는 길' 중. 작사·작곡 이혜민. 노래 강은철)

이른바 '7080세대' 애창곡 중 하나인 '삼포로 가는 길'은 창원시 진해구 명동에 있는 삼포마을 이야기다. 가수 김흥국의 '호랑나비'를 만들기도 한 작곡가 이혜민(59)이 고등학생 때 진해 삼포마을에 머물면서 지은 노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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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포돛대(1967) - 창원 진해구

"마지막 석양 빛을 기폭에 걸고/ 흘러 가는 저 배는 어데로 가느냐/ 해풍아 비 바람아 불지를 마라/ 파도소리 구슬프면 이 마음도 구슬퍼/ 아 어데로 가는배냐 어데로 가는배냐/ 황포 돛대야"('황포돛대' 중. 작사 이용일. 작곡 백영호. 노래 이미자)

국민 가수 이미자를 톱스타로 만든 '동백 아가씨'(1964)와 비슷한 시기에 역시 그가 불러 인기를 끌었던 '황포돛대'의 배경도 진해다. 이 노래는 고향이 진해인 작사가 이용일(1936~2000)이 군 복무 시절 고향인 진해 앞바다를 생각하며 지었다고 한다.

삼천포아가씨(1981) - 사천시

"비내리는 삼천포에 부산배는 떠나간다/ 어린나를 울려놓고 떠나가는 내님이여/ 이제가면 오실날짜 일년이요 이년이요/ 돌아와요 네 돌아와요 네 삼천포 내고향으로"('삼천포아가씨' 중. 작사 반야월. 작곡 송운선. 노래 은방울자매)

은방울자매의 1981년 데뷔곡인 '삼천포아가씨'는 작사가 반야월이 삼천포에 있는 친구의 딸 이야기를 듣고 노랫말을 지은 것이다. 이 노래로 당시 삼천포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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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요 충무항에(1970) - 통영시

"꽃피는 미륵산엔 봄이 왔건만/ 님 떠난 충무항은 갈매기만 슬피우네/ 세병관 둥근기둥 기대여 서서/ 목메어 불러봐도 소식없는 그사람/ 돌아와요 충무항에 야속한 내 님아"('돌아와요 충무항'에 중. 작사 김성술. 작곡 황선우. 노래 김해일)

'돌아와요 충무항'에는 조용필이 불러 크게 유행한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원곡으로 알려진 곡이다. 통영 도심의 옛 지명인 충무시를 배경으로 한다. 작사와 노래를 한 가수 김성술(예명 김해일)이 지난 1970년 발표했지만 이듬해 김 씨가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음반이 빛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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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경남 지역을 소재로 한 가요에는 △오동동 타령(1954. 작사 윤부길. 작곡 한복남. 노래 황정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하동포구 아가씨(1972. 작사 정두수. 작곡 박춘석. 노래 하춘화) - 하동군 △물레방아도는데(1973. 작사 정두수. 작곡 박춘석. 노래 나훈아) - 하동군 △밤배(1975. 작사 오세복. 작곡 이두진. 노래 둘다섯) - 남해군 △화개장터(1988. 작사 김한길. 작곡·노래 조영남) - 하동군 △이별의 김해공항(1982. 작사 박경춘. 작곡 김종유. 노래 현철과 벌떼들) - 김해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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