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승화시킨 평화의 노래

한적한 밀림 속에서 고즈넉이 오보에를 연주하고 있는 신부가 있다. 순간 주변의 인기척에 놀란 신부는 두려움에 빠지면서도 침착한 듯 멈추지 않고 연주를 계속한다. 자기들의 땅을 침입한 이방인의 주변에 모여든 인디오들은 가느다란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에 이끌려 경계를 늦추고 조용히 연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1986년 5월 8일에 개막된 제39회 깐느 영화제에서 '숨 막힐 듯한 영상 스펙터클과 혼을 빼앗는 깊은 감동'이라는 화려한 평을 받으며 그랑프리를 수상한 영화 미션(The Mission)은 킬링필드로 발군의 실력을 보였던 영국감독 롤랑 조페의 작품이다.

18세기 남미를 정복하려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각자의 영토를 한정 짓는 마드리드 조약을 맺는다. 유럽 한구석 탁자위에서 그은 선이 남미의 현지에서는 얼마나 끔찍한 사태를 일으킬지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던 제국주의 시절에 1750년 남미에 파견되었던 한 선교사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는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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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식인종으로 알려진 과라니족과의 교류를 위해 밀림을 헤쳐나갔던 가브리엘 신부가 두려움에 떨면서 그들 앞에서 연주했던 곡이 바로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다.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오보에, 남미 토속 악기인 퍼커션과 봄보, 극 중 시대 배경인 18세기의 바로크 리듬을 적절히 배합시켜 만든 영화 미션의 주제곡으로, 오보에의 왕이라 불리는 크로스 오버 오보에 연주자 데이비드 에그뉴(David Agnew)가 연주했다.

리드의 촉촉한 떨림이 단연코 돋보이는 오보에는 보통 오케스트라의 한 부분적 악기로 합주에 적합하다고 알려줬지만, 독주로 보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감성을 아낌없이 표현해 주며, 이 곡을 통해 오보에라는 악기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클래식을 전공했던 엔리오 모리코네는 초기에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의 시대를 열며 대단한 반응을 일으켰던 크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황야의 무법자'의 주제곡인 <방랑의 휘파람>을 레오 니콜즈라는 이름으로 발표한다. 얼마후 레오 니콜즈는 영화음악가로 크게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의 노출을 꺼려했던 클래식 음악 작곡가 엔리오 모리코네가 사용한 가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랑의 휘파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동시에 엔리오 모리코네가 실제 인물로 확인되면서 갑작스레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후, 주옥같은 수많은 영화 음악이 그를 통해 탄생 되었고, 영화 음악의 거장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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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 연습을 통해 국내에서 더 알려진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는 영화 미션에 삽입된 '가브리엘의 오보에'라는 곡에 키아라 페르라우(Chiara Ferrau)가 작사하고 팝페라 뮤지션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이 노래하였다.

사라 브라이트만은 이 곡에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르기까지 3년 동안 두 달 간격으로 엔리오 모리코네에게 편지를 썼고, 결국 허락을 구한 일화는 그녀가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는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 여겼을 것이다.

사랑의 힘으로 평화를 지키려는 가브리엘 신부와 분연히 칼을 드는 힘으로 인디오를 지키려는 멘도자 전도사가 엮어내는 감동적인 드라마는 앨범 전편을 통해 이어지는 미션의 주제 음악으로 하여 더욱 깊은 경건함과 감동으로 우리를 인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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