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경남-경남의 섬]사천 비토섬

사천 비토는 드라이브하기 제격인 곳이다. 남해고속도로 곤양IC에서 내려 서포에 내디딘 후 이정표를 따라 향하면 된다. 2차로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시골 풍경에 속력은 '안단테'가 딱이다.

서포를 지난 지 얼마 안 돼 마주하는 갯벌. 보이는 곳마다 갯벌이니, 가장 먼저 나를 마중한 것도 갯벌이요, 가장 먼저 나를 흔든 것도 갯벌이다. 무엇에 그리 수줍은 듯 붉게 물들어서는, 가시는 걸음걸음 풍광을 내놓는다.

산과 들, 바다 그리고 갯벌이 어우러진 비토. 이곳에 거주하는 400여 주민은 바지락, 굴, 전어 등을 잡아 생계를 유지한다. 육지와 비토를 잇는 거북교를 건너 펼쳐진 길을 따라다니는데, 촌로는 차를 신경 쓰는 둥 마는 둥 길모퉁이서 리어카를 끌어대고, 아이들은 무엇에 그리 신이 났는지 도로를 휘젓는다.

비토는 '별주부전'의 무대다. 하지만 접하는 것이라곤 안내표지판이나 도로명, 간간이 보이는 조형물 정도. 테마파크가 있다지만 시선을 끌기에는 부족하다.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일까. 실망스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낙조에 물들어가는 비토 갯벌 풍경. /류민기 기자

단언컨대 비토의 명산물은 '갯벌'이다. 그중에서도 노을 진 갯벌을 최상품으로 치고 싶은데, 낙조에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겠다 싶다. 펼쳐진 길 따라 섬 한 바퀴를 돈 후 거북교에서 멈췄다. 붉디붉은 비토를 취하고 싶어 이내 몸을 담갔다.

저기 작은 게들의 몸짓은 무엇이더냐. 형용하기 어려운, 숨쉬기 운동인지 만세 시위인지 모를 그 움직임을 가까이 보고자 질척질척 걸음을 옮긴다. 어라, 순식간에 없어지는 녀석들. 놀란 탓에 그 눈을 숨겨버렸으리라. 미동조차 하지 않으니 살며시 몸을 내미는데, 또다시 걸음을 옮기자니 다시금 쏙 하고 사라진다.

하늘은 타들어간다. 차오르는 바닷물은 끓는다. 위에선 뻐꾸기가 울어대고, 아래에선 게며 고둥이 펄떡인다. 번잡한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나니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어느새 비토의 고즈넉한 풍경에 취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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